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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예멘 난민과 제노포비아(Xenophobia)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8/08/09

 

제주도 불법 난민신청에 따른 청와대 청원이 71만 명을 넘기며 지난 7월 13일 마감되었다.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꼭 한 달만의 일이다. 제주도 난민신청자들의 문제가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 동기는 난민신청자들이 내전을 겪은 이슬람권의 예멘인들로 성추행이나 무슬림 테러와 관계가 깊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1세기는 글로벌 시대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체류 외국인이 2016년 이미 200만 명을 돌파하여 한국은 외국인 유입에 따른 문화적 충돌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반면 해외거주 한국인의 수도 계속 증가하여 2018년 현재 약 750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촉발된 ‘무비자입국 후 난민신청’ 문제는 대내외적인 측면에서 다각적인 해법이 요구되는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낯선 이민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인의 정서는 외국인, 특히 무슬림에 대해 배타성과 혐오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이 악의가 없어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제노포비아(Xenophobia)’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는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 이후 아프리카 이주자와 시리아 전쟁난민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큰 이슈는 인종적으로 아프리카 이주민과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전쟁난민의 유입에 따른 유럽사회의 충돌이다. 이들 난민의 대부분이 종교적으로 이슬람(Islam) 신봉자들이며 테러분자들과 연관돼 있다는 인식이다.

 

한국은 종교국가가 아니다. 중국의 티베트 독립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사회가 침묵하는 이유도 종교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표현이다. 인종이나 종교적 이유라는 측면에서 근시안적 해결은 쇄국정책이 되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감성적인 판단에 의존할 경우 쓸데없이 종교분쟁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국제적 기준에서 ‘난민(refuge)’과 ‘이주자 (migrant)’를 세밀히 분류하여 적용하는 대내적 기준은 물론 인도적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외적 난민정책의 정립이 필요하다.

 

예멘인 난민신청자와 난민법 개정운동

 

예멘인 난민수용 반대론자들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무사증제도를 악용하여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제주도의 무사증제도를 폐지하고 재외공관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은 자만 입국시킬 수 있도록 ‘난민법’을 개정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난민수용 반대운동의 근저에 예멘인이 지목된 것은 최근의 불법이민자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예멘 출신의 난민신청자가 2016년 7명에서 시작하여 2017년 42명, 2018년 6월 14일 기준 입국자 561명 가운데 549명으로 갑자기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하자 정부는 금년 6월 1일 예멘을 제주도특별자치도의 무사증 입국불허 11개국에 예멘을 추가하여 무비자 입국금지국가는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참고로 제주도특별자치도의 무비자 입국금지 국가는 이란, 수단, 시리아, 마케도니아, 쿠바, 코소보,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가나, 나이지리아, 예멘 등 12개국이다.

 

예멘 출신 난민들이 한국을 목적지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약 19만 명의 예멘인들이 내전을 피해 주변국,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지부티,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및 수단 등의 국가로 몰려들었다. 예멘인들은 취업기회를 얻기 위해 종교가 같은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로 몰려들었고 말레이시아 보다는 임금이나 작업환경이 양호한 한국의 선택은 예고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국에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특별자치구가 있고, 입국만 할 수 있으면 30일 간의 체류가 보장된다. 제주도에서 난민신청을 하면 최대 6개월간의 체류연장이 가능하며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이의제기와 소송을 통해 3년 간의 체류연장이 가능하다는 정보도 얻었을 것이다. 페이스북과 SNS가 발달한 시대에 이러한 정보는 널리 퍼졌을 것이며 예멘인들에게는 ‘한국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한국에는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법’인 난민법이 있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 신분이 노출된 외국인이라도 난민신청을 할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편승한 전문 브로커의 공생도 문제다.

 

취업이나 장기체류 등을 목적으로 법무부 심사와 소송을 거쳐 2~3년의 기간이 소요되기에 장기체류가 가능하다는 법을 이용하여 불법적 브로커와 불법체류자들이 공모했다는 정황도 있다.

 

중앙일보(2018.07.23.)에 따르면, “2017년부터 금년 6월 말까지 법무부에 적발된 난민 브로커는 39명, 난민 허위신청자는 1,474명이다. 지난 7월 1일에도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중국인 180여 명을 인터넷 광고로 모집해 가짜 난민신청을 대행한 브로커 등 일당 8명을 적발했다,”고 한다.

 

난민법은 2012년 2월 10일 제정되어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법률이다. 한국은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2001년에 최초의 난민을 인정함으로써 난민협약 가입국이 되었다. 이에 따라 2006년 난민법안 제정이 시작되어 2013년 7월 난민법이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난민심사과정의 투명성, 난민의 사회권 보장, 난민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었다.

 

난민수용 반대론자들은 난민법의 개정을 통해 ‘가짜 난민’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난민과 이주자에 대한 분명한 정의(定義)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국민의 청원이다. 불법체류자의 범죄증가와 문화적 충돌이 우려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시의적절한 요구라 볼 수 있다.

 

난민(Refugee)과 이주자(Migrant)는 다른 개념

 

한국에는 약30만 명 정도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있으며 그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체류자격 기준)은 지난 5월 말 기준 약 225만 명에 달한다. 2008년 116만명 수준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2년부터 연평균 10% 정도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더욱 급증해 지난 5월 기준 31만 2,346명으로 2017년 5월에 비해 약40%나 급증했다.

 

난민신청자도 계속 증가하여 1994년 이후 2018년 5월까지 난민신청자는 4만 470명이며 심사 종료자는 2만361명이다. 이 가운데 839명이 난민인정을 받았고, 1,540명이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아 총 2,379명이 난민인정(보호)을 받고 있다(<표1> 참조).

 

불법체류자를 제외한 체류자격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는 노동시장에서 인력부족에 따른 결과다. 현재 저출산‧고령화시대의 사회적 현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 따른 현상이다. 정부의 외국인정책에 편승하여 불법체류자들이 악용하는 수단이 난민법이다. 이에 따라 난민과 이주자에 대한 명확한 개념규정이 요구되고 있다.

 

난민과 이주자라는 용어는 분명히 다른 의미이며 용어의 혼동은 종종 두 집단 간에 문제를 야기한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6,500만 명 이상의 강제 이주자가 있으며 지중해의 보트횡단도 여전히 난민과 이주자라는 용어로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난민은 무력충돌이나 박해를 피하는 사람들이다. 2015년 말에는 전 세계적으로 2,130만 명이 실종되었다. 이들의 상황은 주변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국경을 넘나들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피난민’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에 대한 보호(asylum) 거부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난민은 국제법에서 정의되고 보호된다. 1951년 난민협약(Refugee Convention)과 1967년 의정서뿐만 아니라 1969년 OAU난민 협약과 같은 기타 법률문서는 현대 난민 보호의 초석이 되고 있다.

 

1951년 난민협약은 난민을 정의하고 국가가 난민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 권리를 개괄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는 난민이 자신의 삶과 자유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추방되거나 돌아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주자들은 박해나 죽음의 직접적인 위협 때문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거나 주로 교육, 가족 동창회 또는 다른 이유로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이동하기를 선택한다. 집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는 난민과는 달리, 이주민은 귀국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정부의 보호를 계속 받을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정의에 따르면, 국제적인 국경을 넘어 전쟁이나 박해를 피하는 사람들을 난민이라고 한다. 난민의 법적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이주자라고 한다.

 

한국의 난민 재신청자는 2016년 301명에서 2017년에는 3배에 달하는 991명으로 증가했다. 난민신청사유 가운데 종교‧정치적 목적이 높은 점은 난민과 (취업이나 유학) 이주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문제가 대두된다. 하지만 난민이 아닌 개종(改宗)에 따른 국적취득의 경우에는 세심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슬람에 대한 제노포비아(Xenophobia)

 

특히 인터넷상에 떠도는 부정적 기사를 요약하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은 대부분 젊은 남성들이며 시아파 무장반군이다. 아랍인들은 강간을 놀이처럼 즐긴다. 그들이 한국에 정착할 경우, 성희롱이나 성폭행 등 범죄가능성이 높다는 외침이다. 외국인 200만 시대에 직면한 한국의 현주소다.

 

그러나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본질적 이유는 ‘가짜 난민’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법무부의 난민신청 현황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난민인정이 포함돼 있는 기타 항목이 38%로 가장 높은 점도 이 점을 반영한다. 앞의 <표1>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의신청을 통해 결과를 기다리는 불법체류자들이 많다는 증거다.

 

2018년 6월 현재 사유별 난민인정(보호) 신청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4만 2,009명의 신청자 가운데 종교 1만 388명, 정치적 사유 8,471명, 특정구성원 4,408명, 인종 2,747명, 국적 112명 및 기타 1만 5,883명이다. 난민 포함 기타 항목이 가장 높은 수치이며 그 다음이 종교와 정치적 사유의 순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한국은 아직 난민이나 종교, 정치적 목적에 의한 국적취득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순수한 목적의 취업비자나 유학비자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편법으로 체류허가를 받고자 하는 불법체류자의 사회적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남발하면 안 된다. 유익한 채소를 골라놓고 제초제를 살포하는 현명한 정책이 기대된다.

 

종교적 이유, 특히 이슬람에 대한 난민신청에는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 세계 이슬람인구는 약16억 명이며, 국내거주 무슬림도 13만 명에 이른다. 불필요한 모욕이나 편견으로 괜한 분쟁을 유발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종교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가 난민자격 획득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멘 난민에 대한 편견도 이슬람에서 출발한다. 1990년 통일 이후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다시 불거진 내전으로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반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멘은 이슬람국가이긴 하지만 순니-시아파가 극한 대립을 보이지 않는 부족주의(tribalism) 국가다. 따라서 한국에 온 난민들의 목적도 순수한 ‘생계형 입국’일 가능성이 높다.

 

이점은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난민신청 국적이 이슬람국가라는 점에서 심사숙고의 대상이다. 이슬람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현재 중동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유입되는 난민이 최대의 골칫거리다. 반(反)난민 정서가 팽배한 유럽 국가들은 난민이 국가경제를 망치고 시민안전을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난민혐오는 일종의 ‘외국인 혐오증’인 제노포비아(Xenophobia)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의 제노포비아 현상은 ‘인종차별’까지 확대되어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주변 일본의 사례도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2017년 일본은 난민신청자 1만 9,629명 가운데 0.1%인 20명 만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일본은 난민신청이 증가할수록 인정률은 오히려 더 낮아진다. 그 대신 일본은 유엔난민기구 등에 ‘기부형태’로 난민을 위한 자금지원을 통해 난민대책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다. 전체인구의 약 5%에 육박하는 200만 명의 다문화가족의 문화적 충돌문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 난민유입, 특히 이슬람권에 대한 난민문제가 큰 충격을 가져옴도 시대적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슬람의 혐오가 제노포비아 현상으로 확대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이다. 그만큼 철저히 대비를 잘 하고 있다. 해외거주 한국인이 약 750만 명에 이른다. 중동에만 약 2만 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동국가들 가운데 한국을 기피대상국가로 보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을 선호한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러한 상황에 애써 난민이나 이슬람을 기피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난민수용에 대해 일본이 해법을 찾았듯이 우리도 불법체류자와 난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안으로 이 난제를 헤쳐 나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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