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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대한 고비를 맞이한 라오스의 아세안배터리 정책(라오스 세남노이-세피아 댐 사고의 현황과 전망)

라오스 이요한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협력연구원 연구교수 2018/08/10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의 경위


2018년 7월 라오스 남부에 위치한 세피안-세남노이(Xe Pian Xenam noi) 댐(보조댐, saddle dam D)의 붕괴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라오스에서 지난 10년 이내 최대 규모의 재난이었기에 통룬 시술릿(Thongloun Sisoulith) 총리가 직접 재난 현장에 도착하여 현지 구조 작업을 지휘하였다. 이 댐의 건설과 운용에 한국의 서부발전과 SK건설이 참여하고 있어 국내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졌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총 1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내년(2019년) 완공 예정으로 9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댐은 410MW(한국의 충주댐과 유사) 규모(연간 총 1,860GW)로 전력을 생산하여 태국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라오스 국내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에는 SK 건설(지분율 26%), 한국서부발전(25%), 라오스 국영기업인 Lao Holding States(24%), 태국의 라차부리(Ratchaburi)전력회사(25%) 등 총 4개의 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루어 참여하고 있다.

 

아타푸(Attapeu) 지역에 위치한 세피안-세남노이 보조댐 중의 하나인 D댐의 붕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남사이(Sanamxay)군의 홈 폼마산(Bounhome Phommasane) 군수는 “7월 23일 저녁 8시에 사고가 발생했으며, 군 전체에 피해를 입혔고 많은 사람이 수몰되었다,”고 현지 신문(Vientiane Times)에 밝혔다. 이번 댐 사고로 인한 피해 상황은 아직 명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다. 사망자 수도 5명부터 26명까지 라오스 정부와 현지 기사에 따라 다르며, 현지 주민의 발언을 인용한 외신은 300명이 넘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아타푸 지역과 인근 참파삭(Champasack) 지역의 이재민 규모도 최소 6천 명에서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댐에서 나온 5억 톤 이상의 급류는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의 스텅트렝(Steung Treng) 지역에도 2천명 이상의 이재민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사고 원인은 천재(天災)인지 인재(人災)인지가 구분되고, 이에 대한 책임 여부가 규정되기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라오스 정부 측과 한국 기업 측의 시각이 다른 상황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사고 전날 4000m 이상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flooding) 이라는 입장이지만 라오스 정부는 부실공사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며, 현지 언론의 경우 붕괴(collapse)라는 표현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라오스 정부는 이번 사고로 발생한 모든 피해에 대해 댐 건설 참여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오스가 사고가 발생하던 시기에 우기인 점과 태풍 손틴(Son Thin)으로 인해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후 사고 현장이 모두 급류에 휩쓸려 나가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진실 규명은 조사가 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라오스 수력 드라이브 정책의 동력은 크게 상실될 수도 있다.

 

라오스 수력 드라이브 정책의 필연적 재난?

 

저개발 국가인 라오스에게는 수력 개발을 통한 전력 수출은 국가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라오스 정부는 메콩강 본류와 지류에 현재 54개의 수력발전 댐을 운영하면서 6,984㎿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46개의 댐이 완성되면 2020년까지 100개의 댐에서 총 28,000㎿이상을 생산하고 이중 80~90%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라오스는 이를 통해 ‘동남아의 배터리(the battery of Southeast Asia)’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주변국인 태국·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는 물론 중국의 동부 지역의 전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라오스의 수력 발전과 수출은 전망이 밝은 편이었다. 이에 많은 해외투자자들이 라오스 수력발전 댐 사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 왔다. 중국 자본은 현재 라오스에서 건설 중인 9개의 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서부발전과 SK건설도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라오스의 수력 드라이브 정책은 개발참여자들에게는 큰 기회를 제공하였지만, 환경단체(NGO)는 지속적으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왔다. 특히 초대형 댐인 남튼 2(Nam Theun 2)댐, 메콩 본류 최초의 댐인 사야부리(Xayaburi) 댐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라오스 정부는 환경 부문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반대 의견을 일축해왔으나 이번에 발생한 대형사고로 라오스 수력댐 개발프로젝트는 중대한 고비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2016년 세콩(Sekong) 댐 붕괴, 2017년 남 아오(Nam Ao) 댐 붕괴에 이어 3년 연속 댐 관련 사고가 발생하여 라오스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라오스 전문가인 위스콘신-메디슨(Wisconsin- Madison) 대학의 Ian Baird는 “수력 댐의 저수지는 잘 관리되지 않았고, 정부는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라고 지적했다.

 

라오스 에너지광산부는 사고 이후 수력 댐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댐 시설 현황, 전력생산 계획,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을 주 1회 의무적으로 보고할 것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특히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역주민에게 경고하고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라오스 내에는 초대형 수력발전 댐인 남튼2(Nam Theun 2, 발전 용량 1,075 ㎿)댐을 비롯하여 남타(Nam Tha, 168㎿)댐, 남응앱2(Nam Ngiep, 180㎿) 등 대형수력발전소에 대한 현황 조사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라오스 내 모든 수력 댐의 안전을 점검할 것과 특히 우기에 발생할 수 있는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난의 위험에 대한 근본적 해결조치라고 볼 수는 없다.

 

라오스 에너지광산부(Lao Energy and Mine Ministry)의 캄마니 인티랏(Khammany Inthirath) 장관은 내년으로 예정된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준공과 전력 생산에는 변화가 없다고 언급하였다.

 

에너지광산부의 사이파숫 폼수팜(Xayphaseuth Phomsoupham) 국장은 이번 댐 프로젝트는 사고를 대비한 보험이 있어 사업의 재정적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번 사고로 인해 라오스 수력발전 정책의 동력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International Rivers의 Maurin Harris는 “(라오스 수력)댐 계획과 운영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라오스 국민의 댐 건설에 부정적 정서와 불안감이 라오스 공산 정부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수력발전 분야에 활발하게 유입되던 외국인 투자의 급격한 위축도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라오스 수력발전 향후 행보를 가름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이후 전망과 한·라오스 관계

 

라오스 에너지광산부는 사고 이후 대책을 크게 구조(rescue)와 재이주(resettlement)의 2단계로 발표하였다. 아직까지 약 3천 명으로 추산되는 이재민이 고립된 환경에서 식량·식수·의복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추가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지 도로 사정이 기본적으로 열악한데다 이번 최대 피해지역인 사남사이까지 차량의 접근이 어려워 구호 물품 전달이 지연되고 있다.

 

라오스 보건부 장관(Health Minister)인 분콩 시하봉(Bounkong Syhavong)은 “피해 지역의 부상자 중 100명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외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치료 약품도 부족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또한 피해 지역에 뎅기열, 말라리아, 콜레라 등 전염병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라오스 당국은 응급 의료진과 2억 낍(kip) 상당의 의약품을 급파하고 4개의 의료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 병원과 연계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구호 과정은 현지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이번 사고로 집과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에게 새로운 숙소와 생계를 이어갈 터전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라고 당국자는 밝혔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도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라오스 정부의 열악한 재정으로 사고 복구 및 이재민 지원을 위한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남노이-세피아 댐이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음을 현지 기사에 자주 인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 발생 이후의 후속 조치는 향후 한국-라오스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 건설은 즉각적으로 천만 달러를 기부하고, 한국 정부 역시 의료진과 구호품을 현지에 보내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이러한 한국의 노력에 대한 조명은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 태국, 싱가포르 구조대의 활약상과 물품 지원에 대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베트남의 20만 달러 지원과 태국 정부의 10만 바트 지원에 대해서는 신속한 보도가 이루어진 바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2018년 7월 30일 현재(사건 발생 1주일)까지 건설참여 컨소시엄이 아무런 공식적 발표가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관련 한국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사건의 원인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책임 소재가 밝혀지고 현지법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사안이기에 선제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라오스 내 한국인과 한국 기업에 대해서 비교적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한국 참여 기업과 범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과 구호활동에 대한 지원을 통해 양국 관계의 전화위복의 기회를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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