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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 라카인 주 경제개발 프로젝트 - 한·미얀마 수산협력을 중심으로

미얀마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2018/08/21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 그곳은 잠재적인 갈등지역에 지나지 않았다. 2017년 8월, 라카인 주 북부 지역의 미얀마 국경초소 습격사건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 사건 이후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자 족 무장세력(ARSA)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자 족을 둘러싼 인종문제와 종교적인 국내 갈등이 국제적인 이슈로 점화됐다. 미얀마 정부의 진압이 거듭되면서, 이 지역에 거주하던 로힝자 족이 대거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지역에 설치된 난민 캠프에는 현재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내에 거주하는 220만 로힝자 족의 30% 가량이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셈이다.

 

불편한 역사와 소수민족의 비극 ‘로힝자’

 

이 사태 이후, 미얀마 정부는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을 포함한 국내외 저명인사를 중심으로 특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여러 가지 개선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난민의 송환과 재정착을 적극 지원하고, 지역 경제 개발사업 추진 등 라카인 주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게 미얀마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미얀마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아웅산 수끼 위원장도 거듭 로힝자 족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얀마 정부의 사태 수습 노력은 미온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난민 자격 부여문제와 송환 숫자, 안전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방글라데시 정부와 국제기구 등과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송환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난민 캠프에 수용되어 있는 로힝자 족의 생활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로힝자 족 난민 송환업무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얀마 정부 내의 정치적인 역학 구도와 국민정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얀마는 2016년에 50년에 걸친 군부통치가 공식적으로 종식되었으나 아직 군사정부의 유산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치적인 측면에서 군부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아웅산 수끼의 입지도 넓은 편이 아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 대부분이 불교도로 이뤄진 미얀마에서 로힝자 족은 회교도인 동시에 영국 침입과 식민지 독립 전쟁과정에서 영국 편에 가담했다는 아픈 과거를 갖고 있어 국민 정서도 유리한 편이 아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1982년에 제정된 미얀마 시민법에서 로힝자 족은 미얀마 국민이 아닌 것으로 규정됐다.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뱅골인이라는 것이 미얀마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미얀마 입장에서는 군부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고, 강제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추방된 로힝 자 족의 송환에 적극 나설 이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변방 라카인 주 지역경제 활성화 시급

 

미얀마는 연방정부로, 행정 구역은 지역(District)과 주(State)가 각각 7개로 모두 14개의 큰 행정구역으로 나뉜다. 지역과 주의 차이는 대체로 간단하다. 지역에는 주로 버마족이 많이 거주하고, 버마족 이외의 소수민족이 집단적으로 사는 곳이 각각 주로 편제되어 있는 실정이다. 로힝자 족 문제가 불거진 라카인 주는 미얀마 서북부 지역의 방글라데시와 중국·태국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로힝자 족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것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방글라데시가 분리·독립하기 이전에 인도에서 대량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미얀마의 경우, 상업도시인 양곤을 제외하고는 지역이나 주를 불문하고, 사회적 환경이나 지역 발전 정도가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2013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 해제 이후 외국인 투자 등이 급증한 덕에 대도시 지역이나 일부 특별경제지구(SEZ)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라카인 주와 같은 변방 도시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 개발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특히 로힝자 족이 주로 거주하는 라카인 주의 주도인 시트웨의 경우 인구 30만 명이 살고 있으나 4층 이상 건물은 호텔 1개소에 지나지 않는다. 이 도시에는 엘리베이터가 1기도 없는 실정이다. 수리할 인력이 없으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건물이 없다는 것이 현지에 진출한 한 기업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실상을 반영하듯 라카인 주의 1인당 연간 소득은 400~600 달러로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낮다.

 

분쟁지역이자 절대빈곤 지역인 라카인 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로힝자 족 문제가 본격 불거지기 이전인 2016년 5월 30 아웅산 수끼를 위원장으로 하는 라카인 주 평화와 안전,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역 경제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위원회 출범 이후 가진 회의에서 아웅산 수끼는 국정의 최고 우선순위를 라카인 주 지역발전에 쏟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면서 농업부문 발전을 포함한 142개 개발 아젠다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사태 이후에는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도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얀마가 회원국으로 있는 아세안의 경우, 라카인 주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의 하나로 시범 정착촌 개념인 가칭, 「One Village, One Product」라는 아세안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얀마 양국의 수산 협력 사업 추진

 

현재 라카인 주가 안고 있는 최대 과제는 빈곤탈출과 송환되는 로힝자 족에 대한 재정착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구호기구 등은 농업이 전체 산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이 지역의 경제회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꺼내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지역 개발사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힝자 족 재정착 문제 또한 국적증명카드 발급 절차 등이 지연되면서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미얀마 정부는 이 카드가 발급되면 로힝자 족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주택 건설과 직업훈련, 교육 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송환 절차가 늦어지면서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 가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제구호기구 등은 송환되는 로힝자 족 정착촌 건설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곳에 거주하는 기존 버마인 등과의 갈등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로힝자 족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북방경제 협력 위원회를 만든데 이어 최근 신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신북방과 신남방을 우리나라 외교와 경제의 글로벌 핵심지역으로 삼고 있다. 지난 7월 동남아 순방에서도 문제인 대통령은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오랜 경제 파트너라고 평가한 뒤, 앞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견고한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정책을 효과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조만간 신남방정책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세부적인 경제 협력 로드맵을 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정부에서 만드는 신남방정책의 개별 국가 협력사업으로 미얀마 라카인 주 지역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라카인 주는 넓은 지역에 걸쳐 뱅골 만을 끼고 있어 수산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전통적으로 새우양식장과 어선어업이 발달한 곳이다. 특히 라카인 주와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 지역으로 이어지는 연안 삼각주 지역에는 제방을 쌓아 새우를 기르는 이른바, 축제식 새우양식장이 발달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 블랙타이거 새우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문제는 이 양식장들이 2008년 발생한 태풍 나르기스 영향으로 피해를 입어 방치된 상태에서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라카인 족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한국과 미얀마 양국이 대규모 새우 양식장 건설 등 수산부문의 협력을 국가 협력 아젠다로 삼을 경우, 이 지역 경제 회복과 로힝자 족 조기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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