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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 여당에게 심심치 않게 부는 역풍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HK연구교수 2018/08/22

별 성과 없이 지난 민간정부의 절반 임기

 

2018년 새해 벽두에 미얀마 최대 민영주간지인 The Myanmar Times에는 2018년 아웅산수찌(Aung San Suu Kyi) 국가 고문이 이끄는 여당의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아웅산수찌에게 모든 권한과 결정이 집중됨에 따라 업무 추진의 비효율성, 험난한 개헌 과정, 여카잉주(Rakhine State) 문제, 군부에 대한 민간 통제, 민주체제로의 발전과 인권 강화 등이 주요 해결 과제이다. 나아가 여카잉주 폭력사태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추락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는 연기되거나 철수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정치의 불안은 해외원조의 잠정 중단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동력을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정치 리스크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 상황은 장기화 조짐을 넘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이반 조짐까지 이어진다. 현재에는 소수종족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부에 대한 실망도는 급상승 할 것이다. 가까이는 오는 11월 보궐선거(12석: 상원 1, 하원 4, 지방 7)에서 제한적이나마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웅산수찌에게 집중된 권력과 권한

 

한 현지 분석가에 따르면 아웅산수찌는 그의 측근을 신뢰하지 않거나 역량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참모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모든 권력과 권한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세기 이상 군부가 집권했기 때문에 관료사회뿐만 아니라 국가 내 모든 조직사회에는 명령체계가 보편적이고, 현재 여당 국민민주주의연합(NLD) 당직자, 국회의원, 여당 출신 고위 관료들도 모두 상명하복의 군사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관료의 대부분이 군부 출신이거나 군부정권부터 근무한 자들이기 때문에 NLD 정부에 협조하는 자세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업무의 전문성도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은 민간정부의 주요 국정현안을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 문제정전협상인 '21세기 삥롱회담' 의장, 미얀마 정부가 여카잉주 문제(Rakhine matter)로 정의하는 로힝자족(Rohingya) 재송환, 정착, 인도적 지원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UEHRD의 대표, 외교부장관까지 맡고 있다. 6월에 개최된 NLD 전당대회에서 재차 대표로 선출되는 등 그는 정부와 여당에서 절대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았을 때 그가 업무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행태가 과거 군사정부 지도자들을 닮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권에 대한 비난이나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함구하거나 미얀마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간을 지체했던 군부의 전략을 아웅산수찌도 답습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유엔총회에 참석하여 로힝자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으나 상황이 진전되지 않자 2017년 총회에는 불참했다. 최근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도 자신이 참석하는 대신 2017년 11월에 신설된 국제협력부 쪼띤(Kyaw Tin) 장관이 참석했다. 국제협력부는 외교부와 정치 및 경제분야 협력을 위해 신설되었으나 실제로는 외교부의 보조기능을 하는 부서로서, 국제사회가 비난하고 있는 미얀마 국내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아웅산수찌가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는 더욱 축소될 것이다. 아웅산수찌에게 있어서 국제협력부는 든든한 방패막이다. 군부정권 당시 정부는 국영언론을 통해 외국을 신제국주의자로 매도했듯이 아웅산수찌는 여카잉주 사태와 관련한 세계 언론을 향해 “가짜 뉴스,”, “잘못된 정보의 일부,”라는 믿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민간정부는 군부정권 당시 자취를 감추었던 아웅산 장군을 소환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미얀마 정치문화 속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되는 ‘아나데’(Anarde) 문화의 일종이다. 아나데는 ‘겸양, 겸손’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정치와 결합하면서 현상을 왜곡하거나 호도함으로써 상급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거나 심지어 기분을 좋게 하려는 전략적 획책이 되었다. 군부정권 당시 왜곡된 통계들이 그 대표적 사례였다. 현재 민간정부의 구성원들도 아웅산수찌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전시하는 차원에서 전국에 새롭게 조성되는 건물에 아웅산 장군의 이름을 명명하거나 동상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해 소수종족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2017년 몽주(Mon State)에서 신축된 교량을 주민의 동의 없이 '아웅산교(橋)'로 명명한 뒤 NLD는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 아웅산수찌의 생일 하루 전인 6월 18일, 만달레(Mandalay)에 최대 규모의 아웅산 장군의 동상이 제막되었으나 이에 대한 주민의 찬반양론이 갈린 가운데, 7월에는 까친주(Kachin State) 주도 밋찌나(Myitkyina)와 꺼잉니주(Kayinni) 주도 롸이꼬(Loikaw)에서 아웅산 장군의 동상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곧 아웅산 장군의 도안이 포함된 신권 화폐가 부활을 예고했다. 영국 식민지를 극복하여 미얀마의 독립을 가져왔고, 버마족 중심의 민족주의자들에게는 ‘기억의 정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21세기에도 아웅산 장군의 영향력이 유효할 것인지는 다시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요원한 국민통합과 군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 21세기 삥롱회담과 로힝자족 문제

 

2011년 떼잉쎄인(Thein Sein) 정부부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낙점된 국민화해와 국민통합은 민간정부에 들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1일부터 6일 간 제 3차 '21세기 삥롱회담'이 개최되었고, 여기에서 총 14개(정치 4, 경제 1, 사회 7, 토지 및 환경 2)의 기본 원칙을 채택했다(연방협정 Ⅱ부, 연방협정 Ⅰ부에 포함된 37개 기본 원칙은 2017년 채택됨).

 

그러나 11개 원칙 가운데 10개는 2008년 헌법에 위헌이 된다는 군부의 주장으로 인해  향후 기본 원칙은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정치분야 기본 원칙 가운데 성평등 항목에서 “민주주의와 연방(Federal)체제의 수립”에서 군부는 현재 국가구조인 연방제(Union)를 고수하는 입장이므로 정부와 소수종족이 추진하는 자치연방제(Federal union)라는 문구는 채택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조세와 관련하여 기본 원칙에서는 모든 지역 주민은 평등한 조세권을 가진다고 명시하나 헌법에 조세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상호 충돌한다는 것이 군부의 주장이다.

 

이해당사자로서 군부는 소수종족 대표단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7월 12일 민아웅흘라잉(Min Aung Hlaing) 군총사령관은 회담 개최연설에서 소수종족 무장단체와 정당들도 모든 미얀마 국민의 대표단이 아니라며 이들 행동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런 주장은 비단 군부의 입이 아니라 과거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에서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군부 지도자가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정부를 고려하지 않은 독자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사실에서 정전협정에서 정부의 지분은 군부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카잉주 사태, 즉 로힝자족 문제와 관련하여 군부는 반사이익을 누린다. 아웅산수찌의 지시로 지난 5월 말 신설된 국가진상조사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에 외국인 포함여부를 두고 정부와 군부 간 갈등이 불거져 군부의 쿠데타가 유력했다는 오보가 나기도 했다. 정부는 로힝자족에 대해 군부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들의 송환과 재정착, 종교 갈등에 따른 폭력사태의 재발 방지를 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군부는 그들이 집권할 당시 소수종족 무장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식량, 자금, 정보획득, 반군 모집 봉쇄 등 4대 근절 전략을 부활시켜 로힝자족을 대상으로 이들의 마을을 불태우고, 약탈하며, 살해함으로써 이들을 완전히 말살하려는 전략을 시행 중에 있다. 군부 행위는 이들이 불법 이주민으로 지역사회 질서를 파괴한다는 명확한 입장에 근거한다.

 

정부 또한 군부의 로힝자족에 대한 시각과 동일하지만 해결책이 모호하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군부가 아닌 정부, 엄격히 말하면 아웅산수찌에게 집중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군부를 이용하여 로힝자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통제하거나 중지할 권한이 없으며, 군부와 달리 로힝자족을 시민으로 수용하면 군부와 여론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 뻔하다.

 

현재 상황에서 로힝자족 문제는 국제문제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은 내정 간섭이라는 여론으로 발전했다. 쉐망 전 하원의장도 ARF에서 논의된 로힝자족 문제를 두고 이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로힝자족 문제가 국민화해나 국민통합의 의제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에게는 국가의 미래에 주요한 의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수용하여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차츰 잊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로힝자족 문제는 아웅산수찌뿐만 아니라 이후의 어떤 정부라도 그 정부를 평가하는 국제적 기준이 될 것이 유력하며, 중장기적으로는 미얀마의 정치적 불안을 좌우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경제와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의 부족


민간정부가 출범할 당시 국민들은 아웅산수찌가 초자연적인 존재로서 당면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높았다. 그 가운데 전기, 도로, 교통, 통신 등 생활에 필요한 사회 인프라 구축을 포함하여 삶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아웅산수찌는 이전 정부의 경제발전계획을 무효화한 뒤 그 대안으로 '국민화해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발표했으나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필자와 만난 현지의 한 전문가는 경제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부족을 지적했는데, 예를 들어 경제학자 아웅뚠텟(Aung Tun Thet) 박사의 경우 로힝자족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에 포함되어 있고, 떼잉쎄인 정부의 대통령 경제선임 자문관이었던 고령의 우 민(U Myint) 박사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주기적으로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올드보이’(Old boy)는 이전 정부에도, 그리고 현재 정부에도 그들의 자리를 보장받는다. 또한 그는 미얀마 경제의 경우 “어차피 발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환경도 보호하고 천천히 해 보겠다. 5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했고, 회사법 또한 개정하여 법인 설립을 간소화하고 외국기업도 국내 사업을 용이하게 했다. 그러나 미얀마 투자청(DICA) 통계에 따르면 2016년(4월-12월)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은 전년도보다 28% 감소한 35억 달러(승인 기준)에 그쳤다. 현지 통화인 짯(kyat)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8월 현재 미국 1달러 당 1,500짯에 근접했다.

 

지난 2월 12일 정부가 발표한 '미얀마 지속가능한 발전계획'(Myanmar Sustainable Development Plan)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평화와 안정'을 중심으로 한 정치 분야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번영과 협력'이라는 의제로 고용 창출과 민간주도의 성장을 추진한다. 세 번째 의제로서 '사람과 지구'는 인간과 환경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지향한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집권한지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여당의 점수는 낙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입장에서 NLD와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을 제외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믿고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처량해 보인다.

 

미얀마 대통령실, 국가 고문실, 사회관계망 등에서 아웅산수찌의 생일을 축하하는 실시간 방송을 중계하고 아웅산수찌가 매우 흡족해 하는 그 시간에 몽주에는 4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2008년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로 14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사망하는 동안 군부는 새로운 수도 네삐도(Nay Pyi Taw)에서 골프를 즐겼다는 후문이 묘하게 겹쳐진다. NLD 정부는 '국민과 함께'(Pyi-Thu-Hnin-Atu)라는 구호로 국민이 우선인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천명했다. 매년 반복되는 대홍수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사망자의 몇 갑절이나 되는 수재민이 발생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과거 군부정권 시절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인다. 군부 통치의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회의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의 항변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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