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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캄보디아 2018 총선 분석 훈센 권력의 공고화

캄보디아 이요한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연구원 2018/08/28

훈센이 걸어온 30년의 철권통치

 

7월 29일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나가지만, 캄보디아 현지에는 이전 선거 직후 보여줬던 흥분과 기대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시민들의 체념과 무기력감만이 흐르고 있다. 이번 총선에 들어가기 전 훈센 집권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기에 결과는 예견되어 있었다.

 

1986년 33세의 나이로 정권을 잡은 훈센은 32년째 권력을 유지해 왔으며, 이번 총선 결과로 향후 5년의 집권을 보장받아 현직 아시아 지도자로는 최대 장기집권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철옹성처럼 보이는 훈센의 권력도 두 번의 큰 도전을 받은 적이 있다. 첫 번째로 1993년 5월 UN의 중재 하에 내전을 종식시키고 역사적인 총선이 실시된 바 있는데, 당시 시하누크(Norodom Sihanouk) 왕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그 아들 라나리드(Norodom Ranariddh)가 이끄는 훈신펙(HUNCINPEC)당이 총 120개 의석 중 58개로 최대 의석을 차지하며 1당을 차지했고, 훈센이 이끄는 CPP(Cambodia People’s Party)은 51석을 차지해 2위에 그쳤다. 그러나 훈센 총리는 1당을 차지한 훈신펙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않고, 공동총리라는 사상 초유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라나리드와 함께 총리직을 공유했다. 1997년 친위쿠데타를 통해 라나리드 총리를 축출하고 이후 총선에서 CPP가 승리하면서 훈센 총리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었다.

 

두 번째 훈센의 권력에 대한 도전은 2013년 총선이었다. 훈센 정부의 각료였다가 CNRP(Cambodian National Rescue Party)를 이끌게 된 삼렝시(Sam Rainsy)는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훈센의 장기집권으로 인한 부패에 염증을 느끼던 캄보디아 국민들 특히 젊은 층과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야당인 CNRP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당시 선거 결과 123석 중 CPP가 68석을 차지하며 1당을 유지하였고, CNRP는 55석을 차지하여 정권교체에는 실패하다. 그러나 여당 주도의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고, 유효득표율은 야당이 앞서는 등 그동안 절대 권력을 유지해왔던 훈센 정부에는 최대의 위협이 되었다.

 

2018년 총선의 배경과 결과 –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 2018년 캄보디아 총선에 대해 혹자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난 선거(it was over before it began),”라고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총선 직후부터 훈센 총리는 2018년 총선 승리를 위한 야당 탄압을 시작하며 2018년 총선을 장악하기 위해 애써왔다. 2013년 총선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CNRP 지도자 삼랭시를 비방죄로 고소하여 2015년 의원직을 박탈하였다. 삼랭시는 2016년 캄보디아를 떠나 현재까지 해외에 체류하면서 사실상 야당을 이끌 영향력을 상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CNRP의 의석수가 크게 늘어나고 득표율 또한 44%로 과반에 육박하는 실질적 승리를 거두었다.

 

2017년 지방선거는 2018년 총선의 가늠자였기에 사실상 패배를 맛본 훈센은 더욱 야당(CNRP)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CNRP 소속 국회의원(55명) 중 절반 이상이 망명에 가까운 해외체류를 하게 되었으며, 특히 2017년 9월 CNRP 당수인 켐 소카(Kem Sokha)를 반역혐의로  전격 체포하는  초강경 탄압을 실시하였다. 켐 소카의 체포 직후 무 소추아(Mu Sochua) 부대표도 안전을 이유로 출국하면서 야당 지도부는 사실상 와해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이 2017년 11월 16일 CNRP를 정당법 위반으로 강제해산을 결정함으로써 야당을 공중분해 시켰다. 또한 CNRP 소속 정치인 118명에 대한 정치활동도 5년간 금지시킴으로써 2018년 7월 총선출마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실질적 야당이 없는 상황에서 실시한 2018년 2월에 실시된 상원 선거(Senate Election)에서 CPP가 58석 전석을 휩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훈센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을 비판해온 VOA(Voice of America)와 RFA(Radio Free Asia), 영자신문인 캄보디아(Cambodia Daily) 등 15개의 언론사에 대한 추방을 명령하고 일부 반정부 언론인을 구금하였다. 반면 훈센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Nice TV’를 개국하는 등 캄보디아 정부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내도록 언론을 장악하였다. 이후 사실상 캄보디아 내 언론에서는 훈센의 주장과 의견만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이번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현지 언론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외에 체류한 야당(CNRP) 의원들의 투표 참여 거부에 대한 캠페인이 있었으나 현지 당국자의 투표 불참자에 대한 벌금과 징계 등의  으름장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


캄보디아 국가선거위원회(National Election Committee 이하 NEC)는 8월 15일 집권당인 CPP가 125석 중 125 전 의석을 차지했다는 총선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캄보디아 왕립정부 시절인 1962년과 1966년 선거에서 당시 여당이 전(全) 의석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UN의 중재 하에 실시된 1993년 총선 이후로 특정정당이 전 의석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의 참여정당은 공식 발표 전 3일간 선거 결과에 대한 이견을 NEC에 제기할 수 있었으나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NEC의 발표에 따르면 최종 투표율은 83.2%였으며 유효 표수는 636만 2,241표, 무효표는 59만 4,659표이다. CPP는 488만 9,113표로 총 유효표의 77.36%를 득표하였다. 선거에 참여한 FUNCINPEC이 37만 4,510표, 민주당(Democratic Party)이 30만 9,364표, 크메르의지당(Khmer Will Party)당이 21만 2,869표로 3개 야당의 합산 득표수는 100만 표도 넘지 않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NEC의 발표 이후 훈센은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CPP의 정당한 지도력에 대한 믿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며 “캄보디아 국민들은 평화, 발전, 민주화를 선택한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집권 정당인 CPP도 유권자들이 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며 승리를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CPP는 또한 해외 미디어와 기관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불공정 선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또한 이러한 비난은 “7백만 유권자의 선택을 모욕하는 것이며 캄보디아의 민주적 발전과 평화를 무시하는 처사,” 라고 서방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총선 이후 캄보디아 정국

 

1993년 라나리드와 공동정부 때부터 견지해 온 ‘일방주의’와 ‘철권통치’는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집권당인 CPP는 전 의석을 차지한 이번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는 여전히 복수 정당체제를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CPP 대변인 Yara는 “이번 총선 결과는 민의를 반영한 결과이지 CPP는 결코 1당 체제를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CPP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1당 체제로 운영될 것은 분명하고 훈센은 의회의 견제가 없는 사실상 제왕적 권력을 갖게 되었다. 훈센은 이번 총선에 참여한 야당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대화를 나누고, 일부 반정부 언론인은 석방하는 등 대외적으로 유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점한 의석 중 일부를 야당에게 나눌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일축하였다. 망명 중인 삼랭시는 현재 투옥 중인 소카(Sokha) 전 구국당 대표의 석방을 요청하였다. 삼랭시는 선거 발표 직후 현 정부가 기대한 대로 전 의석을 장악한 만큼 소카 전 대표의 구금은 불필요하며, 훈센 정권의 정당성에도 흠집을 가하는 일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캄보디아 법무부는 이러한 삼랭시의 요청을 즉각 거부하였으며, CPP 대변인 또한 관련 답변을 거부하였다.

 

훈센은 2018년 총선 승리로 외형적인 면에서는 완벽한 권력을 얻게 되었고 당분간 견제세력도 없게 되었지만, 향후 행보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훈센 정부와 여당은 정치개혁과 인적자본 확충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캄보디아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지속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030년까지 고중위소득(high-middle income) 국가 그리고 2050년까지 고소득(high income country) 국가에 이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훈센을 비롯한 주요 각료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부패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또한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풀뿌리민주당(the Grassroots Democratic Party, GDP)의 Yang Sang Koma 대표는 이번 국회가 일당체제로 넘어가게 된 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국회는 더 이상 복수정당 민주주의가 아니다,” 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훈센 권력의 독재화에 대한 국내적 반대와 반발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없지만 훈센의 도전은 대외적인 부분에서 맞이할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러시아·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캄보디아 총선 결과를 지지한다고 발표하였으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정부와 국제사회는 이번 총선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호주 외무장관 Julie Bishop은 “캄보디아 25년 민주화의 역행,” 이라고 비난하였다. 캐나다와 EU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공정한 경쟁과 절차가 부족하다,” 라고 발표하며 선거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도 “캄보디아 인권의 후퇴,” 이며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neither free nor fair),”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훼손’ 이란 이유로 지난 2017년 9월부터 캄보디아 정부인사에 대한 비자발급을 중단해왔다. 그동안 캄보디아 선거 감시를 위해 때마다 참여해왔던 서방 NGO들은 이번 총선에 감시단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아예 선거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방 언론 Diplomat은 “캄보디아는 이번 선거로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을 쳤다,” 라며 심지어 “가짜 선거(sham election),”로 혹평하였다.

 

서방 국가와 언론의 총선 결과에 대한 비난과 압박은 가뜩이나 친중화된 캄보디아의 외교정책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훈센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해왔으며 심지어 주캄보디아 중국대사는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인 CPP의 집회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훈센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국 지도자의 자신과 CPP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언급하였다. 중국은 지난 7월 29일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왕이(Wang Yi) 외교부장이 캄보디아 Prak Sokhonn 외교장관에게 “중국은 캄보디아의 주권, 독립, 안정을 지지하며 캄보디아의 내정을 간섭하려는 모든 외세에 반대한다,”며 훈센에게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게다가 공식적인 선거결과 발표 직후 시진핑 주석이 훈센의 승리를 축하하는 친서를 보내는 등 서방 국가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번 총선 이후 첫 국회는 2018년 9월 5일에 개최되며, 새로운 각료는 9월 7일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새롭고 파격적인 인사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회 내 1당 체제자체가 반드시 실패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싱가포르의 경우 1980년대 집권당이 전 의석을 차지한 바 있지만 철저한 부패척결로 인해 금융·무역 부문의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부국이 되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 유사한 수준의 개혁과 반부패 정책을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제 캄보디아의 사회경제적 발전은 현재 권력을 독점한 훈센 정부와 여당에게 모든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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