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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18년 브라질 대선 향방은? 무주공산(無主空山)

브라질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 지역원 연구교수 2018/09/04

브라질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브라질 대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후보등록 마감으로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이, 지난 8월 16일 현지의 반지(BAND) 방송국 토론회 개최를 필두로 각 언론사마다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검증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대 방송사인 글로부(Globo)는 뉴스 채널을 통해 후보자들의 하루 일정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느끼는 대선은 아직 먼 이야기인 듯하다. 아직 길거리 신문, TV와 기타 매체를 통한 캠페인은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장 스케치는 이번으로 마감하겠지만, 브라질 대선을 시리즈로 다뤄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시작한다. 올해 브라질 선거는 유력한 후보가 없다는(?) 측면에서 민주화 이후 브라질 정치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브라질은 땅끄레두 네비스(Tangredo Neves),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페르낭두 엥히끼 까르도주(Fernando Henrique Cardoso), 지우마 호세피(Dilma Rousseff)라고 하는 유력후보들을 중심으로 대선 정국이 전개되었다. 이번 대선은 2017년에 룰라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제소를 부정하면서 출발한 카라반에서 시작되었는데, 유력 후보가 부재한 지금의 상황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필자는 지난 8월 14일 브라질에 도착했는데, 다음 날인 8월 15일이 대통령을 비롯한 주지사와 시장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다. 대통령에는 13명, 상파울루 주지사에는 12명, 히우지자네이루 주지사에는 11명이 각각 입후보했다. 이와 반대로 노동자당(PT)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뻬르남부꾸 주의 경우 후보가 6명으로 절반 정도이다. 물론 후보 중에는 개인적인 사정, 정당의 전략적 선택과 후보의 선거 전략 등의 다양한 정치적 이유로 완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많은 후보들이 등장해서 제3자 입장에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대통령 선거에 많은 후보자가 등록했다는 것은 대선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부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까지의 대선 과정에서 승리자는 노동자당의 룰라(Luiz Inácio Lula da Silva) 전 대통령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앞서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여론 조사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부패 혐의가 밝혀지면서 시작된 정치적인 싸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룰라 전 대통령이 선거정국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를 몇 가지 상황을 통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첫째, 아직까지 어떤 후보도 선거 아젠다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의 아젠다가 부정부패로 정해지는 것 같다. 따라서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정치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하는 룰라 전대통령이 브라질 언론과 대통령 선거 과정을 자연스럽게 장악하고 있다. 브라질의 법 체계를 잘 활용한 이러한 룰라의 전략은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후보들의 인식 여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명확한 아젠다는 부정부패 척결이다. 결국 룰라 전 대통령이 8월 22일 선거재판소(TSE)에서 후보자격을 최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선거 전략으로써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약 30% 정도로 평가되는 지지율이다. 후보 등록 이후 대선주자 대부분이 룰라 전 대통령의 단단한 지지층이 있는 북동부로 몰려간 것도 노동자당의 지지층을 흔들기 위한 것이다. 30%를 제외한 나머지 유권자들을 만나 보면 노동자당과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반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그럼 대안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마리나 시우바(Marina Silva), 제라우두 아우크민(Geraldo Alckmin)과 시루 고메스(Ciro Gomes) 등을 거론하지만 어느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경우에 유권자들은 관성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이든 2차 결선투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브라질이 마주하고 있는 경제위기, 부정부패, 정치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정치 지도자가 있는가도 문제이다. 그나마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기존의 정치 프레임 안에 있다. 아우크민 후보는 사회민주당원으로서 상파울루 주지사를 오랫동안 했지만 기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어려워 보인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언론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얻은 지지율이기 때문에 룰라 전 대통령이 후보자격을 잃게 되면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좌파진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넷째, 경제 상황이다. 2013년 시작된 경제위기 이후 비록 2017년에 1% 성장으로 회복이 예상되었으나, 국제 환경의 변화와 국내생산 저하로 기대 이하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위기와 부정부패 혐의로 지우마 호세피(Dilma Rousseff)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중도우파의 미세우 떼메르(Michel Temer) 대통령이 정권을 승계하였지만 경제 상황은 기대했던 것보다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채는 2018년 6월에 역사상 가장 높은 GDP 대비 77.2%를 기록했고, 국내총생산은 2017년에 1% 성장했으나 2018년 1/4분기에는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2017년 1/4분기에 역사상 가장 높은 13.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6월에 12.4%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경제위기가 노동자당의 실패가 아니라 대외 환경의 악화에 의한 것이고, 중도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장악하더라도 경제를 호전시킬 수 없다는 인식을 확대시키고 있다.

 

다섯 째,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사회적인 불안정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룰라 전 대통령을 회상하게 한다. 아마존 북부 빠까라이마(Pacaraima)에 베네수엘라인들이 무단침입해서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떼메르 정부가 군대를 급파했다. 국내 경기 악화로 실업이 증가하면서 내국인에 의한 범죄도 확대되고 있다. 늦은 오후에 각 방송사에서 범죄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모방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 정부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불안은 꼭 룰라 전 대통령에게만 유리하다고 할 수 없지만, 동시에 어느 누구도 싶게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종합해보면 올해 대선은 룰라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에서 회자되는 것처럼 정치는 생물인 관계로 진행되는 과정에 많은 변화들이 생길 수 있다. 부정부패 스캔들이 브라질 정치판을 흔든 경우는 페르난두 꼴로르 전 대통령 집권기와 같은데, 그 때보다도 지금이 브라질 정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민선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후 치러지는 선거지만 양상은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꼴로르 탄핵 이후에는 헤알플랜(Plano Real)을 통해 페르난두 엥히끼 까르도주 재무장관이 강력한 대선후보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브라질 정치의 부정부패의 상징이 되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이 주목받고 있다. 두 번의 탄핵 이후 진행되는 선거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준수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브라질의 민주주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994년 선거가 절차적 민주주의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었다면, 2018년 선거는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차별적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후보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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