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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발칸반도로의 NATO 동진, 트럼프 발언의 의미와 그 파장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8/09/28

트럼프의 NATO 성토장이 된 몬테네그로

 

현지 시간으로 2018년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Fox)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 안보와 공동방위 의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그는 만약 미국이 NATO 회원국으로서 몬테네그로(Montenegro/ Crna Gora) 방어에 참여할 경우 몬테네그로의 호전성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의 제3차 세계대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유사시 미군의 NATO 회원국 파견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이는 NATO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이를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모든 회원국들이 공동 방어 의무를 지닌다는 집단안보 원칙을 담은 ‘NATO 조약 5조’를 반대한 발언으로 미국 내 비판과 함께 국제 사회로부터 미국의 NATO 의무와 책임론을 불러일으켰다. 이 조항은 냉전시대 소련의 침공 가능성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등장한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과거 전략적 이해 지역(Interest Sphere) 이던 몬테네그로 등 동유럽 국가들을 위협하며 NATO 동진을 거부해왔다. 얼마 전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옹호해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몬테네그로를 빗대어 NATO 집단안보 조항까지 문제 삼음에 따라 러시아 측 논리를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대해 니컬러스 번스(Nicholas Burns, 1956, 재임 2005-2008) 전(前) 미 국무차관은 “이번 발언으로 미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뿌렸으며 푸틴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주었다,”라고 비판하였다. 얼마 전 타개한 존 매케인(John Makein, 1936-2018) 공화당 상원 의원 또한 “우리 동맹국인 몬테네그로를 공격하고 NATO 회원국 의무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가 언급한 호전성 발언에 대해 몬테네그로 또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벨기에 브뤼셀 NATO 정상 회의 사진 촬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두스코 마르코비치(Duško Marković, 1959, 재임 2016- ) 몬테네그로 총리를 거칠게 밀면서 앞으로 나온 사건으로 몬테네그로 정부는 쏟아지는 국내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몬테네그로는 이번엔 즉각적인 성명으로 응수했다. 스잔 다마로비치(Srđan Darmanović) 몬테네그로 외무장관은 최대 일간지인 <폴리티코 (Politiko)>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몬테네그로 군인들이 9.11테러 이후 최초 발동된 NATO 헌장 5조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을 도와 군사 작전을 수행했음을 상기시키며 양국 간 우정과 동맹이 계속 굳건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하였다. 더불어 그는 몬테네그로는 자국의 역사와 전통, 평화를 자랑스러워하고 발칸에서 안정된 국가로 트럼프가 강대국 입장에서만 몬테네그로를 바라보지 말고, 자유, 연대, 민주주의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달라며 일침을 가하였다.

 

NATO 동진과 국제사적 의미

 

몬테네그로가 자리한 발칸 유럽은 19세기 이래 러시아의 부동항(不凍港) 획득과 남진(南進)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이해 영역’ 이자 ‘완충 지대(Buffer Zone)’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 속에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 전환이 가속화되었고 발칸 유럽 국가들 또한 하나 둘 EU와 NATO 하로 편입되게 된다. 무엇보다도 냉전 시기 러시아 영향력 하에서 힘들어했던 동유럽 국가들에게 있어 NATO 가입은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한 최고의 보험이자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와 함께 진행된 EU 가입은 동유럽 각 국가들에게 서유럽 정치, 경제, 사회, 문화권 하로의 편입과 함께 이를 통한 미래 발전 희망 및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체제 전환으로 힘들어하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던 중요 동력이 되었다.

 

동유럽 국가들에게 NATO와 EU는 상호 연결된 동체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2002년 ‘유럽 안보와 방위 정책에 관한 NATO-EU 선언’과 이를 보다 구체화시킨 2003년 ‘베를린+협정(Berlin Plus Arrangement)’에 따라 NATO와 EU는 전략적 동반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1997년 12월 ‘어젠다 2000(Agenda 2000)’발표를 통해 EU의 동유럽 확장과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을 위한 청사진 (blueprint)이 제공되었으며, 이를 통한 21세기 EU 미래 발전을 위한 전략과 정책 등이 구상될 수 있었다. 그 결과 2004년 5월, 지중해 섬 국가인 몰타와 사이프러스와 함께 동유럽 국가들인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그리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모두 10개국이 가입하였다. 이후로 발칸 유럽으로의 EU 확장이 가속화되어 2007년 1월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2013년 7월엔 여러 우여 곡절을 이겨낸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하게 된다. 이를 전후로 동유럽 국가들의 NATO 가입 또한 추진되었는데, 1999년 NATO 창설 50주년을 맞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2004년 3월에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함께 발틱 3개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2009년 4월엔 크로아티아, 알바니아가 그리고 2016년 5월에는 러시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몬테네그로마저 NATO에 가입함으로써 모두 29개 회원국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관점으로 볼 때 NATO의 동진 정책은 소련 붕괴와 체제 전환에 따라 권력 공백이 된 동유럽으로의 자연스러운 영향력 확장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완결시키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행위로 해석된다. 하지만 NATO 동진 정책은 복잡한 민족과 종교, 문화적으로 얽혀있는 발칸반도에서 보다 큰 국제사적 의미로 다가왔다. NATO는 1999년 3월 발칸 유럽의 ‘코소보(Kosovo) 전쟁’ 참여를 계기로 그동안 기본 전략이었던 ‘방어 전략 개념’을 ‘공격 전략 개념’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것은 국제 사회 이익에 반하는 분쟁들에 있어 NATO가 UN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했다. 특히 유럽 안보와 방위 정책을 위한 NATO와 EU 간 선언이 단행된 2002년 5월 이후, NATO는 전통적 역내 작전 범위를 뛰어넘어 역외에서도 군사 작전 감행을 본격화하였다. 그 결과 NATO는 보스니아와 코소보 등 기존 유럽 지역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수단과 파키스탄 등 국제 분쟁이 발생하는 여러 지역들로의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중이다.

 

반면, 러시아 입장에서 보았을 때 NATO의 역외 활동 증대와 전략 개념 변화는 기존 서방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자국 이해 지역 안정을 담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러시아 내 이상적 협력주의자들의 입지를 급격히 축소시켜갔다. 특히,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러시아는 자신이 비토권을 가지고 있던 UN 안보리가 군사력 사용 결정권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NATO의 군사 행동을 막거나 중지시키지 못한 채 이를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했던 것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이것은 냉전 동안 미국과 소련 양 블록 간 침략과 전쟁을 억제시키고 조절해왔던 UN의 기능이 정지되었음을 의미했다. 코소보 전쟁의 여파는 러시아로 하여금 이상적 국제법 메커니즘에만 기초해선 자국 안보 보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확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체제 전환 이후 한동안 국내 정치와 경제 개혁에 초점을 맞추던 러시아는 1999년 코소보 전쟁 이후로 자국 안보 문제와 강한 러시아 부활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곧바로 슬라브 민족주의 대두와 함께 2000년 푸틴 대통령의 등장을 낳게 된다.

 

몬테네그로 NATO 가입의 전략적 이해

 

몬테네그로는 2017년 6월, 대내외적인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29번째 NATO 회원국이 되었다. NATO 규약에 따라 몬테네그로는 모든 기존 회원국들의 가입 동의를 받아야 했고, 2017년 3월 미국 상원으로부터도 97 대 2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그리고 이번에 몬테네그로 발언 문제를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 또한 동년 4월 이를 승인 서명하였다.

 

몬테네그로는 비록 작은 소국이지만 아드리아해 주요 해안을 지니고 있는 발칸반도의 전략 요충지라 할 수 있다. 몬테네그로와 역사 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 세르비아는 오늘날 전통적인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와 함께 EU 가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2006년 세르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한 몬테네그로는 특히 지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등 친(親)미국, 친(親)EU의 길을 고수해왔다. 과거 6번의 총리와 1번의 대통령 엮임 등 25년 장기 집권 이후에도 2018년 4월 대선에서 재집권(53.9% 득표)에 성공한 밀로 주카노비치(Milo Đukanović, 1962) 또한 친(親)EU, 반(反)러시아 성향을 분명하게 견지하는 중이다. 2017년 현재 약 65만 명의 인구를 지닌 몬테네그로는 군 병력 1,500명을 지니고 있으며 방위비로는 GDP의 1.58%를 지출하고 있다. NATO 가입 당시 몬테네그로는 2014년 NATO 정상 회담에서 2024년까지 GDP의 2%를 방위비를 늘릴 것을 규정한 NATO 의무 조항을 분명하게 지킬 것을 약속하였다. 2017년 기준으로 이 조항을 준수하는 회원국은 전체 29개국 중 미국을 비롯해 영국, 에스토니아, 그리스, 폴란드 등 5개국이다.

 

러시아는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이 발칸 국가들의 NATO 가입을 자극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공개적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것은 발칸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자국의 구상이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한 데서 기인한다. 실제 발칸반도 국가들 중 이미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알바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가 가입된 상황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은 주변 인접 국가들에게 일련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은 발칸반도로의 동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NATO의 의지 표명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함께 한 신(新)유고연방 당시, 1999년 코소보 전쟁에 따른 NATO 공습을 직접 감내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은 국제 사회의 큰 이슈가 됨은 물론 러시아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NATO와 러시아 간의 갈등이 고조되던 2015년 말 몬테네그로의 가입 논의가 본격화된 점을 고려해 볼 때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 배경에는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NATO의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숨겨져 있다 할 것이다.

 

트럼프 발언의 의미와 파장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NATO 헌장 제5조인 집단방위 원칙에 큰 불만을 지녀왔다. 그리고 몬테네그로는 그 성토장이 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의 언급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NATO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 던진 이번 발언이 회원국 국민을 비하함은 물론 러시아가 NATO 회원국인 몬테네그로를 침공해도 미국이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발칸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아직 NATO 비(非)회원국인 발칸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NATO 가입을 준비 중이다. 우선 발칸 유럽의 대표적인 친(親)미 국가인 마케도니아 (1999년 Membership Action Plan 획득)는 몬테네그로 (2009년 Membership Action Plan 획득)보다 일찍 NATO 가입 절차를 서둘렀지만, 국명 등 역사 정체성 갈등으로 그리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가입이 지연되어 왔다. 하지만 EU 지원과 최근 양국 간 분위기 호전으로 올해 9월 30일 마케도니아는 ‘북마케도니아(Republic of North Macedonia)’란 국명 수용을 전제로 그리스와 화해하고 NATO와 EU 가입 추진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마케도니아 민족주의자들은 ‘마케도니아 (Republic of Macedonia)’란 완전한 국호 사용을 주장 중이며, 현재 여론은 결과 예측이 어려운 박빙이다. 더불어 2010년 Membership Action Plan을 획득한 보스니아의 경우, 현재 1국가 2체제라는 복잡성으로 인해 NATO 가입이 더딘 상태다. 보스니아 무슬림계와 가톨릭 크로아티아계가 연합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Federation of Bosnia and Herzegovina)’의 경우 약 90% 이상이 NATO 가입을 지지하지만, 정교도 세르비아계가 장악하고 있는 ‘스르프스카 공화국 (Republika Srpska)’의 경우 본토 세르비아와 러시아 간 관계를 의식해 약 30%만이 지지 의사를 표방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발칸 유럽에 있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가진 의미와 그 파장을 꼼꼼히 되짚어 보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번 몬테네그로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NATO 가입을 추진 중인 발칸반도 국가들의 선택에 일련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몬테네그로가 2016년 11월 실시한 총선 직전, NATO 가입을 지지하던 정부 전복과 총리 암살을 계획한 쿠데타 음모가 있었고, 그 배후로 러시아가 의심됨을 또한 상기해야 한다. 몬테네그로 학습 효과이다. 향후 미국과 NATO의 확실한 안보 약속과 지지 없이 NATO 가입이 추진될 경우 그 고통은 순전히 발칸 유럽 민족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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