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소비자 구성을 통해 본 브라질 소비시장
브라질 유승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2018/10/10
지난 2015~2016년 브라질 경제는 불황에 빠졌었다. 2년간 –3.8%, -3.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는 의견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서서히 마이너스 성장으로부터 탈출하는 등 경제 회복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경제가 성장세로 반등한 만큼 소비시장도 성장 동력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브라질의 소비자 인구통계와 유형별 소비자의 구매력과 소득, 소비행태 등을 통해 브라질 소비시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겸비한 거대 소비시장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의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브라질의 총 소비지출은 1조 2,604억 달러로 중남미 2위 멕시코(7,656억 달러)의 약 1.6배 규모이다. 게다가 지난해 1.0%, 2018년 1분기 1.2%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며 소비 시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불황을 겪은 2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온 소매판매는 지난해 2.0% 증가하며 반등했고, 올 상반기에는 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식음료(5.4%), 가전(3.5%), 의약/ 화장품(5.6%), 일용품(7.9%) 등이 선전했다.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에 따른 신용 확대가 최근 소매판매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의 소비자는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적극적인 소비성향을 띤다. 소비지출이 전체 GDP의 61.3% 수준인 데 비해 저축률은 8.6%에 그친다. 들어오는 돈은 바로바로 써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 식음료 등의 부담이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비생필품 소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이다. 브라질 소비자는 소비를 보람 있는 삶의 필수요소로 여기며, 생활수준 향상의 지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다수의 소비자들이 쇼핑을 취미로 여기고,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기 굉장히 좋은 수단으로 꼽는다.
이렇듯 규모와 성장 가능성, 그리고 남다른 적극적 소비성향을 갖춘 브라질 소비시장에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여전히 일부 불안요소가 브라질을 위협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전망된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최근 각국 기업들이 브라질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브라질의 어떤 소비자가 어떤 성향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워낙 넓은 시장이다 보니 이를 보다 세분화해야 효과적인 진출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가파른 증가세의 중산층
먼저, 사회계층별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사회계층은 중산층이다. 2017년 기준, 중산층에 해당되는 C계층은 전체 인구(15세 이상)의 약 13%에 해당하는 2,136만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10.4%나 증가했다. 중산층은 앞으로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2030년에는 2,457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산층 내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30대 젊은 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20~30대의 비중이 40%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중산층에서 유독 이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성향이 강한 젊은 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C계층의 소비시장 내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C계층의 성장으로 비생필품에 대한 재량지출이 늘어나고 특히 가구·가전 등 내구소비재, 교육, 관광 등이 주요 수혜 분야로 조명되는 가운데 신흥중산층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산층의 증가에는 저소득층에서 벗어나 새롭게 중산층에 편입된 신흥중산층의 영향이 크다. 신흥중산층의 경우 과거 자신이 속해있던 저소득층과의 차별성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을 나타낸다. 상향된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대우와 서비스를 선호하며, 본인의 경제력에 대한 만족감을 주는 소비를 중시한다. 흔히 안락함, 레저, 휴식 등은 고소득층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신흥중산층의 소비 비중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최저·최고 소득층에도 주목해야
증가율 면에서는 C계층이 가장 앞서고 있지만,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는 최저소득층인 E계층이 압도적이다. 브라질의 E계층 인구수는 6,5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D계층까지 합치면 저소득층 인구가 무려 약 1억 2천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각 개인별 구매력이 낮아 전략 고객층으로 삼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총 규모로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기·수도 공급 개선, 교육기회 증가, 휴대폰 보급 확대 등에 힘입어 BoP(Base of Pyramid: 소득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시장의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고, 2030년까지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약 59% 늘어나는 등 구매력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저가 생필품과 식음료, 주거, 의류·신발 등의 수요가 높은 가운데 가전제품을 비롯한 저가형 내구소비재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계층은 비공식 유통채널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닿기까지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반대로 가장 상위 사회계층인 A계층은 전체 인구의 8%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보면 미미할 수 있으나 절대 규모로는 1,414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을 초과하는 규모로 이 또한 거대 시장이다. 이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슷한 소비행태를 나타내며 브라질 소비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브라질로 수출되는 제품은 복잡한 세금체계 등으로 제품의 판매가가 수출가격에 비해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재 수출에 있어서는 고소득층 공략이 중요하다. 브라질 고소득층은 지난 2015~2016년의 경기 불황에도 활발한 소비를 지속해왔다. 일례로 브라질의 중·저가형 화장품 시장은 2015년 –1.6%, 2016년 2.4% 성장에 그친 반면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은 각각 14.4%, 7.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불경기에도 수입 인테리어 자재나 가정용 IoT 시스템이 겸비된 고급 아파트가 늘어났으며, 인테리어 전시회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소득층 관람객이 불황에도 기존 소비 행태를 유지해 가정용 스파를 비롯한 고급 인테리어가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고소득층의 소비는 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브라질 A계층은 2022년까지 5.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은 럭셔리·프리미엄 소비재 외에 교육, 통신, 교통 등 산업에 지출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대별 구매력은 35~49세, 규모는 젊은 층이 압도적
연령대별로는 30~40대가 가장 높은 소득을 자랑한다. 연령 구간별로 35~39세 인구의 평균 소득이 4만 846 헤알(약 1만895 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40~44세가 4만 630 헤알(약 1만837 달러)로 가까운 2위를 기록했다. 또한 연 소득이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최고소득층의 경우에는 40~44세가 19%, 45~49세가 1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부유한 중년층은 프리미엄 · 럭셔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나며 특히 가족 중심의 서비스업에 대한 지출이 높다.
한편 절대적인 인구 규모로는 39세 이하 젊은 층의 비중이 크다. 브라질은 고령화 속도가 느린 국가로, 소득과 소비에서 젊은 인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젊은 소비자의 개인별 소득은 중년층에 비해 낮지만, 인구수가 워낙 많아 총 구매력은 상당히 높다. 이들은 일명 ‘가성비’라 불리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고 통신, 의류·신발, 레저·레크리에이션 등의 분야에 대한 지출이 높다.
가구 형태도 다변화되는 추세
생활패턴이 변하며 가구 형태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추세이다. 전통적인 가구 형태인 ‘자녀가 있는 부부’는 전체 가구의 37.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2.5% 증가에 그쳐 가장 저조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자녀가 없는 부부’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으나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며 이를 추월했다. 2017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의 15.0%, 자녀가 없는 부부는 14.9%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의 13.1%에 그쳤는데, 5년간 24%나 증가했다. 자녀가 없는 부부와 한 부모 가족 또한 이보다는 낮지만, 각각 12.2%, 8.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가구 형태 다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니즈에 맞춰 자연스레 소형 가구·가전, 간편식, 애완동물 용품, 여가 용품 등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소비지출 측면에서도 자녀가 있는 부부와 1인 가구가 각각 절대 규모와 증가율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이 지난 2015년 경제위기 이후 19.2%나 늘어나며 빠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가장의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이 전체의 1/4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과 높은 증가율을 자랑한다. 한편 20대 가장은 꾸준한 감소세이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1인 가구, 한 부모 가족 등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 가장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55:45의 비율로 남성 가장이 많지만, 점점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발전 정도와 구매력
브라질의 영토는 한반도의 약 39배에 달한다. 따라서 지역별로 굉장히 상이한 발전 정도와 특징을 지닌다. 먼저 가장 거대한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은 남동지방이다. 남동지방에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대도시 리우자네이루와 상파울루가 위치해있다. 브라질 전체 인구의 약 41%가 몰려있으며, 전체 GDP의 54.4%를 차지한다. 소비지출은 6,189억 달러로 1위이다.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브라질에서 활동 중인 대기업이 대부분 남동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석유 생산과 광산업에서도 브라질 내 선두이다. 남부지방과 더불어 브라질에서 가장 발달된 지역이라 할 수 있으며, 동양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GDP가 높은 지역은 남부지방이다. 기계, 자동차, 섬유, 관광, 에너지, IT, 농업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되어있다. 유럽 이민자가 많아 백인 비율이 높고 도시화율이 높다. 삶의 질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되며 남동 지방과 함께 브라질 경제와 산업을 이끌고 있다.
중서 지방에는 수도 브라질리아가 위치해 있다. 브라질리아에 고임금 일자리가 많아 중서 지방이 가장 높은 평균소득(약 2,663헤알)을 자랑한다. 특히 정부 부문 근로자 임금이 민간부문을 크게 웃돈다. 가구당 평균 소비지출도 2만2천 달러로 가장 높다. 다만, 브라질 전체 인구의 7.4%만이 중서 지방에 거주하는 등 인구 밀도가 낮아 전체 시장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곡물과 대두를 비롯한 농업, 그리고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며 남부·남동 지방에 비해 산업화가 덜 이루어져 있다.
헤시피 등의 대도시가 위치한 북동지방은 전반적으로 각종 경제·사회지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브라질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북부지방에 비해서는 발전되어있고 인구도 남동지방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어 2000년대부터 전국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등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관광업과 농업이 주요 산업인데, 향후 동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며 더욱 빠른 경제성장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북부지방은 발전도가 가장 낮다. 면적은 브라질 전체 영토의 45%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8.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면적이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덮여있으며 교통 인프라 발전도가 낮다. 때문에 북부지방 내 주요 대도시는 서로 거리가 먼 편이고, 나머지 브라질로부터 분리된 지역으로 인식된다. 경제 활동이 활발하지 않으나 이미 발전된 남부·남동지방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높은 편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브라질 시장
브라질은 높은 조세부담률과 만연한 관료주의, 복잡한 노무관리와 물류 등으로 상징되는 ‘브라질 코스트’라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만큼 시장 세분화와 고객 타겟팅, 진출지역 선정 등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큰 시장에서 얻어갈 수 있는 기회만큼 위험도 존재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경기가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터키발 악재의 영향으로 헤알화 절하가 심화되며 4헤알/달러 부근까지 환율이 상승하기도 했고, 지난 5월에는 트럭 운전사 파업으로 나라가 잠시 마비된 사건도 있었다. 올 10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가부채 해결과 연금개혁 성공 여부 등이 주요 이슈로 꼽힌다. 불황에서 벗어나며 그동안 억제 되었던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다양한 변수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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