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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19 태국 총선과 정국 전망

태국 김홍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2018/11/29

계속 연기된 총선…2019년 2월 예정


현재 태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총선 일정이다. 군정이 4년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아직 까지도 총선 시기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2018년 11월에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2018년 1월 국가입법 회의가 하원의원 선거법의 시행일을 90일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올해 내 총선 실시가 어렵게 되었으며 내년 2월로 연기되었다. 2014년 쿠데타 후 1년 내에 치르겠다고 약속한 총선은 공식적으로 4차례나 연기된 셈이다. 정부는 현재 내년 2월 24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하지만 법적으로는 5월까지도 늦출 수 있다. 예정대로 총선이 치러지면 6월경에는 새 정부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군부는 앞으로 총선에 쁘라윳 총리를 내세워 장기집권을 획책하려 한다. 현실적으로도 차기 총리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은 쁘라윳 총리이다. 지난 9월 국가개발행정대학원 (NIDA)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리 감으로 쁘라윳이 29.6%로 선두를 달렸다(쿤잉 17.57%, 타나턴 13.87%, 아피씻 10.77%).


총리 선출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특정 정당의 총리 후보가 돼 하원에서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다. 이 경우 총리 후보를 내는 정당은 하원 전체 의석수 500석 중 최소한 25석의 하원 의석(5%)을 확보해야 하며 각 정당은 3명의 총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총리는 과반수 득표로 당선 된다. 둘째, 500명의 하원에서 정당 추천 총리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상하 양원에서 원외 인사를 총리로 선출할 수 있는 데 250명의 상원의원(군부임명)과 하원의원 126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상하 양원의 과반수인 376표) 총리에 당선될 수 있다. 쁘라윳은 둘째 방법인 원외 총리를 통해서 재집권하려고 한다.


새 헌법은 완전한 문민통치가 복원되기까지 잠정적으로 5년 동안의 과도기를 인정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원 관련 조항이다. 상원은 모두 20개 직능단체로부터 200명을 간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과도기 동안에는 상원을 250명으로 정하되, 244명은 국가평화질서 유지위원회(NCPO)가 선발위원회를 통해서 임명하게 되는데, 이 중 194명은 직접 임명하고, 50명은 20개 직능 단체에서 간접 선출된 후보자군에서 선발하게 된다. 나머지 6명은 군 최고사령관과 육·해·공군사령관, 국방담당 사무차관, 경찰청장 등의 군부 지도부로 채워진다. 결국 상원은 모두 친 군부 인사들로 메꾸어지게 되는 것이니 (250석) 하원에서 최소 126석만 확보하면 과반수를 넘겨 쁘라윳을 원외총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 헌법은 실제로 민정이양 후에도 5년간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명문화하면서, 군부의 권력 유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원외총리 임명은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1991년 찻차이 춘화완 총리의 문민정권에 대한 쿠데타가 발생하고 치러진 1992년 총선 후 쿠데타를 주도한 육군사령관 쑤찐다 크라쁘라윤이 원외 임명총리가 되자 이른바 5월 민주화운동이 발생하고 쑤찐다는 총리의 직에서 물러난 전례가 있다.


원외총리 선출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쁘라윳 총리와 측근들은 수차례 여러 정당과 파벌 지도자들의 포섭에 나섰다. 그들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지역구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고, 정부 요직에 임명 해서 우호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군부, 연립정부 구성 목표


군부는 직접 신당인 팔랑쁘라차랏당(People's State Power Party)을 창당했다. 신당은 이른바 쌈밋(Sam Mit, Three Friends)그룹을 통해서 타이락타이당(Thai Rak Thai Party)과 그 후신인 프어타이당 (Phuea Thai Party)의 거점인 동북부 지역의 국회의원과 탁씬을 지지하는 원외 외곽단체인 레드셔츠 반독재 민주주의 연합전선 (UDD)회원을 빼내와 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쌈밋 그룹은 민주당 의원 빼돌리기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그룹은 과거 탁씬이 이끌던 타이락타이당의 창설 멤버인 현 경제 부총리 쏨킷 짜뚜씨피탁, 전직 장관 쏨싹 텝쑤틴과 쑤리야 쯩룽르엉낏이 주요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 뒤에서 진짜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인물은 2014년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의 맏형 격인 부총리 쁘라윗 웡쑤완이다. 얼마 전에 팔랑쁘라차랏당은 현 산업부장관인 웃따마 싸와나욘을 대표로 뽑고, 과학기술부장관을 부대표로, 상업부 장관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이들은 장관직을 보유한 채로 총선에 출마하기로 함으로써 심각한 선거 공정성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군사정권은 총선 후 전 총리 탁씬 친나왓과 잉락 친나왓이 지지하는 프어타이당을 배제하고, 팔랑쁘라차랏 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정부를 구성하려고 한다. 얼마 전 탁씬은 쌈밋그룹의 동북부 의원 빼돌리기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프어타이당이 220석 내지는 230석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어타이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제1당이 된 상태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는 군부 신당인 팔랑 쁘라차랏 당과 쁘라윳 지지를 선언한 다수 군소 정당 간의 연정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팔랑 쁘라차랏당의 연정 파트너로는 여러 정당들-루엄팔랑 쁘라차찻타이, 쁘라차촌빠띠룹, 찻타이찻타나, 찻팟타나, 품짜이타이-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적극적인 정당 중 하나는 쑤텝 트억쑤반이 지지하는 루엄팔랑쁘라차찻타 이당(Action Coalition for Thailand Party)이다. 쑤텝은 민주당 정권에서 부총리를 지내기도 했으나 2013년 말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소위 민주개혁위원회(PDRC)를 만들어서 임명 총리제를 주장하고 쿠데타를 지지한 극우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당은 민주당의 아성인 남부지역에서 민주당세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쑤텝은 남부 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의 쑤랏타니도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지난 9월 NIDA에서 실시한 정당 선호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어타이당 28.7%, 팔랑쁘라차랏당 20.6%, 쁘라차티 빳당(민주당) 19.5%, 아나콧마이당 15.5%, 쎄리루엄타 이당 4.1% 순이다. 다가올 총선에서 프어타이당이 하원의석 과반수를 획득할 가능성은 적다. 새로운 선거법 하에서는 1인 1표를 행사하고 (낙선자의)사표를 정당별로 재분배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는 다른 변형된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해 군소 정당에 유리하도록 함으로써 대정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전 선거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 각각 1표를 행사했으며 선거에서 진 후보들 표는 사표가 되었다.


이에 대처해 프어타이당은 비례대표 의원을 다수 확보하기 위해서 프어탐당, 프어찻당, 프어락싸찻당 등 자매정당을 만들었다. 자매정당을 창당한 목적은 이외에도 프어타이당 해산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 새 정당법은 비정당원의 정당 개입을 금지시키고, 이를 어긴 정당은 해산할 수 있도록 했다. 얼마 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탁씬의 프어타이당에 대한 개입설을 조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수의 프어타 이당 의원들이 지난 5월과 10월에 각각 싱가포르와 홍콩 에서 탁씬을 만난 적이 있었다. 지난 3월 일본에 있던 탁씬은 차기 총선에서 프어타이당이 대승을 거둘 것을 예상하고, 년 초에는 당을 배반하고 다른 당으로 간 인사들에 대해서 비난하고 그들의 낙선을 예상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모두 현행 정당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서 정당 해산에 대비하여 자매정당을 만들어 둔 것이다.


탁씬계 정당들은 이미 두 차례나 정당을 해산 당한 경험이 있다. 총선부정혐의로 2007년 5월 타이락타이당과 2008년 12월 팔랑쁘라차촌당이 해산됐다. 프어타이당은 과거의 악몽을 피하기 위해서 총리후보로 내세울 인물들을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기위해서 당 지도부에는 임명하지 않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프어타이당은 당대표로 위롯 빠오인을 선출했는데 그는 총리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강력한 총리 후보인 쑤다랏 께유라판은 정당해산에 책임을 지고 정치활동이 금지될 수 있는 당간부직을 피해 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런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도 새 정당법에는 하원의원 후보자는 적어도 선거 90일 전에는 정당원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90일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이 해산되면 다른 당으로 이적해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박탈된다.


프어타이당과 적대관계였던 민주당(Prachatipat, Democrats)은 군사통치의 제도화(원외총리와 임명직 상원제도 등)에 반대하면서 점차 군정과 거리를 두었었다. 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민주당은 위에서 언급한 쑤텝의 루엄팔랑쁘라차찻타이당의 도전을 받게 되었으며, 쌈밋 그룹의 의원 빼돌리기에도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민주당 사무총장은 프어타이당과의 연정도 배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결국 팔랑쁘라 차랏당이 중심이 되는 친군부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서 프어타이당과의 연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 민주당의 새 대표로는 아피씻 웻차치와가 선출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볼 정당 중 하나는 아나콧마이당 (Future Forward Party)이다. 이 당은 태국 제1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Thai Summit Group의 부회장이며  젊은 재벌 타나턴 쯩룽르엉낏(1978년생)이 창당한 진보 성향 정당이다. 그 참신한 이미지로 인해서 20~30대 유권자 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중이다. NIDA의 9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나콧마이당은 정당 선호도에서 4위이다. 총리 후보 호감도에 따르면 타나턴은 3위로 민주당의 아피씻 웻차치와를 앞서고 있다. 아나콧마이당은 반 군부, 반 팔랑쁘라차랏당의 기치를 확실히 하고 있다.


국왕의 정치개입..군부와 공생 관계


군부 신당인 팔랑쁘라차랏당과 쁘라윳 지지를 선언한 다수 군소 정당의 추천을 받아서 쁘라윳을 원외 총리로 추대하고 연정을 구성하려는 계획은 국왕의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다. 태국 정치에 있어서 절대적인 변수는 국왕이다. 근래 총선 연기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 한 가지 발생했었다. 국왕의 대관식 개최소식이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 6월 총선에 앞서서 대관식이 열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대관식이 총선일정의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같은 발언의 의미는 대관식이 열린 후에야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푸미폰 국왕이 2016년 10월 13일 사망한 후 12월 1일 와치라롱껀이 즉위했으나 그해 말로 예정된 대관식은 아직까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쁘라윳 총리의 언급대로 대관식이 총선 전에 열릴 것인지, 대관식을 빌미삼아 총선이 연기될 것인지도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태국 언론에서는 총리의 6월 발언 후에 지금까지 이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 22일 쿠데타 후 나타나는 중요한 정치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군부와 왕권 간의 호혜적 공생 관계였다. 왕권은 정당성 없는 군사정권에 대해 지지하는 대신에 취약한 왕권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와치라롱껀 (Maha Vajiralongkorn)국왕은 독자적인 왕권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푸미폰 전 국왕의 정치개입은 상황 적응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왕실 보전과 왕권강화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편으로 군부 쿠데타를 지지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화 운동 세력을 지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왕권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와치라롱껀 국왕이 지금은 군부와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다른 정치세력을 지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국왕과 탁씬과의 관계를 주시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탁씬은 총리직에 오르기 전부터 당시 왕세자였던 와치라 롱껀의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쿠데타로 탁씬이 물러난 후 2014년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와치라롱껀이 대체로 친탁씬 편에 섰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와치라롱껀 즉위 후 탁씬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것이 없는 가운데, 얼마 전 한 언론을 통해 탁씬이 와치라 롱껀 국왕에게 사면을 요구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탁씬이 지지하는 프어타이당이 (과반수에 못 미치는)제1당이 되고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 한다면 국왕은 하원에서 선출될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원에서 총리가 선출된다면 원외 총리를 목표로 하는 쁘라윳의 기회는 봉쇄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프어타이당이 제1당이 됐을 때 여타 정당들이 군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프어타이당을 중심으로 한 연정 맺기에 나설 가능성이 현재로는 크지 않다. 얼마 전 아피랏 콩쏨퐁 육군사령관은 선거후 정치혼란이 조성되면 쿠데타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경고함 으로써 프어타이당 중심의 연정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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