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현황 및 대응 방향

인도네시아 이지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8/12/06

가장 핫(Hot)한 불의 고리


최근 지진의 빈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지구촌 어느 곳도 이러한 재난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유독 화산 폭발과 지진이 집중되는 지역이 있다. 환태평양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국가들을 연결한 모양이 마치 불의 고리(혹은 말굽) 모양과 유사하다고 하여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불의 고리는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에서 시작하여 해양부 동남아 국가, 태평양의 여러 섬, 일본,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 미국의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멕시코, 라틴 아메리카의 서부 해안선까지를 포함하는 4만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지칭한다. 세계 지진의 90%와 거대 지진의 81%가 이곳에서 발생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 지역에서도 화산이 가장 활발한 지역에 속한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지각은 맨틀 위에 떠있는 14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불의 고리 지역에서는 태평양판(The Pacific Plate)이 외각의 다른 판과 접촉하면서 화산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세 개의 판-태평양판, 유라시아판,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접촉하는 섭입대(Subduction Zone)에 위치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화산폭발과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1815년 폭발한 땀보라(Tambora) 화산의 경우 인류가 기록한 화산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3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전 세계로 흩어진 화산재가 지구의 온도를 낮춰서 1816년은 여름이 없는 해(Year Without A Summer)가 되었다. 1883년에 폭발한 끄라까따우 (Krakatau) 화산은 인류 역사에 기록된 화산 중 폭발 소리가 가장 큰 화산으로서 4,653킬로미터 떨어진 로드리게스 섬(모리셔스 속령)에서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고, 화산재 기둥이 25킬로미터까지 치솟으며 이틀 동안 태양빛을 가렸다고 한다. 또한 이웃 국가인 호주 에서도 지진이 감지되었으며, 폭발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3만 6,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미권에서 소위 박싱 데이 쓰나미(Boxing Day Tsunami)라고 불리는 2004년 12월 26일에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 때도 인도네시아에서 최대 희생자가 발생했다. 쓰나미가 수마뜨라 섬의 북서쪽을 강타하면서 약 12만 명이 숨지거나 실종되었다. 당시 분리 독립을 요구하던 아쩨의 반군들은 결국 이 쓰나미로 인해 내전을 종식하고 분리 독립 대신 자치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중앙정부와 타협하였다. 이번 술라웨시 지진이 있기 전 가장 최근(2018년 8월 5일)에는 한국인들에게도 관광지로 잘 알려진 롬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460명 이상 사망했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으며, 16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술라웨시 중부를 강타한 강진과 쓰나미


인도네시아를 크게 구분하면, 가장 서쪽에 위치한 수마뜨라, 자까르따가 위치한 자바, 한국에 보르네오라고 알려진 깔리만딴, 군도 중앙에 위치한 술라웨시, 향신료로 유명한 말루꾸, 그리고 파푸아 뉴기니의 서쪽에 위치한 빠뿌아로 구성된다. 이번 쓰나마기 강타한 술라웨시는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섬으로써 영국보다 약 10% 정도 작다.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1천 5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서쪽은 깔리만딴, 동쪽은 말루꾸, 북쪽은 필리핀, 남쪽은 플로레스와 인접해 있다. 술라웨시는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으로 여러 개의 단층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섬은 6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슬람이 강한 인도네시아 서부 지역과 달리 상당수의 주민들이 기독교인들이다.


지난 9월 2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규모 7.5의 강진과 뒤따른 쓰나미로 인해 수천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재난이 발생했다. 술라웨시 섬의 미나하사 (Minahasa) 반도를 강타한 지진은 중부 술라웨시주의 주도인 빨루(Palu)시에서 약 7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이어진 쓰나미는 인구 33만 명의 빨루시와 인구 27만 5천 명의 동갈라(Donggala)군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엄청난 피해, 부족한 대처능력


7.5 규모(인도네시아 7.7 주장)의 본진이 오기 전에 여러 차례의 전진이 있었다. 본진이 오고 나서 쓰나미와 함께 수백 차례의 여진이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적십자의 정보에 따르면 빨루시 건물의 약 60%가 파괴되었고, 수천 개의 가옥, 호텔, 쇼핑몰 등이 붕괴되었다. 동갈라 지역은 다리와 도로가 붕괴되어서 쓰나미가 덮치고 사흘이 지나서야 구조대가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언론에 빨루지역의 피해만 보도되고 나서 구호물자 및 구조 활동이 빨루시로만 집중되자 동갈라 주민들은 강한 불만과 긴급한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빨루시의 남동쪽에 위치한 뻬또보(Petobo) 마을과 서쪽에 위치한 발라로아 (Balaroa)라는 마을은 토양 액상화와 산사태로 인해 마을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다. 피해 규모와 손실에 대한 수치는 모두 신뢰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공식적으로 집계된 인력 손실만 사망자 2,088명, 실종자 5,000명 이상, 부상자 10,000명 이상, 8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지진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정도의 피해를 초래한 쓰나미가 발생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지진으로 인해 수면 아래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함과 동시에 빨루 만(Bay)의 지형적 구조가 피해를 증폭시켰다고 추측한다. 좁고 길게 늘어진 만이 쓰나미 파도가 몰려올 때 깔때기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피해가 심각했던 또 다른 이유로는 당시 빨루시의 딸리스(Talise) 해변에서 해마다 열리는 행사인 ‘빨루 노모니(Palu Nomoni) 축제’에 수백 명이 참가하고 있었다는 점과, 쓰나미 경보가 지진이 있고나서 한 시간 후에 해제되었다가 쓰나미가 강타하고 나서야 다시 발동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인 패러글라딩 선수도 ‘빨루 노모니 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패러글라딩 대회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책을 세우고 수습을 진행해야 할 상당수의 공무원도 사망함으로써 피해지역은 공권력의 통제권 밖에 놓이게 되었다. 상수도관이 파손되어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연료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5개 발전소가 모두 가동 중단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빨루와 동갈라 지역 3곳의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던 죄수 1,200명이 탈옥하였다.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생필품을 얻기 위해 식료품 가게 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식료품점이나 주유소에 군경을 배치하고 주민들의 반발을 저지하기 위해 경고사격과 최루탄을 사용하면서 사태를 수습하였다.


다 이루어지지 못한 구조 작업


공항을 포함하여 구조 장비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기반 시설이 파괴된 상태에서 구조작업은 매우 더디고 힘들게 진행되었다. 상당 부분은 장비 없이 손으로 진행되었고, 일부 지역은 지반이 약해 장비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항을 포함하여 구조 장비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기반 시설이 파괴된 상태에서 구조작업은 매우 더디고 힘들게 진행되었다. 상당 부분은 장비 없이 손으로 진행되었고, 일부 지역은 지반이 약해 장비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더위 속에서 진흙이 단단해지고 사체가 부패하면서 수색 작업은 난항이 거듭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들은 사실상 사망자로 간주한다고 발표하면서 10월 11일 공식적인 구조 활동을 중단했다. 구조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 이틀 전인 10월 9일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 (BNPB)은 피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와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외국의 도움을 잘 받지 않았다. 이번의 경우 부분적으로 구호 물품과 장비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외국에서 장비를 가지고 오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인도네시아 정부와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 NGO와 외국인 자원봉사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구조 활동이 주권 침해로 비칠 수 있다는 점과 인도네시아의 부족한 재난 대처능력이 해외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빨루시에 방문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할 것을 호소했고, 10월 3일 피해지역을 다시 방문해서 구호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만들어진 쓰나미 경보 시스템의 문제점과 복구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함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꼬위에게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내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게 되는 대선 라이벌 쁘라보워는 재난을 이용해서 선거활동을 하지 않겠다면서 정부가 하는 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


자연재해는 인간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것이지만 재난의 범위와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몫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몫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이를 주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고통 받는 주민보다는 국가의 무능과 부족함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쁘라보워의 약속이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