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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 정부의 새로운 국정 운영 전략 : 정치에서 경제로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18/12/20

정치에 종속된 미얀마 경제


지난 11월 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석한 아웅산수찌(Aung San Suu Kyi) 국가 고문은 이례적으로 아세안 국가의 미얀마 투자를 독려하는 연설을 했다. 2018년 9월 기준, 아세안의 미얀마 투자는 미얀마로 투자되는 전체 금액의 약 45%에 해당하는 약 355억 달러로서 향후 추가의 투자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미얀마 투자 및 회사지도국 (DICA)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대 미얀마 투자는 각각 2위, 3위, 7위, 8위 순이다. 그 가운데 싱가포르는 2011년 이후 대 미얀마 투자를 늘려 왔다. 예를 들어 2011-2016년까지 통계만 보면, 싱가포르는 1990년대 이후 부동의 1위였던 중국(58억 달러)을 제치고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또한 미얀마에게 있어서 싱가포르의 경제성장은 상징적 이다. 작고한 리콴유 총리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눈물을 흘리며 20년 내 버마와 같이 잘 사는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했다. 그리고 미얀마 군부 정권이 장기화되자 리콴유 총리는 우수한 인적, 천연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나라를 망친 군부를 직접 비난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어 싱가포르는 미얀마가 동경하는 이웃국가가 되었다. 그래서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싱가포르를 따라잡기 위해 20년을 기다릴 수 없다. 우리가 싱가포르를 따라잡는 것을 아세안이 돕기를 나는 희망한다.”


전통적으로 미얀마는 정치적 안정을 도모한 뒤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정책을 폈다. 독립을 달성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내전이 발발했고, 정치 이데올로기에 천착한 정치인들로 인해 경제정책은 항상 뒷전이었다. 특히 군부가 반세기 가량 집권하면서 경제관료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군인이나 군인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이 국가 경제를 장악하면서 경제적 이익은 선택된 자들의 몫이 되었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자발적 고립으로 인해 경제 관련 제도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여전히 미얀마에 대한 신용도를 평가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11년 떼잉쎄인(Thein Sein) 대통령이 이끄는 유사 민간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집권 1년 차 국정 운영목표는 “국민 화해와 통합”으로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았다. 그러나 이 시기는 시장 개방 효과와 서방세계의 제재 완화와 해제로 인해 예상보다 높은 경제적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2014년부터 개혁과 개방을 반대하는 기득권이 개입하면서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해 정권의 태생적 한계가 노출되었다.


아웅산수찌 고문은 사실상 지난 20년 이상 서방세계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국민의 유일한 구원자로 각인되었기 때문에 2016년 출범한 민간정부는 전 정부보다 더 큰 국내외적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적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포착되지 않았다. 떼잉쎄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전협정과 평화정착이 국정 운영의 우선 목표로 설정되었고, 지난 2월 12일 정부가 발표한 “미얀마의 지속가능한 발전계획(Myanmar Sustainable Development Plan)”에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정치 의제가 “번영과 협력,”이라는 경제 의제보다 선행한다. 떼잉쎄인 정부의 중장기 경제개발 정책을 무효화시키고 도입한 “국민화해에 기여하는 사람 중심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은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표류 중이다.


그렇다고 국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인 정전협정은 세 차례 회담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고, 진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두 차례의 보궐선거 에서 여당은 모두 패배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부를 넘어 민심의 이반이 직접 나타나고 있다. 로힝자족 피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민간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실망은 이제 잠정적인 투자 중단 또는 투자 철회라는 경제적 문제로 이어졌다.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민간정부는 상대적으로 로힝자족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는 아세안을 서방의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서방의 대 미얀마 투자 유보


아웅산수찌의 특별경제자문관인 션 터넬(Sean Turnell) 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 기업들이 “행동을 하지 않고 말만 하는(Not Action, Talk Only)” 자세로 일관하기 때문에 서방의 대 미얀마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인프라 부족, 미얀마 국내 문제 등으로 인해 투자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의 중기 적인 경제 전망은 긍정적으로 내다봤지만,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내전, 로힝자족 문제로 인한 국내 정치의 위험도(Risk)가 높아 서방이 대 미얀마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힝자족 피난민 문제는 대량 학살과 인권 탄압이라는 반인륜적인 문제로 비화함에 따라 서방은 투자 금지를 넘어 다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그림 1>과 같이 2015년 이후 서방 최대 투자 5개국의 대 미얀마 투자금액은 줄어들지 않았고, 프랑스를 제외한 4개국은 2018년에 들어 오히려 투자금액이 소액 증가했다. 서방세계가 미얀마 투자를 유보한 것이 2017년 이후이고, 각 정부가 각국 기업의 투자 금지를 강제할 법안이 도입되지 않은 관계로 몇 년간 투자는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션 터넬 교수는 정치 문제를 비롯하여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총선까지 서방의 미얀마 투자는 재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즉 미얀마가 정치적 위험성을 제거하지 않고,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는 한 현재 정부에서 더 이상 서방의 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아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국과 무역 분쟁 중인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인해 미얀마 환율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원자재를 비롯하여 공산품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미얀마는 짯(Kyat)화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상승했고, 달러는 시장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 다다랐다. 정부가 달러를 구매함으로써 유통량을 조절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림으로써 환율시장 안정세를 도모해야 한다는 처방이 제기되었으나 정부의 즉각적인 대처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그림 2>와 같이 아세안 국가의 대 미얀마 투자 금액은 2015년 이후 완만한 투자세를 보였고, 투자 1위국인 중국의 투자금액은 매년 증가하는 등 미얀마는 주로 주변국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해 왔다. 서방이 미얀마 국내문제를 투자 유보의 배경으로 지적한 것과 달리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주변국은 정치 및 인프라적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전통적으로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아세안 방식(ASEAN Way)이라는 독특한 운영원칙을 고수하고, 연 2회 개최하는 정상회담에서 로힝자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 2018년 4월 채택된 의장국 성명서에서 로힝자족 문제는 정치안보 공동체가 아닌 사회문화공동체의 의제로 선택되었다. <그림 2>와 같이 투자 상위 4개국 가운데 말레이시아를 제외하고 미얀마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는 국가는 없다. 아웅산수찌 입장에서 정경분리의 원칙이 지켜지는 아세안이 서방보다 현실적 으로 더 매력적인 투자국으로 보일 것이다.


투자하기에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


세계은행(WB)가 발행하는 2019년 ‘Doing Business’에서 미얀마는 조사 대상 190개국 가운데 171위를 차지하여 작년보다 한 단계 더 하락했다. 미얀마의 총점은 2014년 182위에서 2016년 167위까지 상승했다. 2017년 민스웨 (Myint Swe) 부통령은 2020년까지 100위 안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 역시 구호에 그쳤다. 사실상 2011년 이후 추진한 경제개혁이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법적, 제도적 미비와 불확실성, 숙련된 노동시장 부족, 금융 제도를 포함한 인프라의 절대적인 부족 등은 고질적인 문제로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또한 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거나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일례로 미얀마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1,160일이나 소요되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균 581.1일과 비교하여 거의 2배에 달한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 8월 1일 온라인(Myanmar Companies Online) 시스템을 통해 몇 시간 안에 회사를 등록할 수 있는 미얀마 회사법(Myanmar Company Act)을 통과시켰다. 1914년 제정된 헌법의 대대적인 수정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으나 향후 새롭게 도입한 법령이 사문화되지 않을 관료들의 정책 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아웅산수찌가 아세안에서 연설을 한 같은 날 윈민 (Win Myint) 대통령은 투자 및 대외경제관계부 (Ministry of Investment and Foreign Economic Relations) 신설 안을 제안했고, 일주일 뒤 같은 이름으로 신설되었다. 국내외 투자를 촉진하려는 아웅산수찌의 의중을 반영한 부서라고 하는데, 현재 미얀마 중앙정부 가운데 경제 관련 부처는 무역부, 상무부, 재정조세부 등이 편재하고 재정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계획 및 경제발전부가 있다. 옥상옥을 만들어서 업무의 혼선만 가중시킬 위험성은 없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웅산수찌는 싱가포르에서 1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여 전 분야에 걸친 아세안의 투자를 요청했다. 미얀마 경제의 현안과 경쟁력을 호소했더라면 경제발전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얀마 국내 언론은 내년 경제성장을 견인할 다섯 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언론에 따르면, 금융분야는 초기 단계이지만 온오프라인을 통한 인프라 확충이 예상되어 시장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2개 광구의 가스전 탐사 및 시추가 예정되어 있고, 내년 초 관련 31개의 입찰이 예정되어 있다. 소매업 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합작 사업의 기회가 열렸고, 교육 분야 확대와 봉제류의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위 요소들은 미얀마의 잠재성이나 가능성의 일부로서 미얀마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데 제기되는 것들이다. 이제 정부는 레드 테이프(Red Tape)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 투자자들을 위한 레드 카페트(Red Carpet)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 것인지를 현실에 입각하여 판단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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