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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통합과 분열의 관점으로 본 2018년 보스니아 대선 평가와 그 의미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8/12/27

2018년 보스니아 선거 결과,  통합보다는 분열을?


현지 시간으로 2018년 10월 7일 보스니아-헤르체고 비나(Bosnia and herzegovina/ Bosna i Hercegovina, 이후 ‘보스니아’로 약칭)는 중앙 정부의 민족 계파별 대통령과 하원 의원 그리고 하위 2개 체제의 각각 대통령들과 체제별 의원들을 뽑기 위한 투표를 시작했다. 선거 양상들 중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중앙 정부의 민족 계파 별 대통령 선거였다. 대통령 선거에서 세르비아계 대표로 밀로라드 도디크(Milorad Dodik, 1959- ,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 2010-2018), 보스니아 무슬림계 대표로 셰피크 쟈페로비치(Šefik Džaferović, 1957- ) 그리고 크로아티아계 대표로 젤뤼코 콤쉬치(Željko Komšić, 1964- ,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대통령 2006-2014) 등 3명이 중앙 정부의 주요 민족을 대표하는 대통령 위원에 선출되었고, 11월 20일부터 이들의 직무가 시작되었다.


보스니아의 복잡한 행정 구역과 정치 체제 그리고 특이한 선거 제도는 1995년 11월 내전을 종결하기 위해 맺은 ‘데이튼 평화협정(Dayton Peace Agreement)’에 따라 정해졌다. 합의에 따른 보스니아의 행정구역은 크게 보스니아 무슬림과 크로아티아계가 차지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수도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화국과 같은 사라예보 Sarajevo)’과 세르비아계가 차지한 ‘스르프스카 공화국(수도는 반야 루카 Banja Luka)’그리고 중립 자유지대인 브르츠코(Brčko) 등 ‘1국가 2체제(One State-Two Systems)’형태를 띤다. 보스니아 중앙 정부엔 3인의 민족계파 대통령이 연방 대통령으로 자리하며 다수 득표순으로 4년 임기 동안 8개월에 한 번씩 대통령 의장직을 수행한다. 연방 대통령이 각료들을 임명 하면 하원에서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연방 대통령은 외교정책 지휘, 통신, 교통 등에 관한 결정권을 지니며, 반면 국방, 경찰, 조세 결정권은 각 체제별 정부가 맡고 있다. 입법부 또한 평화 협정에 근거해 4년 임기의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민족 계파별로 5명씩 해서 상원은 15명, 그리고 하원은 42명으로 28명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에서, 14명은 스르프스카 공화국에서 선발된다. 각 체제별 대통령과 행정, 입법부 또한 존재하는 데 세르비아계가 차지하고 있는 ‘스르프스카 공화국’에선 세르비아 대통령이 그리고 보스니아 무슬림계과 크로아티아계가 연합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에서는 각 민족 계파 대통령이 선출되어 12개월에 한 번씩 정, 부통령직을 번갈아가며 수행하고 있다. 이런 독특하고도 복잡한 대통령 및 정치 체제 수립은 엄청난 정치 비용과 수순을 감내하더라도 내전 재발 방지와 민족 간 화합에 더 의미를 부여한데 서 나온 국제 사회의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보스니아가 민족 간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 정치적 통합의 다민족 국가 정체성 확립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에 기반 한 EU와 NATO 가입에 한발 더 다가설지를 묻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아니면 정말 분열의 길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통해 보스니아는 민족 간 통합보다는 분열을 선택했음이 확인되었다.


이번 대선에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세르비아계인 밀로라드 도디크이다.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독립을 내세우며 독립 사회 민주연맹(AISD: Alliance of Independent Social Democrats) 대표로 선거에 나선 도디크는 53.88%(368,210명) 지지를 받으며, 온건 통합 세력으로 42.74%(292,065명) 지지를 얻은 믈라덴 이바니치(Mladen Ivanić, 1958- , 대통령 2014-2018)를 누르고 당선되게 된다. 이바니치는 이전 보스니아 중앙 정부의 세르비아계 대표로 보스니아의 통합만이 평화로운 미래와 발전을 열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역설해 왔다. 반면에 도디크는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 부임 시절 보스니아 중앙 정부의 통합 정책들이 세르비아 민족 이익에 부합하지 않음을 강력하게 항변해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세르비아계는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도디크는 보스니아 내전 동안 단행된 세르비아계의 인종 청소에 대해 부인하는 등 국제 사회로부터 비난받아 왔으며, 친(親)러시아 성향과 함께 EU로 가려는 보스니아 여러 정책들에 거부 의사를 표해왔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르프스카 공화국’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보스니아 민족 간 갈등을 넘어 분열과 새로운 내전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국제 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보스니아의 희망, EU 가입과 통합 국가 건설


보스니아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보스니아의 평화로운 미래와 발전을 EU 가입에 걸고 이를 위한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EU는 그 전제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첫째는 이 지역 내 민족 간 화합과 조화로움에 기초한 ‘사회적 통합’이며, 둘째는 1995년 내전을 종결지은 ‘데이튼 평화 협정’의 마지막 4단계인 다민족, 다문화로 구성된 ‘1국가 1체제(One State-One System)’ 수립을 통한 ‘영구적 평화 정착’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이를 향한 험로가 예상되며, 그동안의 노력들과 기대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스니아는 EU 가입을 목표로 오늘날까지 매우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 왔다. 보스니아는 지난 2003년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European Council) 결정 이후 EU 가입을 향한 ‘잠재 후보국(Potential Candidated Country)’으로 인정된 이후 세르비아(Serbia), 코소보(Kosovo) 등과 함께 서부발칸 지역으로의 EU 확대의 중요한 매개체이자 마침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스니아는 ‘안정화 협약 과정(SAP: Stabilization and Association Process)’에 참여한 이후 2008년 EU와 ‘안정화 협약(SAA: Stabilisation and Association Agreement)’에도 합의하였지만 민족 간 갈등과 분열로 바로 협약이 이행되지 못하였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15년 6월 1일에 들어와서야 마침내 SAA가 발효되었지만 이후로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세르비아계는 EU의 조건들이 민족 계파의 이익을 심하게 훼손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EU 가입에 부정적이었고 그 결과 2016년 2월 보스니아 정부는 세르비아 민족 계파의 의견을 억누르고 독자적으로 EU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하지만 2016년 7월 EU는 가입 전제 조건으로 내건 두 가지 원칙 즉, 보스니아 내 민족 간 ‘사회 통합’ 결실과 다종교, 다문화로 구성된 ‘1국가 1체제’ 수립을 통한 ‘영구적 평화 정착’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반려하게 된다. 이후 EU의 전제 조건들을 수용하겠다는 보스니아 민족 계파 간 완전 합의를 기초로 동년 8월에 들어와서야 EU는 신청서를 받아들였다.


현재 보스니아는 ‘EU 가입 잠재 후보국(EU Potential Candidates)’ 지위 속에 EU 가입을 위한 추가적 질문 사항들을 준비 중에 있다. 지난 3년 8개월간의 내전 이후 이를 수습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보스니아 내 각 민족 계파들은 자 민족의 민족 이익 극대화를 추진해 왔으며, 이런 과정 속에서 각자의 편의상 행정, 정치적, 사법적, 입법적 분리와 균형 정책에 보다 큰 비중을 두어왔던 게 사실이다. EU는 이러한 균형을 넘어 통합된 보스니아를 중요 가입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EU 가입과 통합 국가로의 길을 가는 데 있어 보스니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선거라 할 수 있었다.


통합 보스니아, 그 길에 놓인 주요 장애물


과거처럼 이번 보스니아 선거 또한 경제 발전 비전과 희망보다는 민족 갈등과 증오심을 부추기는 전략들이 주요 지면을 채웠다. 지난 1995년 보스니아 내전 종결 이후 EU와 UN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듯 국제 사회의 사회, 민족 통합 정책이 별다른 실효를 얻지 못했음이 확인되었다. 오히려 미래 보스니아로의 길목 곳곳엔 평화 정착과 발전을 막는 여러 장애물들이 자리하는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첫 번째 장애물은 이번 선거에서 확인되듯 한동안 억눌려 왔던 보스니아 분열 움직임이 보다 정교해지며 중앙 정치 무대 위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국제 사회 우려처럼 이번에 당선된 도디크의 정치 성향을 고려할 때 세르비아계 독립을 강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이럴 경우 그동안 EU 가입을 목표로 여러 정책들을 추진해 왔던 보스니아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디크의 발언과 행보들은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분리주의자들을 고무시키고 있으며, 이것은 무슬림계를 자극하고 있다. ‘(무슬림) 민족의 힘(Snaga Naroda)’을 표어로 당선된 무슬림계 민주행동당(PDA: Party of Democratic Action/ SDA: Stranka Demokratske Akcije) 대표인 셰피크 쟈페로비치는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의 분열 목소리에 맞추어 무슬림계의 이익 대변에 더욱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도디크의 바람처럼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에서 무슬림계와 연합 중인 크로아티아계 또한 독립을 추진해 나갈 것이고, 이것은 주변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과 맞물려 다시 한 번 이 지역 대규모 내전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두 번째 장애물은 수차례 선거를 통해 확인되듯 무슬림계와 연합에 대한 크로아티아계 불신의 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1국가 3체제(One State-Three Systems)’ 수립 요구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선거 직후 크로아티아 민족주의 단체들은 드라간 쵸비치(Dragan Čović, 1956- , 보스니아 크로아티아계 대통령 2014-2018)를 누르고 자 민족 대표로 선출된 젤뤼코 콤쉬치를 강력 비난하였다. 쵸비치는 무슬림계와의 연합을 해체하고 크로아티아계 중심의 새로운 ‘3체제’ 수립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이와 달리 콤쉬치는 보스니아 분열보다는 통합을 이어가길 희망하는 보스니아 무슬림계와 뜻을 같이하여왔으며, 오랫동안 ‘데이튼 평화 협정’의 최종 목표이자 EU 등 국제사회 요구 사안인 ‘1국가 1체제’ 수립을 통한 미래 평화를 주도해 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서 보스니아 무슬림계에 의해 선출되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선거 결과 당선된 콤쉬치는 225,500명(52.64%)를, 2위인 쵸비치는 154,819명(36.14%)의 지지를 받았다. 다른 모든 크로아티아계 후보자들의 표를 합치면 43만 여명으로 이것은 크로아티아계 전체 유권자 54만 여명 중 약 80%가 이번 투표에 참여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에서 보스니아 국내외 전체 335만 여명의 유권자(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 약 209만 명, 스르프스카 공화국 약 126만 명) 중 평균 투표율이 54.02%임을 감안한다면 크로아티아계의 높은 투표율이 상식적인 현상이 아님을 인지할 수 있다. 심지어 콤쉬치는 크로아티아계가 20여 명만 거주하는 무슬림계 집단 거주 지역인 칼레시야 (Kalesija)에서 7천 표 이상 획득하기도 했다. 이것은 보스니아 무슬림계가 통합주의자인 그를 의도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크로이티아계는 선거 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1국가 3체제’ 수립 당위성을 확산 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1국가 3체제’ 수립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을 해체하는 것으로 무슬림계와 크로아티아계 간 내전 촉발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마지막 중요한 장애물로는 보스니아 밖의 문제로, 이웃 세르비아의 향후 선택과 관련된 변수라 할 수 있다. 이번에 당선된 도디크를 비롯해 세르비아계는 계속해서 보스니아의 최종 목표인 ‘1국가 1체제’ 사회, 정치적 통합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오히려 이웃 세르비아로의 편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EU는 세르비아를 향해 보스니아 통합과 코소보 독립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세르비아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018년 12월 14일 코소보 의회가 압도적 찬성표로 기존 신속 대응 보안대를 대신해 상비군 창설을 승인한 것에 볼 수 있듯 세르비아를 자극하는 여러 변수들이 자리하는 게 사실이다. 보스니아와 코소보 등에서의 여러 자극들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다. 민족 정서를 감안해 세르비아 정부는 EU 가입 조건인 코소보 독립 문제를 수용하더라도 코소보 북부 세르비아 소수 민족들의 집단 거주지인 코소보스카 미트로비차(Kosovska Mitrovića) 지역의 자치권 혹은 독립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코소보 정부는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코소보 상비군 창설에 대한 EU, NATO의 반대와 달리, 트럼프 정부의 지지 표명에서 볼 수 있듯 서방의 엇박자 외교 대응 또한 보스니아의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중이다.


2018년 보스니아 대선 결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관적 견해 속에 향후 보스니아 내 민족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분열의 길을 가게 될지, 아니면 예상과 달리 EU의 압력과 현실의 벽에 부딪혀 ‘1국가 1체제’로의 통합 디딤돌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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