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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 오피니언] 미얀마 밋송댐 건설 재개와 의미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2019/02/15

8년간 건설 중단된 밋송댐, 공사 재개 유력
2010년 9월, 당시 떼잉쎄인(Thein Sein) 대통령은 환경파괴와 이주민 발생 등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의미에서 착공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밋송(Myitsone, 密松)댐 건설 공사를 전면 중단시켰고, 자신의 임기 내 공사 재개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정권 이래 처음으로 민의(民意)를 수용한 정부를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미얀마가 중국 종속 구도를 탈피하려는 신호탄이었다.


한편, 건설 재개가 발표되기 전까지 중국은 전방위로 미얀마 정부를 압박했다. 투자기업인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China Power Investment Corporation)는 환경 보존과 주민의 이주 지원 등을 제시했고, 양국 고위당국자 간 만남에서 댐 건설 재개는 주요 의제였다. 예를 들어 2015년, 2016년 중국을 방문한 아웅산수찌는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 회동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지지하고 미얀마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밋송댐 건설 재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7일, 미얀마는 일대일로의 일환인 「미얀마-중국 경제회랑(Myanmar China Economic Corridor) 운영위원회(11월 6일 조직)」의 위원장으로 아웅산수찌를 임명했다. 홍리양(洪亮)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는 밋송댐이 건설될 꺼친주(Kachin State) 주도 밋찌나(Myitkyina)에서 소수종족 지도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댐 건설과 관련하여 아웅산수찌의 의중이 변했다고 주장하면서 댐 건설에 찬성하라고 종용했다.

두 국가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으나 최근 정황을 참조할 때 공사 재개는 매우 유력해 보이고, 이에 따른 미얀마 국내 정치권과 시민사회 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밋송댐 공사 재개를 둔 두 국가의 입장과 이해관계, 미얀마 내부의 문제 등을 분석하고 향후 예상되는 정치적 파장을 전망하고자 한다.


밋송댐과 댐 건설 재개 경과
메카(Mehka)강과 말리카(Malihka)강이 만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밋송댐 건설 사업은 2001년 사업 타당성 조사 이후 2009년 6월 중국 주재 미얀마 대사 떼잉르윈(Thein Lwin)과 윈난성 소재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China Power Investment Corporation) 간 양해각서의 후속조치로서 2010년 12월 21일 착공했다. 미얀마 전력부, 아시아월드(Asia World),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총 36억 달러를 투자했다. 단일 규모로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수력발전소는 6천MW급 전력을 생산하고 그 가운데 90%는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국내적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싱가포르보다 큰 저수지(766㎢)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바 지역민의 강제 이주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2019년 현재 해당 지역 거주민은 약 19만 5천명으로 추산되고, 댐 건설로 47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또한 미얀마의 젖줄인 에야워디강의 상류에 댐이 건설되는 관계로 중류와 하류로 흐르는 강물량이 계절별로 일정치 않게 되고 이로 인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아가 이 지역은 지반이 허약하여 지진이 빈번하고, 까친독립기구(KIO)의 자부대인 까친독립군(KIA)과 정부군의 교전이 15년 이상 발생한 곳으로, 이미 KIA는 중국 정부가 댐 건설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얀마 정부군과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4년 야당 지도자 당시 아웅산수찌는 댐 공사를 5년 연기한다는 것은 차기 정부의 몫이고 부담이라면서 떼잉쎄인 정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리고 NLD가 집권할 경우 중국 투자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집권 후 아웅산수찌는 댐 공사 재개와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Investigation Commission for the Irrawaddy-Myitsone Upstream River Basin Hydro-power Projects)를 구성하고 사업 재개 타당성을 연구했다. 위원회는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실에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2018년 연말에 상황은 급변했다. 12월 28일 홍리양 대사가 꺼친주와 샨주 6개 단체 지도자를 만나기 일주일 전 미얀마 주재 미국, 영국 대사들은 이들과 정전 협정, 피난민 송환 및 재정착, 교육과 보건 증진, 공정하고 자유로운 총선 실시 등 거시적인 현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사실에 화가 난 홍리양 대사는 꺼친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서구국가 외교관들과 가까이 지내지 말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내 1월 13일,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 대사와 꺼친주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제시하며 꺼친 주민들이 댐 공사 재개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꺼친주민주당(KSDP), 꺼친민주당(KDP), 꺼친주통일민주당(UDP-KS) 등 지역 3개 유력정당은 중국대사관의 발표를 전면 부인하며 꺼친주 내 개발 프로젝트는 정전협정을 통한 평화가 정착된 이후에 가능하다는 공동 입장을 채택했다.


한편, 아웅산수찌는 1월 10일부터 5일간 꺼친주의 날, 남뚜완(Namhtwan) 수력발전소 완공식에 참석했다. 밋송댐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추가의 인프라 건설과 내전 종식을 통한 평화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꺼친주에 체류하는 동안 위와 같은 갈등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나 아웅산수찌는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2017년 5월,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은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했고, 미얀마-중국 경제회랑위원회가 출범한 뒤 중국 고위관리와 연쇄적으로 만나 미얀마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횡보를 보였다. NLD 한따민(Han Tha Myint)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댐 건설이 해가 없다는 학자 의견을 게재하면서 NLD가 댐 재개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댐 건설을 둔 중국의 입장
중국은 로힝자족 문제로 국제적 고립이 가중화되는 미얀마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여카잉 해상에서 미얀마 중부와 동북부를 관통하여 윈난에 이르는 가스관과 송유관을 통해 미얀마산 가스와 중동과 아프리카산 원유의 수송체계를 갖추었고, 로힝자족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짜욱퓨(Kyaukphu) 지역을 경제특구로 개발하는데 미얀마 정부와 합의했다. 또한 미얀마-중국 경제회랑의 일환으로서 중국은 미얀마 내 교통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고, 국경지역인 남진(Namjim) 산업단지의 조속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윈난성을 중심으로 한 서북부지역의 개발, 일대일로의 토대 구축을 위해 밋송댐 건설은 중국에게 포기할 수 없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밋송댐 건설 중단으로 양국 관계가 등거리로 전화되었던 것처럼 중국은 공사 재개를 통해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현재 미얀마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여 미얀마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를 기대한다. 작년 11월 미얀마 고위 군 장성은 로힝자족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유엔안보리 상정을 무마시킨 중국에게 사의(謝意)를 표하고, 군사협력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보은(報恩)으로 중국은 댐 공사 재개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 12월 군부는 12월 21일부터 이듬해 4월 30일까지 4개월의 일방적 정전협정을 선언했는데, 해당 지역은 샨주와 꺼친주로 한정했다. 즉 교전 지역의 일시적 안정을 도모한 뒤 지역 무장단체와 중국 정부 대표단이 회동을 통해 댐 건설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향후 정전협상에 중국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탄에 의존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국가로서 의존도는 64.7%에 달하고, 수력 의존도는 18.6%에 불과하다. 2016년에는 석탄광산 노동자들이 임금 미지급으로 파업이 발생했고, 먼지 유발 물질로 석탄이 지목되면서 전력 생산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밋송댐 건설은 분명 중국에게 필수적이다.


댐 건설을 둔 미얀마의 입장
임기의 절반이 지난 NLD 정부는 사면초가에 있다. 국정 최우선 과제로 채택한 정전협정인 “21세기 삥롱회담”은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로힝자족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서구사회의 비난을 넘어 투자까지 잠정 중단되었다. 일례로 관광객은 2017년보다 약 7%나 감소했다. 정치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경제성장이 뒷순위로 밀리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성과도 내지 못했다. 군부의 정치적 지분은 공고하고 이로 인해 민간정부와의 불편한 동거는 추가의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는커녕 소수종족을 중심으로 한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는 작년 11월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이제 정부는 2년 이내에 국민의 지지를 이끌 물질적 혜택과 복지를 전시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로힝자족 문제로 인한 국제적 고립의 심화는 다시 중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없는 대안이 되었다.


2011년 댐 건설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미 CPI는 건설 대금의 60% 이상을 미얀마에 지불했다. 그러나 약 22억 달러에 달하는 대금이 사용처가 불분명하고 정권 교체로 인해 귀책 대상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 공사를 영구히 중단시킬 경우 최소한 22억 달러 이상을 중국에 보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얀마가 지불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3년 간 NLD의 행태를 보았을 때 정부는 버마족보다 소수종족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수력 발전을 사례로 들면, 샨주 땅르윈(Thanlwin)강에 수력 발전 계획에 대해 샨족 주민들이 아웅산수찌에게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으나 NLD는 개발을 철회하지 않았다. 샨주 지역민은 해당 주민의 의지를 묻지 않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행태는 연방제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심각히 의심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2011년 건설이 시작되었을 때 중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이미 미얀마로 이주한 상황이었다. 전례를 참고했을 때 이들이 현지사회에 동화되거나 최소한 사회질서를 해치지 않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댐 건설이 완공된 후 노동자들이 현지에 완전히 정착할 경우 미얀마 정부는 꺼친족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확장되는 반중국 정서를 통제해야 하는 추가의 부담을 지게 된다.


밋송댐에서 생산되는 전략의 90%가 중국으로 수출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미얀마는 전력 생산의 혜택을 누릴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 측은 10%의 전력이 미얀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미얀마는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전력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투자금의 60.7%는 미얀마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고, 50년 계약이 종료되면 총 170억 달러의 세금이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미얀마, 특히 꺼친주가 이 댐에만 의존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경제발전의 자금을 이 댐 운영에서 생긴 수익에만 의존할 것인가? 50년 뒤를 예측하는 중국의 주장은 단기적 성과를 지향하는 미얀마 정부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1990년부터 미얀마 정신문화의 수도인 만달레를 중심으로 승려들의 반중시위가 발생했다. 역설적이게도 군부와 중국 정부의 밀착도가 높아질수록 미얀마 국민의 반중정서는 골이 깊어졌다. 중국을 두려워한 군부가 정치 권력을 포기했지만, 민간정부의 연이은 국정 실패는 다시 미얀마가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로 귀결된다. 중국을 극복하여 정상적인 국가가 되고자 했던 미얀마는 먼길을 돌아 다시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므로 그 형국이 어찌 보면 처량하고도 미래가 암울해 보이기도 한다.


밋송댐 건설로 인해 댐 주변 일부 지역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중국의 지속적인 투자로 빠른 속도의 산업화를 달성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며, 삶의 터전을 빼앗길 마을 주민이 댐 건설 반대 시위도 할 것이다. 한동안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얀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부가 반세기 이상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정치경제적 성과가 미진했던 것은 물론이고 국민 위에 군림한 행태였다. 현재 정부는 국민이 선택했고, “변화의 시간이 왔다.”고 한 NLD의 2015년 총선 구호는 국민을 위한 변화였다. 댐 건설과 관련한 최종 발표는 나오지 않았으나 미얀마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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