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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터키의 경제 위기 원인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튀르키예 Meltem Ince Yenilmez Department of Economics, Yasa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19/03/06

터키 리라화가 계속 하락하면서 유럽 시장과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은 터키 통화가치의 하락이 “터키를 상대로 한 공작(operation against Turkey)”의 결과라며 터키에 경제위기가 임박했다는 세간의 추측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JP모건은 “금융자산 감소와 투자자 신뢰 하락, 적절한 경제 정책 부재와 미국의 관세 인상 압력 등으로 인해 터키가 폭풍 한 가운데에 있다.”며, “터키 경제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투자자들은 터키 경제 문제가 다른 시장, 특히 유럽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발 각종 이슈 및 정책이 리라화 가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금속에 대한 관세 100% 인상을 승인한 직후, 리라의 달러대비 가치는 20% 하락했다. 그러나 리라의 가치 하락 징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결정 이전부터 이미 산재해 있었다. 


터키 경제가 곤경에 빠지게 된 이유  ‘외채’


터키는 2018년 2분기 기준 7.22%의 GDP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인도나 중국보다도 더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다량의 외채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자국 내 자금비축에 여념이 없었던 반면, 터키 은행은 달러화 표시 부채를 위시로 하여 차입량을 늘렸다.


차입량 증가로 인해 소비와 지출이 확대됨에 따라 터키는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를 겪게 되었다. 경상수지적자는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많음을, 재정적자는 세수보다 정부지출이 많음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터키의 외화표시부채가 현재 GDP의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터키의 부채가 지니는 함의

터키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또한 쌍둥이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채의 상당 부분이 외화표시부채인 점 또한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의 외화표시부채는 GDP의 30% 수준이다. 글로벌 신용 관련 리서치기업인 크레딧사이트(Credit Sights) 리차드 브릭스(Richard Briggs) 애널리스트는 “다른 점이 있다면 터키의 경우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구제금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유고가 인도네시아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터키는 단기간에 발생한 총 1,810억 달러 규모의 외화표시부채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외화준비금이 매우 적다. 뿐만 아니라 터키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대부분을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고객이 자유롭게 외화를 융통할 수 있었다. 이는 리라의 가치가 하락할 때, 추가 절하를 막기 위해 터키가 외국 통화를 다시 사들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터키는 부채상환을 위한 대체 자금조달수단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IMF의 구제금융도 요원한 선택지는 아니다.


터키 정부의 저금리 정책


터키 중앙은행이 간섭 없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면 터키가 이러한 곤경에 빠지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터키의 2018년 7월 인플레이션율은 중앙은행의 전망치 5%를 훨씬 웃도는 16%을 기록했다. 금리를 인상했을 경우 소비자물가의 급격한 상승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금리인상은 대개 터키에 대한 외국인 투자로 이어져 터키 자산 매입을 위한 리라의 사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 유지를 통한 성장 촉진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인상을 주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브릭스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저금리와 성장을 강조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는 경제 안정화가 아닌 위기 심화를 가져올 것”이라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에릭 로버슨 애너리스트는 “터키가 금리인상 없이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란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터키는 은행간 외환스왑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본통제를 시행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조치는 금리 인상 없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 로버슨 애널리스트의 판단이다. 로버슨 애널리스트는 “금리정책은 중요한 방어선이다. 터키는 통화가 완연한 자본도피의 형태로 국외로 유출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출증가율 저조


터키 관세부(Ministry of Customs)에 따르면, 터키는 2018년 12월 역대 최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경기둔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낮은 수출증가율은 2018년 12월 기준 50억 달러를 기록한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것이었다. 2018년 12월 기준 수입은 전년 대비 165억 7천만 달러로 28.2% 증가한 반면, 수출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2018년 무역수지 적자도 전년 대비 71% 급감했다. 이에 더해, 수출액은 2017년의 1,576억 달러에서 2018년 1,681억 달러로 7.1% 증가했다. 반면 2018년 수입액은 전년 대비 4.6% 감소하여 2,231억 달러를 기록했다.


터키 정부는 달러 및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여 투자자 풀을 확대하고 부채 다각화를 꾀했다. 하지만 뒤이어 정부는 12월 20일, 채권 발행기한을 26일로 연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 채권은 1년 만기이며 수익률은 2.5%, 4%이다.


리라화 가치 절하와 경기 침체


터키 경제 둔화세가 매년 빨라지고 있다. 2018년 1분기 7.4%이던 성장률이 2분기 5.2%로 떨어졌으며, 2018년 4분기에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35%라는 높은 금리로 인해 은행대출 규모 또한 내림세이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은행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위험을 알리는 전조는 많았다. 거래소에 상장된 은행의 경우 주가마저도 2018년 한 해에만 40% 이상 떨어졌다. 외국계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달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8개 터키 대출기관에 대한 평가를 하향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터키 은행의 운영 실태는 수용 가능한 선이었다. 자본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율은 규제에서 정하는 하한선을 충족하는 것이었다. 즉, 몇 차례의 충격은 흡수할만한 여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은행의 유동성도 충분했다. 금리가 4%대를 웃돌고 높은 자금조달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을 때, 은행은 자본 관련하여 걱정할 것이 없었다. 향후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는 아래의 두 가지에 달려있다. 
· 첫 번째, 외국 자금의 유입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 두 번째, 국내 부채 가운데 어느 정도가 악성 부채가 되는지


첫 번째 요소가 유관한 이유는 터키 기업이 지금까지 해외에서 다량 차입을 해 왔기 때문이다. 터키로 유입된 대부분의 해외 자금은 저렴한 외국환을 찾는 터키 기업에게 흘러갔고, 남은 외국환은 예금 보유량을 상회하는 리라 대출에 대한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리라로 교환되었다. 은행이 환위험 노출도를 줄일 것을 요구하는 국내법이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대금업자는 대부분의 터키 대출기관이 결국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이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은행이 지고 있는 외채 중 약 1,000억 달러 가량이 향후 12개월 내 만기이다. 이 외에 2018년까지 상환 예정인 200억 달러 규모의 외채도 있다.


터키 시장에 연고를 두고 있는 한 은행가의 전언에 따르면, 부채 규모는 지난 6개월 간 두 배로 증가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은행은 부족분을 늘 매꿀 수 있게끔 충분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나, 은행이 만기가 임박한 이들 부채의 상환연장을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상당 기간 동안 기업은 세계경제위기 이후 형성된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유로와 달러를 차입해 왔다. 하지만 이제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부채의 가격이 상승하여 기업의 부채 상환이 더욱 어려워졌다. 일부가 운이 없어 상환이 어려워진 반면 다른 차입자 일부는 유로 및 달러화로 금전적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기준에서 보면 부실채권 비율은 약 3% 선이다. 민간 대출업체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내놓는 일부 국영은행이 있으나, 이 수치가 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영은행은 정부 신용보증기금의 수혜를 받는 소규모 기업에 대출을 하고 싶어했다. 이는 경제발전추세를 계속 유지하고자 만들어진 이니셔티브였다. 시간은 걸리겠으나, 부실채권의 비중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다.


2018년 1분기 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터키의 평가등급을 ‘Ba1’에서 ‘Ba2’로 하향조정했다. 사전에 예정된 실사가 아니라 터키에 대한 우려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하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또한 터키의 신용등급을 낮추었다. 터키의 등급이 하향조정된 것은 전세계 또는 지역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 때문이 아니라 터키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 때문이다.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수준 저하, 대외부채 증가로 인한 외부 충격 발생 가능성,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및 높은 부채상환연장 요건, 장기간에 걸친 리라화 가치 절하 및 민간 분야가 겪고 있는 고충 등이 그 사례이다.


상기 요소에 더해, 터키의 지리적 위치도 또 하나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나 시리아 등 분쟁지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터키의 오랜 우방국이면서 동시에 국제 제재의 대상인 러시아나 이란과의 무역관계 또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파산보호 신청 증가


경제위기 여파로 최근  터키에서는  파산보호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터키 민간분야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통화위기’ 때문이다. 터키 통상부(Ministry of Trade) 장관에 따르면,  2019년 1월에만 총 846개의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신청기업의 수는 더 많을 것이라 예측한다. 특히,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기업 다수가 이를 신청했다. 우려스러울 정도로 곤경에 빠진 기업 수가 증가하여, 터키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업단체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기업단체 관계자인 툰카이 오질한(Tuncay Ozilhan)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기업이 없는 날이 없다. 기업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소기업, 무역업자 및 국민들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며 기업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은행의 재무상황에 더 큰 문제가 생기고 대출 능력도 줄어들 것”라고 덧붙였다.


한편, 터키에서는 파산보호 신청을 일컬어 콘코르다트(concordat)라고 한다. 터키 정부는 기존의 ‘파산보호(bankruptcy protection)’라는 단어를 대체하기 위해 이탈리아어 콘코르다트(concordat)라는 자체 용어를 도입했다. 콘코르다트는 자산은 있으나 현금보유량이 부족한 기업들이 부채상환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로 부채 가격은 낮추고 상환기간은 늘리는 방식이다. 상업법원의 지정인이 콘코르다트를 관리한다. 법원의 승인이 떨어지면 콘코르다트를 신청한 기업은 3개월의 보호 기간을 얻게 된다. 이 보호 기간은 24개월까지로 연장될 수 있다.


이스탄불 소재 한 건설 대기업은 리라화의 가치가 달러대비 30% 가량 떨어진 것에 더해 “건설업 경기 하락이 겹쳐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고 英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동 대기업 측은 보유 자본을 모두 소진해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었다고 밝혔다. 즉, 상황은 계속 악화되었으며 콘코르다트 신청을 제외하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콘코르다트가 아니더라도 해당 대기업은 도산만을 면하기 위해 150명의 근로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편 동 기업 관계자는 콘코르다트 신청 승인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인터뷰가 익명으로 나갈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기업 자산을 처분하고 부채를 해결할 경우 다시 한 번 회생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회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콘코르다트를 신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파산 신청을 했을 것이다.”라는 것이 해당 기업인의 의견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부채 상환에 문제가 생긴 기업을 구제하는 것은 결국 다른 기업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펌 ‘Gun+Partners’ 설립자인 메메트 군(Mehmet Gun)은 “콘코르다트 하에서 채무자 보호가 이루어지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급업체가 고통을 전가받기 시작해, 결국 해당 채무기업의 지급불능 문제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파산보호 신청 남용 우려…신청 증가는 불가피


콘코르다트 신청 적격 기준이 낮은 것 또한 나름의 리스크를 지닌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콘코르다트를 활용하여 부채를 최대 9개월 간 동결할 수 있다. 재계 인사 다수는 이것이 해결하는 문제보다 새로 유발하는 문제가 많을 것이라 우려한다. 이러한 접근법이 해결책 제시 보다 더 많은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콘코르다트 신청이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업이 콘코르다트를 통한 보호를 신청하면 주변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는다. 콘코르다트는 대개 대기업의 상환 의무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분쟁해결 변호사는 회계 전문가의 도움을 일시적으로 빌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콘코르다트와 관련하여, 법원의 해결책이 완전히 마련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우려는 5개월간의 임시 채무구제가 주어지기 전 구체적이고 자세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무제표 및 보고서 관련 책임과 투명성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이는 곧 안정성과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일부 기업들은 콘코르다트 제도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이와 같은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됨에 따라 제도 수정의 필요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와 관계 없이, 터키의 경제 상황에 개선이 없다면  콘코르다트 신청자의 수는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파산 연기 및 콘코르다트 선언 관련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람과 기업은 한 길이 막히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고, 그 대안이 나올 때까지 교착 상태는 지속된다. 현재 경제상황을 볼 때, 사업체의 폐업은 이어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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