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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베트남의 기업사회책임(CSR): ‘하노이와 호치민의 지역성(locality)과 기대’

베트남 정혜영 베트남 하노이 사회과학원/건국대학교 중국연구원 연구원/박사 2019/04/29

‘왜 람보르기니는 하노이에 매장이 있고, 맥도날드는 호치민에 있을까?’ 국내 한 조사 기관에서 작성한 조사 보고서의 제목이 재미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패턴 정곡을 찌르고 있다. 보수적인 하노이(Hà Nội) 사람들의 성향과 개방적이고 실리적인 호찌민(TP. Hồ Chí Minh) 사람들의 성향은 “소득이 10이라면 북부 사람은 1을 쓰고, 남부 사람은 11을 쓴다,”라는 베트남 현지 속담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베트남의 북부와 남부 사람들은 외국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마음에도 차이가 있을까? 기업의 사회활동은 현지인의 마음을 얻어, 기업과 사회가 공동발전하기 위한 최종 목표를 지닌 기업 활동이다. 점점 치열해져 가는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현지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북부와 남부의 지역성(locality)과  경제심리


남북으로 긴 1,700km 거리를 지닌, 베트남의 북부와 남부는 자연환경과 기후 차이가 심한 편이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상이한 인문적 경험을 거듭해온 터라, 서로 다른 사회문화, 전통, 관념이 형성되어 왔다. 두 지역의 각기 다른 식민지화, 공산화, 경제 근대화 과정도 현대인의 경제사회의식에 영향요인을 남겼다. 특히 소비자 의식구조에서도 하노이 지역은 호찌민 지역과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겨울이 없는 기후와 비옥한 토양으로 3모작이 가능한 남부지역 사람들은 저축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풍부한 먹거리로 외부인에 대한 개방성이 강했다. 그러나 가혹한 기후 환경조건과 척박한 토지로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북부 사람들은 소비보다는 저축을 대비해 온 겨울을 지내야 했으며, 서로 모여 상부상조하는 집단적 마을 구성이 삶의 근원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식량 보호를 위한 외부 변화 환경에 민감하며 보수적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 더구나 국경지방에서는 중국과 같은 이민족의 침략에 항상 대비하여야 하는 지정학적 어려움도 북부지역 사람들의 소비성향과 경제의식에 강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그러한 성향은 오늘날에도 큰 변화가 없다. 한편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며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지 않은 남부 사람들은 생필품 소비 비중이 높으며, 가성비 좋은 새로운 상품의 개성적 소비 시도에 과감하다. 북부지역 사람들은 철저한 절약정신 하에, 식료품 지출에도 보수적인 소비를 하지만, 자신의 신분과 부를 과시하는 고급 제품은 저축을 통하여 과감한 구매를 한다. 그렇기에, 금, 부동산, 명품 브랜드 등 장기 소유 시, 미래가치를 더하는 투자를 선호한다.


오늘날 하노이와 호치민은 지역성에 따라 소득격차 (2017년 기준 하노이 인구수: 739만 여명/ 1인당 GDP는 3,500달러 수준, 호치민 인구수 820만 여명/ 1인당 GDP 5,000달러 상회)가 증대되고 있으며, 산업 성장 속도, 교역과 투자 내용도 차별화 되어가고 있다. 특히 호치민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군 작전본부 영향 하에 습득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하였기에 통제에 의한 계획경제보다는 자급자족 경제에 강한 면모를 지녀왔으며, 오늘날 호치민이 지닌 급속한 경제발전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하노이는 1,000여 년 이상의 중국의 간섭과 식민 지배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저항과 투쟁의 장’이었으며, 호치민은 서방 식민 수탈의 침략 항구가 존재하여 ‘경제적 저항의 장’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이 오늘날 두 지역을 단합하게 하는 공통된 정치 경제적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 CSR 활동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전략, 사회 공헌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와도 밀접히 연결된 중요한 기업 활동이다. 그렇다면, 우리기업과 베트남 사회를 친밀하게 만드는 한국 기업의 CSR 활동은 지역별로 어떻게 진행되어야 좋을 것인가?


CSR에 대한 하노이와 호치민의 기대차이


CSR에 대한 베트남 남과 북의 현지인 인식 차를 비교하기 위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북부에서는 외국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할을 ‘기업 경제 수입과 사회 분배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부에서는 ‘마케팅 활동’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북부 하노이에서는 ‘고용 개선’과 ‘근로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된 복지항목에서 기업들의 사회활동이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었으며, 남부에서는 ‘거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소비자 보호’, ‘안전한 제품 생산’ 관련 항목에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었다. 남부에서는 삶의 질과 여유에 대한 시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CSR 전반에 대한 ‘정부의 모니터링 역할 강화’에 대한 기대는 북부와 남부 사회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부분이었다.


북부의 치열했던 반외세 정치투쟁 경험으로, 하노이에서는 외국기업을 바라보는 CSR에 대한 민감도가 남부에 비해 예민하다. 우리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북부에서는 사회 약자를 위한 공익활동 중심의 사회활동을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남부에서는 CSR을 마케팅 측면의 접근과 높아진 소비자 의식에 초점을 두고 사회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 호 치민은 프랑스 식민시기 당국의 자본가들이 프랑스인들과 암암리 협력하여 부를 축적하는 상황을 간파하고 ‘부의 재분배’를 위한 필요성에 의해 사회주의 혁명의 길을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식민지 수탈 경제 속에 고통을 받아온 베트남 민중들에게 사회책임에 대한 믿음 가치가 지주계급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호 치민은 토지개혁을 통한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민족적 사회주의 길로 나아간다. 그러나 그 길은 대내적으로 생산성 저하를 불러왔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고립정책으로 인해 민중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개방 정책(1986년)을 택하게 되었고, 외국의 원조와 외자 기업들의 투자로 다시금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으로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현지 사회경영 수단으로 CSR을 보편화 시켰다. 그렇기에 베트남이 국가적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적 관점의 사회책임 가치(분배문제)’와 시장경제가 들여온 ‘기업의 사회책임 가치(이해관계자를 위한 기업책임)’의 조화 문제는 여전히 베트남 사회가 융합해야 할 인식의 과제로 남아있다. 베트남 역사에서 치열했던 반외세 투쟁은, 통일 이후 베트남 사회주의를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강화시켰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의 현 단계 경제성장을 외국 투자기업이 이끌게 되면서, 외국기업의 사회책임을 바라보는 인식도 민족성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기업의 부정적 사회행위는 일련의 환경문제들로 부각되어, 기업의 사회책임에 대한 높은 기대도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위기 시 드러나는 베트남 사람들의 민족의식은 공동체 이익을 위하여서는 개인의 이익도 희생할 수 있다는 ‘사회책임’ 의식이 근저에 있다. 이는 지역사회와 기업의 유대관계 중시와도 상통하며, 또한 공동체 사회를 형성하여 발전해온 사회단위 형성기제와도 관계가 있다. 외국기업 CSR에 대한 베트남의 높은 사회 인식과 민감도는 그들의 ‘침략당한 역사의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위기 시 드러나는 베트남 사회의 ‘상부상조’ 정신은 공산사회를 거치면서 ‘가정 ➛ 지역사회 ➛ 국가’로 이어지는 ‘광의의 사회책임감’으로 발전하였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공동체(共同體) 이익’ 중시경향은 ‘기업발전 역시 지역사회와 함께’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편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는 북부지역에서 쉽게 발견되는 사회특징이다.


CSR에 대한 베트남정부의 시각, ‘베트남기업 사회책임지수CSI’


베트남 사회 안에는 여전히 유교적 전통의 사회책임 가치, 공산사회의 사회책임 가치, 시장경제가 들여온 사회책임의 가치가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는 베트남 정부로 하여금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대체로 베트남은, 외국의 원조와 투자에 의해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는 의미를 민족공동체적 각도에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의 투자를 위해 희생되는 자국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 대여를 미래의 국부창출과 국가 발전으로 연계시키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는 ‘기업 고용과 부의 분배, 국민 생활수준 개선’이라는 새로운 사회책임 문제와 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의 기업 CSR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의 베트남 비즈니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Vietnam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VBCSD)에서는 외자 기업들의 사회활동에 대한 조사를 년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하였으며, 베트남 기업의 CSR 활동 장려를 위하여 기업지속가능발전 지수, CSI (Corporate Sustainability Index/ 2014년 7월)를 기초적 수준에서 개발하였다.


그리고 CSR 기업 수상 활동과 함께, 2016년에는 베트남의 ‘지속가능발전 100대 기업’을 선발하였다. 베트남 사회 내, 기업의 사회책임 역할이 증대되면서 정부의 CSR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더욱 증대된 상태이며, 상대적으로 기업들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전략적 CSR 활동을 더욱 강화하였다. CSI 지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베트남상공회의소의 지속가능발전 부서(VBCSD)에서는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기업들의 사회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나 강제적 이행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와 관련자들은 기업들의 사회책임 활동이 전략적 차원에만 이르지 않고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회관계가 형성되도록 CSR 실행기제 마련과 감독기준 검토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VCCI에서 제정한 CSI 지수는 베트남 기업의 사회책임 인식을 높이고 기업의 사회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베트남 식(style)의 초보적 가이드이다. 그러나 현 베트남 정부가 바라는 기업의 사회책임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CSR 관련 규정은 환경 보호법, 장애인 법, 노동법, 외국인의 채용 및 관리에 관한 법령 등의 법률 속에서 CSR과 관련된 법률이 산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2018년에는 ‘환경 문제 및 근로자 보호’ 관련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베트남 형법에 근거하여 회사의 부정 관행을 처벌하는 조항도 마련되었다.


최근 베트남 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고용’, ‘노동문제’, ‘생활환경개선’ 과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 기업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사회책임 활동을 전개할 때, 지역성에 따른 현지 사회 니즈(needs)를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규모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베트남에서의 ‘기업과 사회’의 관계를 경제적 자원 이용 측면보다는 사회적 자원 확보 측면에서 접근하여, 미래 산업협력의 우방국을 확보하는 큰 틀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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