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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브렉시트에 대한 중동부 유럽국들의 입장 : 현황과 과제

중동부유럽 일반 이무성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9/04/30

브렉시트


2016년 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국민 투표가 실시되었다. 국민 투표의 결과는 기존의 보수당의 의중과 달랐다. 영국 국민 3,355만 명의 51.9%인 1,742만 명이 브렉시트(Brexit)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근소한 차로 유럽연합 탈퇴가 통과되었다. 그 결과 제50조가 발동하였고, 이후 2년간의 협상을 통해 올 3월 29일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는 최종 시한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처음 합의된 시한을 맞추지 못하고, 탈퇴 날짜는 4월 12일, 그리고 다시 10월 31일로 연장되면서, 브렉시트 사태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정국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재로는 그 최종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계획한 것처럼 진행된다면, 이는 유럽연합 통합사에서 처음 목도되는 역사적 사실이며, 기존의 회원국뿐만 아니라, 역외 회원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4년 이후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을 획득한 구 공산권 출신 중동부 유럽국에게도 만만치 않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여파를 끼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런 배경 하에,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어떤 정치적, 정책적 함의가 있는지를 추가 탈퇴의 위협, 경제, 군사 안보, 힘의 논리 및 통합 속도 등의 주제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추가 탈퇴의 위협


중동부 유럽 출신 EU 회원국들은 1989년 공산권이 무너진 이후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였다. 자신의 이념적 기반인 공산주의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안보 불안과 그와 동시에 엄습한 자아 정체성의 공황에 따른 불안감은 극복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으로의 회귀’(Return to Europe)를 강조하며 부상한 새로운 정치적 담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정치적 담론은 곧 이들 국가의 유럽연합의 가입을 정당화하는 필요충분조건으로 작동하였다. 10여 년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 2004년에 첫 동유럽 확장이 목도되었고, 그 후 그 규모에 있어 축소되었지만, 유럽연합으로의 복귀 행렬은 계속되었다.


2008년 글로벌 위기가 유럽의 재정 위기(sovereign debt crisis)를 초래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동유럽 출신 국가들은 서유럽 중심으로 발전된 유럽연합의 새로운 정치, 경제 및 사회 체제 속에서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안정을 누렸다. 특히 중동부 유럽 출신 신생 회원국들은 생산기지 요소의 이동 및 해외 직접 투자 증가에 따라 그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발전과 성장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2008년 위기 이후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적으로도 유럽 연합 통합 프로젝트 그 자체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고, 그런 분위기는 이내 동유럽 국가에서도 목도되었다. 민족주의 등의 기치 하에 새롭게 정치적 세를 불리던 신우파들은 폴란드나 헝가리의 집권 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의 등장을 통해, 동유럽 국가들도 필요시 어떤 식으로든 현재 서구 중심의 유럽연합 통합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시작 하였다. 그 대표적인 일례가 바로 최근 유럽을 괴롭힌 이민자 수용 문제에 있어 반기를 든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연합 출신 국가들의 행보이다. 이처럼 유럽회의주의 (Eurosceptics) 목소리가 통합에 의문을 던지고 있지만, 실제 이들 국가들이 영국의 뒤를 이어 유럽 와해(disintegration of the EU)의 대열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의문시된다.


힘의 정치에 대한 우려


유럽연합은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같은 강대국이 존재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약소국도 존재한다. 유럽연합의 통합사를 되돌아보면 독일과 프랑스가 통합의 양대 견인차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의 내부 정치는 소규모 국가의 과대 대표 문제가 남아있고, 이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경계 대상이었다. 특히 2004년 동유럽 출신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대규모 국가 대 소규모 국가 간의 대결이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배경 하에, 실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독일과 프랑스만 대규모 국가로 남는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로 분류되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독주(tyranny of tiny)가 예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은 다를 수도 있다. 영국의 견제가 없어지는 새로운 유럽연합의 환경은 독일의 독주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럴 경우 상대적으로 정치력이 약한 이들 국가의 이익은 더욱 침해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중동부 유럽 출신 회원국들은 자신들이 소규모 국가란 공통점에 기반해 뭉치지 못한다면 독일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영국의 EU 잔류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양한 통합 속도에 대한 우려


1987년 단일의정서 (Single European Act) 채택 이후 유럽연합의 통합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 속도가 빨라진 것만큼, 이 속도에 편승하는 국가들의 능력 차도 분명해졌다. 특히 영국 등 소위 유럽회의주의자들은 특정 통합 행보–유로화 채택이나 센겐 협정 체결 등–에 선택적 참여 거부(opt-out) 노선을 표명해 왔고, 이는 유럽 통합의 결속력을 해쳤고, 결국 이중적(two-tier) 또는 다중 속도(multi-speed)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담론을 양상 시켰다.


주류와 비주류를 나눈 이런 통합 담론은 중동부유럽 국가 가입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이들 국가의 가입 이후 5년간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거나, 유로존 가입을 선별적으로 결정하는 것 등이 그 대표적 일례들이다. 특히 중동부 유럽의 가입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국가 중 하나였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이들의 권익을 대변해주는 주요 지원군 하나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독일의 독주 그리고 브뤼셀 중심의 중앙 집권이 초래하는 차별적 통합론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수도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럽재정기금(European Monetary Fund), 재정 연합(Budgetary Union),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 연합 (confederation) 등과 같이 현재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하는 사안들이 강행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중동부 출신 회원국이 바라보는 브렉시트는 결코 환영받을 수 있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볼 수 없게 된다.


경제적 여파


브렉시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주제가 바로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여파이다. 이런 경제적 여파와 연관된 논의에 있어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국은 유럽의 가장 중요한 금융 허브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영국은 유럽연합 재정의 가장 중요한 순기여국 중 하나이다. 따라서 영국이 없는 유럽연합은 매년 약 백억 유로의 예산이 부족해진다. 이럴 경우 공동농업정책 (Common Agricultural Policy)이나 지역 정책 (Regional Policy) 등을 통해 유럽연합으로 부터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받는 중동부 출신 회원국들의 고통은 증대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는 유럽연합 역내 무역에도 부정적 여파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개발부흥은행(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은 만약 하드 브렉시트가 발생하여, 유럽연합과 영국 간의 새로운 형태의 관세 동맹의 장벽이 발생한다면, 역내 회원국의 대 영국 수출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럴 경우 예상되는 부정적인 경제 여파는 만만치 않다. 일례로 자동차 또는 기계 부품은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GDP의 1.3%와 3%씩 차지하는 중요 산업인데, 브렉시트 이후 이 분야의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폴란드나 리투아니아 GDP의 2%를 차지하는 식료품 수출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내 거주하고 있는 중동부 유럽 회원국 출신 노동자들의 운명도 불투명해진다. 현재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국가 출신 노동자 중 9십만 명에 이르는 폴란드인이나, 40만 명에 이르는 루마니아인들의 거치도 문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노동자의 향후 영국 내 거취는 새로운 정치, 경제 및 사회 문제로 대두될 소지가 다분히 높다.


새로운 형태의 안보 문제


중동부 유럽의 유럽연합 가입 원인을 설명함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중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탈냉전 이후 이들의 안보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와 연관된 문제이다. 그리고 이를 설명함에 있어 다소 규범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논리가 복합적으로 혼재해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동유럽 출신 국가들이 유럽 내에서 경제적 번영을 누렸지만, 경성 안보 분야에서의 만족도는 기대 이하라고도 평할 수 있다. 실제 유럽연합이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을 겪으면서 보여 준 능력의 한계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들 국가들의 안보는 미국 중심의 나토 체제 속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안보 지형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영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발생하고, 그 모습이 하드 브랙시트이든 소프트 브렉시트이든 안보 분야에서의 유럽연합의 위상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도에 반색을 표명해왔던 프랑스는 독자적인 차원의 EU 공동외교안보정책을 가속화 시킬 수 있으며, 이는 곧 미국 중심의 나토 체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다수의 중동부 유럽 출신의 회원국의 안보 불안과 그에 따른 유럽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불만은 높아질 것이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와 간의 대리전 양상을 지켜본 동유럽 출신 회원국의 민감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들에게 향후 러시아로부터의 가해 질 안보 위협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주요 안보 의제이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해 약화될 수 있는 나토 체제에 대한 이들의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결론


브렉시트가 실제로 발생하든 더 미루어 지든 현재로는 그 시계가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럽연합이란 새로운 형태의 정치 실험에 대한 점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배경 속에, 향후 중동부 유럽 출신 회원국에게 미치는 여파와 이에 대비한 이들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전망될 수 있다.


첫째, 당장의 급한 불인 단일 시장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과와 연관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사실 단일 시장 완성의 주요 잣대 중 하나가 바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은 1987년 단일 의정서 채택을 통해 제도적으로 이를 보증하고 있지만, 실질 정치 환경에서는 이것이 담보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오히려 사회 불안의 요소로 인식되었고, 실제 이것이 영국 유권자의 브렉시트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 하에, 서유럽으로의 주요 이민 배출국인 중동부 유럽에게는 서유럽 국가들만큼이나 자신들에게도 사회 안보에 있어 중대한 정치적 도전이 예상된다.


둘째, 경제적 통합뿐만 아니라, 정치 및 군사 안보 분야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정신은 브렉시트 사태로 인해 다소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중심의 경성 안보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중동부 유럽의 입장은 이런 정치 및 안보 분야의 통합을 더욱 떨어뜨리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보다 심화된 통합을 위한 더 큰 도전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마땅한 대체적 선택권이 없어 보이는 중동부 유럽이 보다 친 유럽적인 행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결정이 유럽 통합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있어서도 가장 합리적 정치적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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