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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의 거버넌스 문제와 로힝야족 사태

미얀마 Brendan Howe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Ewha Womans University Associate Dean 2019/05/21

미얀마 거버넌스 및 보호책임 임무 소홀


여러 번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의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는 국제 사회의 오랜 관심사였다. 그리고 최근 반란군을 방조하고 은닉한 혐의로 라킨(Rakhine)주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강제조치(enforcement action)가 여러 차례 내려지며 거버넌스 문제는 더 큰 이슈로 부상했다. 1982년 법 개정에 따라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해 방글라데시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은 백 만 명이 넘는다. 이런 로힝야족 문제가 불거지자 미얀마의 거버넌스 실패는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전형적인 인종청소 혹은 이를 넘어 대량학살(genocide)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미얀마 군부뿐만 아니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 산 수치(Aung San Suu Kyi)가 이끄는 민족주의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NLD) 또한 근본적인 거버넌스 및 보호책임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R2P)은 국제연합(UN)의 관련 보고서 및 결의안에 구체적으로 적시된 네 가지 범죄(대량학살, 인종청소, 반인도적범죄, 전쟁범죄)로부터 자국 시민을 보호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체제에 어떻게 관여(engage)할 지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보호책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가운데, 아시아와 서방 측은 보호책임에 대한 견해 차이로 매우 다른 정책 제안을 내놓고 있다. 서방 측은 인도주의적 개입이 글로벌 거버넌스에 있어 인간안보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합리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보호책임 위배가 선언되는 것은 인도주의적 개입을 위해 위력을 사용할 의무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보호책임 위배 선언의 함의에 대하여 아시아권이 가지고 있는 견해는 이와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국가는 대개 인권보다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더욱 주목해 왔다. 이러한 견해차에 따라, 미얀마의 국내 거버넌스 문제는 한 국가가 국가차원의 의무 이행에 크게 실패할 경우 국제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로힝야족 문제에 대한 해법 차이


동 질문에 대해 아시아와 서방 전문가들은 극명히 다른 답을 제시한다. 따라서 로힝야족의 비극이 국가안보 및 통합에 대한 요구와 국가 내 취약한 개인 및 집단의 인간안보 사이 발생하는 충돌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사례 중 하나임을 인지하고 현 사태가 발생한 배경을 함축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이슈가 발생하는 원인은 단기적 정책 실패가 아닌 국가의 거버넌스 구조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특정 현상 및 현상에의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사적, 즉각적인 대응은 개입을 옹호하는 입장이나 비난하는 입장과는 상관없이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특히 로힝야족 사태에 관련하여, 국제 전문가들은 사태의 정도가 대량학살에 준하는지, 그에 따라 (제노사이드 협약에 따라) 모든 국가들이 개입을 포함한 일체의 가용 수단을 활용하여 해당 행위를 벌하고 막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러나 '대량학살' 또는 그 박해의 범위가 국가 인구 전체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인구의 일부만 대상이 되어도 대량학살에 속한다고 보는 바, 그 정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R2P 관련 대량학살 요건에 있어서는 국제적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술한 것처럼, R2P에는 UN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 ⸱ UNSC)가 국제 개입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세 가지 다른 범죄 또한 요건으로 적시되어 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Zeid Ra’adal-Hussein) UN 인권고등판무관,  앤드류 길모어(Andrew Gilmour) UN 인권사무차장보, 미국, 말레이시아, 국제앰네스티 등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형적인 인종 청소 사례(textbook case of ethnic cleansing)’라고 표현하며 국제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시민에 대한 미얀마군의 잔학행위가 반인도범죄에 준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국제법에 따라 ‘조직적 강간(systematic rape)’은 R2P를 성립하는 나머지 세 개 범죄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미얀마에서 이에 준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젠더기반폭력(gender-based violence)이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의 거버넌스 및 R2P 관련 국가실패에 관해 국제적 합의가 도출될 기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입은 차치하고 제재에 대한 논의마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UNSC의 서방 및 비서방 상임이사국 간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현재 국정운영을 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웅 산 수치가 주도하는 NLD 정부가 군부 보다는 낫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서방 및 아시아 국가는 대상국의 인간안보 증진과 관련된 내용으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미국은 미얀마 정부가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폭력을 종식시키며 시민의 강제이주를 끝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캐나다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법치주의 추구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마웅 마웅 소(Maung Maung Soe) 소장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에 중요한 역할을 촉구했다. 한편, 정책적 노선이 다른 중국은 아시아의 관점을 반영하듯 국제 사회가 “국가 발전의 안정성 보호를 위한 미얀마의 노력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방안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거버넌스 문제에 관여하는 방법에 있어 아시아적 시각과 서방의 시각 양쪽 모두의 단점을 갖고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힝야족이 대단히 끔찍한 곤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서방 국가는 미얀마의 NLD 정부를 섣불리 규탄해서는 안 된다. 미얀마에서는 몇 차례 국민의 권한이양(people empowerment) 사례들이 있었다. 첫 번째로 2008년의 강력했던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 직후, 두 번째로 2010년의 헌법 및 정부 체제 변화 이후, 세 번째로 2011년에 있었던 정부, 군부 및 NLD 간의 합의 전격 타결,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는  2015년 NLD의 기록적 선거 승리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는 많은 구조적 장애물과 거버넌스 문제가 남아 있다. 실제로, 군부 통치에서 민주주의 통치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현재의 미얀마 정부는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문민정부와 군사정부가 혼재된 형태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군부의 압도적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으며 정당 또한 구조적으로 취약하여,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고 인간중심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믿을 근거가 많지 않다. 심지어는 자신의 이해가 지나치게 위협당할 시 국가통제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군부의 “섀도 캐비닛”이 준비되어 있다는 의혹마저 있다.


정부군에 초점이 맞추어진 나머지 예산 할당 과정에서 인간중심의 개발과 회복력 구축에는 충분한 자원이 배정되지 못했다. 직접적 군비 지출이 전체 국가 예산의 25% 가량을 차지하며 보건 및 교육예산을 합친 양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었다. 미얀마 정부는 종족 갈등 및 분리주의적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음과 동시에 NLD를 버마족의 정당으로 보는 종족민족주의자(ethnic nationality)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NLD가 종족 민족주의 측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을지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NLD가 종족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NLD의 승리는 차악을 꼽은 선택의 결과에 가깝다. 다른 한편으로, 왜곡된 선거제도로 인해 NLD는 일말의 통치 가능성이라도 꿈꾸기 위해서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의 압도적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고, 따라서 무슬림인 로힝야족이나 혹은 기타 다른 소수 종교의 입장을 헤아릴 여력이 없다. 미얀마 군은 기존의 군부 엘리트 세력의 통제 하에 있어 근시일 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군대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은 미미하다. 이는 로힝야족 및 다른 지역 내 기독교 분리주의자에게 잔혹한 처우가 가해지고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한다.


이것이 NLD가 군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설명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를 높여 필요한 주장을 해야 할 지도층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웅 산 수치는 “우리 나라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우리이므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우리가) 일해야 한다”며, “UN의 연구는 우리 나라의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NLD가 NGO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이전 정부에 이어 국가 안보/통합에 대한 초점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서방의 식민주의로 인한) 분쟁의 잔재로 인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국가 중심의 안보 및 개발 모델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모델은 인간안보 및 지역, 국가, 국제적 차원에서의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에 부족하고, 심지어는 이들 사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초국적 오염, 난민 유입, 수자원 통제 또는 파괴 등과 관련한 국가간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마저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에 대한 아시아적 관점 또한 나름의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상호 개입을 피하는 동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제관계와 기관의 특성으로 인해 “황사”나 “헤이즈(haze, 산불로 인한 연기)” 등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초국적 문제에 대처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개인이나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 등으로 인한 인간안보 문제는 피해자 집단이 이웃국으로 피난을 떠나는 상황을 촉발시켜 해당 이웃국의 안보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얀마 난민이 방글라데시에, 북한 난민이 중국에, 베트남 난민이 홍콩에 미친 영향이 그 예시라 하겠다. 마찬가지로 식량이나 에너지 부족 등으로 개인적 차원의 필요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국가 결속력 및 국력이 약화되어 국가 안보가 취약해지고 다른 국가로의 이주가 발생할 수 있다. 즉, 개인 차원에서의 공포가 국가 차원, 더 나아가 국제적 차원의 공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불만을 품은 청년층 등이 난민 캠프나 도심에서 겪는 열악한 상황이 종교적 극단주의 또는 테러리즘의 온상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간안보 문제는 국가안보 문제의 원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넓게 보면 국가안보 및 인간안보 문제에 주목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인 및 국제사회의 이해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안보문제와 인간안보문제 간의 악순환이 존재함을 깨닫고 나면, 국가안보 문제를 완화하는 것이 그 나라의 인간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한 가지 실현 가능한 접근법이라는 점도 깨달을 수 있다. 반대로, 인간안보문제를 개선하는 것 또한 해당 국가의 취약성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공포 및 결핍으로부터의 자유와 국가안보가 늘 동시에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포와 결핍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는 것이 국가안보 증진에 중요하고, 역으로 국가안보 증진이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에 중요하다는 점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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