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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베네수엘라 난민사태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안보

베네수엘라 차경미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9/05/30

라틴아메리카 강제 실향민


현재 베네수엘라는 자국을 탈출하는 실향민으로 인해 국가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의하면 베네수엘라에서 본격적인 난민이 발생한 2014년부터 2018년 하루 평균 4,000~5,000명이 자국을 탈출하여 국경을 넘고 있다. 현재 대략 340만 명이 실향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강제 실향민은 증가하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강제 실향민은 전년 대비 700만 명이 증가한 6억 8,500만 명에 이르며 현재 그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강제 실향민의 주요 배출국은 시리아, 이라크, 콜롬비아, 수단, 아제르바이잔, 콩고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는 무력충돌 및 폭력에 의한 강제 실향을 반영한 것으로써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강제 실향민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파악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강제 실향민은 무력충돌, 일반화된 폭력 상태, 인권침해, 자연재해나 인재로 고향이나 정주지에서 강제로 혹은 부득이하게 탈출하여 떠난 사람으로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1977년 UNHCR은 ‘국경을 넘었지만 난민과 같은 지위를 얻지 못한 자’를 강제 실향민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1984년 미주기구(OAS)는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에서 선언문을 통해 기존의 난민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내전 또는 대규모의 인권침해로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까지 난민으로 인정하였다. 자국의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사건 발생으로 인해 국적국 밖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상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모든 사람을 난민으로 정의한 것이다. OAS 정의에 따르면 내전 또는 인권침해로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강제 실향민은 난민인 것이다. 


강제 실향민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발생하였다. 그러나 2002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콜롬비아가 단기간 세계 최대 강제 실향민을 배출하였고, 2019년 현재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의 수준을 뛰어넘어 최대의 실향민을 양산하고 있다. 이것은  라틴아메리카 최근 역사상 최대 난민 사태인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난민 규모는 아프리카나 중동지역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비롯하여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그리고 페루, 과테말라,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정치 및 경제적 불안으로 강제 실향민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접경 지역 실향민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실향민은 접경을 형성하고 있는 인근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근 국가들은 우려를 표명하며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제재 및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접근이 용이하여 실향민이 1차적으로 가장 많이 유입되고 있는 콜롬비아의 국경도시 쿠쿠타(Cucutá)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불법 무장 조직 및 각종 범죄조직의 활동으로 인해 지역 안보 측면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자국으로 유입되는 실향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지원하던 국가였다. 지난 10년 동안 격화된 콜롬비아의 내전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였으며 특히 베네수엘라 접경 지역에는 가장 많은 콜롬비아 실향민이 정착하였다. 또한 자연재해로 인해 자국을 탈출한 아이티 실향민도 베네수엘라에 정착하여 정부의 지원 아래 난민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현재 인근 국가의 접경 지역은 대거 유입되는 베네수엘라 실향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정착했던 6,500여 명의 아이티 난민들도 국경을 넘어 또 다른 국가로 탈출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폭우로 인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 타치라(Táchirá)강이 범람하였다. 양국 정부는 국경 통과를 제한 하였으나 생과 사를 오가며 쿠쿠타로 이동하는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그리고 브라질과 국경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접경 지역은 접근이 용이하며  다른 인접  국가의 접경보다 면적이 넓은 2,219km에 달한다. 콜롬비아의 노르테 싼탄데르(Norte Santander), 아라우카(Arauca), 세사르(Cesár), 보야카(Boyacá), 과히라(Guajira)주와 베네수엘라의 타치라(Táchirá), 술리아(Zulia), 아푸레(Apure)주는 양국의 접경을 형성한다. 이러한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형을 특징으로 하며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예전부터 콜롬비아 불법 무장 조직의 거점지로 활용되었다.


2000년대 초반 콜롬비아의 우리베(Álvaro Uribe) 대통령(2002~2010년)은 집권과 동시에 힘에 의한 대 게릴라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정부는 능력이 저하된 정부군과 합동작전을 수행할 우익 무장 조직인 콜롬비아연합자위대(AUC)를 결성하여 마약 및 게릴라 소탕작전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AUC는 공권력의 이름으로 마약 재배 지역 농민들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하였고 토지도 강탈하였다.


AUC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강해지자 미 국무부는 이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였다. 이를 계기로 콜롬비아 정부는 2006년 말 AUC 및 민병대에 대한 무장 해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그러나 무장 해체된 우익 무장 조직은 과거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법 무장 조직을 결성하여 마약 및 무기 밀거래를 통해 지역 경제를 장악하였다. 그 결과 무력분쟁 증가로 인해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로 이동하는 콜롬비아 강제 실향민은 급증하였다. 당시 콜롬비아 실향민 수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콜롬비아의 실향민은 베네수엘라 접경 지역 우레냐(Ureña), 타치라 그리고 아푸레(Apure)주에 집중적으로 정착하였다. 쿠쿠타, 산 크리스트발(San Cristóbal) 그리고 우레냐 지역에는 콜롬비아 실향민에 의해 나랑할레스(Naranjales), 엘 크루세(El Cruce) 그리고 카뇨 가이탄(Caño Gaitán)과 같은 마을이 형성되었다. 현재 이러한 지역에는 베네수엘라 실향민이 대거 유입되어 콜롬비아 인과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강제 실향민과 지역 안보


국경을 넘는 베네수엘라 실향민은 1차적으로 콜롬비아의 접경도시 쿠쿠타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쿠쿠타는 정부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피해 월경한 콜롬비아 불법 무장 조직들의 주요 거점지로 활용되었다. 불법 무장 조직들은 국경지대를 무기와 마약을 바꿔 싣는 환적 장소로 이용하여 막강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후 해체된 AUC 및 콜롬비아 우익 무장 조직에 의해 형성된 신흥 불법 무장 조직이 국경을 통과하는 모든 상품을 통제하며 접경지역 경제를 장악했다. 또한 일반 범죄조직까지 국경지역으로 이동하여 주민들에게 재산적 피해 및 고문행위를 자행하였다. 과스두알리토(Guasdualito) 지역 상인과 주민은 콜롬비아의 불법 무장 조직으로부터 세금 강요와 협박에 시달리는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신흥 불법 무장 조직까지 가세된 위협에 시달렸다. 이들은 조직원 확보를 위해 지역의 청소년들을 납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 아래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실향민들은 콜롬비아 접경 지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실향민과 함께 범죄조직도 월경한 접경도시 쿠쿠타에서 실향민은 물론이고 지역민에 대한 폭행, 착취, 인신매매 및 성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범죄조직은 콜롬비아 범죄조직과 연계하여 활동하며 인근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베네수엘라인에 대한 혐오감과 차별도 심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내전 격화로 급증한 콜롬비아의 강제 실향민은 지역의 사회, 외교 및 안보 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러한 콜롬비아의 경험이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하여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정치와 경제적 불안 그리고 무력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국을 탈출하여 국경을 넘는 강제 실향민도 증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은 이미 콜롬비아의 사례를 통해 강제 실향민으로 인한 지역 안보의 심각성을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차원에서 자국으로 유입되는 강제 실향민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오늘도 밀려드는 베네수엘라 실향민과 마주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난민 사태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안보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재고해 보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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