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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19년 북마케도니아 대선의 의미와 전망

중동부유럽 기타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9/07/16

2019년 대선의 핵심, ‘북마케도니아’로의 국명 변경 심판대

 

현지 시각으로 2019년 5월 12일, 스테보 펜다로브스키(Stevo Pendarovski, 1963- , 재임 2019. 05- ) 신임 대통령은 북마케도니아(Republic of North Macedonia / Republika Severna Makedonija) 수도 스코프예(Skopje)에 자리한 국회 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북마케도니아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대통령이 실권자는 아니지만, 법안 거부권과 정부 구성 동의권 등의 권한을 지니고 있다. 취임식에서 펜다로브스키 대통령은 대내외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첫째,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북마케도니아의 국론 분열을 극복하고 국가의 힘을 하나로 통합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둘째, 그는 그리스 등 서부 발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토대로 국가의 최종 목표를 EU와 NATO 가입으로 규정하면서 빠른 시일 내 NATO 가입과 함께 동년 6월부터 본격적인 EU 가입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논쟁은 ‘북마케도니아’로의 국명 변경에 대한 국민 심판의 향방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2019년 북마케도니아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국명 변경에 따른 국론 분열 현상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21일 대선 1차 투표(투표율 41,67%)에서 알바니아계 후보인 블레림 레카(Blerim Reka, 1960- ), 마케도니아계 후보들인 스테보 펜다로브스키와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Gordana Siljanovska-Davkova, 1955- )가 참여해 선거를 치른 결과 세 명의 후보가 각각 11.08%, 44.75%, 44.16%를 득표하였다. 선거법상 과반수 득표를 넘는 후보자가 없어 상위 득표자 두명을 놓고 최종 결선투표(46.7% 투표율)가 지난 5월 5일에 실시되었다. 그리고 이 선거에서 알바니아계 지지 속에 53.59%를 득표한 펜다로브스키 후보가 46.41%를 얻은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후보를 눌러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듯 국명 변경을 둘러싸고 대다수의 알바니아계(인구의 25%)는 찬성을, 마케도니아계(인구의 64%)는 찬반으로 비슷하게 나누어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당선된 펜다로브시키 대통령은 전통적 국명 포기가 부당하다 주장하는 민족주의자에 대한 설득 작업과 함께 EU, NATO 가입을 향한 힘겨운 논의를 동시에 추진해 갈 것으로 예측된다.

 

북마케도니아는 국명 및 국가 정체성을 둘러싸고 1991년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독립 선언한 이래로 그리스와 오랫동안 갈등을 이어왔다. ‘마케도니아 사회민주연합(Social Democratic Union of Macedonia)’당의 펜다로브스키 대통령은 그리스와의 관계 개선 그리고 이를 통해 수립된 국명 변경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1) 더불어 그는 북마케도니아가 EU, NATO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스와의 합의 이행이 중요하며 국명 변경이 결국 두 나라의 국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이번 승리는 북마케도니아의 미래를 선사한 것이며 유럽으로 향하는 티켓이 될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반면 실리야노프스카-다브코바 후보는 민족주의 계열 정당인 ‘국내 마케도니아 혁명기구-마케도니아 민족연합민주당(IMRO-DPMNU: The Internal Macedonian Revolutionary Organization – Democratic Party for Macedonian National Unity/ VMRO-DPMNE)’지지를 받고 이번 선거에 참여하였다. IMRO-DPMUNU는 전통적인 ‘마케도니아’ 국명 유지와 함께 그리스와의 국명 변경 합의를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 헌법학 교수이기도 한 후보 또한 그리스와의 국명 변경 합의가 헌법이나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었다.

 

그리스와의 국명 변경 합의 과정과 그 내용

 

2016년 12월 총선에서 IMRO-DPMUNU(총 123석 중 51석)에 이어 제2정당(49석)이 되었지만, 알바니아계 정당들과의 연정을 통해 2017년 5월 새 정부를 수립한 조란 자에브(Zoran Zaev, 1974- , 재임 2017. 05- ) 총리는 북마케도니아의 미래 목표를 EU와 NATO 가입에 두었다. 그는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마케도니아의 독립 국가 인정과 EU, NATO 가입을 방해해왔던 그리스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여왔다. 2018년 6월 자에브 총리와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 1974- , 재임 2015. 09- ) 총리 간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그리스가 북마케도니아의 EU 및 NATO 가입을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 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에서 ‘북마케도니아’로의 국명이 변경되는 것이 합의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합의는 양국 국민 상당수의 강력한 저항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스 민족주의자들은 고대 알렉산더 대왕의 유산에 따라 타민족 국호로 마케도니아 용어를 쓰는 것 자체를 거부하였고, 반면 북마케도니아에선 마케도니아 국호를 변경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민족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며 반발하였다. 하지만 양국 총리는 EU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국명 변경 절차를 추진해 왔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국명 변경안이 그리스(2019년 1월 25일)와 북마케도니아(2019년 1월 11일)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이후 이번 북마케도니아 대선을 앞둔 시점,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019년 4월 2일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각료들을 이끌고 북마케도니아 스코프예를 방문하였다. 1991년 북마케도니아 독립을 선언한 이래 처음 있는 방문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에브 총리와 환담하며 양국 대사관 수립을 통한 우의 다지기와 함께 에너지, 교통과 무역 등에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다. 더불어 그리스가 북마케도니아의 EU와 NATO 가입을 지지하는 것 외에도 여러 경제 협력을 상호 모색해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북마케도니아는 2019년 2월 국호 변경 완료 이후 이번 대선을 치렀고, 여기서 그리스와의 합의와 국명 변경이 EU와 NATO 가입의 발판이 될 것을 확신한 펜다로브스키 대통령이 당선되게 된다. 선거 결과 지난 2009년 IMRO-DPMUNU의 강력한 지지 속에 대통령에 당선된 그요르게 이바노프(Gjorge Ivanov, 1960- , 재임 2009-2019) 전임 대통령은 2차례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하였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 결과는 EU와 NATO 가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자에브 정권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이바노프 전임 대통령이 입법 서명 거부권을 바탕으로 그리스와의 합의는 물론 국명 변경을 비롯해 EU와 NATO 가입과 관련된 자에브 총리의 핵심 정책들에 대해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대선 결과, EU 가입을 향한 큰 장애물 극복


펜다로브스키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 전략으로 EU 가입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명 변경의 심판대였던 대선 승리와 EU 가입에 우호적인 그의 당선으로 ‘북마케도니아’는 가입의 가장 큰 장애물을 극복하였으며, 가입에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된다. 요하네스 한(Johannes Hahn, 1957- , 재임 2014. 11- )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선거 결과가 EU 가입을 향한 북마케도니아 국민의 강한 열망을 보여줬다며 환영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펜다로브스키 대통령은 EU에서 가입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주변 발칸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및 평화 정착 구심적 역할에 여러 노력을 기울일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실제 이번 대통령 취임식 자리에 ‘북마케도니아’정부는 그동안 갈등 관계였던 알바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코소보 등 주변국 대통령들을 함께 초청함으로써 이번 대선으로 발칸 유럽 평화 정착을 위한 일련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북마케도니아 정부가 EU 요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일련의 정책 수립과 그 실행에서도 보인다. 대통령 취임식 한 달 뒤인 6월 16일, 북마케도니아 경찰은 그리스로부터 넘어온 파키스탄, 시리아, 이집트 출신의 50여 명의 난민을 간선 도로 추격전과 고속도로 검문을 통해 체포하였고 EU의 요구대로 수용시설로 후송했다고 발표했다. EU는 그리스로부터 이어지는 북마케도니아가 유럽으로 들어오는 발칸 서부의 주요 난민 루트이자 밀입국 업자들의 주요 수송로라는 점에서 여러 차례 북마케도니아 정부에 강력한 검문과 이동길 봉쇄를 주문해 왔었다. 이번 대규모 난민 체포를 통해 북마케도니아가 EU의 요청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의 한 단면은 대선 직후인 5월 7일 이곳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Papa Francesco, 1936- , 재임 2013- )의 언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마케도니아 종교는 인구의 약 65%가 마케도니아 정교 그리고 33%가 이슬람을 믿는 등 가톨릭 신자가 극히 적은 곳이다. 교황은 국명 변경 후 방문한 첫 유력 인사라 할 수 있다. 불가리아 방문 이후 교황은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1910-1997) 수녀가 태어난 북마케도니아의 스코프예를 방문하였다. 서로 다른 종교 간 대화와 화해를 유독 강조해온 교황은 북마케도니아 지도자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2016년 9월 가톨릭 성인 반열에 오른 테레사 성인의 통합과 수용, 평화 불꽃의 마음을 본받아 줄 것을 주문하였다. 더불어 교황은 다양한 문화와 민족, 종교가 혼재된 북마케도니아의 특별한 상황은 유럽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매개체이며, 따라서 유럽 국가들과 좀 더 긴밀한 통합 논의가 중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북마케도니아의 EU 통합 논의가 다른 서부 발칸 국가들에 대해서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교황의 바람은 현재 북마케도니아를 비롯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 코소보 등 서부 발칸 6개국이 EU 가입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는 시점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할 것이다.

 

북마케도니아, NATO와 미국의 발칸 영향력 확대 구심점?


이번 대선 결과의 또 다른 전망으로는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 가속화를 들 수 있다. 여러 분석에 따르자면 북마케도니아가 2019년 혹은 적어도 2020년 안에 NATO의 30번째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 절차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29개 기존 NATO 회원국은 이미 국명 변경의 국회 통과를 기점으로 2019년 초에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에 관한 협약에 서명했는데, 그리스가 가장 먼저 서명하였고 뒤 이어 슬로베니아 등 여러 국가들이 협약에 비준한 상황이다. 일련의 가입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NATO 회원국 중 유일하게 비준에 반대해왔던 그리스가 비준해준 만큼 다른 회원국들의 승인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북마케도니아의 NATO 회원국을 향한 바람은 여러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모든 NATO 회원국의 비준이 끝나야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이 확정되지만, 북마케도니아 정부는 국명 변경을 비롯한 개정 헌법 조항들이 통과되어 관보 게재 효력이 생긴 2019년 2월 12일 바로 스코페의 정부 청사에서 총리 주재로 NATO기 게양식을 거행하였다. 북마케도니아는 2005년 이후로 자국의 군대 체계를 NATO 체계와 군사 훈련 시스템에 맞추어 개편해 놓는 등 NATO 회원국이 되기 위한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또한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NATO가 이끄는 ‘국제안보지원군(ISAF: 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으로의 합류를 시작으로 이라크 전쟁(2003-2008), 코소보 평화 유지군(KFOR: Kosovo Force) 지원 업무 등 NATO의 해외 전략과 군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었다.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 6월 3일 옌스 스톨텐베르크(Jens Stoltenberg, 1959- , 재임 2014. 10- ) NATO 사무총장은 29개 NATO 주재 대사들과 함께 북마케도니아를 방문하는 등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은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6월 17일에는 북마케도니아 자국의 크리볼라크(Kribolak) 군사 훈련 기지에서 미국을 비롯해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등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 훈련을 시행하는 등 NATO와 미국의 안보 우산 속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북마케도니아는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무엇보다도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이 미국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발칸반도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발칸 지역을 전통적인 이해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가 제동 걸림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발칸 전략이 어떻게 수정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현재 2018년 29번째 NATO 회원국이 된 몬테네그로를 비롯해 발칸반도의 상당 국가들이 NATO와 미국의 영향력 하로 편입된 상황이다. 북마케도니아가 NATO에 편입될 경우 이제 발칸 국가들 중 NATO와 부분적 파트너십을 진행 중인 세르비아, 액션플랜(Action Plan)에 동참 중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그리고 NATO와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고민 중인 코소보만이 남게 된다. 현재 미국은 발칸반도에 많은 공을 들이는 중이다. 실제 지난 5월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Defence News)가 밝히고 있듯 미국은 2018년부터 동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러시아제 무기를 미국 제로 교체하는데 필요한 기금 조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그 적용 국가에는 북마케도니아를 비롯해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대다수의 발칸 국가들과 중부 유럽의 슬로바키아가 들어가 있다. NATO 회원국이거나 가입을 희망하는 이들 국가들은 여러 비용 문제로 여전히 러시아제 무기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것을 미국제 무기로 교체해 줌으로써 러시아 군인들이 무기 유지 보수 작업을 빌미로 이들 지역의 군사기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발칸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보다 확실히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듯 보인다. 북마케도니아를 향한 미국의 NATO 가입 지지가 단순한 셈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그리고 미국의 발칸 영향력 확대 의지와 전략적 구체성이 어느 정도 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련정보]
1. 북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후 첫 대선 실시 (이슈트렌드, 2019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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