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의 정치 시계는 이미 2020년으로?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2019/07/31

현 정부 주요 인사, 2020년 총선 참여
지난 6월 10일,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주의연합(NLD)의 묘늉(Myo Nyunt) 대변인은 윈민(Win Myint)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국가 고문 등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2020년 11월로 예정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내부적으로 지도부 체제가 공고하지 않지만 제1야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은 전국적으로 35세 이하의 200만 당원을 모집하여 그 세를 불렸다. USDP는 자당의 집권기에 비해 NLD 정부의 모든 지표와 삶의 질이 하락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변수는 △ 2015년 총선에서 배제되거나 낙선한 거물(巨物)의 총선 도전,  △ 헌법 개정 이 두 가지이다. 전자로는 USDP 대표였다가 아웅산 수치와 가까운 관계로 군부의 정치 참여를 축소하려다가 축출된 쉐망(Shwe Mann) 전 하원의장과 ‘88세대’의 대표주자인 코코치(Ko Ko Gyi)가 각각 정당을 창당했다. 후자는 의회에서 개정위원회가 조직되고 이를 바탕으로 헌법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새로운 인물과 정당의 출현
2010년 총선 이후 공식적으로 군부 통치체제가 막을 내리고 난 이후 현재까지 미얀마에는 군부 후원 정당인 USDP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각각 정권을 창출했다. 그러나 NLD는 국민의 열의에 부응하지 못하고, USDP가 여전히 군부의 지지를 받는 구도가 지속되면서 제3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어 왔다.


네양우(Nay Yang Oo)라는 신진학자는 “구체적인 목표와 핵심 발전 분야가 명시되지 않은 경제정책, 시민사회기구와 NLD 간 갈등, 전문성이 없으면서 아웅산 수치의 입과 눈치만 보는 관료사회 등 NLD 정부도 그 구성원만 바뀌었을 뿐 군부 통치 시기와 유사한 맥락의 권위주의가 재현되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NLD는 아웅산 수치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체제이고, USDP는 군부와 군부 통치의 유산을 공유하므로 두 정당 모두 수권 세력이 될 수 없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그는 △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명도를 가질 것, △ 다원주의를 수용해야 할 것, △ 강력하고 민주적인 제도를 가져야 할 것, △ 새로운 세대가 대거 포함되어야 할 것 등 제 3의 정당으로서의 조건을 나열했다.


2018년 11월, 13석(상원 1, 하원 4, 지방 8)에 대한 보궐선거에서 NLD는 4개 선거구에서 패배함으로써 NLD에 대한 국민적 인기가 감소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NLD의 패배가 가시화되자 NLD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88세대와 쉐망 전 하원의장이 정당을 창당함으로써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88세대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코코치는 2015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NLD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중앙위원회에 의해 거절되었다. 이후 그는 장외에서도 NLD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전해지나 2018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아웅산 수치의 실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그는 정전 협상이 7년 넘게 진행되었으나 그 어떤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평등과 연방제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 당(People’s Party)으로 선거위원회에 등록된 신생 정당은 10만 명 당원을 모집했다. 코코치는 NLD가 보궐선거에서 소수 종족 지역 6개 의석 가운데 5개 의석에서 패배한 사실을 강조하며, 2020년 총선에서 소수 종족 정당과 연대를 통해 정권을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집권 이후 NLD는 정전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로힝자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나아가 NLD는 현지 주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아웅산 장군의 동상을 세우거나 경제특구 지정 요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5년 총선 당시에도 NLD는 버마족 중심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이후 소수 종족 지역의 지지를 유발할 어떠한 자극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당의 전략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발표되고 그대로 실행된다면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 당이 제안한 소수 종족 정당의 연대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아직까지 연대를 하겠다는 정당도 없다. 또한 88세대의 동료인 밍코나잉(Min Ko Naing)이 국민의 당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단체로서 88세대의 활동과 국민의 당의 행보를 구별할 수 없다. 현재까지 국민의 당은 신생정당으로 등록되었을 뿐이지 정당으로서 그 위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당 창당 시기에 즈음하여 쉐망 전 하원의장도 연방향상당 (Union Betterment Party)을 창당했다. 그는 군사정부 시절 서열 3위까지 진출했고, 테잉쎄인 정부 당시 대통령직에 물망이 오를 정도로 은퇴한 군 지도자 탄쉐(Than Shwe)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었으나, 하원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다소 온건한 정치 성향으로 변화하면서 사실상 군인사회에서 추방되었다. 따라서 코코치보다 쉐망이 국민적 인지도는 더 높은 편이지만, 국민에게 군인으로 각인되어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 2015년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에 출마했으나 NLD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편, 창당 이전부터 그는 “국민과 함께”라는 구호로 NLD와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5대 주요 공략도 매우 보편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당과 달리 타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표명하지 않았고, 제시한 5대 공략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은 없다.


NLD를 포함하여 민간 이양 이후 현재까지 모든 정당들은 연방제, 민주주의, 평등, 경제발전과 같은 이상적인 공략을 남발했고, 그 실천을 위한 방법론에는 모두 소극적이었다. 지난 4월 신년연설에서도 윈민 대통령은 15대 국정과제를 발표했으나 이 또한 정권마다, 또한 해마다 반복된 구호였다. 즉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더라도 정치지형을 단번에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이다. 미얀마와 같이 정당정치의 역사가 일천하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 결정은 정당이 아니라 인물에 의존한다. 따라서 미얀마에서 정당정치는 아웅산 수치와 같이 거물급 정치인이 소속된 정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그러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10년 총선 당시 NLD의 총선 불참에 반기를 들고 탈당한 당원들이 창당한 ‘국민 민주주의의 힘(NDF)’은 16석을 획득하여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가 NDF를 비난하고 탈당한 당원의 복당을 불허한 뒤 2015년 총선에서는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또한 2010년 총선에서 대통령 정치 자문관 출신의 네진랏(Nay Zin Latt)이 창당한 국민발전당(NDP)도 354명을 출마시켰으나 단 1석도 얻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네양우(Nay Yang Oo)가 제시한 제3의 정당의 출현도 필요하지만 현재 정치지형이라면 어떤 정당이든지 NLD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USDP가 군부와 결별을 선택하고, 아웅산 수치가 NLD를 완전히 장악하는 구도를 탈피할 경우 미얀마의 정당정치는 한 단계 더 민주화될 수 있을 것이다. 대안 정당의 출현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보인다.


헌법 개정 움직임과 군부의 저항
2016년 초 헌법 개정은 아웅산 수치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일회성이 짙은 시도였다. 그러나 이제 NLD가 의회의 약 80 퍼센트를 점유한 상황에서 헌법 개정은 공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지난 2월 19일, 양원 합동으로 45인으로 구성된 헌법 개정위원회가 발족했다. 개정위원회는 몇 차례에 걸치 소집을 통해 곧 개헌안을 의회에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위원회 조직과 개헌에 대해 의회 구성원 중 USDP와 군 출신 의원을 제외하고 389명이 찬성(반대 192)했다는 사실에서 개헌은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정치적 과제임이 틀림없다. 6월 초 체코를 방문한 아웅산 수치도 “전환기의 도전(Challenges of Transition)”이라는 주제로 프라하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실시했는데, 핵심 주제가 2008년 헌법의 개정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달성이었다. 그는 군부의 정치 참여와 군부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정치적 임무 등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시점에서 NLD가 왜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가에 대한 진정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웅산 수치의 연설대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서인지, 아웅산 수치가 대통령이 되어 다시 한 번 권력 위에 군림할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인지, 소위 헌법의 현실적 적용이 결여된 비자유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고 할지라도 헌법 개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NLD의 치적을 쌓아올리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군부의 유산을 청산한다는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NLD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개정 내용, 캐스팅 보트로서 군부를 설득할 방안, 개정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어쩌면 NLD가 제시한 정강이 공허한 것처럼 헌법 개정 또는 하나의 목적일 뿐이지 그것을 위한 수단이 없다. 헌법 개정만이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불가능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군부와 USDP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처럼 개헌을 둔 양 진영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이런 와중에 전 군 지도자 탄쉐의 사위가 병환으로 사망하자 아웅산  수치가 탄쉐에게 사위의 죽음을 애도하고 탄쉐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친필 서한을 보냈다. 국민은 공분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고위 군인사들은 여전히 탐쉐의 정치적 영향력을 언급함으로써 막후 정치의 생명력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웅산 수치는 집권과 함께 군부를 배척이나 통제가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언급해 왔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군부의 자율성은 높아졌고, NLD의 방임도 군부를 통제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아웅산 수치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볼 때, 이 서한은 다분히 전략적으로 볼 수 있다. 개헌을 추진한 상황에서 군부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탄쉐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여전히 군부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시한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군부의 특권을 폐지하거나 지난 시절의 과오를 재평가하는 급진적 결단은 없을 것임을 예고하여 군부의 퇴로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 불필요하게 군부를 자극하거나 실망을 안겨줄 정치적 결과를 생산하면 공생관계는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웅산 수치의 정치행태를 보았을 때 이러한 분석은 긍정적 미래를 낙관하는 필자의 망상이다. 단순히 전 군 지도자를 예우하는 차원의 의례적 행위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인데, 이 경우 국민의 공분은 매우 당연한 것이며 지지층도 이탈할 만한 충분한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아웅산 수치의 비현실적이고도 독단적인 정치 감각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민주화운동가라는 지난 시절과 민주주의의 달성을 위해 투쟁한 동료들을 스스로 부정해 버리는 결과에 도달한다. 이 사건 이후 며칠 뒤 아웅산 수치는 생일을 맞았는데, 내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의 인기를 실감할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서한을 보낸 그의 행태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없었다. 여전히 아웅산 수치는 성인(聖人)이고 그를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법 개정안은 연내 발표될 것이며 이에 대해 군부와 USDP는 강력히 저항할 것이다.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며, 그것은 바로 아웅산 수치에게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력이나 행태를 볼 때 기교가 가미된 협상은 불가능해 보이고, 단지 현재 불합리한 구도만 핑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한에 정치적 의미가 포함되었고, 탄쉐가 그 저의를 잘 파악했다면, 개헌은 예상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지형의 변화 전망
네양우(Nay Yang Oo)에 따르면 미얀마 정치문화는 권위주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인물이나 정당도 모두 권위주의적이다. 일리 있어 보이는 주장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평등, 다원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가 실종된 지 반 세기 이상이 흘렀고, 시간을 더 앞으로 돌려 독립 후 짧은 민간 통치 기간에도 실질적인 민주주의보다 왕정체제가 정치 지도자들의 머리를 장악했다. 민주주의를 꽃피운 시기가 없는데 정치문화가 민주적일 수 없다. 다시 말해 미얀마 정치문화가 권위주의라는 것은 정치행태에서 드러나는 표피의 일부일 뿐 그 속성에 대한 탐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또한 네양우의 주장대로 대안정당이 출현한다고 하더라도 정치문화가 권위적인데 어떻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겠는가?


그의 주장은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적절해 보이고, 현재 미얀마 정치지형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현실이 된다면 미얀마 정치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매우 이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NLD에게 도전할 정당이 있는가? 아웅산 수치의 카리스마를 극복할 대안 인물이 있는가? 아웅산 수치의 독단과 전횡이 국민의 정치적 태도 및 가치에 부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 때 미얀마 정치는 지각변동을 예상할 수 있다.


매우 암울하지만 내년 총선도 2015년 총선의 구도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주의와 연방제, 국민이 편안한 복지국가, 경제발전이 각 정당의 주요 슬로건이 되겠지만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정당은 없을 것이다. 소외된 로힝자족 문제, 정전협정은 총선 공약에 끼지도 못할 것 같다.


<  참고자료 >
Moe Moe. “Aung San Suu Kyi Announces Plan to Contest in 2020 Election.” The Irrawaddy. 2019.6.10.
Parameswaran, Prashanth. “What's Behind the New Constitution Change Push in Myanmar?” The Diplomat. 2019.1.30.
San Yamin Aung. “Parliament’s Constitution Amendment Panel Completes Review of Charter.” The Irrawaddy. 2019.6.14.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