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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모디 2기 정부 외교정책의 전망과 과제: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계

인도 김태형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9/08/09

모디 정부의 주요 외교 과제
2019년 봄에 수 주 동안 진행된 인도 총선거에서 집권당 BJP가 압승을 거두면서 모디 총리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처음 집권했을 때와는 인도의 대외적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모디 정부의 2기 외교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인도가 직면하고 있는 대외적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고 인도의 경제발전을 추동하기 위하여 모디 정부는 명확한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수많은 난관과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인도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주요 외교 과제 우선순위를 보면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비대칭적 위협 억지, 중국 부상 견제, 미국 포함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라고 할 수 있다. 강성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BJP 출신 모디 총리는 1947년 분할 독립 이후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에서 강경한 태도를 표방한다. 핵, 미사일 분야에서 지속적인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파키스탄이 지원하는 카슈미르 기반 무장, 테러단체의 도발에도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였다. 2016년 카슈미르 지역에서 무장단체의 테러 공격에 대응하여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통제선을 넘어가 국부 공격(surgical strike)을 감행하였고 올해 2월 카슈미르에서의 자살폭탄 테러 공격에 대응하여 파키스탄 국경을 훌쩍 넘어서 공군기를 동원한 공습을 감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파키스탄과의 일련의 재래식 대결 과정에서 부실한 구식 장비와 보급 물량 부족 등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기도 하였다. 인도는 2018년 기준 400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세계 5위권의 군비 지출 국가이긴 하지만 인도군이 요구하는 군 현대화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도에 비해 인구, 경제력, 군사력 등에서 열세인 파키스탄에 대해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데 모든 면에서 인도보다 우세한 중국에 대한 대응은 더욱 중대한 과제이다.

 

인도와 중국과의 관계
인도와 중국은 냉전 초기 함께 비동맹의 길을 걸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였으나 해결되지 못한 국경분쟁이 1962년 양국 간의 전쟁을 초래하면서 관계가 급속히 멀어졌다. 인도는 이 패배의 충격에 더하여 1964년 중국의 핵실험 성공 소식을 접하였다. 이후 인도는 중국을 인도 안보에 가장 심대한 위협 국가로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게 되었다. 특히 인도가 끊임없이 갈등하고 대결하는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더욱 큰 부담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중국과는 갈등관계가 지속되었으나 탈냉전기에는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서서히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2010년 들어서는 BRICS를 통한 양국의 협력이 강화되었다. 무역 분야도 계속 성장을 거듭하였다. 또한 중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전략과 관련해서도 무조건적인 거부가 아닌 일정 분야에서의 협력도 논의해오고 있고 중국이 출범시킨 상하이 협력기구(SCO)에도 최근 정식 멤버로 가입하였다. 2018년에는 4월 중국의 우한에서의 의미 있는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11월 아르헨티나의 G-20 모임에서까지 4차례나 모디-시진핑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기조에 공동으로 반기를 들면서 양국 간의 협력 발전과 다자주의 수호 등을 합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도, 중국 양국의 협력과 관계 증진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우세한 군사력에 대항하여 인도의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 자산 개발과 배치가 상당 부분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파키스탄 간에 사이가 벌어지면서 인도에 지속적으로 현상타파적 도발을 하는 파키스탄이 중국과 대단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도 인도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이다.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도 인도양에서 인도를 포위하는 형태로 전개되면서 인도를 긴장시켰다. 전쟁까지 불사하게 만들었던 국경분쟁도 양국 간의 진정한 화해를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2017년 6월에는 부탄과 인접한 양국 국경에서 양군이 대치하며 두 달 넘는 위기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도와 중국은 아시아 대륙 전체에서 맹주 지위를 놓고 경쟁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들이다. 역사적으로 많이 보았듯이 강대국 간 라이벌 관계로 발전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중국은 군사적, 비군사적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이러한 팽창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민 해방군을 더욱 현대화하여 군사력 투사 능력을 강화하는데도 분투하고 있다. 인도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노력이 일대일로와 해양 실크로드 전략으로 인도를 지정학적으로 포위하는 형태로 전개되기에 강대국 세력균형 경쟁의 측면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다. 따라서 최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 전략이 어떻게 충돌, 협조, 혹은 경쟁할 것인지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양 지역의 맹주인 인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부시 대통령 시절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미국과 민간 핵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등극하였다. 오바마 행정부 때는 중국의 부상을 염려하여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하며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인도는 미국 대전략의 중심으로 더욱 들어가게 되었다. 이 전략은 명칭이 보여주듯이 지리적으로는 인도부터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그리고 미국까지 포괄한다. 이전까지 주로 사용되던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개념에 인도양이 추가되면서 인도양 지역의 맹주이자 중국 못지않게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도가 주요 행위자로 추가된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는 크게 성장한 인도를 포함하여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정치, 경제, 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지역 국가들 모두에게 큰 근심으로 다가온 중국의 부상과 공세적 외교정책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기조가 깔려 있다. 이전 아시아-태평양 구도 하에서는 인도양, 남아시아에 미국의 영향력이 아-태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당당하게 지위를 부여받은 인도가 미국, 일본, 호주 등과 힘을 모아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에 막강한 미군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인도-태평양 전략,’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유-개방 인도-태평양(Free & Open Indo-Pacific, FOIP) 전략이 미국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중국의 급속한 국력 신장과 이에 기반한 공세적인 외교정책에 대항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에 대한 우위와 군사력 투사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따라서 인도-태평양 전략은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중심의 중국 견제를 지리적으로 확장하여 인도를 비롯한 인도양 연안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의 공세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전략이 추구하는 지리적 영역이 인도양 연안 국가들을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의 수많은 국가들을 포괄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련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이 발간한 미국 안보전략과 펜타곤이 발간한 미국방위전략에서 미국은 중국, 러시아라는 미국의 대등한 경쟁자(peer competitor)들이 힘의 정치 영역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가장 큰 과제임을 분명히 하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준비, 파트너십 그리고 네트워크화된 지역 추구’ (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가 펜타곤에 의해 2019년 6월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미 국방성은 미국이 지역에서 인지하는 위협 요인은 무엇이고 이 위협을 극복하고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이해를 보전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는지 상세하게 밝혔다.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지역인데 여기서 ‘자유’는 지역 차원에서 외부 세력의 강압에 휘둘리지 않는 개별 국가의 주권 존중을, 국가 내부 차원에서는 좋은 거버넌스(governance)와 시민들의 권리 및 자유 보장을 의미한다. ‘개방’(open)이란 공해와 공중, 사이버와 우주 영역에서의 자유로운 접근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행위를 포함한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연결성을 뜻한다. 이러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방위력 분담을 포함한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개방을 위협하는 세력은 현상타파 목표를 갖고 있는 중국, 러시아라는 동등한 경쟁국(peer competitor)과 불량 국가인 북한, 그리고 테러, 범죄 등 초국적 위협요인들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공산당이라는 일당의 영도 하에 자국민들의 자유시장과 법치 열망에 반하여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지속하고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지역 질서의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이다. 중국은 군 현대화 노력을 통해 미국에 대한 반접근/지역거부(AA/AD) 능력을 강화하면서 분쟁 중인 남사군도(Sprately Islands)에 대함 순항미사일과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분쟁지역을 군사화하고 지역 항행의 자유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공간 등을 활용하여 노골적인 무력 사용 단계에는 다다르지 않는 낮은 단계의 도발(gray zone)을 수시로 자행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중국은 엄청난 경제력을 사용하여 지역 국가들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일대일로라는 중국에 사활적인 전략 추진에 적극적인 동참을 강제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러시아나 북한의 존재도 위협적이지만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이 역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에 보고서 곳곳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책과 준비 태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위협 인식은 인도의 전략적 이해와도 상당히 부합된다. 모디 총리가 전임자의 ‘Look East' 전략을 더욱 적극적이고 전방위적으로 계승한 ’Act East' 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경제, 군사, 외교, 자원 등 모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제는 가시적 실적이 중요한 모디 정부에게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 등 지역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은 너무나 중요한 외교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이제 인도는 콰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한 축으로서, 미국과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함께, 남중국해에서의 협력, 아프가니스탄 문제 협력 등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이 존재한다. 향후에도 인도와 미국은 안보, 군사, 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대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무역전쟁은 인도-미국 관계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모디 정부의 외교정책 전망
모디 정부의 외교정책을 전망할 때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모디 총리의 강경 힌두 민족주의 배경이 외교 전략 수행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였다. 예전 BJP 집권 시와 유사하게 모디 정부도 적대적 이웃이자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에 대하여 강경한 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으나 종교라는 변수가 국가 외교정책의 본질적 측면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는 않았다. 특히 미국, 중국 등 강대국 대상 외교는 대단히 냉철한 실용주의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중국의 경우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증진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였지만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노력이 인도를 포위하는 형태로 전개되는 일대일로와 해상 실크로드 전략으로 표출되면서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적 전략에 맞서서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공세에 대응하는 한편 'Act East' 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모디 정부의 전략적 지향과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공세에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공동 이해 외에도 민주적 가치 공유와 산업협력, 방위·에너지 분야 협력 등 양국 간에 많은 협력분야가 존재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분야 갈등, 방위비 분담 요구 등의 갈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미국 간에 전방위적 협력이 계속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남방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전략도 인도의 이해와 서로 부합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 에너지 등 분야에서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한국에 'Act East'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것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인도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국과 인도 간에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한국의 전략적 이해 확대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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