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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파키스탄의 경제위기 현황 및 전망

파키스탄 Usman Khalid University of Nottingham Malaysia Campus Assistant Professor 2019/08/09

통화 위기 등 계속되는 경제 문제가 파키스탄 현 정부의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 루피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2019년 3월 이후 5.9%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었다.1)  인플레이션도 최근 5년 내 최고치인 9.4%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급등의 주요 원인은 루피화 가치 절하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분석된다. 테러와의 전쟁 비용을 포함한 높은 군비지출도 파키스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2)

 

경기위기의 원인은 전임 정부의 정책
현재 파키스탄 경제위기의 원인은 전적으로 전임 정부의 빈약한 경제정책에 있다. 전임 정부가 인프라 개선을 이유로 무분별한 차입을 시행함에 따라 전임 정부의 임기 동안 파키스탄의 GDP 대비 총 부채 비율은 67.2%에서 78.4%로  11.2%p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파키스탄의 대외부채가 270억 달러에 달하며 향후 2년 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부채 규모는 2019년 2월 기준 파키스탄 총 부채의 27%로, 역내 국가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재정요건을 감안할 때 파키스탄이 향후 2년 동안 지불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60억 달러~5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3) 2019년 5월 기준 파키스탄의 대외부채는 무려 1,06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파키스탄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210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1>은 대외부채 증가와 관련하여 파키스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몇 년 동안 파키스탄의 대외부채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 왔으며 급기야 2017~18년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엄청나게 늘어난 부채 규모는 파키스탄 통화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2019년 5월 24일 파키스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는 2019년 5월 3일의 89억 8,410만 달러에서 9억 7,390만 달러 가량 줄어든 80억 1,020만 달러를 기록했다. IMF가 강조한 것처럼, 외환보유고는 경제위기 발생시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방패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위기 발생 없이 자본 유출을 비교적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해, 특히 대외부채 규모가 큰 저소득 국가에 매우 중요하다. 대개 세 달치 수입 규모를 외환보유고가 충분한지 여부를 대략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과거를 되짚어 봤을 때,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는 세 달치 수입어음을 간신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의 해외원조 확대에 힘입어 2001년에 추세가 뒤집힌 이후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는 2018년까지 충분한 양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이후 중앙은행이 7억 8,000만 달러 규모의 국채 원금 상환을 포함해 각각 9억 1,900만 달러 및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상환을 집행하자 또다시 급감했다.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매년 부채상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표 3>에서 보면,  파키스탄의 2017-2018년 부채상환비용은 원금상환액 51억 8,600만 달러와 이자지급액 22억 9,300만 달러를 합쳐 총 74억 7,9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파키스탄의 부채상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경상수지적자가 2017년 180억 달러, 2018년 210억 달러를 기록했을 정도이다. 외환보유고 축소의 또 다른 원인은 무역적자 확대이다. 현재 파키스탄은 수출로 인한 수입보다 수입으로 인한 지출이 더 큰 상태이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27억 달러에 불과했던 경상수지 적자가 2018년에는 거의 6배로 증가한 182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CPEC)’ 관련 신규 사업에 따른 수입량 증가 및 대규모 CPEC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위해 수입 주도형 성장전략에 집중한 전 정부 정책 기조 하에서의 전반적인 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를 꼽을 수 있다. 4)  앞에서 지적한 루피화 가치 급락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수출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루피화 가치절하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에 더해, 파키스탄 안보 및 정치상황 악화로 인한 외국인투자 부진도 외환보유고 부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적자 확대 및 열악한 경제상황과 별도로, 파키스탄의 세입현황 또한 2018년 기준 GDP 대비 13% 수준으로 매우 부진하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의 정부지출은 증가하는 반면 세입은 줄어들어, 이번 회계연도(2018~19) 반기 재정적자가 GDP 대비 2.7%를 기록, 2010~11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급락 원인을 전임 정부가 발표했던 사항에 따른 개발비용 지출의 감소, 소득 및 법인세 세입 감소,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 철폐에서 찾고 있다. 또한 전임 정부는 수출 확대에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지 못했다. 세계은행은 “Pakistan @100: Shaping the Future”라는 제목의 자체 보고서를 통해 파키스탄의 재정적자의 핵심 원인을 취약한 거버넌스로 꼽으며, 재정 시스템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탈세가 쉽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 부진으로 세입 창출도 부족한 파키스탄은 결국 해외원조와 외국인투자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투자와 해외원조도 예전같지 않아 파키스탄 경제가 더욱 악화되지 않게하는 임시방편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2019년 5월 파키스탄은 IMF와 6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는 기존의 부분변동환율제에서 시장결정환율제로의 전환 등 여러 조건이 따른다. 또한 파키스탄은 아부다비개발기금을 통해 아랍 에미리트연합(UAE)에서 20억 달러를 조달하여, 2019년 3월 초 149억 5,600만 달러이던 외환보유고를 173억 9,800만 달러로 확대했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도 파키스탄과 7개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6년 간 최대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해외원조 및 우호국가의 융자에 의존하는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의 방향
현재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국가의 거시경제 여건을 개선하고, 거시경제 변동성을 줄이며, 산업부문을 개혁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광범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거시경제 변동성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투자 감소로 인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줄어듦에 따라 파키스탄은 귀중한 외환보유고의 추가 손실을 겪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미 상당량의 자금이 국외로 유출되었다. 파키스탄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FATF)의 “그레이 리스트(회색국가리스트)”에 포함되어 파키스탄의 은행 및 자금거래에 대한 전 세계의 감시가 강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의 원활한 유입을 위해 투자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파키스탄은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Ease of Doing Business) 보고서에서 평가 대상 190개국 중 136위를 기록했다. 기업환경평가 순위상승 및 투자 확대를 위해서 파키스탄은 관세법 및 규제 간소화, 국내 안전 및 치안 상황 개선, 매력적인 관광지 겸 투자처로서의 국내 이미지 제고와 리브랜딩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이미 비자정책 완화 및 전자비자 도입 등을 통해 관광업을 진흥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파키스탄은 특히 중소기업(SME)을 대상으로 보다 유연한 세금 정책을 도입하는 등 국내 산업 및 국내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는 파키스탄이 국제 무대에서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해외투자처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파키스탄은 또한 국내 산업의 발전 및 지원에 힘쓰며 수출 다각화 및 경쟁력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인프라 수준 및 규모, ICT 채택 정도, 거시경제 안정성, 노동시장, 기술, 재정안정성, 혁신역량 등 다양한 지표를 기준으로 국가의 성취도 수준을 평가하는 글로벌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GCI)에서 파키스탄은 2018년 기준 140개국 가운데 107위에 선정됐다. 5) 이렇게 순위가 낮다는 것은 비즈니스 환경 개선 및 경제발전 촉진을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현재 파키스탄 경상수지 및 국제수지 적자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수출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직물, 쌀, 수술도구, 카페트, 스포츠용품, 가죽상품 등 저부가가치 1차 제품(primary products) 이상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수출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다.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 국가 등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는 것도 수출을 확대하고 필요한 외화를 획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당분간은 파키스탄 정부에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루피화 가치가 더욱 절하될 것이며 인플레이션은 더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어떤 정책을 채택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파키스탄은 징세능력 개선 및 제도와 거버넌스 향상을 위한 포괄적 개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는 정책 활동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줄 뿐만 아니라 투자확대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 각주
1) Nikkei Asian Review, Pakistan hikes interest rates to 5-year high after IMF deal, 2019.05.21
2)The Diplomat, Pakistan’s Economic Woes: The Way Forward, 2019.04.18
3)Pro Pakistani, Pakistan’s External Debt Worth $27 Billion Has to be Repaid in Just 2 Years: IMF, 2019.04.23
4) The Diplomat, Pakistan’s Economic Woes: The Way Forward, 2019.04.18
5) The Diplomat, Pakistan’s Economic Woes: The Way Forward,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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