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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국-인도 교역 500억 달러 시대를 지향하는 인도 시장 진출 전략 2

인도 김응기 (주)비티엔 대표이사 2019/08/12

2019년 들어 한국 기업의 對인도 직접투자는 대기업 단위의 굵직한 내용만 추려도 그 규모가 수십 억 달러 이상이다. 개별 투자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인도 시장 진출에서 새로운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 가전 시장에 진출한지 24년이 된 삼성전자는 이제 가전 시장 석권을 넘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對인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24%의 점유율로 28%를 차지한 샤오미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기존 스마트폰 제조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해 약 9,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의 현지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협력사들을 인도로 대거 이전시켰다. 이는 현지 생산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였다.

 

삼성전자의 현지화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장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 공장을 인도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2019년 5월 인도 현지 언론들은 “연간 생산 1억 2,000만 대의 제2공장 증설이 이루어진 지 10개월이 지나지 않아 삼성그룹 차원의 투자로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현지 공장 착공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삼성 측도 이를 확인했다. 기존 스마트폰 공장 인근지역에 스마트폰 배터리 팩 조립라인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세우는 동 계획에 4,2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인도 시장 진출 제2기
삼성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기업의 현지화 전략’의 한 예이다. 최근 5년 간 인도 시장 내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동향이 쉽게 파악된다. 특히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은 2018년이다. 2016년에 비하여 배 이상의 기업진출이 이루어진 2017년에 이어 118개 기업이 2018년에 진출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증가를 기반으로 양국 교역 총량이 200억 달러를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현지 법인설립 등을 통한 직접 진출이 증가한 것이다. 이른바 포스트 차이나로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대상국에 있어 인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수적 증가에만 의미를 두어선 안 된다. 사실 수적 증가로만 본다면 인도가 한국 기업의 최대 진출대상국은 아니다. 인도와 더불어 포스트 차이나 수혜를 입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는 계속 증가하여 2018년에만 800여 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제2기’라고 명명한 것은 예전에 비해서 진출 기업 수가 늘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진출 기업의 형태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진출 1기에서는 대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진출 그리고 이에 필요한 부품 조달기업과 기타 서비스 기업의 동반진출로 일정 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 상호 거래를 위주로 이루어졌다. 진출 2기가 이와 대비되는 것은 인도 안에서 한국 기업 상호간 거래라는 틀을 깨고 인도 로컬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기업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인도 내 코리아타운(K2K)을 벗어나 인도(K2I, K2G)로1)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의 경우, 진출1기 때는 현대자동차와 관계된 타밀나두(Tamil Nadu)에서의 동반진출과 GM대우와 관련한 몇몇 기업의 푸네(Pune) 일원 진출이 거의 전부였다. 현대차와 GM대우 이외에도 약 18개 이상의 인도 로컬 자동차 완성공장들과 관계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겨냥한 거래진출은 매우 드물었다. 더구나 거대한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도 한국 기업은 현대자동차의 관계사인 현대모비스 외에는 존재감이 상실된 상태였다. 그러나 진출2기에서 달라졌다. 인도 승용차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마루티 스즈키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 현지 모기업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 등 주요 로컬 자동차 제조기업과의 거래는 물론 인도에 진출한 도요타와 볼보 등 해외 기업의 인도 공장과 이들과 부품조달관계를 맺은 현지 기업과의 거래를 겨냥한 진출이 시도되고 있다. 이에는 현대자동차와의 거래를 위해 첸나이에 기(旣)진출한  기존 기업들이 사업 영역을 현대 이외 기업들 그리고 첸나이 이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만큼 인도시장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성장하였기 때문에 K2K 거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부품의 예뿐만 아니라 전자, 통신, 매트로  발전 등 인프라 산업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견〮중소기업이 처음 인도 시장에 발을 디딘 계기가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국 대기업에 편승한 동반진출인 경우가 지난 진출1기에서의 패턴이었지만, 그 이후 인도 시장에서 한국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에도 지난 1기 기간 중 한국 중견·중소기업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로컬 시장의 러브콜을 받아 중견·중소기업의 독자적인 진출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워낙 이러한 사례가 개별 기업의 대외비적 영업활동인 관계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서비스업과 요식업에서도 1기와 2기의 진출 성격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령 한국음식을 기반으로 한 요식업 개업에서도 1기에는 매출의 90% 이상을 인도 내 한국인 사회를 겨냥한 창업이지만 지금은 90% 이상  非한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시거주 인구가 만 여명에 지나지 않는 인도 내 소수 한인사회 한계를 벗어나 로컬 시장을 겨냥한 창업은 벌써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업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1기에서의 한인겨냥 한국식당들을 능가하는 정도로 성공적이다. 일례로, 2018년 하반기에 개업한 벵갈루루 ‘Daily Sushi’라는 상호를 달은 한국 분식집의 퓨전 창업을 들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코트라의 인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 라면의 인도 수출이 2017년에 비하여 127%나 성장했다. 이전에는 주로 인도 내 한국 커뮤니티에서의 소비를 겨냥한 수출이었지만 2018년 4월 오뚜기 진라면이 베지테리언이 대다수인 인도인을 겨냥하여 개발한 베지테리언 진라면을 출시하면서 선풍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자, 이에 고무된 농심과 삼양도 인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즉, 127% 수출신장은 한국 라면 제조기업 3사가 로컬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만들어낸 성과이다. 여태까지 국물 없는 라면으로 네슬레 인도법인이 좌지우지하던 1조 원 규모의 라면 시장에서 이러한 로컬 소비시장 공략이 2019년에도 계속되어 조만간 인도 내 한국 라면의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대 로컬 시장에 깊숙이 침투
오뚜기 베지테리언 진라면으로 촉발된 한국 식품의 인도 진출 화두는 “인도 내 한국인 소비를 누가 장악할 것인가”가 아니라 “로컬 시장 안착을 누가 먼저 할 것이냐"이다. 재외 동포 200만 명 이상이 있는 북미 시장에서는 한국인 소비를 위주로 한 시장 전략이 유효할 수 있겠지만 13억 5,000만 명 인구를 지닌 거대 소비 시장인 인도에서 불과 만여 명에 지나지 않는 한국인 소비를 공략 목표로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거대 로컬 시장에 깊숙이 들어가고자 하는 한국 식품의 노력은 이런 점에 일정 규모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여느 재외 동포 진출 지역에서의 시장 전략과는 차별되는 시도이다.

 

이와 같이 오뚜기 진라면의 경우처럼 새롭게 로컬 소비를 개척하려고 뛰어든 경우도 있지만 이미 인도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도 새로운 진출 프레임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로컬 시장에서의 외연 확대이다.

 

안드라프라데시 아난타푸르 지역에서 2019년 하반기에 준공될 기아자동차의 연간 30만 대 생산 공장은 현대자동차만으로 한계에 달한 인도 자동차 소비시장에 대한 외연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기존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영업이 산트로(Santro: 1086cc), i10(1000cc 내외) 등 소형차 위주에 머물러 있어 인도 자동차 판매 2위의 수성과 점유율 제고를 위해 시장의 외연을  중형으로까지  넓히는 새로운 진출 프레임을 세운 것이다.

 

롯데제과가 2010년, 2015년 각각 초코파이 제1, 제2공장을 세우고 인도 제과시장에 진출한 상태에서 또다시 2017년 말에 인도 아이스크림 기업 ‘하브 모어(HAVOMOR)’를 1,700억 원에 인수한 것 역시 인도 로컬 제과시장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진출 2기의 새로운 프레임이다. 최근 롯데의 경영 수뇌부의 연이은 인도 시장 확대 언급은 이러한 행보가 종합제과 식품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롯데의 위용이 인도에 등장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인도 내 마케팅 파트너 기업을 통해 간간이 수출로만 인도 시장을 지켜보던 오리온제과가 이러한 동향에 자극을 받아 드디어 2019년에 들어서서 500억 원을 투자하는 초코파이 공장 착공을 발표하게 되었다.

 

 

진출 2기, 새로운 프레임 정착을 위한 전략 절실
거대 시장 인도에서 로컬에의 직접 진출로 활동 외연을 넓히는 진출 2기에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성공적인 시그널이 있는 반면에 적지 않은 규모로 시장접근을 시도하다가 불과 10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경우도 있다. 홈쇼핑으로 인도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섰던 CJ 홈쇼핑 인도 법인의 경우이다. 소비 시장 부문 이외 인도 인프라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두산중공업의 인도 시장 후퇴도 최근의 일이다. 이런 대기업 분야는 그나마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라도 하였지만 그 외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소리 소문 없이 로컬 시장 직접 진출에서 실패하였거나 지금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출 2기, 로컬 시장에 다가서는 한국 기업에겐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새로운 진출 프레임이 요구된다. 타산지석으로 앞선 실패를 분석하고 해당 원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도출하여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분석과 대책 연구가 정부기관 수준에서나 기업 자체에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성과가 도출되어 한국 기업에게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세부적인 전략의 모든 것을 이번 칼럼에서 다룰 수는 없어, 아쉬운 대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고민해야 할 우선 과제 정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기업 활동에 관련된 인도 시장의 이해는 결코 포괄적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도는 듣던 대로 한국(남한)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거대한 국가이다. 남북으로 분포 길이가 워낙 커서 비행기로 이동하여도 3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북에서 남쪽  지방에 갈 수  있을 정도이다. 국토 면적이 이렇게 크다는 것은 물류 이동에서 시간과 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영업의 범위 설정이 단지 ‘인도’가 아니라 ‘인도의 어디’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가격제 시에서 C&F India가 될 수 없고 C&F Mumbai, C&F Chennai 혹은 C&F Delhi든지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 선적항에서 해당 지역까지의 물류비용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숙지되어야 한다.

영토가 넓고 인도 역시 곧 중국을 능가할 정도로 많다는 것은 그 구성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인도는 29개 주(state)로 나누어져 각 주는 종교, 언어, 민족 그리고 문화 등이 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언어와 문화가 상이한 각각의 인도인은 국적(India)만 하나로 동일하지 정작 서로 외국인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이질적이도록 다양한 구성의 연방제 국가체제이다. 이러한 나라에서의 로컬 시장 직접 진출은 ‘인도는 이렇다!’라는 획일적인 일반화 원론으로 이해될 수가 없다. ‘인도의 어디에 무엇은 이렇다’라는 정도로 디테일하여야 한다.

 

수직적 접근과 수평적 접근의 균형 필요
정보든 마케팅이든 원론적인 이슈에는 기본적인 내용이 있지만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각 정보에는 심층적으로 깊이를 더하는 수직적 접근이 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인도의 몬순 (Monsoon)은 6월 말부터 시작하고 8월 말까지 이어진다는 몬순 이슈에 대한 기본 이해는 주목하고자 하는 해당 지역에서 실제 몬순이 언제 시작하고 언제 그치는지 그리고 강우량은 어느 정도이며 몬순 기간 중 비 오는 양상이 어떤지를 이해하는 수직적 접근과 동시에 인도 동남부 지역인 타밀나두 지역에서의 몬순은 11월부터 시작되어 12월 중순까지 집중호우로 이어진다는 부가적 사실을 이해하는 수평적 접근이 따라야 해당 지역에서의 기업 활동에 착오 없는 참고가 될 수 있다.

 

인도 북부 소비 중심지에서는 힌디어가 있고 남부 중앙 거점에서는 캐나다(Kannada)어가 그리고 서남부 케랄라 지역에는 말라야람(Malayalam)이란 지역 언어가 존재한다는 수평적 이해를 근거로 제품 포장에 이들 언어를 모두 표기하려거나 지역 단위 포장으로 하려는 것은 결국 비용 증가로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사실 특정 제품을 제외하고는 현재 시점에서 유효한 소비자 그룹에서는 소비자들이 해당 지역 언어에 의존한 소비 선택이 아니라 ‘영어’로도 충분히 소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품 포장에 영어 하나의 언어로 할 경우 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에 다언어를 표기하거나 개별 언어를 표기한 포장보다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나 전시효과로서 더욱 경쟁력이 있다. 이를 인도 다언어(多言語)에 대한 수직적 이해라 할 수 있다.

 

 CJ 홈쇼핑 인도법인 ShopCJ가 시장의 심화(수직적 접근) 이전에 수평적 전략으로 지역 언어 방송국을 서둘러 확대한 것은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면서 결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고 결국은 경쟁기업에 지분을 양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가서 체험하려 말고 가기 전에 배워야
인도 시장에 깊숙이 안착하려는 한국 기업의 시도는 옳다. 대기업부터 개인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인도라는 거대 시장은 이런 도전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거니와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도전이 실패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무작정 인도가 아니라 인도 이해를 기반으로 한 도전이 되어야 한다. 비행기 타고 나서야 궁금해지지 말고 항공권 발권 이전부터 인도 탐구는 시작되어야 한다. 다행하게도 주변에는 제대로 알려주는 인도 출장 가이드북과 정보 세미나가 없지 않다. 한국의 33배 넓은 인도의 어디에서 체험을 하여야 ‘인도 체험’인가? 이 원초적인 질문에 대답이 궁색하면 비싼 출장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여서 체험 학습하겠다는 무모함을 포기하고 우선 주변에 있는 인도 서적과 세미나 중 옥석을 가려 활용하는 것이 옳다.

 

* 각주

1) 인도 내에서 한국기업이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틀을 K2K로, 한국기업이 인도 내 인도내수시장(기업)과의 거래를 K2I로, 인도 내 다국적 기업(혹은 인도 주변국가)과 거래를 하면 K2G로 정하여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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