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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 하원의원의 조지아 의회 연설 여파로 재발된 양국 갈등

러시아 / 조지아 Rovshan Ibrahimov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Professor 2019/09/23

조지아와 러시아 간 갈등  촉발
조지아는 지난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親서방 노선을 택했으며, 나토(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계속 추진해 왔다. 조지아에서는 反러시아 정서가 강하며, 최근 러시아 하원 의원의 조지아 의회 연설이 조지아 내 反러시아 정서에 불을 당겼다. 이번 사태는 조지아 출신의 세르게이 가브릴로프(Sergey Gavrilov) 러시아 하원의원의 연설로 촉발됐다. 정교회 국가 의회 간 모임인 ‘정교회 의회 간 회의(IAO)’ 의장을 맡고 있는 가브릴로프 의원은 지난 6월 20일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을 했고, 이것이 조지아 국민들의 反러 정서를 자극한 것이다. 가브릴로프 의원이 연설을 마치고 착석한 후 조지아 야당 의원 한 명이 강력 항의했으며 결국 가브릴로프 의원과 러시아 대표단은 의회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조지와 러시아 양국 간 대립 상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국 관계는 특히 미하일 사카슈빌리(Mikheil Saakashvili) 조지아 전 대통령 재임 시기(2004~2013년)에 최악이였다.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反러, 親서방 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국 갈등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08년 8월 8일 조지아는 자국 내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아의 분리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전쟁을 치뤘다. 당시 조지아 군대의 공격에 러시아는 남오세티아뿐만 아니라 또다른 조지아 내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Abkhazia)에도 군대를 파병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며칠 후 러시아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인정했으며 이후  두 지역의 자치권을 유지시키기 위해 매년 대규모의 재정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재정지원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후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나우루, 시리아, 투발루 등도 두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한다고 밝히며 러시아에 동조했다. 이에 대응해, 조지아는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으며 독립국가연합(CIS)에서도 탈퇴했다. 러시아도 이에대응해 2006년 부터 조지아 와인을 포함해 미네랄워터, 농산물 등 조지아산 제품 수입을 금지시켰다.

 

이후, 2012년 의회 선거에서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국민운동당(United National Movement)이 패배하였으며 집권당이 된 신생 정당인 조지아의 꿈(Georgian Dream Party)은 균형잡힌 외교정책을 펼치고자 노력함에 따라 反러시아 노선을 표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지아의 꿈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012년 이후 러시아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 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러시아인들은 조지아에 비자 없이 90일 동안 체류할수 있게 되었다. 2014년 러시아는 조지아산 제품 수입 관련해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 이러한 화해무드 속에서 양국 관계는 2019년 6월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조지아와 러시아 간 갈등 확대
하지만 이번 러시아 하원의원의 조지아 의회 연설 사태로 인해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러시아 의원의 의회 연설에 반발한 조지아 시위대는 수도 트빌리시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의회 진입을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대치하던 경찰과 충돌했다. 조지아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인해 경찰 80명을 포함해 240명이 부상당했다.

 

 

 

조지아 의회 연설 논란이 발생한 후 머지않아 러시아 정부의 대응이 이어졌다. 6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조지아를 잇는 직항 노선 운항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이후 7월 8일 공식적으로 중단시켰다. 조지아를 방문할 예정이던 러시아 관광객들은 조지아 여행을 취소할 것을 권고 받았다.
 
조지아와 러시아의 대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월 7일 조지아의 시사평론 프로그램 진행자인 게오르기 가부니아(Georgy Gabunia)가 푸틴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증폭되었다. 이에 대해 살로메 주라비슈빌리(Salome Zurabishvili) 조지아 대통령은 해당 언론인을 비난하는 한편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조지아 방문을 취소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모욕한 조지아 언론인에 대해 개의치 않으며 조지아에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의회는 조지아 언론인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강력 항의하며 러시아 정부가 조지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 의회는 조지아 와인, 미네랄 워터, 농산품 수입 금지뿐만 아니라 송금 중단도 요구했다.

 

향후 전망
러시아 정부가 조지아에 대해 직항노선 중단 이외에는 아직 새로운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조지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 직항 노선 중단으로 러시아 관광객이 감소하게 되면 조지아가 받는 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아에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480만 명이며 이 중 러시아 관광객이 140만 명에 달한다. 특히 러시아 관광객  감소에 따른 손실분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7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조지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만약  러시아의 제재 조치가 와인이나 미네랄 워터 등 조지아산 제품에 부과될 경우 피해는 더 커진다. 2018년 기준으로 조지아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함께 러시아의 3대 와인 수출국이였다. 실제 조지아는 2018년 전세계에 8,620만 병의 와인을 수출하였으며 이 중 5,368만 2,000병이 러시아로 수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지아가 러시아로 수출하는 와인과 미네랄 워터 수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18년 조지아산 와인의 러시아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1.6배 증가한 1억 6,6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미네랄 워터 수출액은 7.7% 증가한 5,06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러시아 시장은 조지아 수출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와인 수요처의 84%, 미네랄 워터 수요처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다행히도 러시아 정부가 조지아산 와인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적인 수입 규제 조치 소식은 없다. 과거에 규제 조치가 취해진 적이 있는데, 2006년 러시아 규제당국(Roskomnadzor)이 조지아산 와인 수입을 제한적이 있다.

또한 송금의 경우, 많은 조지아 가계 재정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조지아 중앙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러시와 조지아 간 2018년 송금액이 6억 3,1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따라서 양국 간 송금이 금지된다면 조지아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의 양국 관계를 봤을 때, 갈등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즉 적어도 2019년 내 관계가 회복될 가망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조지아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안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다각화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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