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르헨티나 예비선거 결과와 향후 전망

아르헨티나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교수 2019/09/30

아르헨티나의 예비선거 제도
지난 8월 11일 아르헨티나는 홀수 해에 실시하는 예비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예비선거는 10월 27일 본 선거를 앞둔 프라이머리 성격의 투표로 10월 선거의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민들의 민의를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그 동안 예비선거 결과가 본 선거에서 뒤바뀐 경우가 없기 때문에 투표 결과가 바로 본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 아르헨티나의 예비선거는 파소(PSAO, Primarias, Abiertas, Simultáneas y Obligatorias)라고 하는데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상하원 의원, 주지사, 시장, 구청장 등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부여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차기 대선에 대한 의견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비선거는 총선을 실시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첫 단계라는 의미에서 1차선거(Primarias)이고, 정당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개방선거(Abiertas)이며, 전국적으로 동일한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시선거(Simultáneas)이며, 만 18세 이상의 아르헨티나 국민은 의무적으로 투표하는 의무선거(Obligatorias)이다. 예비 선거에서 1.5% 미만을 득표하는 후보는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컷오프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는 특정한 1위 후보가 45% 이상을 획득하거나 40% 이상을 획득하고 2위와 표 차이가 10%이상 발생하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된다. 이번 예비 선거에서 페르난데스 후보가 이런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어서 정부 여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훨씬 크다.  

 

예비선거는 국민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동시에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국민들은 새로운 대안을 원하고 있고 그 대안은 다시 좌파 포퓰리즘이다. 예비선거 결과가 본 선거로 이어지면 아르헨티나는 시장친화적인 정권에서 노동친화적인 정권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예비선거 결과
이번 예비선거는 지난 2015년에 예비선거와 비슷한 75.7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통령 선거의 경쟁구도는 키르츠네리즘(크리스티나 전 대통령 연합)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와 변화 연합의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현 대통령 간의 양강 구도로 진행이 되었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47.37%를 득표하며 1위,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대통령은 32.23%로 2위를 차지해 15.14% 차이가 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선거에서도 야당의 악셀 키칠로프(Axel Kicillof) 후보가 49.34%, 정부 여당이 32.56%를 득표했다. 이와 반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투표에서는 정부 여당의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Horacio Rodríguez Larreta) 후보가 46.48%, 마티아스 람멘스(Matías Lammens) 후보가 31.93%를 획득해 코르도바 주지사 투표 결과 함께 여당이 승리했다. 상하원 선거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페르난데스는 예비 선거 승리 연설에서 “단순히 체제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르헨티나를 만들 것이고, 경험을 바탕으로 거짓의 시간을 끝내고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더 평등한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다. 이제 아르헨티나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로 많은 전문가들이 좌파 포퓰리스트로의 정권 교체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하나의 척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자치시(Ciudad Autonoma de Buenos Aires) 시장과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지사 선거 결과도 매우 중요하다. 위의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지사는 페르난데스 측이 승리하고, 시장은 정부 여당이 1위를 차지했다. 악셀 키칠로프(Axel Kicillof) 후보는 떠오르는 새로운 지도자로 평가 받던 마리아 에우제니아 비달(María Eugenia Vidal) 현 주지사를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킨 이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전체 24개 주 중에 22개 주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10월 27일 본 선거 이전까지 큰 정치적 사건이나 이변이 없는 한 야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승리한 2개 주는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은 코르도바 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였다. 전국적으로 야당의 지지가 높게 나타나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마크리 정부가 추진한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은 구조조정, 경쟁체제 도입과 공공 정부 보조금 삭감 등 중산층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따라서 중산층의 이탈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득표 현황으로만 보면 마크리 대통령이 남은 기간 동안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와의 격차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시작된 레임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예비선거 결과의 의미
사실 여당은 예비선거에서 승리하지는 못하겠지만 근소한 격차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야당 지지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마크리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IMF 구제금융 협상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올해 초부터 마크리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는 공약에서 변화와 진보, 빈곤 퇴치, 인플레이션 억제, 고용기회 확대를 약속했으나 경제는 더욱 불안정하고 대외 환경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변했다. 마크리 정부는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인상과 연료 보조금 삭감 등을 포함한 긴축재정 정책을 추진했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집권 초기인 2016년에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2018년 들어서 다시 위기 국면이 재현되었다. 실업률은 두 자리 숫자로 증가했고, 인플레이션도 연 55%에 달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전체 인구의 1/3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으로 실업이 증가한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가 이어져야 하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시장 친화적인 노동법 개혁이 선결되어야 하나 인턴직 규제 확대, 해고보상금 50% 축소, 경영위기 앞선 예방조치(PPC: Crisis Prevent Process)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개혁안이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파기되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2018년 5월 IMF의 구제 금융을 수용한 부분이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IMF 역사상 가장 많은 57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받았는데, 국민들은 2001년에 경제가 붕괴된 주요 원인으로 IMF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는 것은 마크리 정부에게 매우 위험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에는 IMF의 구조조정 정책이 국내 경제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구제금융을 통해 아르헨티나 경제가 회복세를 보였다면 IMF 협상과 관련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2019년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고 대외적인 경제 환경도 악화되고 있어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를 의식한 듯 마크리 정부는 예비 선거를 전후해서 포퓰리즘을 포퓰리즘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동안 세제인상과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던 것과 반대로 식품 가격 동결, 모바일폰 요금 동결, 전기/가스와 대중교통 요금 동결 등을 발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페르난데스는 자신을 실용주의자이며 키르츠네르보다 온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반대로 시장개방을 제언했다가 자본을 통제하겠다고도 하고,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가 IMF 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책적으로 보면 두 후보 간의 간극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제 금융 기관은 좌파 포퓰리즘 등장을 예상한 반응을 보였다. 투표 이후 정부가 70억 달러 단기채권 지불을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스탠다드앤푸어스는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로 매겼다. 더불어 주식 시장은 급락했고, 페소는 미국 달러 대비 약 28% 하락했다. 국제 금융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자 국민들은 통화가치 하락이 가격에 반영되기 전에 휘발유와 식량 같은 기초 생필품을 구매하려고 줄을 섰다. 대외적인 부분에서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그 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마크리 정부의 선거 패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 포퓰리즘 정권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좌파 포퓰리즘 정권이 추진한 보호주의 경제, 노동친화적인 노동법, 1차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와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시장친화적인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던 마크리 정부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거시 경제는 더욱 악화되었고, 국민들의 생활도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 경제개혁 정책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는 다시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포퓰리즘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10월 27일 선거와 향후 전망
정부 여당의 정책적 실패 외에 선거 전략에서도 미흡했다. 변화연합(Cambiemos)은 선거 전략으로 쇼셜미디어를 통해 중산층 대상의 빅데이터 캠페인을 펼쳤지만 확산되지 못했고 핵심적인 지지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선거 전략이 중산층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마크리 대통령이 공공 서비스 부문에 대한 보조금 확대를 통해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을 비롯한 중산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적인 변화들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이미 부정적인 기류가 있기는 했지만 선거 전략을 통해 여론 변화를 이끌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패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키르츠네리즘도 크리스티나(Cristina Fernández de Kirchner) 지지파와 온건파 2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계파간의 틈을 활용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페르난데스 후보도 부통령 후보인 키르츠네르와의 경쟁구도를 의식하고 있다. 만약 페르난데스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키르츠네르가 부통령이 되면 그녀에게 권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7일 선거는 모두의 전선(Frente De Todos)이 11월 24일 결선 투표 없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아르헨티나 경제가 빠른 시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있다. 마크리 현 정부가 당선되면 선택지가 많지 않겠지만 개혁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국제 금융 기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겠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개혁 과정에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반면 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첫해에는 소진된 경제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은 다시 포퓰리스트 정책으로 바뀔 것이다. 국제 금융 기관들의 저항은 있겠지만, 내국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요구가 증가하여 다시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릴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이런 환경에서 국민들은 나은 내일을 위한 희생보다는 현재의 안정과 만족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선택은 직접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진영을 선택해 왔다. 일부 전문가와 일간지에서 아르헨티나는 8월 11일부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12월까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아르헨티나 시간(Argentina time)”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곧 정권이 교체된다는 의미인데 현 정부의 권력 레임덕과 권력이양을 기다리는 새로운 권력이 공존하는 공백기(suis generis)라고 할 수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