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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카슈미르 위기 심화와 앞으로의 향방

파키스탄 / 인도 Tej Pratap Singh Banaras Hindu University Professor 2019/10/07

카슈미르는 지난 70년 동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분쟁은 식민지의 유산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었던 1947년 당시 잠무 카슈미르주(Jammu & Kashmir, J&K)는 힌두교 번왕이 다스리는 무슬림 주류사회였다. 파키스탄은 건국의 바탕이기도 한 ‘두 국가 이론(Two Nation Theory)’을 들어 카슈미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인도는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인도-파키스탄 분리는 받아들였으나 두 국가 이론에 대해서는 늘 반대의 입장을 고수했다. J&K의 힌두교 번왕은 자신의 번왕국을 ‘동양의 스위스’로 만들기 위해 독립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은 부족군대가 위협적으로 들고 일어섰고, 이에 번왕은 재빠르게 가맹 조약(Instrument of Accession)을 체결하고 자신의 번왕국을 인도 연방(Indian Union)에 편입시켰다. 그 이후 인도의 군대가 개입하여 파키스탄 무장 세력을 격퇴했으나, 해당 세력을 J&K 전체에서 몰아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J&K의 2/3는 인도의 영토, 나머지 1/3은 파키스탄의 영토가 되었다.

 

현재 양국은 J&K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상대방이 영토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가르는 선은 실질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 LOC)으로 불리며, 사실상의 국경선 역할을 하고 있다. 세 차례의 양국간 전쟁에도 불구하고 카슈미르를 둘러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양국 모두 핵 보유국이 된 지금, 카슈미르는 주요 핵무기 화약고 중 하나가 되었다.

 

제 370조 및 35A항
가맹조약 체결 당시 번왕은 국방, 외무(外務) 및 통신에 대한 권리만을 넘겨주고 나머지 권한은  유지했다. 1949년 10월, 인도 헌법 제 370조에 따라 J&K에 특별 지위가 부여되었다. 해당 조항은 인도의 헌법 및 법률이 J&K 내에서 시행되기 위해서는 추후 입법의회(legislative assembly로 바뀐 J&K 제헌의회(Constituent Assembly)의 찬성이 있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특별지위는 이후 1954년의 대통령령에 따라 인도 헌법에 제 35A항이 삽입되며 더욱 강화되었다. 동 조항에 따라 J&K의 주민에게 특별한 권리와 혜택이 제공되었으며, J&K의 인구 구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민이 아닌 자는 J&K 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들 2개 조항은 카슈미르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다.

 

여당 인도국민당의 입장
제 370조 폐지, 아요디아(Ayodhya) 내 람 사원(Ram Temple) 건설 및 단일민법(Common Civil Code) 제정은 인도국민당(Bhartiya Janata Party, BJP)의 핵심 어젠다이다. 이들 핵심 사안은 다른 정당과의 연합 정치로 인해 불가피하게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이제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하게 된 BJP는 당의 핵심 어젠다를 시행하고자 한다. 헌법 제 370조 폐지가 BJP의 핵심 안건이긴 했으나,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 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젠다 실천을 위한 모디 정부의 움직임에 인도와 전 세계가 놀랐다.

 

잠무 카슈미르주의 구성
J&K는 잠무(Jammu), 카슈미르 계곡(Kashmir valley) 및 라다크(Ladakh) 등 세 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잠무 지역은 힌두교도, 카슈미르 지역은 무슬림, 라다크 지역은 불교 신자가 대다수이다. J&K 지역을 전체적으로 볼 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슬림으로, J&K는 인도 연방에서 무슬림이 대다수인 유일한 주이다.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잠무 지역은 늘 인도와 긴밀한 통합이 되길 바랐으며, 불교 신자가 대다수인 라다크는 J&K에서의 분리를 요구해 왔다. 잠무와 라다크는 무슬림이 지배적인 카슈미르 계곡 지역이 J&K 정계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분개하며, 종교를 바탕으로 J&K를 세 부분으로 나눌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 J&K의 특별 지위를 취소하며, 인도 정부는 J&K 주를 잠무 카슈미르 및 라다크의 두 지역으로 나누고 그 지위 또한 연방직할지(Union Territory, UT)로 낮추었다. 인도 독립 이후 주의 지위가 UT로 격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J&K 재조직법(J&K Reorganization Act)에 따라 라다크가 연방직할지로 따로 분리되며 라다크 주민은 오랜 염원을 이루게 되었다. 이들 2개 연방직할지는 2019년 10월 31일 부로 존재하게 된다.

 

카슈미르의 전략적 위치
카슈미르는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및 동아시아로의 관문이다. J&K는 서아시아로의 관문인 파키스탄 및 동아시아로의 관문인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카슈미르는 지리적 요충지에 있어,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높다. 중국은 J&K의 분할 및 라다크 연방직할지 지정에 항의하며, 인도가 중국이 영유권을 가진 국경 지역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 정부는 J&K의 분할로 인해 라다크 내 중국-인도 접경지역에 발생하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우려를 진정시켰다.

 

카슈미르 문제
J&K는 매우 크고 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 힌두교가 대부분인 잠무와 불교도가 대부분인 라다크는 인도와의 통합을 바랐고, 이들 두 지역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는 지역은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카슈미르 지역이다. 카슈미르의 무슬림은 세 그룹으로 다시 나뉠 수 있다. 대부분은 독립을 원하거나, 또는 파키스탄으로의 합병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자치권이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인도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무슬림도 소수 있다. 독립이나 파키스탄과의 합병을 원하는 부류는 인도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었다.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초국적 테러리즘으로 인해 카슈미르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제 370조 및 35A항 폐기
제 370조 및 35A항의 폐기를 두고 인도 내에서 격론이 일어났다. 찬성자와 반대자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비판론자는 이들 조항의 폐지는 배신이자 헌법적 사기라고 칭하고 있다. 이들은 1947년 인도와의 가맹 당시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 주민에게 인도 연방 내에서의 특별 지위 및 특혜를 약속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렇기에 제 370조와 35A항이 헌법에 삽입되었다. 이들 두 조항을 철폐함으로써 정부는 카슈미르 주민을 실망시킨 셈이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제 370조 및 35A항의 폐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특별지위 철회 및 주 지위 격하가 넓게는 헌법 조항과 헌법의 정신, 구체적으로는 연방제에 반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이에 더해 이들은 카슈미르 주민이나 국가 야당과의 상의 없이 이루어진 조항 폐지 절차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반대파는 모디 정부가 파시스트 정부이며, 다수제 민주주의를 행하고 있고, 의회에서의 과반 지위를 악용해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분열적 어젠다를 집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찬성론자는 제 370조 및 35A항의 폐지가 모디 정부의 큰 성과이자 당의 오래된 숙원을 이룬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여당 BJP의 전신인 국민단(Jansangh)의 창설자 샤마 프라사드 무커르지(Shyama Prasad Mukherji)는 J&K 특별지위 부여에 목숨을 바쳐 반대했다. 무커르지는 갈등 상황에서 J&K 특별지위 부여를 반대하며 옥중에서 사망했다. ‘한 나라에서 두 개의 헌법, 두 개의 깃발, 두 명의 지도자는 용인될 수 없다(ek rashtra do nishan, do vidhan aur do pradhan nahi chalega - one nation two flags, two constitutions and two govt. chiefs will not be tolerated)’는 무커르지의 주장은 여당 BJP의 강령이 되었다. 제 370조 및 35A항의 폐지와 함께 여당은 당 및 창립자의 오랜 염원을 마침내 이룬 셈이다.

 

현 상태
제 350조 및 35A항을 폐기하며 J&K를 두 개의 연방직할지로 분리 및 격하한 이번 결정에 대하여, J&K 내에서도 지역별로 각기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잠무 및 라다크에서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반면, 카슈미르 계곡 지역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에 반발한 폭력 사태가 불거질 수 있음을 예상한 인도 정부는 특별지위 폐지 및 주의 재조직을 다루는 두 개의 법안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8월 4일부터 카슈미르 계곡 지역을 전면 폐쇄했다. 현재 폐쇄에 따른 제한조치가 일부 완화되었으나, 폐쇄조치 이후 카슈미르 지역 전체는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것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주류 정계 지도자는 자택 또는 호텔에 억류되어 있으며 폭력시위 예방을 위해 카슈미르 지역에 치안 인력이 대거 투입되었다.

 

폐지에 대한 찬성론과 반대론
인도 정부는 제 370조 및 35A항이 J&K 발전의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토지 취득을 제한하는 제 35A항으로 인해 J&K 내에서 산업활동 및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투자자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권이나 학교 급식, 중앙 보건계획 및 농민을 위한 계획 등 중앙정부의 복지 정책도 제 370조에 가로막혀 J&K 내에서는 시행되지 못했다. 이제 이들 2개 조항이 철폐되어 J&K 지역의 급속한 사회경제적 발전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제 370조와 35A항은 애초에 임시 조치였으며 언젠가는 폐지되어야 할 대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들 조항이 어떻게 이렇게 오래 유지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70년이 지난 지금 이를 폐지한 것을 공적으로 삼고 있다. J&K에 특별 지위를 부여했던 것은 J&K의 인도 연방 편입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특별 지위가 J&K의 인도 연방 편입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특별 지위로 인해 J&K 내 극단주의, 테러리즘, 분리주의가 득세하고 만연했다. 소기의 목적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국가와 주의 이익을 위해 특별지위를 폐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폐지, 격하, 분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이미 날선 카슈미르 내 치안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번 조치는 폭력 시위로 이어질 것이며 정부는 이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치안군을 배치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고, 이는 독립 이후 인도 정부가 기울여 온 노력을 무색케 하며 카슈미르 문제의 국제 쟁점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도 정권은 이 사안의 국제화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막아 왔으나, 카슈미르에 대한 이번 탄압은 그 정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며 따라서 인도 정부가 이를 인도 국내 문제로 치부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 및 국제사회의 반응
예상했던 바와 같이 파키스탄은 이번 조치에 격렬히 대응하며, 인도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카슈미르 문제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문제를 UN으로 회부하여 모든 강대국에 인도에 압박을 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문제의 국제 쟁점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카슈미르는 내부 문제이며 국제기구 및 국제사회가 할 역할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파키스탄과 양자적으로 카슈미르 사안을 논의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 인도의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재 의사를 보였으나 인도의 동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도는 제 3국의 중재 가능성을 단호히 차단했다. 인도는 지금까지 카슈미르 문제의 국제 쟁점화를 성공적으로 막아 왔으나, 카슈미르 지역 평화 유지에 실패할 경우 이를 더 이상 막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놀라운 것은, UAE나 사우디아라비아 및 주요 무슬림 국가가 카슈미르 문제에 있어 파키스탄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슬람회의기구(Organization of Islamic Conference, OIC) 또한 카슈미르에 대체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중립을 지켰다. 파키스탄은 이러한 무슬림 국가 및 기구에 실망한 상태이다. 과거에는 파키스탄이슬람공화국을 위한 지원 집결의 선두에 있었던 이들 무슬림 국가와 OIC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 또한 인도가 거둔 외교적 승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향방
카슈미르의 미래는 카슈미르 주민의 대응에 달려 있다. 인도가 만일 안보조치 완화 및 통신복구 이후 카슈미르 지역의 폭력 시위를 성공적으로 저지한다면 이는 인도에 있어서 커다란 승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현 사태가 대규모의 폭력 및 살상 사태로 이어진다면 카슈미르의 국제 쟁점화를 막기가 어려워질 것이며, 카슈미르가 팔레스타인이나 코소보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는 야당 지도자의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정부는 카슈미르 지역 무슬림의 두려움을 달래고, 인도 정부는 평화와 발전에 관심이 있을 뿐 지역의 인구구성을 바꾸고자 하는 뜻이 없음을 밝혀야 한다. 카슈미르 지역의 무슬림이 이번 조치의 목적은 평화와 발전일 뿐 카슈미르 고유의 정체성 파괴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을 납득하게 된다면 이는 인도에게 있어 엄청난 성취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소원해진 카슈미르 무슬림을 설득한다는 것은 결코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가 카슈미르 무슬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매우 길고 어려운 싸움을 이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관련정보]

파키스탄 총리, 유엔 안보리에 카슈미르 분쟁 조정 촉구(뉴스브리핑, 2019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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