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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 국영 전력공사 에스콤 부채 위기가 초래할 경제적 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Lloyd Magangeni TLM Global Solution (PTY) Head of Economic Research and Strategic Planning 2019/10/23

에스콤의 파산과 전력 공급 중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전력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국영전력회사 에스콤(Eskom)이 5,000억 랜드(약 40조 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상 파산했다. 에스콤이 남아공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스콤의 경영·재정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 해결이 지연된다면, 지난 5년 간 사실상 성장이 정지됐던 남아공 경제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에스콤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국가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스콤은 막대한 규모의 저급(低級) 석탄 처리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회사이다. 에스콤의 발전소들은 대부분 석탄 발전소이며, 에스콤은 원자력 발전소 1곳과 양수(揚水) 발전소 여러 곳도 운영 중이다. 에스콤이 남아공 국영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독점적 전력회사라는 점에서 에스콤의 위기는 건 남아공 경제와 지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에스콤의 위기는 메두피(Medupi)와 쿠사일(Kusile)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두 공장 건설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건설비는 예산을 초과하면서 남아공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재앙으로 기록됐다.

 

방만한 경영이 빚은 비극...사하라 이남 7개국 피해도 불가피
에스콤은 2004년 메두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기획하고, 2015년 완공을 목표로 2007년 착공에 들어갔으나 최종 완공일은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그러자 2007년 691억 랜드(약 5조 5,000억 원)였던 메두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비용 추정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배연탈황설비(flue gas desulphurisation)와 건설 대금 관련 이자 비용 300억 랜드(약 2조 4,000억 원)를 추가하면 추정 건설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쿠사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비용은 이보다도 더 크다. 초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고 공기(工期)가 지연되는 일이 흔하지만, 10여 년 동안 발전소 건설 경험이 없었던 에스콤이 메두피와 쿠사일 석탄발전소 두 곳의 동시 건설에 나서면서 결국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현재 에스콤의 재정은 심각한 상태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and Poor’s)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투자주의 등급인 CCC++로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에스콤은 현재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하향조정했다.

 

에스콤이 짐바브웨, 보츠와나, 레소토, 에스와티니 왕국, 나미비아, 잠비아 등 사하라 이남 7개 국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는 에스콤의 위기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예를 들어, 에스콤의 전력 공급 차질로 짐바브웨는 한때 하루 20시간 동안 정전이 이어지며 생산성에 차질이 생겼다. 전력의 80% 이상을 남아공에 의존하는 에스와티니 왕국과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의 사정도 짐바브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아공이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력 수출을 중단하면, 남아공 생산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한다.

 

남아공 정부는 에스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00억 랜드(약 18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원래 10년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기를 원했지만, 이미 상당액을 집행한 상태다. 정부가 70%를 보증하고 있는 에스콤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에스콤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조정해주는 출자전환이나 녹색 에너지 개발 방안 등이다. 단, 녹색 에너지 개발의 경우 가능한 대안이긴 하지만 개발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개발 시간도 3~5년이 걸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향후 전망
남아공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남아공의 풍력과 태양열 에너지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 전력집약형 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남아공에는 풍력과 태양열 자원이 풍부하고, 이러한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을 건설할 수 있는 넓은 땅이 있다. 이로 인해 태양열과 풍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 가격은 항상 세계 다른 지역보다 30% 정도는 더 낮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먼저 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서 성공한다면 에스콤은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실제 에스와티니 왕국은 에스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열 발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스와티니 왕국은 2034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 자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전력 수요의 80%를 에스콤에 의존하고 있다. 잠비아와 짐바브웨도 발전소 건설 협력에 합의하면서 탈(脫) 에스콤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양국은 국경 부근에 40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과 중국전력공사(Power Construction Corporation of China)를 건설사로 선정했다.

 

현재 남아공에선 재생에너지 생산에 주력하는, 독립발전 사업자(Independent Power Producers, IPP)로 불리는 민간 발전소들의 전체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에스콤 역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부채를 줄이면서, 남아공 재생에너지 분야 발전에 이바지할 건설적인 촉진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의 에스콤은 개혁 시기를 놓쳤고, 기술적으로 파산한 상태이며,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다. 그리고 안정적 전력 공급도 보장하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기후와 오염 비상사태를 유발하는 유독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방출하고 있다.

 

에스콤은 40년 이상 된 낡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로(廢爐)와 남아 있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매각을 통해 부채를 리파이낸싱(refinancing) 해야 한다, 단, 이때 기존 대기 질 및 환경규정 준수를 위한 매우 엄격한 조건과 폐쇄 일정을 따르는 게 필수적이다. 에스콤은 석탄화력발전소 지분 매각 경매에 민간기업을 초청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기업만 참여시킬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에스콤은 또 신설된 6개 지역 전기 배급사에 참여할 수 있는지, 혹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화 혁명을 토대로 최종 사용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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