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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500+ 복지정책 프로그램이 폴란드 경제에 미치는 영향

폴란드 Nicolas Levi AFiB Vistula Professor 2019/10/28

출산 장려와 국민 생활 개선 위해 기획된 500+ 프로그램
폴란드 보수 여당인 법과정의당(Law and Justice)이 2016년 4월 1일부로 둘째 자녀부터 자녀 1인당 500즈워티(약 15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로드지나 500 플러스(Rodzina 500 plus, 이하 500+)’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2019년 7월 1일부터는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첫째 아이를 포함해 모든 아이로 양육비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500즈워티는 2018년 기준 폴란드인 근로자 평균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의 약 15%에 해당하는 액수다.

 

500+ 프로그램은 2017년 총리에 오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현 총리의 이름에서 따온 ‘모라비에츠키 플랜(Mateusz Plan)’의 일부다. 모라비에츠키 플랜은 국내 경제주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내수 주도 성장을 주도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 주도의 성장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에 따라 마련됐다. 폴란드에선 공산주의 몰락 이후 사회정책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에서 500+ 프로그램의 도입은 혁명적 사건이었다.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500+ 프로그램의 소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하지만, 2020년 GDP의 3%를 넘는 소비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많은 폴란드인의 해외 이민으로 인한 노동인구 유출과 저출산 등의 인구 감소 문제와 그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2016년 출범한 현 정권은 출산 장려와 국민 생활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 정책을 추진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500+ 프로그램이다. 일각에서는 500+ 프로그램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비난을 제기했지만, 시행 3년이 지난 2019년 현재 폴란드 부모들이 지출을 늘리면서 일부 예상하지 못한 결과까지 포함해서 폴란드 경제에 주목할 만한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견조한 성장세 이어가는 폴란드 경제
무엇보다, 폴란드 경제는 전 세계적 경기둔화 분위기 속에서도 유럽 국가 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폴란드 경제는 1992~2019년 연평균 4.2% 성장하며 서유럽 경제를 꾸준히 따라잡고 있으며, 총 GDP는 5,240억 유로(약 687조 원)로 EU에서 7번째로 큰 국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500+ 프로그램으로 인한 가처분소득 증가가 폴란드 경제 성장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500+ 프로그램 효과에 고무된 법과정의당은 2019년 10월 치러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연금수급자에게 연간 1개월 치 연금의 추가 지급, 26세 미만 국민에게 세금 면제, 그리고 모든 가족에게 첫째 아이까지 500+ 프로그램 확대 시행 등을 공약하고 있다. 법과정의당은 폴란드 재정이 총 100억 유로(약 13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폴란드 경제는 2018년 5% 성장했고, 고용시장은 실업률이 3.7%에 불과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며, 민간부문 임금은 연간 7% 오르는 등 유럽 대륙 전역에서 모범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법과정의당은 재정적 인센티브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6년 500+ 프로그램을 시행하자 상거래 활동이 되살아났다. 2016년 5월 쇼핑객 수는 4월보다 13% 증가했고, 신발과 식료품, 아이 방에 들어갈 가구, 집안에서 쓸 도구 등의 판매가 모두 눈에 띄게 증가했다. 폴란드인들의 교육비 부담도 줄어들었다. 500+ 프로그램 시행 덕분에 많은 가족이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 580즈워티(약 17만 4,000원)에 달하는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는 500+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에게 국고채 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만기 6년과 12년짜리 특별채권도 판매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폴란드 정부가 건강, 교육,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몰라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길 더 좋아한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향후 전망 
500+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치·사회 문제 전문 싱크탱크인 NGO FOR 전문가들은 500+ 프로그램이 폴란드의 출생률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10만 명 넘는 여성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모든 가족을 대상으로 한 양육비 지원이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출산율의 경우, 2016~2017년에는 신생아 수가 3% 정도 늘어났지만, 2017~2018년에는 다시 3.5% 줄어드는 등 효과가 단기간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프로그램 혜택 대상을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첫째 아이로까지 확대함으로써 프로그램 소요 예산이 60억 유로(약 7조 9,000억 원)에서 100억 유로(약 13조 1,000억 원)로 올라갔고, 소비자들이 수십억 즈워티의 상품을 추가 구매함으로써 오염 문제가 유발될 수 있고, 국제적 사례를 봐도 가족에게 주는 혜택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500+ 프로그램의 효과를 의심하는 이유로 들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첫째와 둘째 아이에게 180유로(약 23만 6,000원)씩을, 그리고 셋째 아이에게는 190유로(약 25만 원)를 양육비로 지급하나 독일 여성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아이 1.5명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과정의당은 유럽에서 여성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는(2017년 기준 여성 1명당 아이 2명 출산) 프랑스의 육아비 지급 효과를 강조한다. 스타니슬라브 클루자(Stanislaw Kluza) 전 폴란드 재무장관 역시 500+ 프로그램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경제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게 해주고, 가족들이 받은 육아비를 소비하면 정부는 부가가치세(VAT) 형태로 지출한 육아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500+ 프로그램이 고용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육비 지원에 따른 생활 안정으로 일자리를 찾거나 전직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고, 기업들은 직원 이직을 막고자 임금을 올려줌으로써, 특히 여성이 많이 일하는 슈퍼마켓의 임금 인상 폭이 높아져 여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정부가 주는 혜택의 유무나 규모 및 출산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회정책으로 해결이 힘든 개인주의처럼 문화·사회적 측면이 출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과 상관없이 자신의 기존 행동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폴란드 정부도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도 500+ 프로그램은 한계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투자 지출은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투자도 무의미할 정도로 적다. 게다가 폴란드인들의 수명은 2019년에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일부 정치인들은 개인당 500즈워티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게 좋은 효과를 낼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선거 관점에서 봤을 때 법과정의당 입장에서 그것은 지금처럼 돈을 뿌리는 것만큼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500+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3년 넘게 지난 현재 프로그램의 효과가 엇갈린다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500+ 프로그램은 폴란드인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고, 소비를 진작시켰으며, 빈곤을 현저하게 감소시켰다(소위 '극단적' 빈곤 아동 수가 94% 감소). 반면, 출생아 수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낮으며, 경제학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폴란드 경제가 위험해질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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