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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국-이스라엘 FTA 체결 의미와 영향 분석

이스라엘 안승훈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2019/10/30

이스라엘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기대
이스라엘은 한국에게 있어 중동의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면에서 놀랍게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로서 절대 빈곤 상황 속에서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2017년 기준 1인당 국내 총생산이 4만 1,775달러(2017년 기준)와 3만 1,349달러로 선진국 대열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였으며, 다른 저개발국가들에게 있어 훌륭한 국가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한국과 이스라엘은 세계 현대사에 있어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을 제외하고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놀라운 정치 및 경제 발전은 국가 건국 이후 끊임없는 안보 위협 속에서 달성되었기에 그 가치는 높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치렀으며, 한국 또한 1950년 한국 전쟁을 시작으로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안보 위협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한국은 불리한 안보여건과 빈약한 인적·물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양국 간에 이런 공통된 국가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교류는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1962년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1970년대 이후 중동 아랍 산유국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왔고, 중동 건설 붐 등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중동 아랍 국가들과 대척점에 있던 이스라엘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왔다. 이스라엘 또한 주요 무역 대상 국가들이 유럽 및 북미에 치중되어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양국 간의 경제 협력 및 무역 교류는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대(對) 이스라엘 교역량을 보면, 총 27억 1900만 달러(약 3조 2,700억 원, 수출 14억 4,800만 달러, 수입 12억 7,100만 달러)로, 이스라엘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보다 낮은 45위 교역 국가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8월 21일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날 한국 산업통산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엘리 코헨(Eli Cohen)간의 장관회담에서 “한국-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이 최종 타결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2016년 5월부터 FTA 협상을 시작한 이래 6차례에 걸친 공식 협상을 가졌고, 2019년 8월 협정문의 모든 챕터에 합의하였다. 특히 지난 7월 15일 이스라엘 루벤 리블린(Reuven Rivlin)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그 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협상이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최종 타결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중동 국가 중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또한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이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이스라엘 FTA는 협정문에 대한 정식 서명과 함께 국회 비준을 받으면 발효되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정식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이스라엘 FTA 주요 내용을 보면 한국은 수입액 중 99.9%에 해당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며, 이스라엘은 한국으로부터 수입액 100%에 해당하는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한국은 이스라엘 수출액 중 97.4%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각 철폐한다. 이번 FTA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가 가장 수혜를 받는 품목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상품, 섬유, 화장품 등이다. 자동차의 경우 현재 관세율을 보면 7%, 자동차 부품 6~12%, 섬유 6%, 화장품 12%이나 FTA를 통해 무관세가 경우 대이스라엘 수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2018년 기준 이스라엘에서 각각 3만 8,022대, 3만 5,806대를 판매하는 등 이스라엘 수입 시장의 15.5%를 차지하였다. 특히 2019년 상반기에는 현대차가 일본 경쟁사인 토요타를 누르고 이스라엘에서 1위, 기아차는 3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 한-이스라엘 FTA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가 이스라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대(對)한국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전자응용기기의 경우, 최대 3년 이내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한국은 그 동안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도를 보였던 국내 반도체 장비 부분에서 수입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현재 150여 개에 이르는 관련 장비 개발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및 전자응용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반면 우리나라의 수입 품목 중 상대적으로 민감한 쌀, 유가공품 등 일부 농·수·축산 품목의 경우 기존의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며, 이스라엘 측에서 강력하게 관세 철폐를 요구했던 자몽(30%, 7년 이내 철폐), 의료 기기(8%, 최대 10년 이내 철폐), 복합 비료(6.5%, 5년 이내 철폐) 등은 최대한 철폐 기간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를 극소화하였다. 서비스·투자 분야의 경우,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WTO 서비스 협정(GATS) 이상 수준의 개방을 약속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자유화 하지 않은 품목을 지정하고, 지정된 품목 외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화하는 것으로, 관련 분야의 개방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유통·문화콘텐츠 서비스의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2003년에 발표된 기존 한-이스라엘 투자보장협정을 대체하는 새 투자보호제도 마련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보호범위를 기준 설립 후 운영 및 처분 단계에서 설립 전 단계까지 포함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한류를 이스라엘에서도 확산하기 위해 영화, 음악 등의 한류 콘텐츠 보호 및 산업재산권 보호 등 지식 재산권 전반에 대한 보호를 확보하였다. 이외에도 원산지, 경쟁, 정부조달 등의 챕터 합의를 통해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였다. 특히 원산지는 기업의 편의를 위해 단순한 품목별 원산지 기준 (챕터별 공통원칙)을 도입하고, 개성 공단 증 역외 가공에 대해서도 근거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국산품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현재 양국이 집중적으로 연구 투자하고 있는 항공, 보건·의약, 가상현실, 빅데이터(Big Data), 재생 에너지, IT와 BT, 인공지능(AI) 분야 등, 첨단 기술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측 간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연구인력 교류 및 법제도·지재권 등에 대한 정보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내 우리 주재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입국 관련 서류(고용허가·근로면허·비자)의 최초 유효기간을 기존의 1년에서 2년을 부여토록 하여 연장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최대 체류 기간도 63개월에서 이스라엘 경제기여도 등을 감안 해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8월 21일 양국 장관회담에서 FTA 협정 체결과 함께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사업단 간에 소재, 부품, 장비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사업화단은 연평균 100여 건이 넘는 연구결과를 원천 특허로 출원하고, 상업화에 성공한 세계 수준의 연구 기관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주요 연구기관들과의 상호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관련 핵심 기술을 지원받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은 수출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양국 간 기술협력 기반이 됐던 한-이스라엘 산업기술연구개발기금(KOR-IL)을 현재 연간 2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두 배 증액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의 산업기술 공동 연구개발(R&D)이 확대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이번 FTA는 양국 간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특별관세 등 FTA 적용을 배제한다는 영역조항에 대승적으로 양보하여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을 돌파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즉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도 이스라엘산으로 간주해 FTA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및 타 중동 국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수용에 난색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지난 7월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 측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였다. 따라서 이번 한-이스라엘 FTA 체결을 위해 이스라엘이 보인 양보는 분명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협정 타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FTA 체결은 한국과 이스라엘, 양국의 관계가 새로운 실질적 협력 관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현재 양국은 경제 협력과 함께 안보 및 사회 문화 교류 등 전 분야에서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그 동안 ‘중동 석유’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FTA를 바탕으로 한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멀지만 가까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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