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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투르크메니스탄 인민회의에서 공개된 국가발전 전략의 특징

투르크메니스탄 황영삼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9/10/31

지난 9월 25일에 개최된 인민회의(People’s Council)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Gurbanguli Berdimuhamedov)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국가발전 현황에 대해 참석자와 국민들에게 보고했다. 국가정책에 관한 중간보고 성격을 지닌 이번 회의에서 정치, 경제, 외교,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진행 상황과 성과 및 미래 전략에 대해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 특이할 만한 내용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평가를 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분석은 비교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의 본질과 성격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먼저 인민회의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의체이다. 여기에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 원로, 사회지도자, 시민단체 지도자 등 국가를 지도하는 리더들이 구성한 기구로서 2008년 헌법으로 폐지되었다가 2017년에 재등장했다. 2017년 당시 인민회의의 성격은 자문기구인 원로회의의 연장선에서 해석될 수 있는 명목적이고도 헌법에도 없는 기구였다. 그러나 2018년에 있었던 1차 회의 이후 2019년에 진행된 2차 회의에서는 2008년 이전의 성격을 재차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을 강구하고 있어서 권한이 과거와도 같은 수준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민회의는 향후 투르크메니스탄 정치에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며 여기서 발표된 내용은 곧 국가정책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국가의 경제현황에 대해서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2019년 3/4분기 현재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와 유사한 6.3%를 기록하고 있고 GDP가 1,100억 마나트(320억 달러)로 발표했다. 국가발전 전략에 의하면 현재 진행 중인 2단계(2016~2020)에서는 매년 GDP 성장률을 8.3%로 정하고 단계가 종료되는 2020년 말의 1인당 GDP를 3만 2,000 달러 수준에 이르도록 한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다. 이후 국가 GDP 성장률의 경우 2021년부터 25년까지는 연평균 6%, 2026년부터 30년까지는 4.9%로 설정하고 있다. 2030년에는 1인당 GDP를 4만 8,000 달러를 달성하고 완전한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것이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가발전 전략의 요체이다. 따라서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독립 40년 만에 선진국의 대열로 오른다는 의미이다.

 

국가 기간산업의 강화 – 가스자원 에너지
투르크메니스탄이 중앙아시아에서 카자흐스탄에 이은 경제 강국임은 잘 알려져 있지만, 카자흐스탄이 저성장경제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국가성장의 배경으로는 천연가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원유-가스 산업은 여전히 국가의 중요한 경제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며, 연간 원유생산량이 1,060만 톤에 이를 것이다. 2020년 기준 가스 생산은 1,877억㎥로 예상되며, 그 중 수출량은 1,483억㎥가 될 것이다. 가스 생산량의 대부분이 수출용이라 이것이 바로 국부의 원천이 된다. 나아가 석유제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공장건설에 한국기업이 참가한 바 있는 키얀리(Kiyanri) 석유화학 공장이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및 가스파이프라인을 연상하게 한다. 소련 시기의 유산으로 대부분의 천연가스는 러시아를 통해서 외국으로 수송되었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Gazprom)은 절대적인 영향을 가졌다. 그러나 독립 초기부터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수출 다변화정책을 시행하면서 먼저 중국 방면으로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2009년에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에 이르는 가스관을 통해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가 수출되었던 것이다. 그 외 타피(TAPI: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 노선의 프로젝트도 진행되어 현재에는 일부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소련에서 최빈국 공화국에 속했던 투르크메니스탄이 천연가스를 독보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게 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국가경제의 발전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2020년에 종료되는 2단계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 내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민영화 사업의 역량 강화’가 있다. 이것은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을 추구해 왔던 기존의 전략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외국투자의 유치확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여기에는 IT 기술인력의 양성은 물론이고 조세제도, 금융제도 관련 인력의 양성 등 전문가 교육사업 부문도 포함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자원 외에 사회경제 각 분야의 전문기술 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또한 이를 직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더스트리 4.0’ 개념에 관해서도 대통령은 인민회의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첨단산업의 육성도 발전전략의 하나로 선택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높은 면화생산으로 유명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섬유산업의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목표량은 50만 톤으로 설정되어 있다. 2020년까지 5개의 섬유공장과 8개의 방적공장이 지방에 건설되며 아쉬가바트(Ashgabat)에는 면공장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마리 및 투르크메나바트(Turkmenabat)에는 4개의 방적 공장과 2개의 의복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인구 대비 섬유산업은 자급자족 가망성이 충분히 높은 편이며 나아가 인근 국가로의 수출 능력까지 보유하게 된다.

 

도시현대화 사업
니야조프(S. Niyazov)에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화시킨 분야는 우서 수도인 아쉬가바트를 현대화시키는 일이었다. 그것은 곧 도시의 건물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도로 및 일반 아파트 등을 고급화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사업은 일부 서민들의 반발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오늘의 모습으로 탈바꿈되었다.

 

‘흰 대리석의 도시’ 아쉬가바트의 현대적 모습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2017년에 개최된 제5회 아시아 실내무도대회에서 초청된 각국 선수단은 도시의 화려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누르술탄: Nursultan)의 도시건설과 거의 같은 궤를 가지고 있는 아쉬가바트의 도시건설은 터키 기업 폴리멕스(Polimecs)사가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는 투르크메니스탄의 독립과 함께 역사문화적 유사성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을 제치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현재 아쉬가바트는 대통령궁, 의회, 공공건물, 학교, 기념관, 아파트 등 모든 측면에서 현대적 건물로 채워졌다.

 

최근 당국은 아쉬가바트 북부 지구에 신도시 주거촌을 두 곳이나 건설했는데 한국의 분당이나 일산 정도로 비유해도 무방하다. 야간에 비행기로 아쉬가바트에 착륙하기 직전에 도시 북쪽에 화려한 불빛 지역이 시선을 끄는데 바로 그곳이 바로 신도시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자급자족이 거의 되는 주거지역으로서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당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조성정책의 일환에서 비롯되었다.

 

아쉬가바트 서쪽 인근의 괵데페(Geokdepe) 또한 아할 주(Akhal Belayat)의 새로운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괵데페는 1881년에 제정러시아 군대와 맞서서 최종적인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진 바 있어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쉬가바트에서 괵데페로 가는 노상에는 킵차크(깁차크: Gypchak)라는 마을이 있는데 여기에는 초대 대통령 니야조프의 묘소와 거대한 모스크가 있다. 아쉬가바트를 중심으로 동으로는 아나우(Anau), 서로는 괵데페 지역을 현대화하고 건설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전에는 아쉬가바트 중심의 개발 프로젝트는 이와 같이 지방 도시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현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전략적 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전체 지도를 놓고 볼 때 동쪽에 위치한 투르크메나바트, 북쪽의 다쇼구즈(Dashoguz), 남쪽의 마리(Mary) 그리고 카스피 해 연안의 투르크멘바쉬(Turkmenbashi)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아쉬가바트와 투르크메나바트를 연결하는 현대적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 중에 있다.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투르크메나바트-아쉬가바트-투르크멘바쉬의 접근이 보다 더 용이하게 될뿐더러, 역사문화의 핵심 지대인 메르브(Merv) 지역에 쉽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리적으로 볼 때 그리고 특히 역사, 문화적 중심지의 연결을 고려해 볼 때 이와 같은 고속도로 건설은 더 필요하며 향후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방향의 도로 즉 아쉬가바트-다쇼구즈 연결 고속도로도 또한 지방발전 측면에서 건설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에도 주요 도시를 지나는 도로가 있지만 한국식의 국도식 개념으로서 고속으로 주행하기에 부적합하다. 이것을 보면 고속도로 건설은 미래의 국가발전 사업으로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고속도로 건설에서 유의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고온에서도 도로 표면이 훼손되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와 같은 기후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략 투르크메니스탄의 여름 온도는 도로의 경우 50도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고속도로 건설과정에서 기술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운행이 어렵다.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확대된다면 투르크메니스탄의 동서남북이 보다 가깝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물자 수송 및 관광객 확보에 유리한 입장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지방 균형발전 전략
대표적으로 다쇼구즈 지역이다. 국가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다고 간주되는 다쇼구즈 지역은 역사적으로 우즈벡 민족들과 함께 주거하며 갈등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은 아무다리아(Amu-darya) 강 하류 지역으로서 농업이 가능한 지역이고 소련 시기에는 고려인들이 벼농사로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던 곳이다. 그 이전 히바 칸국의 시기에는 우즈벡 및 투르크멘인들이 주로 거주했는데 1924년 중앙아시아 공화국 영역의 결정때 투르크멘인들의 행정구역으로 되었다. 현재 아쉬가바트에서 다쇼구즈로 가는 방법은 국내선 항공으로 가는 것과 육로로 차량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육로 이동은 카라쿰 사막을 종단하는 것으로서 7~8시간을 가는데 도로 사정상 매우 힘든데 철도 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문화 유적지가 많은 마리 주의 메르브 지역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아쉬가바트에서 비행기로 50분 거리에 있는 메르브는 실크로드 상의 중계무역 도시로서 성장했고 13세기 초 몽골군의 침입으로 폐허화되기 전까지 중앙아시아 지역 최대의 도시였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역사적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하는 셀주크 투르크 조의 동부 지역 수도로서도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투르크메니스탄 당국과 투르크멘인들이 여기는 역사적 중심지로 간주되는 메르브에는 다양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심지어 고대 시기의 역사적 흔적이 현재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다. 아쉬가바트와 투르크메나바트를 잇는 고속도로가 완공될 경우 일반적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단기관광 무비자 정책이 실행된다면 중앙아시아 핵심 지대를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디지털 시스템을 강화하는 정책이 강조되었다. 현재 이 부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인데 투르크메니스탄은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심지어 항공권마저도 아직 전상상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사실상 국가발전 전략의 난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디지털화에 있다고 본다.

 

한편 투르크메니스탄의 통신사정은 양호한 편이며 무선 인터넷 속도 또한 큰 불편함이 없다. 다만 문제는 보안상의 문제로 국가통제가 심한 것이 단점이며 SNS의 사용 또한 사전에 차단되어 있어서 외국인의 활동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투르크메니스탄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국가로 가게 되는 과제에 속한다.

 

국가통제가 비교적 강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이와 같이 국가발전 전략이 민간 중심보다 국가 중심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안정도가 높다. 분명히 단점과 장점이 있는 이러한 투르크메니스탄의 국가적 속성에 대해 우리는 정확하게 분석하고 객관적 근거에 입각한 진출 계획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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