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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의 보호무역주의와 파라과이 마킬라의 위기

브라질 / 파라과이 구경모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조교수 2019/11/21

브라질 ‘우선주의’와 양국 무역 갈등 요인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親트럼프적 성향을 내비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의 정치·경제적 성향은 남미공동시장 회원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잘 나타난다. 정치적으로는 최근 아르헨티나 좌파 정부 집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관세 정책과 양자무역협정을 통해 ‘브라질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파라과이 마킬라(maquila)를 압박하고 있다.   

  

‘마킬라’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제도이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마킬라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미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파라과이의 마킬라도 남미공동시장의 역내 회원국, 특히 브라질 시장을 대상으로 성장하였다. 파라과이는 값싼 노동력,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노동법, 낮은 세금, 거대시장(남미공동시장과 브라질)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 및 관세혜택 등으로 마킬라를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마킬라 제도를 통해 투자한 기업에게는 1%의 세금만 부과한다. 이러한 조건은 많은 수의 브라질 및 해외 기업이 파라과이에 진출한 요인이 되었다. 한국기업도 파라과이의 마킬라를 이용하여 남미공동시장 혹은 브라질에 진출하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파라과이 중앙은행(Banco Central de Paraguay)의 자료에 의하면, 파라과이 마킬라는 2000년에 시행한 이후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킬라의 수익은 2013년 1억 5,900만 달러에서 2018년 6억 7,500만 달러로 급증하였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파라과이에는 총 172개 마킬라가 설립되었고 1만 6,798명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다. 파라과이 마킬라의 특이점은  브라질 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다. 브라질 기업은 총 126개로 파라과이 전체 마킬라의 약 73%를 차지하고 있다.

 

파라과이 마킬라는 2013년부터 급성장하였는데, 親기업 성향의 오라시오 카르테스(Horacia Cartes) 대통령이 집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 시기는 브라질 경제가 악화되던 때였기 때문에 브라질의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파라과이로 대거 이전하였다. 그 예로 2015년 한 해에만 40여개의 브라질 기업이 파라과이에 투자하였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인 ‘THN Paraguay’도 이 시기쯤 브라질에서 파라과이로 제조라인을 이전하였다.

 

파라과이 마킬라의 브라질 의존도는 수출액 규모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체 수출액에서 남미공동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90.9%이지만, 그 중에서 브라질의 비중이 81.2%나 된다. 파라과이 마킬라의 브라질 편중 현상은 브라질 측의 반발을 가져왔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파라과이 마킬라에 대한 브라질의 압박 수위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데, 2019년 7월에 발표한 브라질의 관세 인상은 마킬라로 인한 양국의 경제적 갈등을 수면위로 올린 계기가 되었다.

 

브라질의 파라과이 마킬라에 대한 견제
브라질 연방세무국(Receita Federal de Brasil)은 남미공동시장 밖에서 들여온 자재로 만드는 파라과이 자동차 관련 부품에 대해 2019년 7월 2일부터 16%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자동차 부품 원자재는 모두 남미공동시장 밖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이 조치는 파라과이 마킬라 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브라질 정부의 관세 인상은 브라질에서 파라과이로 이전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함께 최악의 경우 약 1만 명에 달하는 파라과이의 노동자들을 위기로 내 몰 수 있다.

 

 

 

브라질 정부의 파라과이 마킬라에 대한 견제 조짐은 브라질 기업이 파라과이로 대거 이동했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블룸버그 통신은 파라과이 마킬라에 대해 멕시코의 성공과 유사하다고 논평하였다. 또한 파라과이가 브라질의 경제 위기를 틈타 낮은 세금과 임금으로 무장하여 ‘남미의 중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 같은 시각에 기초하여 2018년부터는 파라과이 마킬라에 대한 브라질의 압력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브라질의 에두아드로 브라가(Eduardo Braga) 상원의원은 파라과이에 있는 브라질 기업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파라과이 마킬라에 대한 압력이 구체화된 것이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실시한 파라과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다. 그렇다면 왜 파라과이 마킬라 중에서 자동차 부품을 콕 집어서 견제하는 것일까? 그것은 파라과이 마킬라 산업의 분포와 관련되어 있다.

 

파라과이 마킬라 중 49.1%는 자동차 부품 관련이며, 26.7%는 섬유 관련이다. 이처럼 파라과이 마킬라의 절반은 자동차 부품 산업이며, 주요 수출대상국은 브라질이다. 브라질에는 GM,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 현대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포진해 있다. 글로벌 완성차 생산 회사들은 많은 수의 협력 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높은 임금과 까다로운 노동법, 경제 위기로 인해 협력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었다. 이는 2013년 이후부터 협력기업들이 브라질과 가까우면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파라과이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브라질의 이번 관세 정책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파라과이 마킬라 산업에 대한 견제와 ‘칠레레(chilere)’라고 불리는 중고 자동차 수입에 대한 경고이다. 전자는 파라과이로 이전한 자국의 기업을 다시 브라질로 유치하기 위함이며, 후자는 브라질에서 생산된 자동차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파라과이 수입 자동차시장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파라과이 자동차 거래량은 매년 10만대 가량 되는데, 이 중에서 70%가 칠레 이키케(Iquique)를 통해 들어오는 외국산 중고 자동차이다. 브라질은 파라과이 수입 중고 자동차 시장을  압박하여 자국의 자동차 수출을 늘리려 하고 있다 .

 

전망과 시사점
브라질의 파라과이 자동차 부품 관련 마킬라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 이후 파라과이 자동차부품산업협회(AIAP)는 12,000명의 노동자가 고용 위기에 처할 것이고, 3억 달러의 손해가 생길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파라과이 자동차부품 관련 업계는 파라과이의 압도 베니테스(Mario Abdo Benitez) 대통령에게 브라질 보우소나루와 협상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로 루이스 알베르토 카스티글리오니(Luis Alberto Castiglioni) 파라과이 외교부 장관은 자동차 부문 양자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관세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하였고, 브라질 정부는 그 안을 수용하여 관세 인상을 90일 동안 유예하였다. 

 

자동차 부문 양자무역협정은 파라과이 정부에 있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만약 자동차 부문 협정에서 관세가 대폭 인상된다면, 파라과이에 투자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기업들의 탈파라과이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라과이의 수출여건은 악화되고,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파라과이 정부가 브라질의 의도대로 수입 중고자동차 규제한다면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여당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부문 협정에서 파라과이가 기댈 수 있는 희망 중 하나는 양국의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좌파 정부 출범이 예정된 가운데, 남미공동시장에서 브라질과 유사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국가가  파라과이가 유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치적 연대 차원에서 브라질의 양보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브라질의 관세 인상 시도는 자국의 이익과 더불어 미중 무역전쟁의 대리전 양상도 띠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정부는 경제위기로 촉발된 자국 산업 위축을 해결하는 방식이 미국 트럼프의 정치외교정책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브라질의 관세 정책은 값싼 역외 제품들이 자국 산업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있다. 이는 마킬라로 생산한 제품 중에서 역외 상품의 비중이 절대적인 자동차 부품에만 관세를 부과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브라질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국지적으로는 역내 국가인 파라과이에 피해가 예상되고, 글로벌적인 측면에서는 파라과이 마킬라에 투자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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