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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남아프리카공화국 외국인 이민자 공격사태 분석과 전망

남아프리카공화국 김동석 국립외교원 조교수 2019/11/21

외국인 이민자 대상 공격 사태
2019년 9월 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외국인 소유 상점들이 무차별적으로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부 시민들이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모잠비크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자행하였다. 또한 시내에서 아프리카 계통 이민자들이 남아공을 떠날 것을 요구하는 폭력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였다. 이와 동시에 외국인 고용에 항의하는 남아공 트럭 운전사들의 파업이 발생하였다. 콰줄루 나탈(KwaZulu-Natal) 주에서는 모잠비크, 말라위, 짐바브웨 출신 외국인 트럭 운전사들이 폭행당하였다. 이러한 폭력사태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천 개 이상의 외국인 소유 상점이 피해를 입었다(Al Jazeera 2019).

 

남아공에서 외국인 대상 공격은 흑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특히 2008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작된 외국인 공격이 더반, 케이프타운 등 주요도시로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62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피신하였다. 이후 2015년 더반 및 요하네스버그, 2016년과 2017년 프리토리아, 2019년 3월 더반에서 외국인들이 공격당하고 이들이 소유한 상점이 약탈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남아공에서의 외국인 이민자 폭력사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였다(Turkewitz 2019). 나이지리아는 남아공 주재 대사를 소환했으며,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를 논할 세계경제포럼 케이프타운 회의 불참을 선언하였다. 또한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 수백 명의 귀국을 지원하였다. 나이지리아에서는 MTN, Shoprite 등 남아공 회사 지점들이 습격당했고, 남아공 공관이 임시로 문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출신 유명 가수 티와 새비지(Tiwa Savage), 버나 보이(Burna Boy)는 남아공 보이콧을 표명하였다.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남아공 공관들은 콩고인들의 항의 시위와 습격 대상이 되었다(Turkewitz 2019). 잠비아와 마다가스카르는 남아공과의 친선 축구경기를 취소하였으며, 탄자니아 국영항공사인 에어 탄자니아는 남아공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였다. 뿐만 아니라 남아공 외국인 폭력사태는 아프리카 연합 평화안전보장이사회(Peace Security Council)의 의제로 올랐다. 회원국들은 이번 폭력사태를 비난하면서, 남아공 정부의 아프리카 국가 출신 외국인 보호 조치 강화와 폭력사태 원인 해결을 촉구하였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지도자들은 자국 내 외국인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주동자 처벌을 천명하였다. 시민들과 인권 단체들도 반(反)이민자 폭력사태와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혐오정서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반인종차별 투쟁이 이민자 출신 국가들의 지원 속에서 전개되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폭력사태는 이러한 역사를 잊은 배은망덕한 행동이라고 비난하였다.1)   뿐만 아니라 이민자 출신 국가와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남아공 정부는 나이지리아, 가나,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특별사절단을 보내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설명하였다.

 

이민자 공격 원인 및 배경
최근 남아공 외국인 이민자 공격의 원인으로 만성적인 가난 및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정치인들의 반(反)이민정서 고취, 국민들의 고립주의 성향을 꼽을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서 소수의 백인들이 부를 독점한 반면 흑인들은 심각한 가난에 시달렸다. 흑인정부 출범은 남아공 흑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ANC가 집권한지 25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흑인들의 만성적인 가난과 경제적 불평등은 지속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5년 남아공에서 상위 10%의 인구가 부의 71%를 차지한 반면 하위 60%는 7%만 차지하였다(Dahir 2019). 백인들은 흑인정부 등장 이후 정치권력을 내주었지만 여전히 경제 권력을 쥐고 있다. 전체 농지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주요 기업 임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흑인들은 정부의 흑인 경제권 강화(Black Economic Empowerment) 정책에 힘입어 중산층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다수의 흑인들은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19년 7월 기준으로 15~24세 인구 실업률은 56.4%, 25~34세 실업률은 35.6%를 기록하였다 (Dahir 2019). 흑인들이 청년 실업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소말리아, 말라위, 모잠비크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의 이민자 유입이 증가하였다. 이들 중 다수는 단순 노동 혹은 흑인 거주지에서 조그만 사업에 종사하였다. 더구나 많은 회사들이 자국민보다 임금이 낮은 이민자 고용을 선호하였다. 이는 남아공 흑인들과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들 간 불화를 부추겼다(Chigumadzi 2019). 흑인들은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범죄를 확산시키고 생활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은 때때로 폭력으로 표출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남아공 여야 정치인들은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하였다. 흑인정부 지도자들은 빈부격차 해소, 국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실패하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책실패 책임을 이민자 집단에 돌려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특히 선거 전후로 이민자들이 높은 범죄율, 가난, 서비스 악화 등에 책임이 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Chigumadzi 2019; Heleta 2019).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를 공고히 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2017년 봉가니 음콩기(Bongani Mkongi) 남아공 경찰 부장관은 “요하네스버그가 외국인들에 의해 잠식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남아공은 외국인들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Heleta 2019). 야당인 민주연합(Democratic Aliance)의 음무시 마이마네(Mmusi Maimane) 대표, 허만 마샤바(Herman Mashaba) 요하네스버그 시장은 외국인 유입이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해친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마샤바 시장은 요하네스버그 비즈니스 중심가(Central Business District)에 위치한 외국인 상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여, 600여명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을 법정에 세웠다(Chigumadzi 2019).  
 
마지막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의 유산인 국민들의 고립주의적 성향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외국인 공격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주장이 있다. 악명높은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해 남아공은 197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경제제재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고립의 경험은 남아공 인들에게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심어줬다. 백인들뿐만 아니라 흑인들도 이런 고립주의적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ACCORD 2011). 과거 반인종차별 투쟁을 이끌던 흑인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지원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대의식을 가졌다. 반면 고립으로 인해 다수의 토착 흑인들은 다른 아프리카인들과 연대를 맺지 못하였다. 따라서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흑인들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지녔고, 이는 종종 폭력사태로 표출되었다(ACCORD 2011).

 

전망
남아공에서 외국인 공격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토착 흑인들의 삶의 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즉 이민자들이 직업과 부족한 자원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흑인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될 경우 외국인 공격은 감소할 수 있다. 취임 이후 라마포사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부패척결, 토지개혁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공약이 충실히 이행될 경우 외국인 공격 발생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남아공 정부는 반(反)외국인 이민자 정서를 완화하고 외국인 공격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증오범죄 및 증오발언법 (Hate Crimes and Hate Speech Bill)’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Masuku 2019). 이 법이 집행될 경우 외국인 이민자 대상 폭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각주
1) 남아공 흑인들의 반인종차별 무장투쟁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을 받았다. 앙골라, 모잠비크, 잠비아 등은 현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African National Congress) 전사들의 활동기지를 제공하였다.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기니 등은 외교적인,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Nyabola 2019). 한 예로 나이지리아는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에 연 5백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Mhaka and Dadoo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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