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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 노동법 개정과 성공적인 인사·노무관리 방안

브라질 이재학 고려대학교 교수 2019/11/28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약 2억 명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은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로 대표되는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국가들과는 달리 다소 폐쇄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브라질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은 ‘브라질 코스트’라 불리는 특유의 경영환경으로 인해 효율적인 인사·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기업적이 아닌 친노조적인 정치환경, 높은 관세, 관료주의, 강성노조, 비효율적인 사회시스템, 정치·경제적 혼란 등으로 인해 브라질은 결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국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한 국가 내에서 자원추구형(resource seeking), 효율추구형(efficiency seeking) 및 시장추구형(market seeking) 전략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가지고 있다. 즉 제품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고, 이를 이용하여 제품을 제조하며, 제조된 제품을 판매하는 경영활동이 모두 브라질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웃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의 국가들과 인구 약 3억의 거대한 역내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한국기업들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브라질 코스트’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서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브라질의 노사관계
브라질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있어 가장 큰 위험요소는 노사갈등이다. 브라질에는 노동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노동검사와 노동법원이 있으며, 이들은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라질에서는 한해 평균 5,700만 건에 이르는 노동소송이 발생하며, 재판기간도 평균 7년 이상 걸리는 등 많은 기업들이 노사갈등으로 인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브라질의 노사관계는 정치적, 제도적, 문화적 측면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노동자보호주의원칙’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약자의 손을 들어준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의 노사관계는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신뢰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이는 브라질의 근로자들이 언제든지 사용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라질 노사관계의 제도적 측면을 살펴보면 노조가입을 법적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최소한 시 단위 업종별 노조, 즉 1지역 1노조를 의무로 하고 있다. 즉 브라질에서는 지역에 있는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기 때문에 멕시코의 경우와는 달리 입맛에 맞는 노조를 선택할 수 없다. 사용자의 경우 사용자단체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으나, 사용자 단체는 (노조의 경우와는 달리)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브라질에는 시(市) 단위 노조가 있고 그 위에 상급단체로 주(州) 단위 노조, 주(州) 단위 노조의 상급단체로 전국 단위 노조, 최상위조직으로 Intersindical, CUT, FS 등이 있다. 사용자단체 역시 시(市) 단위 위에 주(州) 단위, 주 단위 위에 전국 단위, 그 위에 최상위 조직으로 브라질경영자연합이 있다.

 

브라질의 노동법 개정
브라질의 노동법은 1943년 제정된 노동법집전(CLT)을 기본으로 하며 연방헌법은 1998년에 직원고용, 근로시간, 보상, 산업재해 방지 등 노동자의 기본권리와 보장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였다. 이 법은 ‘세계에서 노동자를 가장 잘 보호하는 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근로시간의 엄격한 규제, 인사평가 기반의 성과연봉제 불인정 등을 특징으로 한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노조가 가장 강성인 국가 중 하나이자 노동효율성이 매우 낮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노동법이 고용의 걸림돌이 되어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 주요 사용자 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에서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한 노동법 개혁안이 2017년 의회를 통과하였다. 개정된 노동법에는 1988년 연방헌법에 포함된 지나치게 광범위한 노동자 보호구조를 해체하고, 근로자들의 교섭력을 약화시키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노동법 개정 전에는 노동법이 사용자와 노동조합·근로자 간의 합의보다 우위에 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노사 간 합의가 노동법보다 우위인 것으로 바뀜으로써 근로자와의 합의를 통해 회사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또한 주당 최대 25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던 파트타임 근무에 대한 규정이 주당 최대 3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 짐으로써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파트타임 근로자의 합법적인 채용이 가능해졌다. 기존 노동법에서는 노동조합의 승인을 받아야 근로자의 해고과정이 종료되었으나, 개정 후에는 노동조합 승인 없이도 사용자-근로자 간에 해고합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근로자 간에 노동소송이 발생할 경우 기존 노동법에서는 회사의 현 대표자와 함께 전 대표자도 노동소송에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기업을 떠난 전 대표의 경우 현 대표의 부재 시 최대 2년까지만 소송에 응대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초과 근무시간에 대한 보상의 경우 기존에는 노조합의에 따라 직원 전체에 일괄적용하게 되어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보상 방법에 관하여 개별협상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2017년 11월 11일부터 발효된 노동법 개정안은 노사 간의 합의 위상을 강화하고 근로시간 확대, 해고요건 완화 등 기업의 노무부담을 경감시키는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1)

 

브라질의 단체교섭
브라질에서는 시 단위 노조가 단체교섭의 실질적 역할을 담당한다. 즉 브라질에서의 단체교섭은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이 시 단위 또는 주 단위로 진행하는 산별단체협약(Convencão Colectivo)과 △시(市)단위 노동조합과 개별 사용자간 교섭인 기업별단체협약(Colectivo Acordo)의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별단체협약에서는 근로조건 및 노조활동 관련사항을 포괄적으로 협상하며, 기업별단체협약에서는 근로시간, 성과급 등을 중심으로 협상한다. 사용자가 어떤 사용자단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산별단체협약에서의 협상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은 사용자단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한다. 기업 내 노사협의기구로는 산업재해방지위원회, 노사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있다.
 
시 단위 노동조합은 자신들이 소속된 최상위 조직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매우 차별적인 노동운동 형태를 띠게 되므로, 어떤 노동조합에 가입되어있느냐에 따라 노사관계가 좌우된다. 즉 브라질에서는 1지역 1노조가 의무화 되어있는 관계로 기업이 어느 지역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노조의 이념적 성향이 결정된다. 일례로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의 경우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경제투쟁에 치중하는 실용적 노조인 FS가 지배하는 삐라시까바 지역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무정부주의적 극좌파 성향을 지닌 Intersindical이 지배하는 지역에 위치한 혼다나, 공산당 계열 좌파 성향의 CTB가 지배하는 지역에 위치한 FIAT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브라질의 경우 안정적인 노사관계에 지리적 여건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임금은 매년 단체교섭을 통한 단체협약으로 정해지며, 매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며 사용자는 연말에 소위 ‘13번째 임금’이라고 불리는 1개월 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근로자들에게 추가로 지급해야한다. 유급휴가는 1년에 30일이 주어지며 사용자는 휴가비 명목으로 월 임금과 함께 임금의 1/3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즉, 브라질 노동자들의 경우 1년에 11개월을 일하고 13개월 치의 임금과 휴가보너스를 별도로 지급받게 되는 것이다. 임금 외 수당에는 위생수당, 위험수당, 파견수당, 야간수당, 교통비, 식대 등이 있으며 차량이동, 건강, 가정 등을 위한 보조금은 사업주가 임의로 지급할 수 있게 되어있다.

 

노동소송
브라질 개별 근로자들의 노동소송은 임금, 산재, 해고, 인권침해, 협력사 관련사항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임금과 관련된 소송의 대표적인 사례로 ‘호의로 제공한 금전적 보상을 정례적인 임금으로 간주하여 요구’한 것과 ‘재직 시 수행한 업무를 과대평가하여 해당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금전적 보상보다 파티타임 등 이벤트 실시’, ‘직급 및 업무에 따른 정확한 임금 지급과 기록을 보관’하는 것 등이 있다.

 

산재관련 소송으로는 ‘반복 작업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피해보상’과 ‘채용 이후 발생한 질병에 대하여 직업병으로 피해 보상할 것’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복 작업자의 직무순환 실시’와 ‘인체공학적 직무설계’, ‘채용 시 중요 질병과 관련한 신체검사 시행’ 등을 하여야한다. 해고관련 소송으로는 ‘자발적으로 이직을 하면서도 추가보상을 목적으로 해고를 유도한 사례’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면 경고 등 정당한 해고의 증거’를 남겨야만 한다. 인권침해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폭언 등에 따른 명예훼손’을 제기한 것이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주재원 교육을 철저히 하여야한다. 협력사 관련으로는 ‘원청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았으므로 원청직원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업무지시에 신중’하여야 한다.

 

혼다의 경우 강성노조인 Intersindical이 자리 잡은 지역에 생산법인이 위치한 관계로 타 지역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 요구에 시달렸으나, 과도한 임금인상 대신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 제공, 적극적인 종업원 고충처리시스템 마련, 주재원에 대한 브라질 문화교육 및 근로자에 대한 혼다 문화 익히기 병행 등으로 진출초기의 노사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노사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및 근로자와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브라질 근로자들에게는 개인과 가정이 생활의 중심임을 잘 이해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침해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브라질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브라질 노동법 및 근로자들의 정서를 이해하여야만 한다. 이를 위해 관리자들에게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실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브라질 노동법 개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고려대학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연구소가 발행하는 이슈페이퍼 24호(2018년5월)  『브라질 진출 한국기업의 인적자원 관리방안: 경제적 환경과 인사·노무 환경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 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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