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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군 철수 후 터키, 시리아, 쿠르드를 둘러싼 대내외 정세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 튀르키예 최자영 한국 그리스연구소 부소장 2019/11/29

세계의 화약고로 알려진 중동에서 터키, 시리아, 쿠르드를 둘러싼 새로운 역학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면서 촉발된 것이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결정 이후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미국이 동맹을 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터키로 급파했다. 그 결과 터키와 쿠르드족 간에 5일 동안의 한시적 휴전이 성립되었다. 휴전은 터키 군대가 시리아 영토로 진입한지 일주일이 지난 10월 17일에 이루어졌다.

 

5일 간의 휴전이 끝날 무렵 한 미국 장교는 쿠르드 민병대가 휴전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미 시리아 북부 안전지대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외무장관도 휴전이 끝나기 조금 전에 약간의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같은 나토(NATO) 구성원인 터키가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이로운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터키의 시리아 공격은 IS 퇴치작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은 “타협은 테러의 길을 트는 것이므로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이 안전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철수시키겠다는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터키 국경지대의 쿠르드 민병대 퇴치를 위해 러시아와 공조하기로 한 다음날 나온 것이다.

 

터키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의 입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조지아의 국경지대인 소치(Sochi)에서 만나 터키의 대(對)시리아 작전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는 장기적 안목에서 시리아를 보전해야 이 지역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안전은 시리아 내 모든 종족, 종교집단의 이해관계를 포용해야만이 확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터키는 상호 협조하고, 무역의 확대로까지 발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터키에 대한 군사작전에도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군사작전 돌입의 분계선이 어디까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전통적으로 활용해온 터키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및 경제 제재와 함께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그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시적 휴전이 끝나기 직전 미국은 터키에 대해서 관세 및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쿠르드족에 대해서도 미국이 언제까지나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라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시리아 사태에 계속 개입할 것이나 그것은 군사가 아니라 외교적, 정치적인 측면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파견한 것도 폭력을 중지하자는 뜻이라는 것이다. 또 휴전이 시작되기 직전 미국이 터키에 대해 일차 경제적 제재를 가했으나 추가제재는 없을 것이며 합법적 휴전이 성립되는 대로 제재가 풀릴 것이라고도 했으나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터키 측 아흐메트 다부토글루(Ahmet Davutoğlu) 전 총리에 따르면, 5일간의 말미는 한시적 교전 중단일 뿐 휴전이 아니며 전체 국경지대가 안전해졌을 때 비로소 군사 작전이 중단될 것이라는 점, 안전지대는 유프라테스 강 동쪽 32km에 걸쳐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천명했다. 동시에 터키 정부 측에서는 시리아-쿠르드 민중수호부대(YPG)의 무기 회수, 쿠르드 세력근거지의 파괴, 시리아 영토의 안전지대를 터키 군대가 관할할 것, 다음 달 에르도안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등에 대해 미국과 양해가 이루어진 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발표가 있었다.

 

안전지대의 구상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서 터키와 미국의 동의하여 10월 17일에 시작한 한시적 휴전이 10월 22일 밤 종료된 가운데, 터키는 이 지역에 안전지대를 조성하고, 현재 터키 영토에서 관리하고 있는 360만 명의 피난민을 그곳에 정착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최근 독일도 터키와 시리아 사이에 안전지대를 설정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 제안에 찬성함에 따라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NATO) 서방 동맹국들의 회합에서 안전지대설정 및 국제 감시단에게 그 관할권을 위임할 것 등을 제안하려 하고 있다. 이곳에 독일도 군대를 파견할 수 있도록 독일 의회가 승인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크람프-카렌바우어 장관은 강조했다.

 

독일 당국은 시리아를 대상으로 한 터키의 군사적 침략 조치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독일과 유럽의 안전을 저해한다고 보지만, 현재로서는 무기거래 제한 이외의 다른 제재를 가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장관의 제안은 제3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서, 터키와 러시아가 동참하는 가운데 터키-시리아 간 안전지대 설치하여 사태의 악화를 막자는 것이다.

 

시리아와 쿠르드의 접근
시리아 동북쪽에서 터키의 군사작전이 시작되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총리는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들리브를 방문하고 터키에 대항하는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지지를 천명했다. 지난날 시리아는 미국과 동조한 쿠르드족을 두고 배반자로 매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 미국 군대를 철수함으로써 이 지역이 터키의 공격에 노출되자 다시 쿠르드와의 연대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알아사드 총리는 쿠르드 민병대가 주요 부분을 구성하는 시리아 민주세력(SDF)을 지지하는 것이 민족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하고, 또 국경 여러 지역에서 쿠르드 각 지역 지도자의 동의 하에 시리아 군대가 만비즈(mabbug), 코바니(Kobanî) 등 여러 도시로 진출했다.

 

한편, 시리아의 쿠르드족들은 터키와 9일간의 유혈전투를 거친 다음, 유보를 둔 가운데 처음으로 협상에 응하였으나 터키가 원하는 만큼의 안전지대에 대해 양해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자바(Rojava) 정보센터에 따르면, 휴전은 받아들이지만 터키가 원하는 안전지대 내에 터키 군대가 주둔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터키의 지배나 인구 이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천명했다. 쿠르드 반(半)자치기구의 고위 인사 마즐룸 코바니 시리아민주군(SDF) 사령관도 로하니TV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와의 휴전 협정을 받아들이겠지만 이는 라스알아인과 탈 아브야드 사이 국경지역에만 국한되며, 이번 합의는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며 터키 측으로 하여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10월 12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쿠르드 민병대가 중심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의 총사령관인 마즐룸 코바니 장군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자신들을 사실상 방기하는 미국 정부를 향해 분노를 털어놓았다. 터키의 진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자신들과 앙숙 관계인 시리아 정부 및 그 지지세력인 러시아 쪽과 손잡고 그 보호를 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터키와 시리아의 쿠르트족
쿠르드족은 아나톨리아(Anatolia) 동남부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이 접경을 이루는 약 30만 km²의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에 주로 거주하는 민족이다. 인구는 약 3,300만 명으로 독자적인 국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민족 중에서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산악 지역에서 반유목 생활을 해왔고, 현재는 대부분이 가축의 사육과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터키 전체 인구(8,100만 명)의 약 20%인 1,500만 명의 쿠르드족이 터키 동부를 중심으로 거주한다. 반면, 시리아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시리아 전체 인구(1,700만 명)의 약 12%인 2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나톨리아 동남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던 쿠르드족은 오스만 제국의 후신인 터키 공화국에 편입되었고, 이후 터키 정부에 의해 오랫동안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등 정책적인 탄압을 받아왔다. 이것은 쿠르드족의 반발을 야기해 쿠르드족 독립 국가 건설을 기치로 내건 쿠르드노동자당(PKK)이 터키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테러를 감행하는데 일조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호부대(YPG)’는 IS를 상대로 싸웠고, 2017년 10월에 ‘시리아민주군(SDF)’은 주도 세력으로서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로부터 락까(Rakka)를 탈취했다. 이 과정에서 쿠르드 인민수호부대(YPG)의 세력이 커지자, 쿠르드족의 독립에 반대하는 터키가 러시아의 묵인 아래, 터키의 지원을 받는 반군단체인 이른바 ‘자유시리아군(Syrian National Army: 시리아민족군)’과 함께 무력 공격을 전개한 것이다.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에 반발한 군사쿠데타
터키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시리아 내전 초기 장기집권의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력히 견지했으나, 2016년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총리가 사임한 후 갑작스레 시리아와 관계 개선에 나섰다. 다부토글루 총리는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 등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부 정책에 대해 지지하지 않았고 당내 지역 담당 지도 인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아사드 세습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쿠르드계 시리아 반군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게 되자 에르도안이 주도하는 터키 정부는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던 기존 노선를 철회하고 선회하여 국내 쿠르드 탄압을 강화했다. 이어 친(親)아사드 전선의 러시아, 이란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ISIS 격퇴전과 시리아 내전이 끝나면서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던 이란과 러시아가 비자유주의 역내(regional) 질서를 주도하는 가운데 터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에르도안이 2016년 7월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Muhammed Fethullah Gülen, 1941년생)을 미국이 증거 부족을 구실로 송환하지 않고, 유럽연합이 권위주의로 역행하는 터키를 비판하자 터키는 서방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국내외적으로 비민주적 권위주의와 함께 군사적 강경노선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된다.

 

함께 정의개발당(APK)을 창당하여 집권했다가 에르도안 대통령과 갈라섰던 펫훌라흐 귈렌은 터키의 저명한 교육자이자 이슬람 성직자 및 사상가, 평화 운동가 및 저자이다. 그는 귈렌 운동(hareketi), 혹은 히즈멧(Hizmet 봉사), 체마아트(Cemaat 공동체)의 기치 아래 뉴욕에서 <공동체 가치를 위한 연대>를 조직했다. 그는 2013년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협조했으나 그 후 부패 혐의 수사에서 은폐 시도를 한 혐의로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비난받은 후, 그는 자진하여 터키를 터나 미국에 거주 중이다. 지금은 터키 정부로부터 귈렌테러 조직책으로서 비난을 받는 가운데, 터키 정부는 미국 정부에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2018년 10월 13일 미국인 개신교 목사인 안드레아 브란손이 간첩 협의로 터키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가 석방된 사건이 있었다. 브란손은 미국 북부 캐롤라인 출신으로 개혁 장로교파 <세계 증인>이 벌이는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1933년 터키 장로교회 소속으로 정착했고, 터키 서부 해안의 도시 이즈미르의 외곽의 작은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있다가 간첩활동 및 테러 지원 혐의로 터키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2016년 10월 그 아내 노린과 함께 체포되던 당시 24년 이상 터키에 정주했다. 이들의 체포는 2016년 7월 에르도안을 몰아내려는 쿠데타가 실패한 다음 일어난 일련의 취조 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그 해 10월에 3년 45일 징역형에 처해졌다. 죄목은 테러 조직, 쿠르드 노동당, 펫훌라흐 귈렌 조직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1월 50세의 생일을 감옥에서 보냈던 브란손은 2019년 10월 12일 터키 사법부 결정에 의해 석방되었다.

브란손 목사가 석방되기 바로 그 전 달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귈렌과 브란손을 맞바꾸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으나 미국 정부는 그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브란손의 석방과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대가도 지불한 바 없다고 공언했다. 브란손은 석방된 후 그는 미국 국방성이 제공하는 비행편으로 미국 군사기지를 통해 입국했으며,  백악관으로 초청된 바 있다. 귈렌이나 브란손 사태의 추이는 현 터키 집권당의 장기집권에 따른 반발과 함께 미국과 터키 갈등의 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의개발당(AKP)의 장기집권과 대외 강경정책 간 함수관계
터키와 시리아는 긴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이다. 또 같이 비잔티움 제국 및 오스만 터키에 속해 있었으므로 그만큼 지리적 역사적으로 연관성이 깊다. 또 터키는 나토에 가입되어 있으나, 유럽연합(EU)의 구성원은 아니다. EU 가맹을 원하는 터키에게 유럽연합 측이 쿠르드족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데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쿠르드족에 대해 융화 정책을 써왔고  쿠르드어 서적 출판이 허용되는 등 대우가 개선되어온 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에르도안 정부의 일인 지배체제가 강화되면서 쿠르드와의 긴장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터키-시리아 갈등도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 정부의 강경 대책에서 그 주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터키의 대(對)쿠르드 군사작전은 내부의 장기집권에 따른 체제의 경직화 및 반발세력의 등장으로 인한 전략적 돌파구로서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시리아 공격을 주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 2000년대 정의개발당(AKP)를 만들고 2002년 선거에서 압승한 후 큰 어려움 없이 단일정부를 이끌었으며, 집권 초기 군부의 정치개입 금지, 사형제 폐지, 쿠르드 소수민족의 방송 허용 등의 개혁이 이뤄졌다. 그러나 2011년 3번째 총리 연임 성공 이후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4년엔 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대선이 실시됐고 52% 득표로 대통령에 선출된 에르도안은 일인지배 체제를 본격화했다.

 

2016년 7월 에르도안 대통령을 겨냥한 쿠데타가 실패한 후 강도 높은 공안 통치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국가비상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직자 15만 명 이상이 해임되고, 5만 명 이상이 체포됐다. 2017년 4월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이 51%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대통령의 권력은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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