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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제5차 러시아-터키-이란 정상회담과 시리아 사태의 전망

러시아 / 이란 / 튀르키예 조준배 서원대학교 역사교육과 조교수 2019/11/29

I. 서론
2019년 9월 16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하여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과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그리고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가 참석하는 삼국 간 정상회담이 열렸다. 주최국으로서 행사를 주관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도자들을 직접 대통령궁 현관에서 맞이하며 만남의 성공을 기원했고 외무장관을 비롯한 일단의 국무위원을 대동하고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분쟁 지역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의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 또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 나라 모두 시리아의 미래와 국민을 돕는 데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해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19년 2월 소치(Sochi)에서의 제4차 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열리는 삼국 지도자회의에서는 8년간 이어진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책인 헌법위원회(constitutional committee)의 구성과 시리아 북서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최근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이들리브(Idlib) 지역의 긴장 완화 그리고 터키와 미국이 안전지대를 창설하기로 합의한 시리아 북동부 지역과 난민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그리고 본 회담에 앞서 예비적 성격을 갖는 동시에 참가국들의 개별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양자 회담들이 개최되었고,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는 에너지와 관세 그리고 정보 교류 등을 다루는 제5차 고위급 협력회의가 양국 대통령의 주재 하에 진행되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특히 연방 내 공화국인 타타르스탄의 대통령 루스탐 미니하노프(Rustam Minnikhanov) 가 동반 참석하여 주목을 끌었다.

 

회담이 끝난 뒤,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논의과정과 결과들을 공개했다. 무엇보다 각국 지도자들은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새로운 헌법위원회의 구성에 합의했으며 이들리브 지역의 안정을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유프라테스 강 동쪽 시리아 영토에서의 안전지대 건설 문제를 결론지었을 뿐만 아니라 난민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면서 동시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시리아 사태의 최우선 과제는 시리아 내부의 정치적 대화를 독려하는 데 있음을 지적했고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은 지속적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차기 회담은 테헤란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정부의 안위를 포함하는 시리아 사태의 기본적인 해결 방향과 내전 상황이 빚어내는 국지적 갈등의 해소 그리고 더 나아가 외세의 개입에 동반되는 각국의 목적 달성과 상호간 이해득실을 둘러싸고 진행된 제5차 정상회담은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정상들이 각기 다른 나름의 의도와 셈법을 지니고 있으며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결코 자국의 이익을 놓치려 하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확인해준다. 따라서 본 회담의 의의와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최 배경과 논의  과정 및 최종합의에 대한 단계적 또는 국가별 분석이 필요하며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그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려는 노력 또한 요구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2011년 봄부터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는 작업이자 향후 해결의 전망을 심도있게 진단해보는 지적 탐색이 될 것이다.

 

II. 시리아 사태의 경과 및 이전 회담의 성과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정상회담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이른바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의 물결이 중동지역을 뒤덮는 가운데 시리아에서도 아사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며 시작되었다. 1971년 권좌에 올라 시리아를 이끌던 바트(Hizbul-Ba'ath) 당 소속 하페즈 알아사드(Ḥāfiẓ al-Asad) 대통령이 2000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권력을 승계한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Hafez al-Assad)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압제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이에 반발한 일부 인사들과 단체들이 무장투쟁에 나서면서 전면적인 내전으로 비화했다. 9년 가까이 이어지는 전쟁의 참화로 4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다수의 고대 문명 유적지들이 파괴되었다. 외세 또한 개입하여 러시아와 이란이 아사드 정부를 지지하며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시리아 반군을 응원하면서 내전의 양상은 더욱 악화되었다.

 

비극적인 재난이 거듭되면서 평화를 찾으려는 노력이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2012년 6월, 유엔은  시리아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제네바에서 ‘행동그룹’(Action Group) 회의를 소집하여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과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 그리고 영국 외무장관 윌리엄 헤이그(William Hague) 및 유엔의 시리아 평화특사 코피 아난(Kofi Annan)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리아 정부와 반군으로 구성되는 이행기 임시정부 수립에 관한 제네바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시리아 사태 관련 제네바 평화회담(Geneva Conference on Syria)’이 출범하여 2014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총 아홉 차례에 걸쳐 시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에 대화와 협상을 주선하려는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회담은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중단되었는데 무엇보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을 대부분 탈환한 시리아 정부가 헌법 개정과 새로운 선거 실시 등 유엔이 제시하는 정치 일정을 거부했고 반군 또한 대화의 필요성에 동의하지 못하면서 영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은 다른 국가가 주도하게 되었다. 2015년부터 시리아 문제에 개입해온 러시아는 유엔이 이끄는 평화협상 노력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취하며 시리아 내전을 끝낼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리하여 2016년 12월 중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Astana: 현재는 누르-술탄(Nur-Sultan)이라 불림)를 새로운 논의 장소로 결정하고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 제2254호에 의거하지만 미국과 유엔을 배제하는 종래와는 다른 차원의 평화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Astana Peace Process)’가 시작된 것이었다. 회담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및 시리아 정부와 반군 대표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13차례 개최되었고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각종 토론들이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한편 러시아는 아스타나 평화 프로세스가 갖는 다자회담적 차원에 더하여 시리아 내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유라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삼자회담을 추진했다.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의 지도자들로 구성되는 삼국 간 정상회담은 테러리즘 퇴치와 시리아 내전 해결을 목표로 핵심 당사국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보다 빠른 해법을 찾겠다는 이른바 러시아판 최고위급 평화회담이었고 당시 미국의 외교적 주도권을 무력화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꾀하며 2017년 11월 러시아의 소치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비록 갑작스럽게 결성된 동맹이기는 했지만 이후 2019년 2월까지 테헤란과 앙카라 그리고 소치를 오가며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터키 및 이란은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이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 아사드 정권에 대한 찬반 여부와 이들리브 지역의 군사적 긴장 완화 그리고 쿠르드족 문제 및 미국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일부 합의를 도출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았다.

 

III. 제5차 회담의 논의 내용과 각국의 이해관계 
2019년 9월에 열린 제5차 러시아-터키-이란 정상회담은 사실 지난 2월의 4차 회담 이후 달라진 시리아 내전의 양상에 대한 세 나라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저항 거점인 이들리브 지역 북쪽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의 공세가 격화되자 이곳에 터키가 설치해 놓은 통제관측소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받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국의 군사시설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써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이 강화되면서 새롭게 증가하고 있는 난민 대열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러시아와 이란은 터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 동부지역에 안전지대를 건설하는 계획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터키는 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희망하는 반면 이란과 러시아는 오히려 안정적인 유지를 원하고 있어 양 진영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었다. 팽팽한 긴장 속에 개최된 제5차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초점이 이들리브 지역에 맞춰져 있었다. 2018년 말 러시아와 터키가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데 합의한 이후, 휴전 상태와 지하드(Jihad) 테러조직의 철수를 감시하기 위해 터키가 건설한 12개의 군사관측소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지하드가 오히려 이 지역을 러시아 군사기지와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4월말부터 시리아 정부군이 벌인 대대적 공세의 배후에 러시아가 숨어 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긴 논의를 거쳐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시리아 정부군의 전면 공세를 연기하는 데 구두로 합의하고 이란은 내전 초기 반군의 거점 도시였던 알레포(Allepo) 서쪽에 위치한 민병대의 공세를 보류하는 한편으로 러시아는 중부지역 하마(Hama) 시의 북쪽에 주둔하고 있는 지상군의 전진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이들리브 지역의 평화 유지라는 대의에 동조함으로써 양국 간 이견은 해소되었다.

 

두 번째 의제는 헌법위원회에 관한 것으로 종전 이후 추진될 새로운 헌법 제정과 총선을 담당하는 예비적 정치기구의 구성을 둘러싸고 터키와 시리아 정부가 의견 차를 보이고 있었다. 시리아 정부 및 반대파와 시민사회에서 각각 50명의 후보를 내세워 총 150명으로 이루어지는 헌법위원회는 2018년 1월 러시아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시리아에서의 정치적 이행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가 내세운 후보 가운데 한 명인 다함 자르바(Daham Jarba)에 대해 터키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그동안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이번 회담을 통해 종전의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었다. 즉 총 150명의 후보에 대한 최종 합의가 도출된 것이었고 실제 첫 만남이 10월 30일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이루어졌다.

 

또 다른 이슈는 터키와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터키-시리아 국경선을 따라 안전지대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사안과 관련된 것으로 터키와 미국의 협력이 이란과 러시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에게 그동안의 경과와 더불어 터키의 안보 및 시리아 난민들의 안전한 귀향을 위해 ‘평화회랑’의 건설이 절실함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려 노력했다. 사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8월, 국경지대에 안전지역을 창설한다는 터키의 구상을 지지한 바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 또한 회담을 통해 미국이 이주일 내에 완전히 합의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 추진을 약속하며 이란과 러시아의 의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 노력함으로써 세 나라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2019년 10월, 독일과 프랑스 및 러시아와 터키가 참가하는 4자회담의 주요 의제로 안전지역 문제가 체택되면서 추가 논의를 위한 여지도 확보되었다.

 

결국 제5차 정상회담을 통해 세 나라는 지난 2월 소치회담 이후 달라진 시리아 내전 양상에서 비롯되는 주요 문제들에 대한 상호간의 인식차를 일정 부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각국의 복잡한 셈법과 입장까지 완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터키는 회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리아와 이라크 사이의 국경지대에 민주동맹당(PYD: Democratic Union Party)과 쿠르드 민병대(YPG: People’s Protection Units)가 다스리는 쿠르드족 통제지역의 출현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으며 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내 쿠르드족 거주 지역 사이에 새로운 완충지대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도 이란 및 러시아와는 달리 교체의 불가피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터키는 과거 시리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나 아사드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 이후 태도를 바꾸었고 내전이 발발하자 시리아 반군에 꾸준히 무기를 제공하면서 2016년 8월, 극단적인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타격을 명분으로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섰었다.

 

러시아는 시리아 헌법위원회의 창설과 관련하여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기준을 낮추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시리아의 핵심 동맹국으로 활동하면서 중동지역에서의 주요 지정학적 행위자(geopolitical actor)라는 강대국의 위상을 확보했다. 게다가 지중해 동부지역까지 작전지역화 할 수 있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시리아의 타르투스(Tartus)와 흐메님(Khmemim)에 계속해서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푸틴대통령은 시리아 문제로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2월 실시된 레바다 센터(Levada Center)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50% 이상의 러시아 국민들이 시리아 전황에 대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같은 달,  크레믈린이 시리아에서의 사상자 수를 은폐했다는 주장을 담은 로이터 통신의 탐사 결과도 보도되어 정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또한 삼국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제재로 인한 국제적 고립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일정 정도 탈피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지를 고수함으로써 레바논에 위치한 또 다른 동맹인 헤즈볼라(Hezbollah)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와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출구를 여전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쿠르드족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국 내에 상당수의 쿠르드족을 보유하고 있는 터키와 사태의 심각성과 해법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란의 역할은 두드러지게 축소되었고 시리아의 전통적 동맹국으로서 파병 뿐 아니라 무역을 통한 경제적 원조 제공은 핵무기 협정을 파기한 미국을 비롯하여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8년 말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로하니 정부의 원유수출과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취했고 이란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IV. 결론: 향후 전망
2019년 9월 제5차 러시아-터키-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 국가 사이의 우호 및 협력 관계는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리라 예상된다. 삼년이 채 안된 아직은 취약한 성격의 동맹이지만 러시아와 터키 및 이란은 각국이 시리아에서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서로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들이고 그것이 바로 러시아판 시리아 평화회담이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리아 정국의 안정과 중동지역에서의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배제 그리고 이슬람 국가(IS)의 복귀 무산이라는 더 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현실정치(real politics)의 가치가 세 나라를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데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11월,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 Su-24를 영공 침범으로 격추하면서 양국 간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었는데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 민병대와 협력하기 시작하고 터키에서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서방국가들에 대한 불신과 민족주의가 지배 엘리트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친러 노선으로 외교기조를 변경했다.

 

중국이라는 의외의 변수 또한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세 나라를 가깝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은 과거 자국과 유럽을 하나의 무역권으로 이어주던 실크로드를 부활시키는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앞세워 중앙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동유럽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하며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것이 삼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동유럽은 러시아의 안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고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의 진출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터키 및 이란의 이해관계를 위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장지역에 거주하는 위구르 족 무슬림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같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이란과 터키의 불만을 초래했고 2019년 2월, 터키는 중국에게 ‘위구르 투르크의 기본 인권을 존중하고 강제수용소를 철폐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도 또한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또 다른 요소이다. 러시아에게는 냉전 시기 체제경쟁을 벌였던 라이벌 국가였고 소련의 붕괴 이후에도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국제질서를 추구하고 있어 러시아로서는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동시에 과거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도 견제가 불가피한 입장이다. 이란은 2018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핵 협정 파기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제재 강화 조치들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유전시설 폭격 사건으로 인해 극단적인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는 미국의 쿠르드족 연계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친러노선으로의 외교정책 전환과 소련제 S-400 공중방어체계의 도입으로 미국을 크게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월, 미국이 지원하는 쿠르드족을 터키가 공격할 경우, 경제를 황폐화시키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사이의 관계는 긍정적 측면 이외에도 일부 사안들을 둘러싼 이견이나 입장차 그리고 미국의 철군과 같은 불안 요소들이 잠재해있어 향후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선 5차 회담에서 시리아 사태에서 비롯되는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둘러싸고 터키는 완전히 무시하는 입장을 취한 반면 푸틴은 깊은 우려를 드러내는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공동성명에서는 예멘의 시아파 무장단체로 이란과 동맹을 맺고 있는 후티(Houthi) 반군이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유전시설을 공격한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로하니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를 별도로 지적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또한 시리아 북부에서의 ‘안전지대’ 수립 계획과 관련하여 터키 국경선에서 데르 알조르(Deir al Zor)와 라카(Raqqa) 지역까지 규모를 확대할 경우 현재 터키에 거주하는 난민 대부분이 수용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러시아와 이란 정상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공동성명에서 제외되었다.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삼국 간 입장의 차이도 ‘소치 트리오’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진정한 동맹으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이란 사이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매우 선택적이며 여전히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터키에게 쿠르드족 문제는 심각하지만 러시아나 이란에게는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터키는 내전이 종료된 이후 시리아 문제와 관련한 대화에서 쿠르드족의 참여를 저지하겠지만 러시아와 이란은 터키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건계획에 쿠르드족을 포함시킬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터키에 수출하는 에너지와 소련제 S-400 공중방어체계 도입은 양국 사이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즉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터키의 독자적인 행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내전이 끝날 경우 재건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이란은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시리아의 재건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겠지만 최대 지원국으로서 시리아의 전황을 주도했던 러시아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상한선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의 전면 철수 또한 소치 트리오를 괴롭히는 문제이다. 철군이 실행될 경우, 미국을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쟁의 근원이라 주장하던 러시아가 곤경에 빠질 것이고 이란과 터키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외교적 노력과는 달리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출구를 찾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삼국 간 협력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멀지 않으면서 터키와는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로 탈레반 현 정부와 미국이 맺을 협정 내용에 따라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리아 사태가 마지막 국면을 지나고 있기는 하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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