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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중 무역분쟁이 말레이시아에 미치는 영향

말레이시아 Usman Khalid United Arab Emirates Univesity Assistant Professor 2019/11/30

무역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무역을 통해 국내 생산자가 소규모 내수시장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장에 상품 및 서비스를 수출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GDP 대비 무역 규모를 보면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무역 규모는 1998년 이후 GDP의 100% 이상을 유지해 왔으며 2017년에는 131.1%를 기록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역에 대한 개방성과 글로벌 경제 통합 수준이 높다는 것은 곧 말레이시아가 원자재 가격 등락, 주식시장 변화 및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이후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국은 줄곧 중국이었다. 2017년 기준 말레이시아의 對중 무역 규모는 672억 2,900만 달러로, 전체 교역량의 16.4%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은 말레이시아의 제 3대 교역국이다. 2017년 기준 미국과의 교역액은 366억 2,300만 달러로 말레이시아 전체 교역량의 8.9%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의 對미 수출과 對중 수출을 합치면 전체 수출의 총 23%를 차지한다. 對미 수출은 205억 7,6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9.5%, 對중 수출은 2017년 기준 총 291억 8,8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3.5%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경제 강국에 대한 노출도 및 의존도가 높은 만큼, 말레이시아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8년에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발 수입품을 대상으로 1차 관세 부과조치를 내린 데 뒤이어 두 차례에 걸쳐 총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물품에 추가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새롭게 내려진 조치에 대한 보복의 의미로 중국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현재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미국의 총 관세는 5,500억 달러이며, 미국 제품에 부과된 중국의 총 관세는 1,850억 달러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특히 글로벌 경제에 편입도가 높은 국가는 더욱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 양강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앞으로도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이다. 직접적 영향으로는 관세 증가로 인한 국제무역 규모 축소 및 글로벌 경제 활동 수축을 들 수 있다. 무역 제재가 각 가정 및 제조업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경제 활동은 더욱 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부과되는 관세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져 사업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자금조달 비용은 높아지는 간접적 영향 또한 발생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어 생산성 또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소규모 경제체일 뿐만 아니라 교역 대부분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말레이시아 내 대기업의 약 82%와 중소기업의 약 50%가 글로벌 가치사슬에 속해 있다.  특히, 중국이 말레이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자 매우 중요한 관광객 송출국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노출도는 매우 높다. 따라서, 중국 공급망에 교란이 발생할 경우 이는 말레이시아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중 무역 긴장은 말레이시아의 대미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對중 관세 부과 대상품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주요 대미 수출상품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대중 수출품 가운데 일부는 중국에서 미국 및 기타 제 3시장에 수출되는 완제품 생산에 투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무역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성장 둔화는 말레이시아 對중 수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미⸱중 무역전쟁이 말레이시아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중 일부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생산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관세를 면하기 위해 약 1,650억 달러 규모의 국제무역이 위와 유사한 우회 전략을 취하여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이 아닌 다른 투자처로 유입되는 투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무역전쟁으로 인한 투자 다변화로 인해 말레이시아에 이익이 될 수 있다. 즉, 중국에 부과된 관세가 말레이시아의 대미 및 대중 교역 규모 확대 및 투자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상기 언급한 무역 및 투자 다변화로 인한 이득이 미-중 무역전쟁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역내 주요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대한 미국 통계국(US Census Bureau)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세부과 전후 수출 실적을 비교함으로써 무역 전환(trade diversion)의 범위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세 차례에 걸친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 목록에 오른 총 7,339개 항목에 대하여 미국의 수입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말레이시아가 지금까지 ‘무역 전환’으로 인해 입은 실질적 혜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말레이시아 상품의 對미 수출량은 총체적으로 관세 적용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월별 평균 약 9,000만 달러 가량 하락했다.

 

반면, 역내 다른 국가들이 말레이시아에 비해 미·중 무역갈등의 반사이익을 더욱 크게 입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국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관세 부과대상 품목 수출량이 크게 확대된 일본, 한국, 대만 등이다. 베트남 또한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제품 및 목제 가구와 식료품 수출량이 대폭 증가하며 현 상황에 따른 이익을 입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 전환(investment diversion)’ 전망도 그렇게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는 전기전자, 기계 및 장비 제조업 부문의 프로젝트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외국인직접투자(FDI) 관련 공식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3개 분기(2019년 1분기~3분기) 동안 제조업 부문 FDI 성장세는 오히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패턴은 정계가 기대하는 ‘투자 전환’에 대한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대응방안
결론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말레이시아가 얻는 반사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따라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무역 보호주의 대두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선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위와 관련하여, 보호주의 확대 등 세계적 차원의 충격으로부터 말레이시아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가 몇 가지 있다.

 

첫번째, 말레이시아 공공 부문을 개선하는 것으로, △ 공공 서비스 개선 △ 정부부처의 역할 및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선 △ 중앙 및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 △ 사업 및 성과 평가 △ 공공 조달 강화 △공무원 지원책 확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공공 분야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연방, 주 및 각 지방 차원에서 다양한 기관 및 관계자가 노력하고 있다. 이들 분야의 개혁을 서로 연결시키고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한다면 공공 부문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말레이시아 경제 전반의 생산성 및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 규제 프레임워크를 합리화하고 비즈니스 라이선스 획득 요건을 간소화하하는 것도 경쟁력 제고의 방법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 및 사업체 대부분이 사업 운영에 있어 규제 부담이 큰 어려움이라고 지적한다. 비즈니스 허가⸱라이선스 취득 및 노동 관련 규제, 조세 행정 등 규제로 인해 사업 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약 28%에 육박한다. 이는 정부기관의 비효율성 및 낮은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세번째, 개도국간의 무역 및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다. 즉,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동아시아 경제체의 경우 수출 및 투자에 있어 제 3국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상호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따라서 아세안(ASEAN) 무역권은 보호주의에 대응하여 역내 경제 통합의 수준을 더욱 긴밀하게 하고 일방 및 다자 FTA를 추진하기 시작하여야 한다. 이 경우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등 역내 자유화 및 통합 움직임을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구조개혁을 보다 가속화하고 해외 투자를 더욱 촉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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