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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마하라슈트라 및 하리아나의 주선거와 인도 정치에 대한 함의

인도 Tej Pratap Singh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Professor 2019/12/11

인도는 ‘주의 연합(Union of States)’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다. 주(지역적)와 연방(전국적) 정치 사이에는 변증법적 관계가 있는데, 즉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의사결정의 변수가 된다.

 

2019년 10월 21일에 실시된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와 하리아나(Haryana)의 2개 주에서 실시된 주의회(State Legislative Assembly) 선거 또한 예외가 아니다. 불과 6개월 전 열린 국가 총선(General Election)에서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 BJP)은 해당 2개 주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마하라슈트라와 하리아나 주선거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BJP 연방정부에 대한 찬반 투표와도 같다.

 

모디 총리는 카리스마형 리더로, 선거 유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모든 주선거를 연방 차원의 선거로 변모시킨다. 모디 총리는 애국주의와 국수주의를 십분 활용하여 국가통합이나 국가안보 등 전국적이고 감정적인 이슈에 주로 주목한다. 이번 두 주선거 유세활동의 경우, 모디 총리는 인도연방(Indian Union) 내에서 잠무카슈미르(Jammu & Kashmir)에 특별지위를 부여한 헌법 제 370조 철회 건을 남용했다. 이렇게 모디 개인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전략은 지금까지 당에 여러 선거에서의 연승이라는 성과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적 사안이 지역적 사안을 이기지 못했고, 여당인 BJP는 야당이 약하고 분열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의 선거 때의 성과를 재현하지 못했다. BJP는 2개 주 모두에서 지난 선거보다 나은 결과를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2개 주 모두에서 BJP가 확보한 의석 수는 지난 주의회 선거에 비해 감소했다.

 

하리아나 주정부 구성
하리아나주에서 여당 BJP는 과반 확보에 실패하여 정부 구성을 위해 선거 이후 지역정당과 연합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BJP는 데비 랄(Devi Lal)의 후손 두시얀트 차우탈라(Dushyant Chautala)가 이끄는 지역정당인 잔나약 잔타당(Jannayak Janata Party ⸱ JJP)과 연합을 맺었고, 주 부총리직 및 일부 부처를 JJP에 넘겨주어야 한다. 한편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고는 하나 BJP는 하리아나주에서 순항했다. JJP의 경우, 예기치 못한 승리로 인해 전 부총리이자 하리아나주 정치 거물이었던 자트(Jat) 카스트 출신 쵸다리 데비 랄(Chaudhary Devi Lal)의 정치 유산에 대한 JJP의 젊은 당수 두시얀트 차우탈라의 소유권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 하리아나 주선거는 데비 랄의 차우탈라 일가 내 정치 승계 문제 또한 잠재웠다. 하리아나주 연방정부 구성은 곧 차우탈라 일가에 있어 두시얀트 차우탈라의 아버지인 어제이 차우탈라(Ajay Chautala)를 가석방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이는 야당이 대가를 노리고 신임 정부를 겨냥할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어제이 챠우탈라는 그의 아버지이자 쵸다리 데비 랄의 아들인 옴 프라카시 차우탈라(Om Prakash Chautala) 전 주총리와 함께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비록 선거에서는 패배했으나, 전 하리아나 주총리인 부핀더 싱 후다(Bhupendra Singh Hudda)가 이끄는 인도 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는 하리아나 주 내 강력한 야당으로 부상했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 구성
마하라슈트라의 경우, BJP는 문제적 지역 정당인 시브 세나(Shiv Sena)와 연합하여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연합에도 불구하고 양두 정당이 확보한 의석 수는 이들 정당이 별도로 경합했던 2014년 선거 대비 훨씬 줄어들었다. BJP와 시브 세나가 선거 이전 연합을 맺고 총 288석 가운데 161석으로 과반을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하라슈트라 주정부 구성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하라슈트라 주의회에서 BJP는 105석을, 시브 세나는 56석을 확보했다. 시브 세나는 매우 강경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며 BJP 지도부를 힘겹게 했다. 오래된 연맹관계인 BJP와 시브 세나는 서로를 배신자라 비난하며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 모두 주총리(Chief Minister ⸱ CM)직을 양보할 마음도, 정치적 입지를 양보할 생각도 없다. BJP는 주총리가 5년 전체 임기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브 세나는 주총리직을 양당에서 나누어 2년 반씩 수행할 것을 주장한다. BJP와 시브 세나의 다툼을 보면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오래된 격언이 참이며, 이념은 뒤로한 채 정치 권력을 잡으려는 기회주의적 연맹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된 앙숙 관계이지만, 마라타(Maratha)족 출신 샤라드 파와(Sharad Pawar)가 이끄는 지역정당인 민족주의국민의회당(Nationalist Congress Party, NCP)과 시브 세나 사이에서 정부 구성을 위한 비공식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당 BJP를 제외한 모든 정당은 의원 빼돌리기를 걱정하고 있다. 시브 세나는 소속 주의회 의원(Member of Legislative Assembly ⸱ MLA) 전원을 뭄바이(Mumbai)의 고급 호텔로 몰아넣은 후 뭄바이 근처의 보다 안전한 리조트로 이동시켜 여당 BJP가 이들을 낚아채는 일이 없도록 조치했다. 국민회의당은 소속 MLA 전원을 현재 국민회의당 정부가 집권 중인 인도 라자스탄(Rajasthan)주의 자이푸르(Jaipur)로 이동시켰다. 마하라슈트라주의 기타 군소정당 또한 소속 MLA를 사수하기 위해 호텔/리조트 정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해프닝은 민주주의 선거에 대한 조롱과 대표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유발하고 있다. 선출된 MLA가 마지막에 누구 편에 설 것인지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변절금지법(anti-defection law)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은 인도 정치의 바닥과 민주주의의 결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 구성 과정에서 분위기는 악화되었다. 마하라슈트라에서 벌어지는 정치 공작은 윤리 및 이념적 판단이 부재한 채 기회주의로 점철된 인도 정치의 축소판이다. 마하라슈트라주에 인도 경제수도인 뭄바이가 위치하고 있어, 정치적 이해관계는 더욱 커졌다.

 

국가적, 지역적 함의
마하라슈트라 및 하리아나 주선거 결과는 국가적 및 지역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정당인 국민회의당과 여러 지역정당이 모디 총리를 대상으로 겨루어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6개월 간 BJP는 2개 주 모두에서 표심을 크게 잃었다.

 

둘째, 테러리즘, 카슈미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불법이민자 등 국가적 사안은 주선거에서는 풍족한 정치적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주선거에서는 국가적 사안보다 지엽적, 지역적 문제가 우선시된다.

 

셋째, 경제와 관련된 생계 문제를 항상 모른 척 숨길 수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받은 문제는 BJP가 주요 쟁점으로 삼고자 했으나 실패했던 카슈미르 관련 헌법 제 370조 및 35A조 철폐가 아니라 실업률 증가 및 농민의 불안 문제였다.

 

넷째, 마하라슈트라주 및 하리아나주에서 각각 마라타족 및 자트 계급을 다른 카스트 전체와 대립시켜 정계에서 소외시키고자 했던 BJP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고, 이들 각 계층은 각 주에서 우세한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유지했다. 이는 여전히 각 주에서 우세한 카스트가 주정치의 전반적 양상을 만들어 나갈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카스트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는 여전히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다섯째, 선거 직전 당적을 바꾼 탈당자 대부분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인도 정계에 기회주의가 만연했던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추세일지 모른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추후 정치인이 선거 직전 편을 바꾸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여당 BJP는 집권당에 대한 반대 정서를 극복하고 집권을 영속화하고 싶다면 전략을 바꾸어 주선거에서 지방 및 지역 문제와 리더를 더욱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왕조정치(dynastic politics)가 여전히 인도 유권자 정치에는 결정적인 힘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시브 세나와 NCP, 하리아나주의 JJP 및 인디안내셔널록달(Indian National Lok Dal) 등 지역 정당은 각 당 내에서 혈통이 이어져 오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이들 2개 주만이 아닌 국가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국정당 또한 이러한 왕조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회의당 또한 간디 일가 너머에서 당 최고위 지도층을 생각할 수 없다.

 

인도 민주주의는 역동적이다. 28개 주와 9개 연방직할지로 구성된 넓고 다양한 나라인 인도는 늘 선거 모드에 있다. 인도에서는 언제나 일부 주에서 선거가 진행 중이다. 다음 달인 12월에는 자르칸드주에서 주선거가 열리며, 이후 2020년 1~2월에는 델리(Delhi)주 선거가 시행된다. 모든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이 연합하여 BJP와 경합하는 자르칸드주는 특히 흥미로운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전체가 연합한다면 BJP에게도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다. 마하라슈트라 및 하리아나 주선거의 결과로 국민회의당 및 지역정당의 사기가 올라, 이들 야당연합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 정당으로서의 BJP는 정점을 누린 후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주의회 선거결과, 국민회의당 및 지역정당의 부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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