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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딜레마: 경제 논리와 안보 논리의 갈등

이스라엘 안승훈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2019/12/13

중동에서의 일대일로 중요성
2013년 중국이 발표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현재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지역 및 국가들의 정치, 경제, 외교 등 많은 분야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대일로와 관련하여 60여개국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는 현재 13개 지역 국가들이 일대일로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동 참여국들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걸프협력회의) 6개 회원국들과 예멘, 이라크, 이집트, 요른단,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이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단순히 경제적 협력 관계를 넘어 지역 정치 체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미국에게 있어 상당히 도전적인 프로젝트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와 같은 소극적 개입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중동 진출은 지역 내 전통적 힘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 국가들과의 경제 무역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이 프로젝트가 군사 전략화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지부티(Djibouti)에 중국 해군 기지항이 건설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서도 지와지 반도에 중국 해군 기지항 건설이 협의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의 일대일로 참여 가능 분야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또한 2017년 3월 네타냐후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일대일로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중국은 인도와 함께 대(對)아시아 정책의 핵심국가이기 때문에 경제적 차원과 함께 외교 ·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참여 가능한 분야는 주로 운송과 관련된 사업들이다. 예를 들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에일라트항(Eliat)-에시도드항(Ashdod)간 철도 건설 사업, 에쉬도드(Ashdod)항과 하이파(하이파)항 재건설 및 운영권 참여 사업, 이스라엘산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사업, 이스라엘 사이프러스, 그리스를 유럽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건설 사업 등이다. 이외에도 최근 이스라엘의 식품 및 보험 산업에도 중국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이스라엘의 일대일로 참여를 적극 환영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있어 이스라엘의 지역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정학적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세 대륙의 연결 고리 지점에 있기 때문에, 중국의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병합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이스라엘을 통해 이런 첨단 기술 확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국내 찬반 의견
일대일로 참여 반대 측 입장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먼저 일대일로 참여 반대 주장은 주로 이스라엘 군과 안보 기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과 안보 관련 기관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은 안보 전략적 측면에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대일로를 일종의 소프트 파워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참여는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중간 무역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스라엘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 매우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중국에게 하이파항 건설 및 운영권을 일부라도 넘길 경우, 하이파항을 모항으로하는 미 해군 제6함대 관련 군사 정보가 중국 측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스라엘에게 제공한 군사 안보 관련 첨단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가능성 마저도 제기되고 있다.

 

군과 안보 관련 기관들은 아랍 및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이스라엘에게 있어 그리 외교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왔다. 또한, 이스라엘의 최대 적국인 이란과 관련하여 중국은 대(對)이란 무기 수출에 대한 이스라엘의 우려를 무시해왔을 뿐만 아니라 이란 핵협정 파기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스라엘에게 있어 장기적 시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국익에 그리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대일로 참여 찬성 측 입장
이런 가운데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찬성 측 입장은 주로 이스라엘 내 기업 및 비즈니스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찬성 측 주장에 따르면, 1992년 이스라엘-중국 간 국교 수립이후 양국 간 경제 무역관계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15년 동안 중국의 이스라엘 대한 투자가 매년 100%씩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말 양국 간의 무역액은 14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향후 이스라엘이 일대일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시 양국 간 무역량은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대상국이었던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데, 중국은 유럽의 투자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체 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과 함께 중국은 이스라엘의 대(對) 중동 외교정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이스라엘은 중동 및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을 중동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군과 안보 기관에서 우려하고 있는 민감한 첨단 기술의 유출과 관련하여, 안보상 민감한 기술 분야는 제외하고 대신 신재생에너지, 농업, 운송 산업 등 비군사 분야에 주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우려와 이스라엘의 전략적 딜레마
현재 미국은 중국의 이스라엘 진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와 함께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시, 동아시아에 이어 중동 또한 미국의 우월적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이스라엘이 중국의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할 경우, 미-이스라엘 간 전통적 우호 관계가 심각하게 침식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이 미 해군 6함대가 빈번하게 기항하는 하이파항의 일부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게 넘길 경우, 이는 미국의 대(對)지중해 전략에 큰 손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내세워 이스라엘로 진출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이점이 크게 잠식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중국의 일대일로는 경제 논리와 안보 논리가 대립하는 ‘양날의 칼’ 같은 성격이 있다. 경제 논리에 따르면 분명 중국의 일대일로는 이스라엘의 운송 및 통신 등 국가 인프라 분야에서 상당히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과의 특수한 안보 관계를 고려하면 상당히 제한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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