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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RCEP의 타결과 한ㆍASEAN 협력 강화

동남아시아 일반 김한성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부교수 2019/12/16

ASEAN의 형성과 진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총 5개국 체제로 출범하였다. 이들 최초 가입국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직후 서구 세력으로부터 독립한 신생독립국으로 국내적으로는 국가로서의 체계와 통일성을 유지하고 외적으로는 서구 세력에 의한 재지배와 공산화에 맞서 싸워야한다는 과제를 공유하였다. 따라서 결성 초기의 ASEAN은 참여국간의 경제협력보다는 안보적 성격이 강한 특징을 보였고 1971년 동아시아 평화 자유 중립지대 선언이나 1976년 ASEAN 화합선언 등을 통해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는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냉전이 붕괴되면서 ASEAN의 관심사도 참여국 간의 경제협력으로 옮겨가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탈냉전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베트남은 ‘쇄신’을 의미하는 도이모이(Doi Moi) 정책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였고 태국도 ‘전장에서 시장으로’ 선언을 하면서 인도차이나 반도에 인접한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을 강화하였다. 또한 1984년 브루나이가 ASEAN 참여한 이후 베트남(1995년), 라오스ㆍ미얀마(1997년), 캄보디아(1999년)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체제전환국들이 순차적으로 ASEAN에 가입하면서 현재 10개국으로 구성된 ASEAN의 모습을 완성하게 되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ASEAN의 경제협력 강화가 ASEAN 역내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은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역내국간 공동대응과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이후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역내국과 ASEAN+3, EAS(East Asia Summit)와 같은 다양한 형식의 경제협력을 추진하였다.


한ㆍASEAN 관계의 발전
한국과 ASEAN의 외교관계는 1989년 양측이 부분 대화상대국(Sectoral Dialogue Partnership) 관계를 수립하면서 시작되었다. 2년 후인 1991년에 한ㆍASEAN 관계는 완전대화상대국(Full Dialogue Partnership) 관계로 발전되었고 2010년에는 전략적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 경제관계에서도 한국과 ASEAN의 교역규모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증가하였다. 2000년 383억 달러에 불과하던 양자 교역규모는 2018년 1,597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하면서 ASEAN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의 교역대상 국가/지역이 되었다. 국가별로는 2018년 기준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제3위의 수출 대상국이 되었고 필리핀, 싱가포르도 한국의 10대 수출국이 되고 있다. 한국의 對ASEAN의 국가별 수입에서도 對베트남 수입은 2018년 196억 달러에 달하면서 총수입액의 3.7%, 제7위의 수입국이 되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도 한국의 20대 수입국에 포함되고 있다. 2018년 한국의 수출입에서 대ASEAN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6%와 11.1%에 달했다.

 


2000년대 이후 한ㆍASEAN의 양자간 교역의 증가는 2007년 발효된 한ㆍASEAN FTA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ㆍASEAN FTA는 한국이 주요 교역대상국과 체결한 최초의 FTA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기존 주요 교역대상국뿐만 아니라 ASEAN 후발참여국인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국가들과의 교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한ㆍ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ASEAN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ㆍ사회ㆍ외교ㆍ안보ㆍ문화 등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신남방정책을 발표하였다. 신남방정책은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비전으로 사람(People)ㆍ평화(Peace)ㆍ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추진체계로 채택하고 있으며, ASEAN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한국과 ASEAN 간의 관계는 지난 30여 년간 빠르게 발전해 왔으며 최근의 신남방정책과 지난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3차 한ㆍASEAN 특별정상회의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RCEP 잠정 타결
지난 11월 4일 태국에서 개최된 제3차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정상은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의 잠정타결을 선언하였다. RCEP은 ASEAN 주도로 진행되어 온 지역통상협정으로 동 협정 타결은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2013년 제1차 협상을 시작으로 개시된 동 협정은 2015년까지 타결을 목표로 추진되었으나 타결 시한을 넘기면서 2019년 9월까지 총 28차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15개국 (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및 뉴질랜드) 정상이 2020년 최종 서명을 한다는데 합의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인도를 제외하고도 RCEP은 23억 명의 인구와 25조 달러의 GDP 그리고 12조 2,600억 달러에 달하는 교역규모를 지닌 동아시아 지역의 역내 통상협정으로 전세계 인구의 30%, GDP의 29%, 교역의 2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된다.1)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RCEP 발효로 한국의 GDP는 0.41~0.62%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42억~68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2)


한국의 입장에서 RCEP은 이러한 거시경제적 효과 외에도 동아시아지역의 생산시장 통합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2018년 한국의 RCEP 15개국에 대한 수출은 총 3,197억으로 총수출의 50.3%를 차지하고 있으며 對RCEP 수입은 2,428억 달러로 총수입의 45.4%를 차지하고 있다. RCEP 15개 참여국 중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 이미 FTA가 체결되어 발효된 상황에서 RCEP의 완결은 동아시아 지역의 생산시장을 통합함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역내 생산가치사슬을 활용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됨을 의미한다. 기존 동아시아 국가들과 체결한 개별 FTA의 특혜관세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각각의 협정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규정을 준수해야 했고, 원산지규정의 충족을 위한 역내산 원재료는 각 협정에 참여한 상대국까지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내산 원재료 범위의 한계가 RCEP을 활용할 경우 역내 15개국에서 생산된 원재료ㆍ중간재가 모두 역내산으로 인정됨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원재료 조달이 가능하게 되고, 적극적인 역내생산네트워크 활용한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ASEAN과의 협력 강화 방안
이와 같이 신남방정책 추진이나 RCEP의 타결은 동아시아 역내에 새로운 경제ㆍ통상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역내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ASEAN이 지니고 있는 생산기지로서의 비교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의 지원과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한국의 ODA를 활용하여 ASEAN 회원국들의 교역비용 절감을 위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 지리적 이점 등으로 인해 최근 한국의 주요 투자대상국으로 부각하고 있는 ASEAN 후발참여국들의 경우 비효율적인 통관제도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교역환경 등은 한국 기업의 진출과 교역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OD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과 지원을 받는 수혜국 모두에게 상호이득이 되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역사적ㆍ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ASEAN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한 문화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ASEAN은 전통적으로 ‘협의를 통한 합의’에 이르는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공식적인 협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한 비공식적인 협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SEAN의 전통은 신속하고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한국 혹은 국내기업에게는 협상이 어려운 상대국으로 여겨지는 원인이 되었고, ASEAN과의 사업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왔다.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ㆍ외교ㆍ사회 분야를 아우르는 신남방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러한 국가 간의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한국과 ASEAN의 교류와 경제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수 있다.


ASEAN은 경제ㆍ사회ㆍ안보ㆍ외교 등 다방면에서 한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된다. ASEAN과의 협력 강화는 한국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ASEAN 협력이 공동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남방정책은 단순히 경제적인 분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상호간에 이해와 교류를 증진하고 이를 통해 공동의 번영을 이룩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새로운 시각에서의 한ㆍASEAN 협력이 모색되어야 한다.

 

* 각주
1)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잠정 타결: 의미와 시사점, KIEP 오늘의 세계경제 Vol.19 No.24
2)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잠정 타결: 의미와 시사점, KIEP 오늘의 세계경제 Vol.19 No.24, p.10 <표 8>에서 인용. 인도가
RCEP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면서 다양한 시장개방을 가정한 결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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