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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의 종족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가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HK연구교수 2019/12/16

서부지역에서 확대되는 폭력
2016년 이래 정부군의 군사작전으로 7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Rohingya)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났고, 이로 인해 미얀마 여카잉주(Arakan, Rakhine State)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방글라데시 총선이 끝난 2018년 말부터 피난민의 본국 송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력을 확대한 무장반군이 출현하면서 여카잉주 전역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림 1>과 같이 여카잉주의 주도인 싯트웨(Sittwe)를 포함하여 고대 여카잉왕국의 중심지인 므라욱우(Mrauk U)에서도 피난민이 발생하는 등 주로 방글라데시 인근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폭력이 이제 여카잉주를 넘어 친주(Chin State)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카잉주정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현재, 지역내 피난민은 3만 235명이고, 친주 팔렛와(Paletwa) 지역에서도 약 1,500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2019년 1월 4일, 여카잉군(AA: Arakan Army) 소속의 약 300명 부대원이 부디다웅(Budhidaung) 소재 국경경찰초소를 급습했다. 이로 인해 국경경비대(BGP) 대원 13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BGP 요원 9명을 포함하여 민간인 5명도 AA에 인질로 생포되었고, 약 5천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후 정부군과 AA간의 군사충돌은 본격화되었다. 정부는 고위급 안보회의를 열고 충돌 지역 내 병력 배치를 늘리고 헬리콥터 등 항공기를 이용하여 AA에 대한 강경진압을 허용했다.

 

지난 10월 이후 AA의 공세는 한층 더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례 없는 그들의 목적도 드러냈다. 10월 초 AA는 31명의 민간인을 납치한 데 이어서 26일에는 약 40명이 넘는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 총 58명을 납치했다. 11월 3일에는 인도인 노동자 4명과 친족 출신 여당 상원소속의 우 웨틴(U Wai Tin) 의원을 포함하여 민간인 10명이 탄 보트도 납치했다. AA는 순차적으로 구금한 인질들을 석방하고 있으나 로힝야족의 비극이 발생한 곳에서 또 다른 무장단체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여카잉주 전체는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이들은 로힝야족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고 親중국적인 성향을 보이며, 인도와 중국 등이 이 지역에서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사업에 개입하려는 정황까지 보임에 따라 지역 안보와 경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군부는 이들과 대화보다 강력한 군사작전을 선택하고 앞으로도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바 민간인 피해도 불가피할 것이다.

 

여카잉군(AA)의 정체와 무장 갈등의 배경
여카잉군(AA)은 2014년 4월 10일, 아카잉족만의 연합지역(confederation)을 현실화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이들은 중국 인접 동북부지역의 연합와주군(UWSA: United Wa State Army)이 추구하는 와족(Wa)만의 배타적 영역 및 재정권을 포함한 자율성을 독점하는 행태를 표방한다. 또한 이들은 여카잉왕국의 후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스스로 중앙으로부터 차별화된 정체성을 형성했다. 2019년 1월 정부군과의 대립이 미얀마 독립기념일에 발생한 것도 버마족에 대한 반감과 자신의 독립을 선포하는 상징이었다.

 

다른 무장단체와 달리 AA는 수면 위로 올라오는 데 적지 않은 준비를 한 것 같다. 2014년 창설 당시 부대원은 1,500명 정도였는데, 1년 만에 그 수는 1만 명까지 늘어났다. 창설 당시 지원자가 약 7천 명으로 알려진 사실에서 부대원의 정예화 또는 시기별 목표를 설정하고 부대원의 역량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현재 부대원은 약 2만 명으로 추산되고, 당 조직인 연합여카잉연맹(ULA: United Arakan League)은 2016년 조직되었다. 여기서 AA의 지도부가 선출되고 리더십이 확정되었다.

 

AA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 주도의 전국적 정전협정에 참가했으나, 군부의 영향력이 지대했던 당시 정부는 이들의 본거지였던 동북부지역 소재 3개 무장단체와 협상을 철회했다. AA는 동북부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6개 무장단체(UWSA, KIA, SSPP/SSA, NDAA, MNDAA, TNLA)와 함께 정치협상연합위원회(FPNCC: Federal Political Negotiation and Consultative Committee)를 구성하여 군부와 협상에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목적을 설정했다.

 

아웅산 수치 정부에 들어서도 AA는 21세기 삥롱회담에 참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침과 달리 군부는 AA를 포함한 상기 3개 무장단체에 대한 협상을 거부했다. 군부는 2018년 12월 21일 정전협상에 참가하지 않는 소수종족 단체와 회담을 하겠다며 5개 분쟁지역에서 4개월간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친주와 여카잉주를 관할하는 친주사령부는 휴전 지역에서 배제됨으로써 군부와 AA 간 갈등은 수면 위로 올랐다. 2019년 1월 4일, AA의 국경초소 선제공격이 두 집단 간 갈등의 시작이었다.

 

AA의 거점과 관련하여 이들은 친주, 카친주, 여카잉주, 방글라데시 국경지역, 샨주 등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넓게 분산하여 편재한다. 주로 카친주와 샨주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와 연대를 하고, 이들로부터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AA가 속한 FPNCC도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2009년 AA는 창설 당시 카친족 무장단체인 카친독립군(KIA: Kachin Independence Army)의 지원으로 카친주 라이자(Laiza)에 임시 본부를 설립했다. 군사 훈련 이후 여카잉주로 돌아가겠다는 목표가 있었으나 2011년 정부군과 KIA 간 군사충돌이 발생함에 따라 AA는 KIA와 함께 정부군에 공동 대응했다. 2014년부터 여카잉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친주와 여카잉주 경계 지역과 방글라데시 국경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2015년부터 AA는 코캉족(Kokang) 무장단체인 미얀마민족연합군(MNDDA)과 펄라웅족(Palaung) 무장단체인 트아웅민족자유군(TNLA) 등 동북부에 근거지를 둔 무장단체와 공동으로 정부군에 대항했고, 독자적으로 여카잉주와 방글라데시 국경 지역에서 미얀마 정부군 및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를 대상으로 전투를 벌여왔다.

 

AA는 자신들이 버마족 왕국에 의해 멸망한 여카잉왕국의 후손 즉 라키타(Rakhita)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1784년 버마족 콘바웅(Konbaung)왕국이 이 지역을 장악하고 직접 통치했고, 식민시기 영국의 지원으로 독립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네윈(Ne Win)이 사회주의헌법을 제정하면서 이 지역을 현재의 여카잉주로 신설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AA는 지난 5년에 걸쳐 조직화에 성공한 뒤 연방에서 독립보다 재정 및 국방 분야 자치권을 표방했다. 그 결실은 ‘여카잉 드림 2020’이다. 총 5개의 목적이 설정되었는데, 그 중 2020년까지 여카잉주 17개 타운십(Township, 구에 해당) 중 5개를 장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카잉주는 친주와 함께 미얀마 내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전체인구의 78%가 절대빈곤선 아래에 위치한다. 그래서 AA 툰먓나잉(Tun Myat Naing) 총사령관은 중국의 일대일로(BRI)의 일환으로 여카잉 해상의 짜욱퓨 경제특구 개발과 인도가 주도하는 칼라단 프로젝트 등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한다.

 

한편, 2019년 1월 AA의 공격 이후 미얀마 정부는 AA와 여카잉로힝자구원군(AA)간 연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두 집단이 연대했거나 향후 연대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는 않는다. 2017년 12월 툰먓나잉 총사령관은 로힝야 문제에 여카잉족들이 감정적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그에 따르면, 여카잉 지역에는 아직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그 대표적인 것이 컬라(Kalar, 외래인이지만 식민시기를 거치며 미얀마로 이주한 인도인을 지칭함)와 여카잉왕국의 후손인 자신들 간의 갈등이다. 영국과 버마족이 이들 사이에 개입하면서 지역 내 종족  갈등이 발생했고, 현재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카잉족이 이 땅의 원주인이기 때문에 AA가 외부의 개입을 배제한 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2018년 4월에는 중국 당국이 AA에게 여카잉로힝자구원군(ARSA)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툰먓나잉은 AA는 지하디스트를 지원하지 않고 두 집단 간 연대 가능성도 일축했다. 나아가 그는 로힝야족이 국내 소수종족인지 아닌지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즉답을 회피했지만, 벵골인으로 규정하는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 하다. 그러면서 로힝야족이 송환될 경우 정부는 일반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AA에 따르면, 로힝야족은 여카잉주에 거주하는 거주자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들이 목적하는 자치지역에 로힝야족 거주지역이 포함되지 않으면 이 문제에 개입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ARSA와 같은 단체는 분명 무슬림 테러리스트로서 불교도인 자신들의 종교관과 일치된다고 보지 않는다. 문제는 ‘여카잉 드림 2020’에 포함된 5개 타운십 가운데 로힝야족이 집단 거주하는 세 지역(로디다웅, 부디다웅, 마웅도)도 포함된다. AA의 활동이 과격화되고, 정부의 송환이 본격화될 경우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정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송환을 시도했으나 국내외적 갈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이다.


미얀마 정부의 대책과 전망
2019년 1월 AA의 습격이 발생하자마자 대통령실 저테(Zaw Htay) 대변인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군사작전을 통해 이들을 척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여카잉주 주민에 대한 지원 중단을 촉구했고, 로힝야족 군사조직인 여카잉로힝자구원군(ARSA)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보다 AA과의 교전에 군사력이 더 집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AA는 방글라데시로 월경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활동지역이 광범위하고, 민간인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군의 입장에서 이들을 색출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민간인으로 위장한 부대원이 정보를 제공하면 보병 중심의 정부군을 쉽게 따돌리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따라서 정부군은 전투헬기를 동원하여 AA 주둔지로 의심되는 지역을 공중 사격하거나 폭탄을 투하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납치된 인질과 양민이 정부군의 헬기 공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 10월과 11월 납치된 인질들 중 일부는 무사히 석방되었으나 AA의 납치와 이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구도는 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AA는 정부가 자신들과 연계된 의혹으로 체포된 인물을 석방하면, 정부군 소속 인질을 석방할 수 있다고 일종의 포로교환을 제안했지만, 정부군은 이를 거부했다. 문제는 2015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AA의 납치 전술이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미얀마 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미 이 지역은 정부군의 무차별 군사작전으로 수십만의 피난민이 발생한 상황인 데다가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하는 AA의 활동은 지역민의 치안을 더욱 악화시킨다. 소수의 AA를 일망타진하려는 정부군의 시도 또한 양민의 사망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미 AA는 다수의 로힝야족까지 납치한 사례가 있어 정부군이 그 책임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AA의 납치전술에 대해 정부가 규탄 성명을 내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돌아보면 21세기 삥롱회담에 있어서 군부는 정부와 달리 AA를 포함한 무장단체와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정부는 군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여카잉주 내 무장단체가 그 세를 확장하고, 정부군과 강대강으로 대치국면을 형성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여지를 축소해 왔다. 이에 정부는 명확한 입장과 원칙을 수립하는 한편, 정부군이 이들과 군사적으로 대치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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