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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기 조코위 정권 출범과 내각 구성

인도네시아 이지혁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9/12/18

2기 정부 출범: 취임식 연설
2019년 4월 대선에서 승리한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이하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자카르타 시내의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거행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집권 2기를 시작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치사에서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 대통령에 이어 재임에 성공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되었다. 이날 취임식 행사에는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직 대통령과 아세안 국가, 호주, 스위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정상 및 국왕이 참석하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재선 취임식 연설에서 자신의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그는 독립 100년이 되는 2045년까지 인도네시아를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GDP를 7조 달러까지 증가시켜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5위에 진입하고 빈곤율을 0%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인재개발, 규제 및 관료주의의 단순화,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경제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DW 2019). 조코위 대통령은 이러한 목표가 이성적인 것이며 현실 가능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혁신이 단순한 지식으로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정부 관료들에게는 과정 중심적으로 일을 수행하지 말고 결과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관료들이 자신에게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수행되었다고 보고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확인해본 결과 시민들은 수행된 프로그램으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꼬집어 언급했다. 그는 이를 SNS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빗대어 표현했는데,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Tehusijarana 2019).

 

내각 구성
취임 다음날로 예정되었던 내각에 대한 발표는 이틀이 지난 10월 23일에서야 이루어졌다. 조코위 정부의 내각은 4명의 조정장관과 30명의 부처 장관, 그리고 4명의 장관급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총 38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 중에서 정당에 속한 사람이 16명(PDI-P 5명, Golkar 3명, PKB 3명, NasDem 3명, Gerindra 2명)이고 정당에 속하지 않은 비정당인이 22명이다. 조정장관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부서를 묶어서 관장하는 직책으로서 한국의 부총리 개념과 유사하다. 정치법무·안보 조정장관에는 전직 헌법 재판관이었던 마푸드 MD(Mahfud MD)가 임명되었고, 경제 조정장관에는 전직 산업부 장관이자 현 골카르(Golkar)당 당대표인 아이르랑가 하르따르또(Airlangga Hartarto)가 임명되었고, 해양·투자 조정장관에는 루훗 빤자이딴(Luhut Pandjaitan) 장관이 유임되었다.

 

인력개발·문화부 조정장관은 전직 문화·교육부 장관이었던 문하지르 에펜디(Muhadjir Effendy)가 임명되었다. 1기 내각에서 8명이었던 여성 장관의 수는 5명으로 줄었지만 30~40대의  젊은기업인을 등용하는 다소 파격적인 측면도 보였다. 내각에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인도네시아 고젝(GOJEK) 공동 창업자 나디엠 마카림(Nadiem Makarim)은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문화·교육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한때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구단인 인터밀란의 구단주였고 2018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미디어계 거물 에릭 토히르(Erick Thohir)는 국영기업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이번 내각 인선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두 번(2014년, 2019년)의 대선 라이벌이었던 프라보워 수비얀토(Prabowo Subianto)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한편 불법조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포된 선박을 현장에서 파괴하는 단호함을 보여주었던 수시 푸지아스투티(Susi Pudjiastuti) 해양수산부 장관은 높은 국민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유임되지 못했다. 그녀의 자리에는 야당(Gerindra당)의 국회의원인 에디 프라보워(Edhy Prabowo)가 임명되었다. 조코위 정부는 이번 내각의 이름을 ‘Kabinet Indonesia Maju’이라고 명명했는데, ‘maju’라는 단어는 ‘전진’, ‘발전’, ‘번영’ 등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전진(번영)하는 내각’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내각 구성은 다음의 <표-1>과 같다.

 

<표 1. 조코위 정부 2기 내각 구성>

경제 조정장관 (Airlangga Hartarto)/산업부 장관, 골카르(Golkar)당 당대표

재무부 장관

Sri Mulyani Indrawati

1기 내각(유임)

산업부 장관

Agus Gumiwang Kartasasmita

Golkar 국회의원

무역부 장관

Agus Suparmanto

PKB 국회의원

농업부 장관

Syahrul Yasin Limpo

NasDem 국회의원

노동부 장관

Ida Fauziyah

PKB 국회의원

중소기업부 장관

Teten Masduki

전문 관료

국영기업부 장관

Erick Thohir

미디어 회사 회장

공공사업주택부 장관

Basuki Hadimuljono

1기 내각(유임)

국토부 장관

Sofyan Djalil

1기 내각(유임)

환경·산림부 장관

Siti Nurbaya

1기 내각(유임), NasDem 국회의원

해양·투자 조정장관(Luhut Pandjaitan) /1기 내각(유임)

교통부 장관

Budi Karya Sumadi

1기 내각(유임)

해양수산부 장관

Edhy Prabowo

Gerindra당 국회의원

관광·창조·경제부 장관

Wishnutama Kusubandio

NET TV 공동창업자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Arifin Tasrif

전 일본 대사

인력개발·문화부 조정장관(Muhadjir Effendy)/ 전 문화·교육부 장관

보건부 장관

Terawan Agus Putranto

Gatot Subroto 군병원장

사회부 장관

Juliari Batubara

PDI-P당 국회의원

문화·교육부 장관

Nadiem Makarim

고젝(GOJEK) 공동 창업자

연구·기술·고등교육부 장관

Bambang Brodjonegoro

전 국가개발부 장관

종교부 장관

Fachrul Razi

전 군장성

여성·아동보호부 장관

Gusti Ayu Bintang Darmawati

전 중소기업부 장관 부인

지방건설·이주부 장관

Abdul Halim Iskandar

PKB당 국회의원

청년·체육부 장관

Zainudin Amali

Golkar당 국회의원

장관급 고위공무원

대통령 비서실장

Moeldoko

1기 내각(유임)

내각사무처장

Pramono Anung

1기 내각(유임)

투자조정청장

Bahlil Lahadalia

인도네시아 청년사업가협회 의장

검찰총장

ST Burhanuddin

부검찰총장

출처: 언론보도를 토대로 필자 작성 

 

내각 인선에 대한 평가
정치적 견해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지만, 대체로 내각 인선이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내각이 발표된 다음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포스트(Jakarta Post)는 1면 에  “조코위의 새 내각이 인상을 주는 데 실패했다(Jokowi’s New Cabinet Failed to Impress)”라는 사설을 실었다(Jakarta Post 2019).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내각을 신진 세력과 구세력, 여당·야당 정치인, 기업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혼합된 ‘타협의 내각(cabinet of compromise)’ 혹은 ‘가도-가도(Gado-Gado)’ 내각으로 이름 붙였다. 가도-가도는 다양한 야채를 땅콩 소스에 버무린 인도네시아 전통 샐러드의 일종으로서 ‘섞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Arshad 2019).

 

인도네시아 설문조사 기관인 파라미터 폴리틱 인도네시아(Parameter Politik Indonesia)의 아디 프라이트노(Adi Prayitno) 대표는 이번 인선이 정치적 수용과 타협의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일부 장관의 경우 그 직에 부합하는 경력이 없는 사람이 발탁되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내각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Jakarta Post 2019). 선거기간 조코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지지층에서는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상당수 활동가들은 1기 내각에서 그 분야 전문가에게 주어졌던 정보통신부 및 해양수산부 장관직이 정치인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엇갈린 평가를 자아낸 인선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에 대해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큰 관심을 보였다. 내각 구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이번 인선이 상대 진영을 포용하고 국가 전체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대통령의 큰 결단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두 번의 대선 라이벌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매번 선거 때마다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선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심각한 국민적 갈등을 초래한 인물인 프라보워를 부처 중 가장 많은 예산(2020년 기준 90억 달러)이 할당된 국방부 장관직에 임용한 것은 조코위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허탈한 결과이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조코위 선거캠프에서 그를 도왔던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선거의 필요성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반목했는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인권과 관련된 NGO단체는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발생한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인사를 납치한 사건과 1983년 동티모르에서 일어난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유린에 프라보워가 깊숙이 관여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의 지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주의 인사 납치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군에서 축출된 인물이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었다는 것은 과거사를 덮고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균형과 견제의 역할을 담당할 중요한 야당 세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퇴보로 보는 관점, 반대 진영을 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것이 단순히 권력을 나누는 것에 목적을 두면 안 된다는 견해, 자신이 속한 정당인 PDI-P에 확실한 권력기반이 없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정치 엘리트로부터의 압박을 견디기 위해서 여당연합뿐만 아니라 외부세력과 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여당연합, PDI-P, 그리고 PDI-P의 당 대표이자 전직 대통령인 메가와티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는 관점까지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Arshad 2019).

 

조코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프라보워를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선거 기간 두 진영으로 갈라진 국가를 통합하고 탕평책을 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으로 보면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72개의 법률을 개정하고 투자 관련 법률을 하나로 정리한 ‘옴니버스 법(Omnibus Law)’을 통과시키고 수도 자카르타를 칼리만탄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427석의 국회의원 중 78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Negara 2019). 한편 야심가인 프라보워의 입장에서는 장관 수락을 통해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고젝2) 의 공동창업자인 나디엠 마카림의 내각 합류도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버드 MBA 출신의 젊고 성공한 사업가라는 점과 고젝이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그의 내각 합류는 국민들의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교육문화부 장관에 임명되었다는 점은 시민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경제 혹은 기술과 관련된 부서의 장관에 임명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도네시아 교사연합의 무하마드 라힘(Muhammad Ramli Rahim) 회장은 “나디엠이 이 나라 교육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나디엠은 고등학교를 싱가포르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 여론을 조사하는 비영리 단체인 퍼플리 센터(Pupuli Center)의 대표(Usep)는 공공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35살의 젊은 장관이 관료주의가 만연한 교육 및 문화 분야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민들의 실망과 활동가들의 우려와 달리 조코위 대통령은 나디엠을 교육문화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교육을 산업과 기술 분야와 연계시키고 시대가 요구하는 일꾼을 양성하는 데 그가 획기적인 방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Negara 2019).

 

많은 사람이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어선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했던 수시(Susi Pudjiastuti)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임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수시 전 장관은 자수성가한 여성 사업가로 고등학교 정규교육도 다 이수하지 못했지만 1기 내각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장관 중 한명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최대 야당인 Gerindra당의 국회의원(Edhy)이 그녀를 대신하였다. 인도네시아 전통어업협회 회장(Marthin Hadiwinata)은 수산업에 대한 문제를 바닥부터 국가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해양수산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험이 없는 야당 국회의원의 임명에 개탄했다. 

 

대중의 관심을 끈 또 다른 인선은 종교부 장관에 전직 군 장성인 파크룰 라지(Fachrul Razi)를 임명한 것이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종교부 장관은 여당연합에 속한 이슬람 정당 중 연륜이 있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졌다. 이러한 관행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종교부 장관을 파크룰 라지에게 맡긴 것은 최근 강경해지는 이슬람주의자들을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1998년 프라보워가 여러 명의 민주 활동가를 납치하는 사건에 연루돼서 군에서 해고될 때 큰 역할을 한 사람이 파크롤 라지라는 것이다.3)

 

경제와 관련된 부처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경제성장 둔화에 대비해 인도네시아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지난 5년 동안 강조해온 투자유치 확대를 추구하려는대통령의 의도로 해석된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 금융정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스리물리야니(Sri Mulyani Indrawati)를 재무부 장관으로 중용했는데, 이는 그녀의 정책에 대한 신뢰와 거시경제 및 금융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함인 것으로 해석된다. 분석가들은 스리물리야니와 더불어 공공사업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이 유임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루훗(Luhut Pandjaitan) 해양·투자 조정장관도 유임되었다. 그는 1기 내각 동안 비공식적으로 투자 브로커와 같은 임무를 수행했는데, 2기 내각에서는 그의 임무가 투자를 관리 감독하는 것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Maulia 2019). 경제관련 장관 인선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과 관련된 전문성이 없는 여당연합의 국회의원 아구스(Agus Gumiwang Kartasasmita)가 산업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연 그가 인도네시아 4.0 이니셔티브(Indonesia 4.0 Initiative)를 수행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제조업 성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보였다. 또한 투자조정청장으로 임명된 바흘릴 라할달리아(Bahlil Kahadalia)가 국내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이 있지만 국제적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업무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개혁과 민주주의보다는 경제?
이제 막 시작한 조코위 정부의 2기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조코위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하나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패가 만연한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부패와 올리가키(oiligarchy)와는 거리가 있는 개혁적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서민 대통령은 5년의 통치기간을 거치면서 점차 개혁과 민주주의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더 방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듯하다. 올리가키와 타협을 하고 외형적으로는 부패 근절을 강조하지만 정권의 안정과 경제성장이 인도네시아에 더 무게감 있는 사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8월에 조코위 대통령은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이슬람 학자(Ma'ruf Amin)를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지난 9월에는 인도네시아 부패 근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패방지위원회(PKP)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킨 것과 혼전 성관계를 불법화하고 대통령 모독 및 신성모독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형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온 나라를 뒤덮었다.

 

자카르타의 파라마디나(Paramadina)대학 자야디 하난(Djayadi Hanan) 정치학 교수는 시민들의 강력한 시위를 야기한 최근의 사태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대통령은 여전히 좋은 사람이지만 그를 향한 압박이 많다는 게 한 가지고, 아니라면 그 역시 결국 보통 정치인과 다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보여주게 된 것이다.”와 “어느 정도 둘 다 일수도 있다.”라는 것이다(Illmer 2019). 내각 인선에서 가장 논란이 된 프라보워의 국방부 장관 임명까지 조코위 정권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개혁과 민주주의의 강화보다는 국가의 안정과 정치적 기반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민들은 개혁이 사라지고 인도네시아가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국가로 퇴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시위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재선에 당선되고 나서 기자들에게 이제 자신은 아무런 정치적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부담이라는 것이 유권자들로부터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정치 엘리트들로부터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이라야 한다. 그런데 이번 내각 구성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로부터는 부담이 없지만 정치 엘리트들에게로부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Gammon 2019).

 

재선 취임연설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관료들이 단순히 프로그램의 절차를 수행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프로그램의 결과가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그 결과라고 말했다(The main thing is not the process, but the result). 분명 경제적인 성과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하고, 때론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 때 공약한 7%의 경제성장과 인프라 개발, 그리고 수도 이전을 집권 5년 동안 완수하기 위해서는 개혁보다는 경제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정치적 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대선 때마다 적과 같았던 프라보워를 포용하는 협치를 통해 정치적 안정과 지지기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적을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은 고수의 방법이다. 그런데 그 적을 너무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어려운 결정을 한 조코위 대통령이 ‘과정’과 ‘결과’에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할 시간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경제발전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도 진일보하길 더욱 기대한다.

 

*각주
1) 실제 각각의 조정장관이 관장하고 있는 부서는 표에 기재된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 표에는 장관이 있는 부처만 기록하였다
2) 고젝은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성행하는 오토바이 택시인 ‘오젝(Ojek)’과 영어의 ‘Go’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서, 인도네시아 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차량 호출서비스다. 고젝은 오토바이 택시뿐만 아니라 GO-Car라고 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 음식 배달, 청소 대행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GO-Life, 그리고 핀테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3) 많은 언론은 프라보워가 군에서 해고 혹은 축출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프라보워 자신은 해고가 아니가 명예로운 조기 전역이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때 자신과 관련된 궁금한 질문에 답하는 소책자(blue book)를 발간했는데, 이 책에서 ‘만약 자신이 해고되었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군 연금을 받고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하고 있다(Jakarta Po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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