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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19년 총선 결과로 살펴본 '법과 정의당' 정책의 영향력

폴란드 Nicolas Levi AFiB Vistula Professor 2019/12/18

2019년 10월 13일 치러진 폴란드 상·하원 총선에서 우파 민족주의 보수 성향의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PiS)’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법과 정의당은 44.6%를 득표해 야당 연대를 크게 누르고 압승했다. 도널드 투스크(Donald Tusk) 전 유럽위원회 의장이 이끈 ‘시민연단’ 등 진보 성향의 주요 군소 정당들이 연대한 ‘시민연합’은 27%의 득표에 그쳤다. 법과 정의당은 포퓰리즘 경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하원 460석 중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총선 승리로 법과 정의당이 추진하려는 사회·경제 개혁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총선 결과를 볼 때, 폴란드 국민들이 법과 정의당이 내세운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우려하기 보다는  이들이 강조하는 민족주의·기독교·보수주의 기치에 호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법과 정의당 총선 승리의 배경과 당면 과제
2015년에 법과 정의당은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폴란드 정당 중 최초로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얻으며 선거에 승리함으로써 8년 동안의 야당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집권하면서 보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반난민 정책과 사법부 장악에 힘쓰면서 시민연단과는 다른 방향으로 폴란드를 이끌었다. 법과 정의당은 경제 문제보다 이념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 정부는 법과 정의당이 중시하는 가톨릭적 가치에 따라 가족을 최우선시하는 동시에 정부가 자국민을 돌볼 수 있고, 폴란드 시민 모두가 자립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한다. 자유주의적이고 친(親)유럽적 성향의 정부가 집권했던 8년 동안 엘리트들로부터 경멸과 무시를 당했다는 인상을 받으며 살던 유권자들은 법과 정의당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법과 정의당은 총선 운동을 하는 몇 달 동안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당을 표방했지만 여러 차례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린 게 문제였다. 그렇지만 법과 정의당은 결국 이런 스캔들을 이겨내고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선심성 공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 법과 정의당은 재산 등 아무런 조건 없이 아동 1인당 500즈워티(약 15만 5,000원)의 수당과 개학 전 아이들에게 300즈워티(약 9만 3,000원)의 용돈을 지급하고,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최저임금인 2,250즈워티(약 69만 5,000원)를 받는 가정이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월급의 절반을 국가에서 보조받게 되는 것이다. 법과 정의당은 또한 연금수령자들에게 정기적인 현금 보너스를 제공하고,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근 두 배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언론인들의 지위도 규제하는 한편, 농민 보조금 지급액을 인상하고, 최저 연금을 1,100즈워티(약 34만 원)에서 1,200즈와티(약 37만 원)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법과 정의당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이런 선심성 복지 공약을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4%가 넘는 높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폴란드 경제가 있었다. 폴란드의 경제성장률은 유럽연합(EU) 성장률인 1%보다 훨씬 높다. 실업률은 4%도 안 될 만큼 낮고, 재정적자 수준도 안정적이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 미만이다. 2018년 기준 세계은행(World Bank)은 폴란드를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고 있으며, 폴란드의 GDP는 전 세계에서 21번째로 높다.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사는 아이들도 급감하고 있으며, 2015년 여성 1명당 1.32명이었던 출산율은 2018년 1.45명까지 높아졌다.

 

2018년 10월 총선을 앞두고 소득세율은 1%p 인하됐고, 26세 미만 근로자는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아예 면제됐다. 그러나 2023년까지 최저임금을 4,000즈워티(약 123만 원)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법과 정의당의 대표적 공약에 대해 우려하는 고용주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이 폴란드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믿고 있지만, 정부는 엄청난 상당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폴란드 경제는 2017년과 2018년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되는 양상이지만 2019년에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19년 상반기 GDP 성장률은 4.6%(1분기 4.7%, 2분기 4.5%)를 기록했다. 내수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며, 가계소비와 투자가 폴란드의 내수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 초부터 정보통신기술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이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의 친순환적(pro-cyclical) 재정정책 효과의 감소와 2020년 1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와 관련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폴란드 경제는 점차 둔화될 수도 있겠지만 내수가 계속해서 폴란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19년 7월 1일 이후 1인 가구로 확대된 500즈워티가 넘는 가족 수당 프로그램이 가계소비지출 확대 효과를 내줄 것이다.

 

법과 정의당은 ‘강력하고, 국민을 지켜주는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공산주의에서 시장경제로의 격렬한 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생각일 수 있다. 법과 정의당은 ‘존엄’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면서, 이런 이행 과정에서 좌절감을 맛본 사람들에게 후한 사회 복지 혜택을 제공하려고 한다. 또 폴란드 국민이 국가에 대해 애국심과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

 

향후 전망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법과 정의당이 내세우는 정책이 폴란드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과 정의당이 다시 승리한다면, 정책 파장이 장기화되고 폴란드 밖으로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단, 국내적으로는 또 다른 승리가 법과 정의당에겐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성공 공식을 찾았다는 의미로 간주될 수 있다. 유럽 내에서 폴란드 정부는 사법 독립 등의 문제와 관련해 EU에 계속 맞설 것이다. 법과 정의당은 정당으로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정치·경제적 안건뿐만 아니라 후계 구도를 둘러싼 잠재적 주도권 싸움으로 볼 수 있는 경경파와 온건 보수파 사이의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폴란드의 경제 상황은 부인하기 힘들 정도로 양호하다. 경제는 2018년 5.1% 성장한 데 이어 2019년에도 1~3분기 중 4.4%를 넘는 높은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가계소득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내수도 매우 역동적이다. 2년간 감소 내지 둔화됐던 투자도 2018년 초부터 살아나고 있다. 월간 실업률은 9월 3.3%까지 내려가면서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중단기적으로 공공재정의 안정성도 확보된 상태다. 폴란드는 2004년 5월 1일 EU에 가입한 이후 중부유럽 국가 중 가장 역동적인 경제국 중 하나였으며(2004년에서 2018년 사이 연평균 4% 성장), 2009년에는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피했다. 역동적 경제에 힘입어 2018년 폴란드의 구매력 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GDP는 EU 평균의 71%에 이르렀다. 경기 호황 덕에 폴란드는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회 복지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불평등을 낮출 수 있게 됐다. 법과 정의당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경제는 개선되고 있다. 폴란드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사실은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을 통해서 확인된다. 피치, 무디스, S&P의 폴란드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은 각각 A-, A2, A-이다.

 

단, 이러한 긍정적인 경제적 균형이 중장기적인 구조적 문제를 가릴 수는 없다. 즉, 인구 증가 둔화로 노동시장에서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연금제도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생산성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높은 임금과 경기대응(counter-cyclical) 예산 부족도 문제다. 폴란드 경제는 개인저축 부족분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채워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식인데, FDI 흐름이 감소할 경우 경기도 둔화될 수 있다. 폴란드는 여전히 서유럽 주요 기업들의 하청업체 국가로서 저생산성 산업에 초점을 맞춘 발전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에 힘입어 서방국가 원청업체들이 하청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될 때 생길 수 있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피하면서 다른 EU 회원국들과의 융합을 이어가기 위해선 더욱 강도 높은 연구와 혁신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폴란드는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정치적 실패도 경험했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폴란드 사법 제도의 개혁을 둘러싸고 유럽으로부터 비난을 들었다. EU는 사법 제도 개혁을 법과 정의당이 정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는 11월 5일  “남녀의 은퇴 연령에 관한 차이를 인정한 폴란드 법원의 판결은 유럽연합 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법과 정의당이 극복해야 할 도전 중 하나가 폴란드 청년 문제다. 법과 정의당은 젊은이들에게 더 일찍부터 일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폴란드에는 일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 약 200만 명의 폴란드 청년들이 정부의 근로 동기 부여 대상이다. 정부는 또 그들의 해외 진출 속도를 늦추거나, 독일·영국·프랑스로 일하러 간 젊은이들이 폴란드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고 귀국하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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