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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세르비아와 중국의 정치·경제적 관계 변화

세르비아 Mihaji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Research Associate 2019/12/18

세르비아와 중국은 양국에서 공산주의가 시작된 이후 줄곧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 모두 공산당 독재 체제였지만 시스템은 전혀 다른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1945~1992년)에 속했던 세르비아는 진보적 공산주의 체제로 독재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일부 시장 경제 요소를 도입함에 따라 개인사업과 소유를 어느 정도 허용했다. 반면 중국은 농촌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국(大國)에 맞는 독자적 형태의 공산주의로 발전했다. 물론 두 나라 정치 체제는 모두 사회·경제·정치적 삶의 전 측면에서 사회주의 정당이 주도하고 있다.

 

유고슬라비아의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세르비아는 의회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적 변화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향한 경제적 변화를 위해 다당제를 확립했다. 물론 중국과는 정치적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중국은 외교정책에서 항상 세르비아를 지지해왔다. 1990년대 서유럽과 미국은 세르비아를 ‘발칸반도 민족분쟁’의 주범으로 여겼지만, 중국은 세르비아를 유럽 내 정치 동맹국으로 간주하며 ‘발간의 도살자’로 불렸던 슬로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sevic, 1941~2006년) 정권을 지지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세르비아 폭격을 규탄했고, 현재 코소보가 유엔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세르비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더욱 견고해진 양국의 정치적 관계는 경제 협력이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2013년 중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와 해상을 관통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 두 개로 묶는다는 일대일로 정책을 시작한 이후 세르비아와 중국의 관계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협력으로 이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세르비아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스템적 문제에 직면했다. 따라서 세르비아의 정책 입안자들은 특히 정보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인프라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중국의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의 세르비아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살펴본 양국 간 협력 상황
세르비아 정부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세르비아는 강대국을 동맹국으로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코소보의 지위와 관련해 유엔에서 세르비아를 강력하게 지지해주는 영향력 있는 국가다. 이것은 향후 협상에서도 세르비아의 입지 강화와 세르비아의 입장이 반영된 최종 합의 도달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양국의 경제 협력 동기는 더욱 분명하다. 첫 번째 세르비아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경제발전 속도를 높이고 미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속도로, 철도, 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가 필수적이다. 두 번째 스메데레보(Smederevo) 같은 대형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영기업들은 수천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막대한 적자를 국가 예산으로 메워야 하는 ‘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수년간 자국 국영기업에 투자하려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온 세르비아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관심을 반기면서 문제 해결을 기대했다. 세르비아 경제는 최대 투자국이자 세르비아 상품의 최대 수입국인 유럽연합(EU)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EU는 세르비아 수출품의 3분의 2를 수입한다. 따라서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세르비아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EU와 발칸지역에 대한 과도한 노출 위험을 다소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EU 가입 절차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EU 내 정치적 문제로 가입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세르비아가 고부가가치 투자 유치에 주력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것이 지식과 수출 기반 경제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르비아가 지난 20년간 유치한 투자는 대부분 섬유나 케이블과 같은 저부가가치 산업이었다.

 

한편 중국은 협력과 관련해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있다. 중국에게있어 일대일로 추진의 최우선 목적이 지정학적 존재감과 영향력 강화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EU 기업들과 경쟁할 때 수많은 공식적·비공식적 장벽에 직면했기 때문에 EU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에겐 소규모 국가나 프로젝트가 좋은 EU 시장 진입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에 지난 8년간 40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가 넘는 중국의 대(對)세르비아 대출과 투자금 중 약 40%가 세르비아의 인프라에 투자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적어도 향후 4년 안에 4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의 협력은 2011년 중국 최초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Belgrade)의 제문-보르카 대교(Zemun-Borca Bridge) 건설부터 시작됐다. 이후 세르비아는 중국 파트너들을 대규모 프로젝트에 추가로 참여시켜도 되는 믿을 만한 파트너로 간주했다. 현재 추진 중인 가장 중요한 인프라 프로젝트는 2018년에 시작된 베오그라드-부다페스트 철도와 2014년 시작된 세르비아 중서부를 가로지르는 E-763 고속도로 건설이다.

 

하지만 중국은 투자 시 자국 노동력과 공급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 탓에 세르비아 국내 건설사들은 중국 투자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누리지 못함에 따라, 세르비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최근 중국은 국영기업인 스메데레보 철강공장과 보르(Bor)에 있는 구리 생산업체를 인수했다. 양사 인수 금액은 총 3억 6,000만 달러(약 4,300억 원)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양사 모두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었기에 세르비아 정부에겐 민영화만이 유일한 탈출 전략이었다.

 

한편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중국의 유일한 파트너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부 발칸 지역에서 중국은 몬테네그로(Montenegro)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인 바르-볼랴레(Bar-Boljare) 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크로아티아에서도 몇몇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중국은 크로아티아 남부에서 펠예사츠(Peljesac) 대교를 건설 중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헝가리와 이탈리아 같은 다른 EU 회원국들도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향후 전망
인프라 개발과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발전 속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길 바라는 세르비아에게 중국의 투자는 아주 매력적일 것이다. 특히 EU 가입이 지연되고 EU 구조 기금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 시 몇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중국 기업들은 EU 시장 진출을 위해 서구 금융기관들보다 종종 더 융통성을 보인다. 몬테네그로의 바르-볼랴레 고속도로 프로젝트 경우도  국제개발은행들로부터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중국수출입은행(CHEXIM)은 수용했다. 중국 파트너들은 투자에 유연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된 다른 위험에 대해서도 더 유연한데 즉 중국 파트너들은프로젝트가 공공부채 증가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는다. 실제 세르비아에서 스메데레보와 보르 투자는 심각한 환경파괴 문제를 낳았다. 세르비아 정부가 환경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무시한 채 중국 파트너들과 어느 정도 타협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세르비아가 EU 가입 속도를 내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존중하고 EU의 기준을 충족하는 게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세르비아가 EU 가입을 계속 희망하는 이상 중국과 계속 긴밀한 경제 협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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