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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체코 체제전환 30년의 성과와 민주주의 공고화

체코 김신규 서강대학교 국제지역연구소 연구교수 2019/12/18

벨벳혁명의 성과 : 구조와 제도의 구축
2019년 11월부로 동유럽 체제전환을 상징하는 체코의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이 일어난 지 정확히 30년이 된다. 1989년 11월 17일에 시작된 벨벳혁명은 공산체제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이중이행(dual transition)을 촉발시켰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자유와 이를 통한 정치적 권리 그리고 시민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체제야 말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당시 벨벳혁명의 모토였다. 동시에 체제전환은 경제 부분에서도 시작되었다.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기반 역시 정치적 환경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를 정치권리와 시민자유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체코는 체제전환을 거쳤던 다른 모든 중동부유럽 국가와 비교해서 월등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체코는 정치권리 지수(1)과 시민권리 지수(1)에서 모두 동유럽 국가 중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불가리아는 정치권리(2), 시민자유(2)이며, 세르비아는 정치권리(3), 시민권리(2) 그리고 러시아는 정치권리(7), 시민자유(6)으로 여전히 민주주의 발전이 지체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벳혁명은 민주화 요구와 더불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시장에 기반 한 경제로 변화시키라는 시민들의 요구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공산체제 하에서도 체코가 다른 공산국가에 비해 양호한 경제성적을 기록했었고 동유럽 국가 중 높은 수준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체코인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벨벳혁명 이후 시장경제로의 이행에 많은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체코의 경제성장 역시 다른 탈공산주의 국가들을 앞도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체코의 1인당 GDP는 23,078달러로 선두그룹으로 평가받는 중부유럽-발트국가 평균인 15,913달러를 상회했으며, 러시아 11,288달러, 세르비아 7,233달러를 훨씬 앞서고 있다. 혁명 직후였던 지난 1990년 1인당 GDP가 유럽연합 평균의 24.7%인 3,917달러에 불과했었지만, 2018년에 와서는 유럽연합 평균의 63%를 넘어섰다. 구매력기준 1인당 GDP에서는 2018년 27,900유로를 넘어 유로존-19개 국가 평균의 87% 수준에 이르렀다.1) 이에 따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이미 1998년부터 체코가 더 이상 이행국가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행기보고서에서 체코에 대한 평가를 중단했다.2)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한 것은 체제전환을 통해 이룩한 성과에 대한 시민들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체제전환을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작용이라는 체제의 관점에서 볼 때, 구조를 세우는 작업뿐만 아니라 그 내부에서 행동하는 시민들이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서 전환의 성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체제전환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 정치구조의 전환뿐만 아니라 행위자들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인 문화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체제전환의 공고화
흔히 체제전환을 자유화(liberalization), 민주화(democratization), 공고화(consolidation) 과정으로 구분하는데,3) 자유화는 옛 체제 내부의 개혁과 개방을, 민주화는 옛 체제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되면서 해체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화와 민주화의 핵심인 구조와 제도의 변화가 진행된다. 체제전환의 마지막 과정인 공고화에서의 핵심은 전환된 체제가 옛 체제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관성이 유지되도록 내부 행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체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주관적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다. 즉, 공고화 과정은새로운 체제가 내부로 스며드는 일종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제도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4)  우선 <그림4.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58%의 체코인들이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정부형태보다 낫다고 보고 있다. 물론 특정 환경, 즉 전쟁이나 혹은 내부의 극심한 분란 등의 경우에는 빠른 결정을 위해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가 낫다는 의견도 22%나 됐지만,5) 이는 민주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대한 조건부 유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표 1. 민주체제의 작동 대한 만족도>에 따르면, 2004년 만족이 40%, 불만족이 55%로 오히려 불만족 의견이 많았지만, 2019년에 와서는 만족한다가 55%, 만족하지 못한다가 41%로 역전되었다.6) 이런 의견은 일견 민주주의에 대한 반대 의견이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체제의 작동, 즉 의회, 정당, 정부 등 민주주의를 운용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 민주주의에 대한 찬-반과는 관련이 없다. 즉, 시민들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불만이 아닌 의회, 정당, 정부의 행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1989년 이전의 공산체제와 현 민주체제에 대한 여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표2. 옛 정치체제와 현 정치체제에 대한 의견>에 따르면, 현 체제에 대한 찬반은 35% 대 27%, 옛 공산체제에 대한 찬반은 13% 대 55%로 나타났다.7)  이는 곧 현재의 민주체제에서 작동하고 있는 정당, 의회, 정부, 대통령, 국가기구, 사법부 등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민주체제가 과거의 공산체제보다는 훨씬 더 낫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은 경제체제, 즉 시장경제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타나는데, <표 3. 옛 경제체제와 현 경제체제에 대한 의견>에 따르면, 1989년 이전의 경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25% 대 50%, 그리고 현 경제체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45% 대 20%으로나타났다.8)

 


체제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인 체코의 시민들 사이에서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에 대한 찬성 비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시장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체코인들은 30년 전 공산체제와 비교해서 개인에게 교육, 이주, 취업, 여행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측면을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다. <표 4. 1989년 11월 이전과 이후 비교>에 따르면 이외에도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는 의견과 교육기회의 증진, 공적영역에서의 참여 기회, 노동에 따른 사회적 지위 상승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도 있었고, 여기에 법 앞에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특히 시장경제 체제에서 불평등 심화로 인해 사회 안정성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범죄 등으로 시민의 안보가 하락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9)

전체적으로 볼 때, 체코인들은 옛 체제보다는 현 체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언급한 체제전환의 최종 단계인 공고화 단계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고화가 시민들 사이에서 현재의 체제,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내재화되어 가는 제도화 과정이기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의 만족도 그리고 옛 체제로의 회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수록 체제전환의 성공 척도인 공고화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옛 체제에 대한 향수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표 5. 공산체제로의 회귀에 대한 찬성>에 따르면 2014년 여론조사에서 공산체제로의 회귀 찬성이 17%, 반대가 77%로 반대가 우세했고10), 2019년 조사에서도 찬성이 13%, 반대가 84%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2014년에 17%, 2019년 13%나 되는 시민들이 여전히 공산체제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여론조사 당시 공산당에 대한 지지율도 이와 유사했는데, 2013년 총선에서 공산당은 14.9%의 지지를 얻어 전체 200석의하원에서 33석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2017년 총선에서 공산당의 지지율이 7.76%로 하락한 것을 통해 볼 때, 공산체제로의 회귀에 대한 여론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실제로도 2019년 공산체제로의 회귀에 찬성하는 여론은 이전 조사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산당에 대한 지지가 7.76%에 이르는 것은 새로운 체제에서의 불평등심화와 무관하지 않다. 체제전환이 이미 공고화 수준에 이르러, 더 이상 옛 체제로의 회귀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은 확실해졌지만, 결과의 불평등에 따라 양산된 사회적 약자들 사이에서 예전의 평등사회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체코 정부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사회안전망을 두고 있다. <그림 6. 지니계수> 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여타 동유럽 국가에 비해 체코의 불평등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인데, 2015년 기준 체코의 지니계수는0.259로 인접한 헝가리의 0.304나, 폴란드의 0.318, 루마니아의 0.359, 러시아의 0.377, 세르비아의 0.396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그림 7. 1인당 사회보장 지출>에서 볼 수 있듯이, 2017년 기준 체코정부는 시민 1인당 연간 3,357유로의 사회보장비를 지출하고 있어, 인접한 폴란드의 2,491유로, 루마니아의 1,376유로, 불가리아의 1,242유로, 세르비아의 1,086유로 보다 더 많은 사회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체제전환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시민들에게서 옛 체제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이 체제전환의 완성인 공고화의 완료를 위해 현재 체코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각주

1) Eurostat, 2019.
2) EBRD는 연간 ‘이행보고서(Transition Report)’를 통해 대규모 사유화, 소규모 사유화, 거버넌스와 기업의 구조조정, 가격자유화, 무역과 Forex 시스템, 경쟁정책 등 6개의 항목에 대해 체코를 제외한 이행 국가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현재 EBRD는 중부유럽과 발트지역의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와 중앙아시아, 중동국가, 러시아, 터키 등 모두 37개 국가를 이행국가로 판단해 이들에 대한 이행기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3) A. Korbonski, “Transition to Democracy in Czechoslovakia, Hungary and Poland: A Preliminary Analysis,” in Margaret Latus (ed.), From Leninism to Freedom: The Challenger of democratization (Boulder: Westview Press, 1992), pp. 167-168.
4) Leonardo Morlino, “Democratic Consolidation: Definitions and Models,” in Geoffrey Pridham (ed.), Transition to Democracy: Comparative Perspectives from Southern Europe, Latin America and Eastern Europe (Aldershot: Dartmouth, 1995), pp. 581-582.
5) Centrum pro výzkum veřejného mínění (2019), “Názory české veřejnosti na fungování demokracie a nedemokratické alternativy politického systému,” (září) Sociologický ústav AV ČR, p. 2.
6) Ibid.,
7) Centrum pro výzkum veřejného mínění (2019), “Třicet let od sametové revoluce z pohledu české veřejnos,” (září), Sociologický ústav AV ČR, p. 5.
8) Ibid., p. 7.
9) Centrum pro výzkum veřejného mínění (2019), “Sametová revoluce a polistopadový vývoj očima občanů ČR a SR,,” (září), Sociologický ústav AV ČR, p. 6.
10) Daniel Kunštát a kol, 25let České demokracie očima veřejnost (Praha: Academia, 2014), p.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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