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아프리카 도시외교활성화 방안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심승우 청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2019/12/23
들어가며
최근 국내 지방도시 내지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균형발전 및 공공기관 유치 등 중앙정부의 정책적 대안만을 바라볼 수만은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나 정책적 대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며 이것은 단순한 위기의 극복 아닌 도시 생존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대안이 국내적 영역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일반 제조업뿐만 아니라 교육과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방도시의 생존을 위해 이제 우리는 시각을 국제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도시의 물리적 경계가 가진 한계를 외교적 관점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지방 도시는 이제 도시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경제활동 가능 인구를 도시로 유입시키고 도시의 경계를 초국적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는 도시외교(paradiplomacy)를 통해 ‘한국형 지방자치단체 외교 모델’을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존재의 위기에 놓인 한국 지방도시의 활성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도시외교 활성화 방향과 과제
도시외교는 상대적으로 국가적 외교 차원에서 자유롭게 도시적 수준의 자율적, 실리적인 외교를 창출할 수 있다. 중앙정부 중심의 외교 특히 공공외교는 국가중심적인 목표와 효과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외교는 도시의 관점에서 필요한 해외 도시를 선정하고 일관되고 체계적인 기획 속에서 실리적인 외교 전략을 구축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을 위한, 지방에 의한” 적실성 있는 외교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도시외교가 국가/중앙정부와 제로섬 게임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가적 차원의 외교 전략을 적극 활용하여 지방도시 수준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최근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한-아프리카 교류협력 정책과 연계하여 한국의 지방정부가 수익창출형 사업이 가능한 아프리카 국가 및 도시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도시외교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2)
이러한 도시외교는 지금까지는 단순히 친선교류, 자매결연, 형식적 MOU체결, 정치적 상징효과 등에 그쳐온 전통적인 상징외교와 달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외교는 크게 특정 이슈나 정책 공유를 위한 도시 간 네트워크와 수익창출형 도시외교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지방도시 위기를 고려할 때, 수익창출형 도시외교 전략이 우선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두 가지가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도시 간 국제네트워크를 통해 도시발전을 위한 일반적인 정보와 지식, 자원을 공유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고 도시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수단을 획득할 수 있다. 다자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외교의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양자 도시 간 교류를 통해 보다 더욱 직접적인 자원과 역량을 공유하거나 상호 지원하는 등 경제외교를 진행할 수 있다. 투자유치 혹은 제조업 및 관광 상품 판매시장 등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어떤 도시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조업을 위한 어떤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과 기업을 지자체가 가진 동시에 재료(자원) 및 상품판매시장이 필요하다면, 해당 지자체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지역 내 기업과 기술, 노동력을 활용하여 아프리카 도시와 상생의 경제교류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국내외 지자체의 경제적 특성 즉, 가용 자원과 기술, 노동력, 기업에 기반을 둔 수요와 공급, 미래의 지속 가능성 등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해당 지자체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지역 내 기업과 기술, 노동력을 활용하여 아프리카 도시와 상생의 경제교류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국내외 지자체의 경제적 특성 즉, 가용 자원과 기술, 노동력, 기업에 기반을 둔 수요와 공급, 미래의 지속 가능성 등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수익창출형 도시외교가 반드시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경제수익을 노리는 것만은 아니다. 싱가포르 국가도시가 잘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개도국 도시(때로는 국가적 수준에서)를 대상으로 발전정책 제공이나 공무원 연수를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이에 기반하여 상대 도시의 수요와 니즈에 부합하는 기업과 상품이 진출하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프리카 역시 많은 국가들의 수많은 도시들이 현재 도시화를 진행 중이며 그런 도시들을 대상으로 정교하고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교류 도시를 선정하고 정치적, 문화적, 교육적 교류를 진행하면서 상생의 지원과 경제교류를 진행할 수 있다.
한편, 이런 경제수익형 도시외교에 있어 간과하고 있는 것이 국제기구의 활용이다. IMF, 세계은행, UN 산하의 다양한 기관 및 프로그램들은 국가별, 도시별, 정책별로 개도국 및 빈곤국에서 실질적인 사업수행을 하는 주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물론 이것이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인류애적이고 규범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이런 기금의 성격과 운용, 효과 등을 고려하여 지자체와 역내 기관들이 이런 사업을 수주하여 장기적인 수익창출형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도시화와 산업단지 개발
아프리카의 도시화는 지난 10년 간 고도의 경제발전과 맞물려 급속히 진행 중이다. 도시화는 도시 인프라(교통, 주거, 통신, 수도 등) 구축을 위한 수요를 급속히 증대시키면서 도시 및 국가 전체의 산업과 비즈니스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러한 총체적인 인프라 환경 개선을 통해 제조업과 산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면서 기업의 진출과 해외자본의 유치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선순환의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발전계획을 보면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도시 인프라 개선을 통해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과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발전계획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을 국가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추구하면서 무엇보다도 도시 인프라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FDI 유입 및 정부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때문에 도시화가 제공하는 기회를 지속적이며 포용적인 경제성장, 사회적 및 문화적 발전, 환경 보호의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도시화가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국제기관의 평가에 의하면, 아프리카의 도시들의 전망은 어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도시화 개발 가능성과 관련하여 인프라, 인적 자본, 경제, 사회 및 인구성장 등 4대 영역 지표를 총합한 PwC의 기회지표평가에 의하면, GDP 성장률, 기업환경, FDI, 중산층 성장 등을 종합한 미래의 기회에 있어 아프리카 대도들의 성장과 발전잠재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이 지표가 ‘미래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지표라고 할지라도 최근 10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적, 정치사회적 전망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확실히 역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AfCFTA의 출범으로 아프리카 도시는 대규모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기대되며 다양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향후 수 십년 간 인구 백만의 중소도시 및 인구 천만의 대도시가 다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엄청난 도시 시장의 수요와 공급 및 수출 기지로서의 활용 등에 대해 우리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과 연구소,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도 공동의 협력을 통해 적극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발전의 핵심에는 최근 급성장하는 아프리카 도시들과 산업단지 연계도 주목해봐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전반적으로 열악한 산업환경 속에서 제조업 및 산업화는 그 배후가 되는 도시의 교통과 통신, 주거와 수도 등 도시 인프라와 분리시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의 정부와 도시 역시 산업화 마스터플랜을 수립함에 있어 도시발전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추진 중인 산업단지 활성화는 도시화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추진되고 있기에 제조업 발전을 위한 산업단지 육성과 도시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인도와 일본 역시 생산과 판매를 위한 시장 접근성이 높은 도시들을 분석하고 자국의 SWOT 분석을 통해 산업단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별로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추진 중인 산업화의 특성과 산업단지 수요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조업 및 산업화 단계별로 적합한 자원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진출방안을 지방도시와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케냐는 GDP대비 제조업 비중을 2030년까지 1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하에 AGOA를 활용한 섬유의류, 자동차조립, ICT, 식품가공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기타 제약, 가구, 가죽 제조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탄자니아 역시 GDP대비 제조업 비중 2013년 9%에서 2010년 15%로 증대한다는 목표 속에서 특히 자동차조립, 석유화학, 농기계, 조선, 의류, 제약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각 국가별 경제발전계획 및 주력업종에 따라 달라지는 산업분야 및 다양한 서비스 분야를 선별해서 그에 부합하는 기술과 역량 등에 맞는 기업이나 대기업-중소기업 등과 지방정부 및 기술연구소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진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견고하고 구체적인 전략 필요
도시화와 산업단지 개발이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 54개 국가에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많은 도시들의 다양한 수요를 고려할 때, 수익창출형 도시외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견고한 전략이 요구된다. 즉, 정부 차원의 대아프리카 교류협력 강화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정부-지자체-대·중소기업-대학 및 연구소-시민사회 간의 자원과 역량, 비전 등이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외교적, 경제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공공외교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제고 프로젝트와 결합하여 도시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규범적, 실용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정부의 대아프리카 공공외교 사업이 아프리카의 어떤 국가, 어떤 도시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진행될 것인지를 고려하고(코트라, 코이카의 다양한 사업 파악 필수), 지자체 수준에서는 해당 아프리카 도시의 주민과 소비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지자체의 특성과 매력을 구성하는(상대 도시에 맞는 특화된 도시브랜드화) 동시에 대상 도시의 개발프로젝트에 연동되는 경쟁력 있는 기술과 콘텐츠를 가진 중소기업의 산업단지 진출과 제조 및 유통과 판매 시장을 패키지로 연계할 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상품 판매시장이나 형식적인 우호친선 관계를 넘어서 한국과 아프리카 도시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이 매칭될 수 있는 대상 도시 선정과 아프리카 도시 주민들의 생활방식 및 문화적 취향과 소비스타일에 맞는 지자체 수준의 공공외교 전략이 치밀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진출 전략은 지자체의 일부 관료들의 기획이나 특정 기업의 시장 조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행위자들의 아이디어와 참여, 역량 등을 발굴하고 연계시키는 방안까지 포괄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 도시와 주민들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그들의 현실, 욕망과 비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생의 전략을 추구할 때, 저품질과 저가격의 경쟁력만으로 아프리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방향적인 중국산 ‘제품과 컨텐츠’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오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인구집중 및 인프라 부족 같은 취약한 도시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신흥국가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대도시들을 둘러싸고 단기적, 중장기적 인프라 및 공공서비스 증대는 증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신흥도시와 한국의 지방도시들간의 산업별, 사업별, 서비스별 매칭 전략이 향후 더욱 체계적이고 적실성 있게 추진되는 것이 지방도시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돌파구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시외교는 지역의 역량과 자원, 실정과 특성에 맞는 주체적인 실리외교를 의미하며 지역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과 미래의 잠재력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자원과 역량, 수요와 공급, 인적·물질적 토대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아프리카의 도시를 선정하여 실리적인 경제외교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익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생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 신흥 도시들의 개발계획 및 인프라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못지 않게 해당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권력구조, 정치상황, 경제상황, 인구의 구조, 노동시장, 국제관계 등 보다 거시적인 구조적 요소에서부터 관료, 기업가, 지역공동체와 주민, 정치인 등 사회적 행위자에 이르는 미시적 분석 수준까지 총체적인 정보를 구축하고 포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문화된 분야설정에 맞추어 도시-인프라 관련 주체들과의 파트너,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도시와 한국 도시간의 정치적, 문화적 우호관계를 조성할 수 있는 투 트랙 전략도 병행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 각주
1)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89곳(39.0%)으로 조사됐다.
2) 문재인 정부 역시 AfCFTA 출범을 계기로 범부처 차원의 對아프리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외교협력 강화를 위해 최초로 외교부 및 기재부, 과기부, 국토부, 농촌진흥청 등 20여개 관계부처 합동회의가 개최되고‘아프리카 협력 확대를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바, 이러한 부처합동회의에서는 아프리카 기업진출을 지원하고 대아프리카 정책 및 사업의 연계성ㆍ통합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낙연 총리 및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아프리카 주요국 방문은 정부의 대아프리카 경제교류협려 강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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