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일은 5년 전 2013년 총선 때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여당 CPP는 123석 중 68석을 획득하여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고, 제1야당 CNRP는 나머지 55석을 모두 획득한 강력한 정당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그 전인 2008년 총선 때와 비교하면 CPP 의석수는 22석 감소한 반면 CNRP 의석수는 26석이나 증가하였다. 그래서 2013년 총선 이후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다음 2018년 총선에서 CNRP가 처음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한편 이러한 야당의 급성장은 CPP 입장에서 보면 큰 위협이 되는 일이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캄보디아에서는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인 총리를 선출하기 때문에, 국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어 집권하게 된다. 만약 2018년 총선에서 야당 CNRP가 다수당이 되면 훈센 총리는 켐소카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맞아 훈센 총리는 야당 탄압을 선택했다. 야당 지도자를 옥에 가두고 당을 해산시켜 위협을 제거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거대한 시위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3년 총선에서 야당 CNRP에 투표한 유권자는 전체 투표자의 44.5%나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지지한 당과 당 지도자에 가해지는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거세게 저항하지도 않았고, CNRP 없이 치러진 2018년 총선에 보이콧을 하지도 않았으며(투표율 83%), 심지어 이들 중 절반 정도는 2018 총선에서 여당 CPP에 투표하였다(CPP 득표율 77%).

이처럼 다수 유권자가 훈센 총리와 CPP에 대해서 순응적인 이유로는 대안 정당의 부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보이콧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CPP에 투표하는 유권자가 많았다는 것은 훈센 총리와 CPP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훈센은 누구이며 그와 CPP에 대한 지지는 왜 높은 것일까? 그 와중에 야당은 어떻게 훈센 총리와 CPP의 장기 집권에 위협이 될 정도로 성장했을까? 그렇게 성장한 야당을 훈센 총리는 어떻게 저항을 최소화하며 효과적으로 탄압하여 권력을 안정화시켰을까? 캄보디아 정치의 특성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이고, 그것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하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순서대로 논할 것이다.

훈센과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장기 집권 배경: 크메르루즈의 유산
훈센은 1985년 총리가 된 이후 오늘날까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1993년 총선에서 그의 정당 CPP가 2위를 하여 1998년까지 제2총리(second prime minister)를 지낸 시기를 제외하면 30년 정도 총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CPP 역시 1979년 집권한 이후 오늘날까지 정부 여당 역할을 하고 있다. CPP는 1951년 캄푸치아인민혁명당(Kampuchean People's Revolutionary Party)이란 이름으로 창당됐는데 1991년 현재의 캄보디아인민당(CPP)으로 당명이 바뀌었다. 훈센 총리와 CPP의 장기 집권을 이해하려면 먼저 크메르루즈(Khmer Rouge)가 남긴 유산을 이해해야 한다.

베트남전쟁 기간 중 이웃 나라 캄보디아에서도 공산주의 세력과 반공 세력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캄보디아는 남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북베트남 공산 세력(베트콩과 베트남 인민군)이 남베트남을 공격하는 통로이자 배후 기지로 기능했다. 특히 국가원수 시아누크(Norodom Sihanouk) 왕자가 북베트남 군대가 캄보디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론놀(Lon Nol) 총리를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은 크게 반발하였다. 결국 1970년 3월 론놀은 쿠데타를 통해 해외 순방 중이던 시아누크를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하였고, 북베트남과 크메르루즈라 불린 캄보디아 공산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 행동을 시작했다. 이후 론놀 정부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북베트남과 중국이 지원하는 크메르루즈와 내전을 벌였으나, 5년 간 이어진 전쟁은 1975년 4월 크메르루즈의 승리로 끝이 났고 론 놀은 망명을 떠났다.

폴폿(Pol Pot)이 이끄는 크메르루즈는 캄푸치아공산당 (Communist Party of Kampuchea) 당원을 일컫는 말이었다. 내전에서 승리한 이후 크메르루즈 지도부는 매우 극단적인 공산주의를 추구하였다. 농민만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공산주의라 생각하여 도시 인구를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켜 전 인민의 농민화를 추진했다. 또 반공 세력에 가담한 사람뿐만 아니라 지식인은 자본주의 사상에 물들어 공산주의 혁명에 방해가 된다며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학살하였다. 이들이 대량 학살된 장소는 킬링필드라 불리는데, 캄보디아 전역에서 킬링필드가 2만 곳 이상 발견됐고 학살당한 사람은 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크메르루즈 지도부는 중국 공산당이 실시한 대약진운동(Great Leap Forward)을 도입하여 초대약진운동(Super Great Leap Forward)을 벌였다. 1958년 마오쩌둥 주도로 실시된 중국의 대약진운동은 전 인민을 동원하여 단기간에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높이려고 한 것인데, 수천만 명이 과로와 기근, 고문, 처형 등으로 죽음을 당해 대 실패로 끝났고, 1959년 마오쩌둥은 이에 책임을 지고 국가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도 캄보디아 공산주의자들은 이보다 더 강도가 높은 생산량 증대 운동을 벌인 것이다. 결국 1979년까지 크메르루즈의 집권 4년 동안 대규모 학살과 초대약진운동 등으로 당시 캄보디아 인구 8백만 명 가운데 약 1/4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결과가 초래됐다.

1979년 크메르루즈를 축출한 것은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전쟁과 캄보디아내전 기간 중 베트남공산당과 크메르루즈는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1975년 양국 모두에서 공산 세력이 승리한 이후 크메르루즈는 베트남의 팽창을 우려하여 베트남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고 양국 간에 소규모 전투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크메르루즈 축출을 결정한 베트남은 1978년 12월 25일 전면전을 개시하여 1979년 1월 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점령하였고, 다음 날 캄푸치아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Kampuchea, 이하 PRK)을 수립하였다. 축출된 크메르루즈는 친베트남 성향의 PRK를 반대하고 독립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두 세력, 크메르인민민족해방전선(Khmer People's National Liberation Front)과 망명 중인 시아누크의 민족통일전선(National United Front for an Independent, Neutral, Peaceful and Cooperative Cambodia, 이하 FUNCINPEC)과 연합하여 무장 투쟁을 시작했다.

훈센은 크메르루즈의 장교였으나 1977년 숙청을 피해 베트남으로 망명했다가 1979년 캄보디아로 돌아와 베트남이 수립한 PRK에서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을 맡았다. 1985년 1월 PRK의 총리가 된 훈센은 반군 세력과 평화협상을 시작했고, 1991년 10월 파리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1970년 크메르루즈와의 내전으로 시작된 캄보디아에서의 극심한 혼란이 20여년 만에 종식된 것이다. 1993년 5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시아누크의 FUNCINPEC이 58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얻었고, 훈센이 이끄는 CPP는 51석을 획득하여 제2당이 되었다. 120석 중 109석을 두 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이는 전후 캄보디아에서 시아누크와 훈센이 가장 유력한 정치 지도자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1993년 총선 이후 시아누크는 국가원수가 되었고, 그의 둘째 아들 라나릿(Norodom Ranariddh)이 FUNCINPEC을 대표하여 제1총리가 됐다. 훈센은 제2총리로서 국정을 함께 이끌었으나 1997년 7월 라나릿을 몰아내고 국정을 장악했다. 이듬해 7월
총선에서 훈센의 CPP는 122석 중 64석을 획득(의석 점유율 52.5%)하여 다수당이 됐고 FUNCINPEC은 43석에 그쳤다. 선거에서 훈센이 시아누크를 이긴 것이다. 

1998년 총선 이후 2008년 총선까지 CPP는 지속적으로 의석 점유율을 높여갔다. 2003년 총선에서는 전체 의석의 59.3%를 획득했고, 2008년에는 이 수치가 73.2%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동안 캄보디아는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CPP가 단독으로 집권했던 1998년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269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듬해 국민총생산이 12.7% 성장했고, 2000년에는 10.7%, 2003년 8.5%, 2005년 13.3%, 2007년 10.2% 성장하는 등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결국 훈센 총리와 CPP가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캄보디아의 오랜 혼란을 종식시키고 정치적 안정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최빈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킨 주역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에 비해 권력에서 밀려난 FUNCINPEC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됐고, 2012년 시아누크가 사망하자 FUNCINPEC은 총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하는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이와 같은 정치적 경쟁 세력의 몰락도 훈센 정권의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급성장한 야당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강한 경쟁자가 사라진 가운데 훈센 정권의 장기 집권은 문제없이 지속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CPP가 의석 점유율 73.2%를 기록한 2008년 총선에서 FUNCINPEC을 제치고 삼랑시당(Sam Rainsy Party, 이하 SRP)이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의석 점유율 21.1%). SRP를 창당한 삼랑시는 원래 FUNCINPEC 소속으로 1993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라나릿 제1총리 하에서 재무장관(Minister of Finance)을 지냈다. 1994년 불신임투표로 당에서 제명당한 그는 이듬해 크메르민족당(Khmer Nation Party)을 창당했다가 1998년 총선부터 삼랑시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

1998년 총선에서 15석을 획득하여 CPP와 FUNCINPEC에 이은 원내 제3당으로 시작한 삼랑시당은 2003년 총선에서 의석수를 24석으로 늘렸다. 삼랑시는 특히 훈센과 CPP의 부패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로 인해 2005년 그는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체포를 피하기 위해 삼랑시는 망명을 떠났고 이듬해 국왕의 사면을 받아 귀국했다. 그러나 2010년 삼랑시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기소됐고 그는 다시 망명을 떠났다. 삼랑시는 베트남에 우호적인 훈센 정부가 베트남에 유리하도록 국경선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2013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삼랑시는 켐소카가 이끄는 인권당 (Human Rights Party)과 합당하여 캄보디아구국당(CNRP)를 창당했다. 인권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를 선출하는 등 당내 민주주의를 도입한 최초의 캄보디아 정당으로서 훈센 정권의 권위주의 행태를 비판해왔다. 2013년 7월 국왕의 사면을 받은 삼랑시는 선거 9일 전인 7월 19일 귀국했는데,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모여 공항에서부터 그를 환영했다. 그리고 선거에서 CNRP는 44.5%를 득표하여 44.7%의 의석을 획득하였다. 2008년 총선에서 거의 3/4의 의석을 확보했던 CPP는 불과 5년 만에 자신들의 다수당 지위를 걱정해야 할 만큼 급성장한 새로운 야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CNRP의 급성장은 훈센 정권의 부패와 권위주의 행태, 친베트남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훈센은 베트남이 크메르루즈를 축출하고 세운 캄푸치아 인민공화국(PRK)에서 총리가 된 후 베트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훈센 정권은 베트남의 꼭두각시 정부고 베트남이 캄보디아의 영토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삼랑시와 CNRP가 이러한 반베트남 정서를 동원한 것도 주효했다.

훈센 정권의 권력 유지 전략: 야당 탄압
강력한 야당을 맞아 훈센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포섭과 탄압 두 가지였다. 야당을 포섭하여 정권에 순응하게 만들거나 야당을 탄압하여 더 이상 선거 경쟁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2013년 총선에서 CNRP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CPP가 여전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과가 발표되자 삼랑시와 켐소카 등 CNRP 지도부는 선거부정 때문이라고 규탄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했고, 이에 동조하는 많은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시위가 쉽게 진압되지 않자 훈센은 포섭을 선택했다. 2014년 7월 CNRP와 합의를 통해 켐소카를 국회부의장에 임명하고, 국회 내 10개 상임위원회 중 농업과 여성, 교육, 인권, 반부패 등 5개 위원회 위원장직을 야당에게 양보하며, 선거위원회(Election Commission) 구성에 야당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국회에 등원한 CNRP 소속 의원들은 훈센 정권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많은 시민들이 CNRP를 지지한 이유기도 했다. 이들을 포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훈센은 결국 탄압을 선택했다. 먼저 2015년 11월 명예훼손과 내란선동을 이유로 삼랑시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다시 망명을 떠났던 삼랑시는 형사처벌 역시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2017년 2월 CNRP 대표직을 켐소카에게 이양했다.

켐소카가 이끈 CNRP는 2017년 6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크게 선전했다. 1,646 군데 지방자치단체(commune)의 장(이하 단체장) 선거에서는 489 군데(29.7%)에서 승리했고, 11,572개 지방의회 의석 가운데 5,007개(43.3%)를 획득한 것이다. 이는 단체장 선거에서 40 군데에서 승리하고 지방의회 의석 2,955개를 획득한 5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CNRP의 인기가 지방 수준에서도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는 훈센이 CNRP에 대한 탄압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2017년 9월 켐소카는 반역과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과 협력하여 훈센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두 달 후 같은 혐의로 대법원은 CNRP 해산과 켐소카를 비롯한 118명의 CNRP 당원에 대해 5년 간 정치활동 금지를 선고했다. 이와 같은 선고를 내린 대법원장은 집권여당 CPP 당원이었다.

훈센 정권의 이러한 야당 탄압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제1야당이 해산되고 그 지도자가 구금된 상태에서 치러진 2018년 7월 총선에서 CPP는 전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일당개인독재 장기화: 전망과 시사점
 캄보디아 훈센 정권은 정당을 통해 광범한 엘리트와 대중을 동원하는 일당체제(single-party regime)와 지도자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개인독재(personalist dictatorship) 성격이 결합된 일당개인독재라 규정할 수 있다. 일당체제와 개인독재는 둘 다 군사독재(military dictatorship)보다 높은 안정성을 갖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캄보디아의 일당개인독재 역시 오래 지속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당헌, 당규에 따라 지도자를 교체하는 일당체제는 지도자 개인의 변고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데 비해, 개인독재는 지도자 사망 후 안정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경우 훈센의 아들들 중 하나가 후계자가 되어 개인독재를 유지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후계자는 훈센의 장남 훈마넷(Hun Manet)이다. 그는 1977년 생으로 1999년 미국 육군사관학교(West Point)를 졸업했고 군 장교로서 경력을 쌓았다. 2018년에는 4성 장군으로 진급하고 캄보디아 군 부총사령관(deputy commander-in-chief)에 임명됐다. 이로써 그는 아버지인 훈센과 함께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훈센의 막내아들 훈마니(Hun Many) 역시 잠재적인 후계자 후보이다. 1982년생인 훈마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를 졸업하고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쌓고 있다. 현재 CCP 소속 국회의원이다. 훈센은 1952년 생으로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의 유고시 훈마넷이나 훈마니가 지도자 지위를 이어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훈센 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야당은 다시 성장할 수 있을까? 처벌을 피해 해외 망명 중인 삼랑시가 사면을 받아 다시 귀국할 수 있다면 야당이 지지자를 결집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는 훈센 정부가 삼랑시를 사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켐소카 등 CNRP 인사들의 정치활동 금지가 해제되는 2022년 11월이 야당 재건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훈센 정부는 경제성장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선거에서도 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최대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훈센과 CPP는 자신들이 크메르루즈와의 내전 이후 이어진 학살과 전쟁을 종식한 주역이고, 자신들만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여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 수 있는 정치 세력이라고 선전해왔다. 이러한 선전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다수 유권자가 선거에서 CPP를 지지해온 것이다. 만약 경제가 침체된다면 이들이 CPP를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곧 야당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강력한 야당 CNRP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훈센 정권은 이들을 탄압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게 되었다. 야당이 다시 부상하는 것을 막고 2023년 예정된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 등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이 국가들과 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2022년 11월부터 정치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CNRP 지도부를 다시 탄압하여 다음 총선에도 참가하지 못하게 한다면, 안정과 번영을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유인은 약해질 것이고, 이는 투자와 무역을 위축시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다. 향후 몇 년간 캄보디아 정부가 투자와 무역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높은 성장을 이어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