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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제 무기 구입에 비친 세르비아 병진노선(Two Track) 전략 분석

세르비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9/12/27

세르비아의 러시아제 무기 대량 구입과 미국의 경고  
현지 시간으로 2019년 11월 6일, 세르비아의 부취치(Aleksandar Vučić, 1970- , 총리 2014-2017, 대통령 2017- )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에서 동년 10월 24일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를 결합한 러시아제 단·중거리 방공체계인 판치르 미사일 시스템(Pantsir missile system)인 ‘판치르 S(Pantsir-S)’ 구입 결정을 공개했다. 최신 방공 개념을 갖춘 이 미사일시스템은 푸틴의 등장과 함께 설립(2000년 11월)된 러시아 방산업체인 로소보로넥스포르트 (Rosoboronexport)가 2012년 실전 배치한 모델로 2019년 2월 이후 다시 개량된 최신 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실제, 2012년 시리아 정부군에 인도된 이후 시리아 내전에서 일련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유럽 국가 중 러시아제 무기의 최대 구매국이기도 한 세르비아는 이미 러시아제 중형 다목적 헬리콥터인 밀-17(Mi-17)과 공격용 헬리콥터 밀-35(Mi-35)를 구매한 경험이 있고, 6대의 미그-29(MiG-29) 전투기와 10대의 최신 개량된 수륙양용 장갑차량(BRDM-2MS) 등도 도입한 상태이다.  발칸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제거를 추진 중인 미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올해 8월 임명된 매튜 팔머(Matthew A. Palmer)1) 서부 발칸 담당 특사는 세르비아가 러시아제 대공 방어 시스템 구입 결정을 확인한 직후 만약 세르비아가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한다면 미국 및 국제 사회로부터 다시 한 번 제재 위험이 따를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실제 미국이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여러 징후에서 발견된다. 본래 매튜 팔머 특사의 주요 임무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관계 정상화 및 평화 구축으로, 이 문제를 미국이 다시 주도함으로써 발칸 반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견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러시아제 무기 구입 추진에 맞추어 미국은 올해 10월 3일 주독일 미국 대사인 리차드 그레넬(Richard Grenell)에게 세르비아-코소보 관련 외교 문제를 맡긴 상황이다. 이를 대신해 매튜 팔머는 현재 세르비아-러시아 간 무기 구입 등 양국 간 관계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외교 전략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 위협 및 민감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양국은 계약에 따라 수개월 내로 러시아제 방공시스템이 세르비아 측에 인도될 것이라 밝혔다. 현재 세르비아의 러시아제 무기 구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와 러시아가 서로 간의 군사적 밀착을 지속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더불어 이후로도 양국 간 군사적 밀월 관계가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부취치 대통령의 참관 속에 동년 10월 말에 가진 ‘슬라브의 방패 2019(Slavic Shield 2019)’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훈련에는 러시아제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 지대공 미사일이 최초로 해외 군사 훈련에 선보였다. 비록 예산 문제로 바로 도입되진 못했지만, 러시아와 세르비아는 후불 조건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ATO 거리 두기와 친(親)러 전략 공고화  
19세기 부동항 획득에 따른 러시아의 남진(南進) 정책이 구체화 된 이후 발칸반도는 오랜 동안 러시아의 이해 영역(Interest Sphere) 지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더불어 제 2차 세계대전이후 냉전(Cold War) 동안 소련에 의한 사회주의 체제 수립 속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해 왔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상징되는 사회주의 체제 몰락 이후 이 지역내 상당수 국가들은 EU와 NATO 회원국으로 편입되었다.

 

오늘날 세르비아는 발칸반도의 여러 국가 중 러시아에게 마지막 남은 친(親)러 국가이자, NATO 미가입 국이다. 역으로 분석해 볼 때 미국과 NATO에게 있어 세르비아는 발칸반도에서 마지막 남은 서구 진영의 영향력 확대 대상 지역이자 러시아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과 NATO의 바람은 세르비아의 반(反)NATO 정서와 러시아와의 밀착 유지로 아직까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올해 10월 합동 군사 훈련 강화 및 러시아제 첨단 무기의 대량 구매 등 군사 분야 외에도 2020년 말 완공 예정인 ‘투르크 스트림(Truk Stream)’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강력한 밀월 관계를 확대 중에 있다. 이런 이유로 부취치 대통령은 얼마 전인 올해 12월 4일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를 방문해 가진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국방 협력 강화를 전략적 최우선 목표로 규정하기도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러시아제 무기의 세르비아 공급을 비롯한 국방 협력을 약속하고, 세르비아의 중립국 지위 유지와 국방력 강화를 돕기 위해 다양한 국방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 밝혔다. 실제, 부취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세르비아를 향한 NATO의 우려에 대해 “세르비아와 러시아 양국은 군사 분야 및 군사기술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멋지게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것은 주권 국가의 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그는 세르비아가 비록 EU 가입을 국가 최종 목표로 설정해 추진 중이지만 이것이 러시아와의 국가 간 높은 협력수준과 전략적 존중 관계를 훼손시키면서까지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언급하였다.

 

현재 발칸반도로의 NATO 남진은 확산 추세에 있다.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6월 몬테네그로의 NATO 가입이 확정되었고, 북마케도니아 또한 2018년 6월 그리스와의 국명 합의 이후 몬테네그로에 이어 NATO의 30번째 회원국이 될준비를 서두르는 중이다.2) 따라서 러시아로선 전략적으로 세르비아와의 군사 협력 토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발칸반도에서의 NATO 추가 확장을 저지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 양국 간 역사, 문화적 친밀도는 회담 뒤 전달한 양국 정상 간 교환 선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푸틴은 부취치에게 경매에서 구입한 근대 세르비아 왕국의 초대 왕 밀란 오브레노비치(Milan Obrenović, 1854-1901, 영주 1868-1882, 왕 1882-1889년)가 소장했던 소총을 선물했고, 부취치는 푸틴에게 19C 정교회 성화를 선물하였다. 그 의미를 좀 더 들여다보자면 러시아로선 세르비아 독립 왕국 건설이 1878년 러-터 전쟁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세르비아로선 양국이 같은 정교도 국가임을 상징하며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희망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세르비아와 러시아 간 강한 유대 관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잘 드러났다. 당시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대해 다른 유럽 국가들이나 EU 가입을 희망하던 발칸 국가들 대다수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던 것과는 달리 세르비아는 공개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세르비아와 러시아 간 견고한 밀월 관계는 과거 세르비아의 NATO에 대한 역사적 불신과 NATO 폭격에 따른 역사적 경험에서 기인하고 있다. NATO에 대한 세르비아의 부정적인 태도는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힌 부취치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12월 4일 가진 푸틴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난 1999년 코소보(Kosovo) 내전(1999. 03 - 06) 당시 NATO의 세르비아 공습 및 폭격 사건의 비극을 언급하였다. 동시에 “1999년 NATO가 세르비아를 공습할 당시 만약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이었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공습할 수 없었을 것”이라 강조하며, 러시아가 세르비아의 안보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 또한 보여주었다. 이 점은 세르비아가 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왜 NATO 가입을 거부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NATO를 대신해 세르비아가 러시아를 군사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왜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점이다.

 

EU 가입 추진 속 친(親)중 노선 강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 속에 NATO와 거리 두기 중인 세르비아는 한편으론 EU 가입을 국가의 주요 전략 목표로 설정해 강력히 추진 중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EU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세르비아의 병진 노선(Two Track) 전략은 EU 회원국 및 가입 희망국 다수가 미국의 안보 방패인 NATO에 가입해 있으면서, 표면적으로라도 러시아,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이다.

 

실제 세르비아는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인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현재 EU는 중국과 중동부유럽 16개 국가 간 협의체인 ‘C-CEEC(China-Central and Eastern European Countries, 일명 16+1)’를 토대로 유럽 진출을 추진 중인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확대하는 중이다. EU 핵심 국가인 독일은 회원국들은 물론 가입 희망국에게도 중국의 ‘새로운 실크로드(New Silk Road)’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구상(OBOR: One Belt One Road/ 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참여 자제를 외교 등 다양한 경로에서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3월 ‘일대일로 구상’ 공식 참여를 선언한 이탈리아, 2020년부터 C-CEEC 참여를 밝힌 그리스, 그리고 중국 고속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인 헝가리 등 일부 EU 회원국들처럼 세르비아 또한 EU의 이런 권고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이다. 특히 세르비아의 경우 1990년대 당시 10년에 걸친 오랜 내전들과 경제 금수조치로 인해 낙후된 인프라 시설을 복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취약해진 주요 경제 기반들에 대한 해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배경은 세르비아가 인프라 건설을 비롯한 중국의 다양한 경제적 투자 의지에 대해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이유라 할 것이다. 더불어 코소보 문제 등 여러 정책에 있어서도 러시아와 함께 중국은 세르비아의 강한 우방국임을 대내외에 분명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세르비아로선 중국과의 관계 강화 또한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현재 중국은 발칸 지역을 거점으로 유럽 전역의 철도와 도로, 항만 등을 상호 연결하는 수송망 연결 전략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중국이 발표한 헝가리에서부터 세르비아와 북마케도니아를 거쳐 그리스로 이어지는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스코프예(Skopje)-테살로니키(Thessalonki)-아테네(Athens) 국제 철도 연결과 고속철도화 사업’은 그일환이라 할 수 있다.3) 이 중 ‘부다페스트-베오그라드 고속철도화 구간(약 350km)’은 그 첫 번째 단계이며, 이 사업이 완성되면 기존 8시간 걸리던 양 구간은 최대시속 160km 속도로 3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EU 인프라 건설 수주시 적용되는 공개입찰 요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헝가리의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세르비아 구간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세르비아에게 있어 이 사업은 지난 2014년 12월 다뉴브강에 건설된 두 번째 다리인 ‘푸핀(Pupin) 다리’에 이어 중국 자본이 들어간 대표적인 인프라 건설로 기록되고 있다. 수십억 달러의 중국 차관이 들어간 다양한 사업과 함께 통신장비업체인 화훼이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보급 및 기술개발센터 설립 추진 등 현재 양국은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밀월 관계를 형성하는 중이다.

 

경제 분야 외에도 세르비아는 최근 들어와 경찰 및 군사 관련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 중에 있다. 올해 11월 28일 베오그라드 인근 스메데레보(Smederevo)에 자리한 중국 소유 제강소에서 세르비아와 중국 합동으로 특수경찰부대의 테러진압 훈련 및 인질 구축 작전을 실시하였다. 중국은 2015년 자국 병력이 외국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바꿨으며 허난성 소속 특수경찰 180여명이 참가한 이 훈련은 유럽에서 가진 최초의 합동 테러 진압 훈련이기도 하다. 중국의 해외 군사적 영향력 확대 의도에 세르비아가 이용되었다는 EU 등 서구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세르비아 부총리이자 내무장관인 스테파노비치(Nebojša Stefanović, 1976- , 부총리 2016- , 장관 2014- )는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그는 세르비아에게 있어 중국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일뿐 아니라 우호 형제국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중국과의 밀월 관계 구축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현재 세르비아는 러시아, 중국과의 새로운 밀월 관계 구축을 주요 전략 목표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NATO와의 일정 거리 두기 속에 EU 가입을 추진 중인 세르비아가 러시아, 중국과의 우호 협력 강화를 통해 오히려 EU와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양쪽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세르비아의 병진 노선 전략이 계속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각주
1) 서부 발칸 특사로도 활동 중인 매튜 팔머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대량학살이 자행된 스레브레니짜(Srebrenica) 학살 사건을 다룬 소설(<사라예보의 늑대>, The Wolf of Sarajevo)을 썼었다. 그의 부인은 몬테네그로계 세르비아인으로 한때 베오그라드 미 대사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미국 정가에서 발칸 유럽 문제 정통 전문가로 통하며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하였다.
2)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의 경우 2019년 12월 현재 29개 NATO 회원국 중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를 제외한 25개국 회원국이 북마케도니아의 NATO 가입에 동의한 상태이다.
3) 이 사업은 2017년 11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C-CEEC’ 정상회담에서 이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더불어 2016년 8월 이래 중국 해양 선박 회사인 COSCO(China Ocean Shipping (Group) Company)가 운영 중(67% 지분 인수)인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와 유럽 내륙 간 연결을 위한 시작점으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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