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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세르비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FTA 체결

세르비아 김상헌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 교수 2019/12/27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FTA 체결: 세르비아가 얻게 될 경제적 이득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공화국(SFRJ, 이후 ‘구 유고연방’으로 표기)의 후계자를 자처해온 세르비아는 2015년 러시아연방 (Russian Federation)의 제안에 따라 결성된 ‘유라시아경제연합 (EAEU)’과 지난 3년 동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관해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2019년 10월 25일 세르비아 최초의 여성총리이자 정부수반인 아나 브르나비치(Ana Brnabić)가 모스크바에서 세르비아공화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들과의 자유무역을 위한 협정문에 서명함으로써 수년간 지속되어 온 협상의 종지부를 찍었다.

 

현재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정회원국으로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과거 소비에트연방의 국가들이 속해 있으며, 옵저버의 자격으로 몰도바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이스라엘, 이집트와는 현재 협정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베트남, 이란, 중국과는 특별협약이 맺어져 있는 상황이다.

 

협정체결에 따른 비준이 완료되면, 1조 9천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생산품들이 거래되고 있는 이들 유라시아경제연합 국가들의 시장에 세르비아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풀리게 될 것이며, 세르비아가 이미 개별적 양해각서를 통해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과 맺고 있는 자유무역에 관한 협정보다 더욱 우호적인 조건으로 유라시아경제연합과 무역이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즈 대량 수출국으로서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세르비아는 현재 치즈 수출품의 60% 이상인 약 1만 톤을 러시아연방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세르비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종류의 과일과 과일로 만든 전통 증류주인 라끼야(rakija), 2천 톤으로 수출 제한되어 있는 담배산업, 9만 리터의 브랜디 수출 등의 분야에서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와 같은 세르비아의 전통적인 농산물과 가공농산물 수출은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FTA체결을 통해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세르비아 국내 농산물 가공업에 긍정적인 자극제의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1)

 

세르비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경고
세르비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자유무역협정문에 서명하기 몇 달 전인 2019년 8월 말, 유럽연합(EU)의 집행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르비아정부에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슬로바키아의 외교부 수장인 미로슬라브 라이챠크(Miroslav Lajčak)은 지난 8월 30일 코소보(Kosovo) 정부책임자들을 불러 유럽연합 회원국들 가운데 5개국이 여전히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코소보로 유입되는 세르비아 생산품들에 대한 관세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자유무역 협정체결을 앞두고 있던 세르비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협정체결을 통해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이라는 국가적 목표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경고이자 ‘세르비아정부 달래기’의 일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이챠크는 “친 러시아적인 그룹과의 FTA 체결은 세르비아 스스로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나아갈 수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세르비아 정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에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협정체결이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2)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가입 이전에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고 이를 탈퇴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나아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외교정치위원회 의장인 데이비드 멕알리스터(David McAllister)는 세르비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협정서에 서명할 때 협정의 무효에 관한 항목을 명확히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유럽연합 관계자들의 입장은 유럽연합과 정치적·경제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 (EAEU)과 동시적인 가입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유럽연합 차원에서 명백히 한 것이며, 역사적·종교적·문화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세르비아와 러시아의 전통적 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그리고 2000년 이후 세르비아와 러시아 사이에 맺어져 있는 자유무역에 관한 협정을 고려해 봤을 때, 세르비아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서 세르비아의 외교부장관인 이비짜 다취치(Ivica Dačić)는, 이미 유럽연합 국가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을 위해 여타 국가들과의 협정을 파기해야만 한다는 유럽연합의 요구는 부당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또한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세르비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과는 무관한 문제이며, 이는 단지 세르비아의 국가적·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3)

 

정치적·경제적 우방국인 러시아, 중국과의 공조
세르비아는 2018년 유럽연합 외교정치 선언문의 54개 항목 가운데 28개 항목에 있어서만 조건을 채웠으며, 이는 발칸반도 서부지역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이후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 조건 달성률은 67%에서 54%로 낮아졌는데, 세르비아가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않은 16개의 유럽연합 선언의 내용은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의 유네스코 가입에 대해 반대한 러시아와 관련된 것이며, 4개는 베네수엘라, 2개는 콩고와 관련된 내용이다. 또한 세르비아가 이란과 관련된 선언내용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연장하는 내용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미얀마와 짐바브웨, 브룬디와 관련된 유럽연합의 선언내용 또한 지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세르비아의 외교부장관인 이비짜 다취치는 유럽연합의 선언문 내용에 대한 세르비아정부의 반대는 전통적인 우방국인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즉,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세르비아 우방국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국제적 비난에 세르비아가 무조건적으로 동조할 이유는 없으며, 세르비아정부의 입장은 사안별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정치적으로 세르비아를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전통적인 우방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는 실리에 따른 입장으로 판단된다.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대한 유럽연합의 부정적인 입장 표명과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을 앞둔 세르비아에 대한 경고에도 불과하고, 2019년 10월 25일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유럽연합의 입장과 경고에 맞선 단호함을 보여준 세르비아 정부의 계산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 Herzegovina)와 코소보에 대해 구 유고연방의 정통성과 유산의 계승자로서의 세르비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국제사회 속에서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 두 국가의 지속적인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목적이다.

 

둘째, 현재 세르비아 국민의 53%가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5% 가량의 세르비아인들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회원국에 가입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에 대한 찬반여부와는 별개로, 60% 가량의 국민들은 유럽연합 집행부가 코소보 문제를 이유로세르비아의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을 고의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부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으며, 유럽연합 가입여부나 유럽연합이 내놓은 조건들과는 별개로 서둘러 코소보 문제를 해결하고 세르비아가 경제적으로 도약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세르비아 국민의 50% 이상은 러시아, 특히, 중국이 세르비아의 긍정적 미래경제에 도움이 될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셋째,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을 지지하고 있는 세르비아 국민의 50% 가량을 비롯해 세르비아 정부 내에서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관료들 사이에서도, 유럽연합 자체와 그 정책, 초국가적 통합체의 설립에 반대하는 ‘유럽회의주의(Euroscepticism)’가 점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재 2025년으로 예상되고 있는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크지 않다는 사실과 궤를 같이 한다.

 

*각주

1) SRBIJA POTPISUJE SPORAZUM SA EVROAZIJSKOM UNIJOM – Dodatni pristup tržištu od 180 miliona ljudi(세르비아가 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협정에 서명하다 – 1억 8천명 시장에의 추가적인 접근), Tanjug, 2019.10.24.
2) LAJČAK POSLAO JASNU PORUKU SRBIJI "Ako ste ozbiljni na svom EU putu, razmislite o svojim odlukama"(라이챠크는 세르비아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 “유럽연합(EU)의 길을 가길 진지하게 원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신중히 생각하시오”), Tanjug, 2019.08.30.
3) Kako je Rusija postala "prijatelj" o koga se stalno SAPLIĆEMO(러시아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균형을 잃는 이와 “친구”가 되었는가), Blic,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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