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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걸프 지역 역내외 힘의 재균형 및 재조정 : 홍해 구상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 카타르 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초빙 연구원 2019/12/27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그리고 바레인으로부터 시작된 카타르 사태는 초기 이들이 원하던 카타르 고립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고, 단교 정책 실패 후 이들의 외교적 셈법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카타르는 중동 주요 국가와의 단교 사태와 카타르 제품 불매 등의 경제제재에도 기존의 걸프 지역 동맹국들을 우회하는 자신들의 외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특히 저탄소 배출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는 서구 및 아시아 국가의 니즈(Needs)와 부합하여 카타르의 주요 수출품목인 천연액화가스(LNG) 수출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교 사태의 압박을 완화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또한 단교를 한 걸프 및 중동 동맹국을 우회하여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특히 중국)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고, 또한 UAE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동 내 미국 전력의 핵심인 알 우다이드(Al-Udeid Air Base)  미 공군 기지를 굳건히 지켜내었다.  현재에도 F22과 F35의 전투기와 B-52 폭격기를 포함한 100여기 미군 비행기가 배치되어 있으며, 2018년부터 18억 달러가 투입된 기지 증축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특히 러시아의 시리아로의 군사적 영향력 확장, S-300과 S-400의 배치에 맞서 카타르 우다이드 공군 기지 및 카타르에 위치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의 영향은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중동 내 미군의 주요과제 5가지를 공표하였는데; 1)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분쟁 해결, 2) 이란과의 갈등 고조 국면에서 지역 안정화 및 압도적 확전 우위 확보, 3) 시리아 이라크 내 IS 및 이슬람 세력 억제, 4) 북부 시리아 및 이라크 내 미국의 지원을 받는 크루드 통제력 유지, 5) 예멘 전쟁 관리이다. 아프간 전쟁 및 이라크 전쟁을 수행했던 특수 공군 전단인 379 공군 원정 비행단 알레이 툴레 사령관은 여러 번 “지정학적으로 우다이드 공항과 카타르가 미군의 중동 내 군사작전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좋은 전략적 요충지”라고 밝힌 바 있다.

 

카타르 사태로 인해, 본래의 국교단절을 공식적인 목표였던 전통적 GCC 지역안보 체제(실제존재의 유무는 차지하더라도)로의 회귀는 더욱 요원해졌는데, 카타르와 터키와의 관계는 단교사태 직후부터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그전까지 확실히 존재는 했지만 느슨하게 이어져 오던 카타르-이란의 연대가 보다 선명해졌다. 즉, 외교적 고립을 통해 보다 GCC 체제로 카타르를 끌어당기려 했던 시도는 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새로운 GCC 정치 지형의 도래
우선, 2011년 쟈스민 혁명이 초래한 나비효과는 GCC의 새로운 정치 지형 형성에 시발점이 되었다. 2011년 발발한 쟈스민 혁명은 GCC국가의 정권 안보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기존의 지대추구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왕정 정치 체제가 가까운 미래까지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겠지만 인구 구조상 큰 비율을 차지하는 15~24세 젊은 층을 어떻게 기존의 체제로 편입시킬 수 있을지가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의문에 기존의 단일 체제로 분류되었던 걸프 왕정(사우디, 카타르, 바레인, 오만, UAE)들이 더 이상 한 목소리로 동일한 정책을 입안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였고, 그 중에서 ‘정치 이슬람(Political Islam)’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차이가 단교 사태의 원인으로 적시 될 정도로 불거졌다.

 

둘째,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의 역내 등장으로 갈등이 충돌하기 시작하였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MBS)의 역동적이고 혁명적인 국가개조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 변환기 앞에 각국의 리더십 특징 역시 GCC 정치 지형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연동하여 상대적으로 국제정치 무대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던 역내 중진국들의 지도자 역시 점차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포함외교(Gun Boat Diplomacy)’부터 다른 길을 걸었던 오만은 차치하더라도, 카타르만 1995년 쿠데타 이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외교정책을 입안하여 실시한 반면, 다른 걸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편승외교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1차 걸프전 종전 후, 걸프 국가들은 점차 안보, 에너지, 산업 다각화, 해외 직접 투자 및 이슬람 금융 등등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1년 쟈스민 혁명으로 드러난 정치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가 규모, 인구 규모, 석유자원 매장량 등의 고유의 국력을 평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형국이다. 많은 학자들은 GCC국가들이 서로 화합하여 공동의 해결책을 낼 수 있다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각 걸프 국가의 과거와 같은 연합은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카타르 단교 사태로 인해, 오히려 국민국가에 대한 개념이 강화되고, 이는 정권 안보 차원에서 불리하지 않아 오히려 이를 각 걸프 국가 특히 사우디와 카타르에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이는 위험 요소 역시 내포하고 있는데, 기존의 부족주의보다 국민국가주의(Nationalism)이 강화된다면 향후 왕정 통치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것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미 진행되고 있던 과정이었지만, 카타르 단교는 GCC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GCC 체제 설립의 주축이었던 왕들과 그 리더십이 다음 세대로 이양되면서 각국이 갖는 공동의 이익(Common Interest), 그리고 위협에 대한 인식(Treat Perception)의 괴리가 큼이  드러난 것이다.


새로운 지역 질서를 위한 시도: 홍해 포럼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렇듯 홉스 적 세계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걸프 지역에서, 이를 타파하려는 새로운 구상이 바로 홍해를 이용한 공동의 이익 플랫폼 구축 그리고 일대일로를 통한 중동 지역과 타 지역의 연계성 강화이다. 

 

1) 홍해 구상
홍해는 현재 새로운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새로운 지역 질서 확립의 장으로서 설립될 수 있는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이 그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홍해는 이미 과거 나세르 시기 수에즈 운하관련 다툼의 역사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해당국들의 안보, 경제적 이득이 연결 된 공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도시 건설 및 국제 항만네트워크 구축 계획과 맞물려 홍해 지역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에게 공동의 이익 플랫폼을 구축시켜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홍해를 둘러싸고 아직 어떠한 패권국이나 패권세력이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이니셔티브 구상을 시도하기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갈등의 장이 되고 있는 인도양이나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해 새로운 협력기구를 만들어 대체하기 좋은 상황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뿔이라 하는 지역과 예멘 사태도 맞물려 있어 다양한 담론들이 만들어지기 쉬운 전략 지역이다. 이미 유럽은 수차례 홍해 포럼에 적극 참가하고 있고, 중국도 군부대 파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홍해 협력 기구 및 구상에 파트너로서 어필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인데, 홍해 구상이 성공할지 아닐지를 떠나 미국의 권력 공백은 이렇듯 다양한 시도로 채워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2)  걸프 지역 내 패권 변화가 아닌 힘의 재조정: 일대일로(一帶一路)
걸프지역의 힘의 재조정은 미국의 셰일 자원의 개발로 기존의 글로벌 에너지 공급-수요의 구조 전환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원유 공급처이던 중동의 입지가 흔들리고, 중동지역 내 힘의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국제환경 속에 걸프 국들은 1) 새로운 원유 및 천연가스 시장 개척, 2) 에너지 자원 중심 산업에서 탈피한 산업의 다원화, 3) 인프라 건설 확대 및 무역구조 전환 등의 정책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에너지 구조 전환 속에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구상의 개념에서 접근한다면, 일대일로는 연계성(Connectivity)이다. 일대일로의 기본개념은 1) 교통 물류 인프라를 건설(physical connectivity; 시설련통), 2) 무역, 투자, 통관의 편리화(institutional connectivity; 무역창통), 3) 그렇게 형성된 틀 위로 민간교류를 활성화(people-to-people connectivity; 민심상통)이다.1)

 

중국의 일대일로의 관점이 중국의 대 중동 접근전략에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를 대표하는 공식 문건이 바로 2016년 1월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의 대 아랍국가정책 문건’이다. 중국에게 중동의 전략적 가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동은 중국 원유 제1 공급원이다. 둘째, 중동은 중국의 중요한 인프라 건설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주요 상품시장이다. 중국의 ‘문건’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은 실제로 중국의 제1대 원유공급처이자 제7대 무역 동반자이다. 중국은 이러한 중동과의 관계, 그리고 일대일로 등을 결합하며 대 중동 접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2)

 

중국과 중동의 관계를 살펴보면, 특히, 냉전 종료 이후에는 양자관계를 중심으로 경제, 무역, 과학기술, 문화, 교육, 안보, 보건, 체육, 미디어분야에 걸친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 2004년에 중국-아랍국가협력포럼이 성립되면서 기존에 양자관계 협력에만 국한되었던 협력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다자협력 플랫폼으로도 확장되었고, 2014년 제6차 중국-아랍국가협력포럼 장관급 회담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개회사를 통해 협력 중점 영역과 향후 협력 방향을 제안하면서 다자 플랫폼을 통한 중국과 중동의 일대일로 협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대 아랍국가정책 문건’을 토대로 중국-중동 경제협력의 방향을 분석해 보면 중국-중동 쌍방의 개발전략을 상호 연계하고, 양자의 비교우위를 극대화해 국제산업협력의 구조를 강화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중동 일대일로 협력으로서 ‘1+2+3’을 그 기본 틀로 명시하고 있다.‘1+2+3’을 정리해보면, ‘1’은 에너지자원, ‘2’는 인프라 건설과 무역편리화, ‘3’은 원자력 에너지 협력, 항공+우주 위성분야, 신에너지 분야 등의 협력을 지칭한 것이다.‘1+2+3’의 내용 이외에도 농업, 금융 분야 협력이 포함되어 있고, 그 이외에도 인문교류, 과학, 교육, 문화, 보건, 방송 미디어 분야도 협력분야로 망라하고 있는데, 지역안보, 테러, 기후변화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향도 제시하였다.3)

 

중동 지역 역내외 힘의 재균형 및 재조정의 함의
현재 벌어지는 지경학적 변환은 중동 국가는 물론 중국의 국가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외부환경으로는 1) 미국의 셰일 혁명에 따른 오일 및 천연가스의 국제 시장 구조 전환, 2) 트럼프 정부의 대 이스라엘, 대 사우디아리비아, 대 이란 정책의 혼선에 따른 중동 내 정세 혼선 등이 그 원인이다. 중동 내부의 원인으로는 1) 아랍의 봄 이후 확대되는 석유 산업 의존도 탈피 움직임 및 산업 다각화 수요, 2) 중동 국가들의 사업 발전과 경제 재건을 해외자본 및 건설사업 수요 발생, 3) 동아시아지역으로의 안정적인 원유 및 상품 수출입 통로 확보와 중동 지역 네트워크화를 통한 주변지역과의 인프라 및 산업 연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외부환경 및 중동 내부 상황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동의 연계의 종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을 허브로 하는 동아시아와 유럽을 두 축으로 유라시아 전반을 엮는 공간 네트워크를 건설하고자 하는데, 이는 단순히 인프라 네트워크라는 물리적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산업사슬, 가치사슬을 종합하며 효율성이 높은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4)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인류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표방하는 한편, 그 공공재 속에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 자원 확보, 해외시장 확장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지해야 하는 사실이다. 일부는 이런 중국의 행보가 허황되었다고 지적하지만 이전에 이런 역할을 했던 외부행위자는 미국이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경학적 관점에서 중동지역을 핵심이익 라인으로 삼던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인해 중동개입을 지정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발생된 중동 내 정세 구조의 전환은 중동 내 미국 패권의 약화가 아닌 미국의 접근법의 전환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발생한 중동 내 ‘힘의 공백(Vacuum of Power)’에 있어 중국이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동 자체의 홍해 구상을 통한 연계정책은 단순한 미-중 패권 다툼이 아닌 변화하는 구조 속의 공급-수요, 그리고 기능적인 연계를 추구하는 각국 외교정책의 산물이라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높은 수준의 대 중동 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백승훈, 이창주 “중국과 중동의 연계 강화: 세계 에너지 구조 변환 속의 지경학” 서울대학교 웹진 다양성+Asia vol.6, 2019
2)新华社,“中国对阿拉伯国家政策文件(全文)”,2016年01月13日,<
http://www.xinhuanet.com//world/2016-01/13/c_1117766388.htm>
3) 백승훈, 이창주 “중국과 중동의 연계 강화: 세계 에너지 구조 변환 속의 지경학” 서울대학교 웹진 다양성+Asia vol.6, 2019
4)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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