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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모하마드 6세의 ‘모로코 마샬 플랜’과 시사점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이한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20/01/02

개혁의 아이콘 모하마드 6세
2010~2011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으로 튀니지뿐만 아니라, 이집트, 리비아에서는 독재정권이 무너졌고, 알제리는 그 이후 현재까지도 정치·사회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모로코는 마그레브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군주제를 유지하면서 마그레브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새로운 리더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모로코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정학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모로코는 경제적으로는 2000년 이후 연평균 4%의 꾸준한 경제성장률로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안정된 국가이면서 북아프리카의 경제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 2004년 무다와나(Moudawana, 가족법) 개정과 2011년 개헌을 통해 명실상부한 ‘입헌군주제’를 안착시킨 모하마드 6세의 개혁정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모하마드 6세는 4,300만 모로코인의 복지증대와 불평등 감소 등을 위한 ‘모로코형 마샬 플랜’이라고 하는 ‘2019-2039, 10개 아젠다’를 지난 10월에 국회에서 야심 있게 발표한 바 있다.

 

모하마드 6세가 국회와 국민 앞에 제시한 10개 아젠다는 ① 지역안정을 위한 알제리와의 서사하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② 지역적 불평등 해소 ③ 인간개발지수 개선 ④ 시민 대표성 확대를 위한 선거법 개정 ⑤ 사회복지 강화 ⑥ 수자원개발 ⑦ 교통 산업 강화 ⑧ 카사블랑카의 아프리카 경제의 허브 도시 건설 ⑨ 범아프리카 공동 시장과 개발 ⑩ 인산염 국제화 등이다. 이는군사부문을 제외하고 모로코 사회·정치 전반에 대한 광대한 개혁을 담고 있다.

 

모하마드 6세는 10개 아젠다를 중심으로 한 ‘모로코 발전모델 구축’을 위해 35명으로 구성된 국왕 직속 위원회를 지난 12월 13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에는 교수, 사회단체장, 행정공무원, 전직 관료, 종교 대표자(이슬람, 가톨릭, 개신교 신학자 등) 등의 시민대표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2020년 6월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물론 모하마드 6세의 ‘모로코 발전모델’에 대한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하마드 6세가 1999년 집권 이후 현재까지의 개혁정치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면서 10개 아젠다를 중심으로 한 ‘모로코 발전모델’의 구축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 글에서는 10개 아젠다 중 모로코 경제발전과 서아프리카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카사블랑카 금융 허브 도시와 고속철도 건설에 대해서 살펴본다.

 

미래의 서아프리카 비지니스 도시, 카사블랑카
모하마드 6세의 개혁 정치 중에 가장 큰 관심은 도시화였다. 2019년 모로코 도시인구는 62%로 1990년 48%보다 12% 증가했으며, 매년 4%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모로코 도시인구가 2050년에는 73%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인구는 모로코 경제·사회발전의 바로메타다.

 

현재 모로코는 ‘Doing Business’ 53위에 해당하지만, 모하마드 6세는 도시화와 개발을 통해 2020년까지 50위권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모로코 경제 동력은 실업률이 10%대라는 점에서 기대치보다 낮다. 특히 모로코 경제의 중심인 카사블랑카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모하마드 6세가 카사블랑카 경제발전에 중점을 두는 이유다. 인구 450만 명의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산업노동인구의 56%가 몰려있다. 특히 모로코 은행의 33%가 카사블랑카에 몰려있어 모로코 경제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모하마드 6세는 2015년 ‘그랜드 카사블랑카 개발계획 (2015-2020)’을 발표했는데 국가가 38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으로부터 1억 8,900만 달러의 차관을 들였다. ‘그랜드 카사블랑카 개발계획’의 중요한 목표는 교통체계의 현대화, 도로 및 인프라 정비, 도시 토지 개발 및 재정비 등이다. 


2018년 GFCI(Global Financial Centers Index)가 발표한 금융 센터 경쟁력 순위에서 카사블랑카가 21위로 행정 수도 모로코 41위보다 높으며(2009년 62위), 아프리카 도시에서는 최고 순위에 올라있다(케이프타운 63위). 특히 2015년부터 내부적으로 현재 30억 달러를 유치한 카사블랑카 파이낸셜 시티(CFC)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금융 센터로 주목되고 있다. CFC는 더블린, 홍콩, 밀라노, 런던, 룩셈부르크, 밀라노, 파리, 카타르, 상하이 및 스톡홀름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현재 46개국의 200여 개 다국적 회사들이 CFC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이처럼 CFC에는 유럽회사가 42%, 아프리카 37%, 미국 12%, 중동 5%, 아시아 4%를 차지하고 있어 카사블랑카는 점차 다국적 국제금융센터의 요지로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2017년 7월 CFC는 부산 국제파이낸셜 시티(BIFC)와 협정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범아프리카 펀드 ‘Africa 50’의 본부가 카사블랑카에 소재하고 있다. ‘Africa 50’은 아프리카 인프라개발을 위해 2015년 아프리카개발은행(BAD)과 22개 아프리카 국가들에 의해서 설립되어 자본금 천억 달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베냉을 비롯하여 2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Africa 50’은 일종의 투자은행으로 에너지, 운송, ICT 및 물 등의 재생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카사블랑카 인프라개발 지원이었다. 이처럼 경쟁력 있는 국제금융 기관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모로코, 특히 카사블랑카가 견고한 금융 인프라, 국제금융 기관 유치, 다국적기업 본부 및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춘 국제 생태계 장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카사블랑카가 아프리카 국제금융 허브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인프라와 서비스 개선, 도시 굿 거버넌스, 교육, 현대화된 관리 기술 및 방법 채택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 2015년 부터 시작된 이러한 계획이 일부 침체되거나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최근 본격적으로 재가동되었다. 특히 해외 사업가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카사블랑카는 최소한 2022년까지는 2만 2,000개의 침실을 갖춘 150개 비즈니스호텔 건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약 20만 제곱미터에는 각종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하루에 22만 명이 이동하는 대중교통 수단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까지 700대의 버스를 증설하고, 올해 2개의 트람웨이(3호선, 4호선) 공사가 추가로 진행 중이다.

 

 이처럼 대규모의 카사블랑카 금융도시에 해외기업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카사블랑카 파이낸셜 시티에 ‘프랑코폰 아프리카’(Francophone Africa) 본부를 설립하였다. 그 외에 프랑스 부동산회사 보구스(Bouygues)와 전차 플랫폼, 철도 트랙, 토목 사업을 하는 터키의 야피 메르케지(Yapi Merkezi), 아프리카와 유럽 간의 금융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스페인의 금융회사 반키아(Bankia), 전자제품 그룹 엡손(Epson), 지역 항공산업을 인수한 아메리칸스피릿에어로시스템(American Spirit Aero Systems), 중국은행, 중국 수출입은행 등의 굴지의 다국적기업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기업은 카사블랑카를 중심으로 모로코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서 투자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철도 산업의 선두주자, 모로코
모하마드 6세는 2018년 탕제르-라바트-카사블랑카 간의 고속철도(LGV)가 완공되기 이전부터 인프라 건설을 강조해 왔다. 모로코 정부는 2000년부터 항구건설, 철도, 공항, 고속도로 공공인프라 개선에 매년 평균 40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이는 오늘날 모코코가 외국인 투자 및 관광객 유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의하면 모로코는 교통인프라 컬리티와 교통망의 평가에서 북아프리카에서 1위, 아프리카 전체에서 3위, 중동지역에서 6위를 차지하였다.

 

모로코 정부는 카사블랑카를 서아프리카 지역의 국제금융센터 허브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인프라건설에 매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대중 교통수단의 선진화다. 모하마드 6세는 2007년부터 프랑스 국영철도공사(SNCF)와 함께 탕제르-라바트-카사블랑카 간의 350㎞ 고속철도화(LGV)를 모색해 왔다. LGV는 프랑스가 51%, 모로코 28%, 일부 중동국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 에미레이트 등)의 재정지원으로 2018년 11월 15일 완공되었다. 탕제르에서 카사블랑카까지 4시간 45분 걸리던 것이 현재는 2시간 10분으로 단축되었다. 이로 인해 현재 연간 300만 명의 철도 이용객이 2021년에는 6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카사블랑카와 탕제르를 잇는 이러한 LGV 정차 지역은 지역 경제발전의 중요한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 철도는 20세기 초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것으로 채굴 및 농업 운영을 항구에 연결하기 위해 부설된 것으로 사람의 이동이 아니라 상품 운송이었다. 5개의 중요한 철도 노선 중 4개의 노선이 사하라 이북에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 5만 천㎞의 철도 노선 중 역내 국제선 철도는 5%밖에 되지 않는다. 리비아 제외한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모로코만이 역내 시장의 85%만 흡수하기 때문에 철도를 이용한 시장이 대륙 전체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트랜드의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철도의 역할이다. 인구 증가의 압박과 급성장하는 도시화는 그 어느 때 보다 여객 운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진정한 아프리카 상호경제 통합에 필요한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해안이 아닌 내륙의 상업에 우선해야 하므로 기존 및 미래의 철도 시설의 현대화와 확충은 10억 명 이상의 아프리카인 이동 해결에 열쇠다. 중국은 이미 나이지리아(1,400㎞), 에티오피아-수단-케냐(5,000㎞), 아비장-코토누-로메(2,700㎞) 철도 리노베이션 및 부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망
현재 모로코 FDI는 아프리카에서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모로코 기업은 보험그룹 Saham(27개국), BNCE BANK(20개국), 모로코 최대은행 아티자리와파 (Attijariwafa Bank)(14개국) 등이다. 이처럼 모로코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투자국으로 2017년 22개 대형프로젝트에 참여하여 5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대해서 프랑스의 다국적 운송기업 알스통(Alstom)의 부사장 파스칼 그라세(Pascale Grasset)에 따르면, 모로코는 민간투자를 동원할 수 있는 상업적 생존력과 정치적 의지를 갖춘 ‘예외적인 나라’인 것이다. 또한, 고속철도 사업이 현재는 모로코에 한정되었지만, 아프리카의 여객 운송확산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모로코는 이번 고속철도의 완공으로 이 분야에서 아프리카에서 선도적 위치에 설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카사블랑카는 사하라 이남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2019년 5월 30일에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rican Contienetal Free Reade Area, AfCFTA)가 출범하였다. AfCFT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륙 단일 시장 구축인데 카사블랑카의 국제금융 도시 견인차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 허브 도시 건설에 대해서 카사블랑카 현지인들의 우려가 적지는 않다. 졸속개발계획으로 일부 프로젝트는 시행도 하지 못하고 계획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프로젝트로 발표되는 등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카사블랑카 도시 개발이 지역민의 이해관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탑다운 개발’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 보수세력의 영향력이 큰 카사블랑카는 모하마드 6세의 2011년 무다와나 개정에 반대하기 위하여 100만 명이 길거리에 나섰던 지역이다. 따라서 모하마드 6세가 카사블랑카 주민의 정서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따라 카사블랑카의 금융 허브 도시 건설뿐만 아니라 그의 개혁 정치가 국제사회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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